아메리칸항공 American Airline과 유에스항공 US Airway의 합병에서 더그 파커 Doug Parker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막후에서 협상을 성사시킨 주인공은 톰 호턴 Tom Horton이었다. BY SHAWN TULLY
지난해 4월 20일 오전 8시, 아직 차 한 모금도 마시지 못한 톰 호턴은 유에스항공 CEO 더그 파커로부터 예상치 못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파커는 호턴에게 “자네에게 이메일을 보내려고 하네”라고 말했다. 장신의 호턴은 아메리칸항공의 모회사 에이엠알 코프 AMR Corp.의 CEO다. 그는 각종 항공관련 기념품과 어린 시절 이웃에 살던 우주비행사 존 글렌 John Glenn의 사진으로 장식된 포트 워스 Fort Worth 집무실에 앉아 있었다. 호턴은 “파커가 집에서 이메일을 보내려고 했지만 계속 ‘보내기’ 버튼을 눌러도 발송되지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기억했다. “그와 가벼운 내용의 이메일을 주고 받았다. 그 가운데는 내가 ‘더그, 우리 회사에는 자네를 도와줄 훌륭한 IT직원이 있네’라고 말한 이메일도 있었다.”
하지만 호턴이 첨부파일을 열자 그의 즐거움은 충격으로 바뀌었다. 호턴은 아메리칸항공이 파산보호신청-실제로 2011년 11월 파산 신청을 했다-을 하면 교활한 파커가 공격적 인수 시도를 하지 않을까 항상 우려하고 있었다. 그렇다 해도 호턴이 열어 본 합병제안서는 예상보다 훨씬 더 노골적이었다. 세 페이지에 이르는 이메일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두 항공사의 합병이 지닌 시너지 효과로 인해 실제로 에이엠알의 회생이 지연되기보단 가속화될 것이다. 아울러 사라질지도 모를 6,200개의 일자리가 보전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계속 읽어내려 가던 호턴은 파커의 합병 조건을 믿기 힘들었다. 아메리칸 항공의 절반 규모에 불과한 유에스 항공이 합병 후 지분의 과반(50.1%)을 장악하고, 호턴이 아니라 파커가 세계 최대 규모 항공사 대표에 선임된다는 뜻이 강력하게 시사되어 있었다.
하지만 가장 호턴을 분노케 한 건 파커가 아메리칸항공의 3대 노조와 비밀리에 협상을 벌였다는 사실이었다. 그때까지 항공사 인수전에서 전례가 없던 책략이었다. 파커는 이메일에서 “각 노조에 두 항공사의 합병을 진행해도 좋다는 동의를 구했다”고 밝혔다. 두 항공사가 합병하면, 아메리칸 항공 직원들은 ‘가계약’에 따라 호턴이 제시한 것보다 훨씬 더 나은 봉급과 근로조건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내용도 있었다. 당시 호턴은 자신이 세운 아메리칸항공 회생계획에 따라 직원들에게 가혹한 조건을 요구하던 중이었다. 파커가 노조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 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건 실제로 효과적이었다. 호턴이 텔레비전 채널을 돌릴 때마다 조종사 대표, 승무원, 지상근무 직원 모두가 파커를 구세주라 칭송하며 합병이 이를 수록 좋다고 말하고 있었다. 호턴은 “어느 정도 논의가 오간 것은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다른 항공사가 자기 항공사의 노조와 합의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사람이 있겠느냐”며 “정말 실감이 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이 4월의 편지와 함께 시작한 치열한 협상은 파커와 호턴이 서로에 대한 공세를 멈춘 2월 14일까지 10개월 동안 계속되었다. 아메리칸항공과 유에스항공이 110억 달러 규모의 합병에 합의하면서 총매출 390억 달러-유나이티드항공 United Airline과 델타항공 Delta Airline을 근소하게 앞서게 된다-규모의 세계 최대 규모 항공사가 탄생할 전망이다. 파커가 아메리칸항공그룹 American Airlines Group이라 불릴 새 항공사의 CEO에 오르고, 호턴은 이번 가을로 예정된 합병 완료 이후 최대 12개월 동안 아사회 의장직을 맡을 예정이다. 이번 협상은 파커의 승리로 비치고 있다. 합병된 항공사 대표 자리를 차지했을 뿐만 아니라, 비용상승으로 미래가 불투명했던 독립 항공사 유에스항공이 잠재적 위기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상대 항공사 노조를 공략한 것은 누가 보더라도 놀라운 전술이었다.
하지만 라이벌의 공세에 신속하게 대응한 호턴의 활약을 인정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파커가 노조를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는 동안, 호턴은 막후에서 협상내용에 대한 최종결정을 내린 채권자들의 신임을 얻었다. 어렵게 타결된 새로운 근무계약을 포함한 일괄 구조조정 계획을 완성했고, 채권자 및 주주들에게 엄청난 수익을 안겨줬다(새로 탄생할 항공사 지분의 72%를 직원들과 함께 차지하게 돼 파커가 제시한 조건보다 훨씬 더 좋다. 여기에는 파커가 당초 아메리칸항공 투자자에게 추가로 제시한 현금 15억 달러도 포함되어 있다). 호턴의 용단으로 채권자들은 1달러당 100센트 전액을 챙기고, 파산협상에서 보통 얻는 것이 거의 없는 주주들도 수억 달러에 이르는 수익을 올릴 것이 거의 확실하다. 한 영향력 있는 채권자 그룹의 투자를 관리하는 훌리한 로키 Houlihan Lokey의 에릭 시거트 Eric Siegert는 “아메리칸항공의 회생 속도는 주요 항공사의 파산보호신청 역사상 전례가 없을 정도로 빠르다”라고 평가했다.
월가와 언론의 칭송에도 불구하고 합병 전망은 외부에 공표된 만큼 밝지만은 않다. 파커가 노조의 지지를 얻기 위해 내놓은 조건들은 과거 호턴이 노조로부터 어렵게 얻어낸 양보안을 약화시킬 게 분명하다. 합병이 순조롭게 이뤄지기 위해선 파커가 매출을 크게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 또한 확실치 않다. 이 사안과 관련해 인터뷰한 대부분의 사람들도 인정하는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옛 라이벌이 호언장담한 ‘시너지 효과’가 어떻게 실현되는지를 호턴이 지켜보는 것도 파커의 입장에서는 탐탁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51세 동갑내기인 파커와 호턴은 비슷한 경력을 자랑하지만 둘의 성격은 드라마 ‘별난 커플 The Odd Couple’에 등장하는 오스카 Oscar와 펠릭스 Felix만큼이나 극과 극이다(꼼꼼한 면에서 호턴은 펠릭스에 가깝다). CEO 재목이었던 두 사람은 모두 MBA출신으로 1980년대 중반 아메리칸항공 회계부서에 입사했다. 사무실 내 자리도 매우 가까웠다. 호턴은 “가끔 더그의 자리에 들러 너프 바스켓볼 Nerf Basketball *역주: 간이 농구 경기을 즐기곤 했다”고 회상했다. 나사 고위급인사의 아들인 호턴은 몸매가 날씬하고, 옷장에는 브룩스 브라더스 Brooks Brothers의 고급 맞춤정장이 가득할 정도로 멋쟁이다. 독실한 천주교도인 그는 합병이 발표되던 날, AMR의 이사 동료이자 같은 신자인 필 퍼셀 Phill Purcell(전 모건 스탠리 CEO)과 함께 ‘재의 수요일(Ash Wenesday)’ *역주:사순절의 첫 날 미사를 마친 후 이마에 재 얼룩을 잔뜩 묻힌 채 스타벅스에 앉아 있었다. 경영자로서 호턴은 흔들림이 없으며, 신중하고 치밀한 계획을 굳게 믿는 인물이었다.
그와는 달리 파커는 대담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협상의 달인’으로 유명하다. 39세에 아메리카웨스트항공 America West의 대표에 올라 파산 직전의 유에스항공을 2005년에 인수했다. 2007년에도 파산 상태에 있던 델타항공을 인수하려 했지만, 노조가 파커의 조건을 거절하고 델타항공이 노스웨스트항공을 선택하면서 그의 계획이 실패로 돌아갔다. 파커는 후에 다시 유나이티드항공과의 두 번째 합병을 시도했지만 콘티넨털항공 Continental Arilines 때문에 ‘닭 쫓던 개’ 신세가 되고 말았다. 파커는 델타항공 합병 실패를 통해 노조의 지지가 합병 성공의 필수 조건이라는 교훈을 얻게 되었다.
합병을 추구한 파커와 대조적으로 호턴은 파산 위기를 아메리칸 항공의 ‘구원’(salvation)이라 생각했다. 미국을 대표하던 아메리칸 항공은 2011년경에는 델타항공과 유나이티드항공에 크게 뒤져 있었다. 당시 아메리칸 항공의 CEO였던 제러드 아페이 Gerard Arpey는 파산이 경영진과 직원에 가져올 충격 때문에 반대했다. 하지만 2011년 11월 이사회는 결국 파산신청을 결정했다. 이후 아페이는 사임했고 당시 사장이었던 호턴이 즉시 CEO에 임명됐다.
아메리칸항공이 파산보호를 신청한 2011년 11월 29일, 호턴은 옛 친구 파커에게 전화를 걸었다. 호턴은 “실수로 더그의 집에 전화를 했고, 그의 아내 그웬과 통화하게 됐다”며 “머리가 어지러웠지만, 나도 모르게 그녀와 가족에 대해 수다를 떨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호턴은 그웬에게 아메리칸항공이 파산보호신청 절차에 들어갔고, 회사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구조조정에 전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곧 파커가 호턴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두 항공사의 합병은 크게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호턴은 스스로 항공사의 회생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파커는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호턴의 어조가 ‘정중하지만 단호했다’고 묘사했다.
수개월이 지난 후, 호턴은 파커가 월가의 애널리스트들에게 합병 효과를 떠벌리고 다닌다는 소식을 들었다. 호턴은 파커에게 전화를 걸어 목소리를 높였다. 호턴은 “등골이 오싹했다”며 “더그에게 ‘벌써 합병 얘기를 하고 다닌다는 건 미친 짓이야!’라며 소리쳤다”고 말했다. 호턴은 파커가 말 없이 듣고 있다가 그저 “우리 쪽 사람들에게 확인해 보겠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다(호턴은 “서로 좀 더 솔직해지기 위해 시간을 보냈다”고 덧붙였다). 파커는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호턴에게 거짓말을 한 적이 없으며, 지난 1월 호턴과 다시 통화할 때 당시 고문들에게 연락을 취하고 있는 중이라고 해명했다고 밝혔다.
호턴은 작년 3월경 인건비 삭감을 위한 자신의 전략을 밀어붙이고 있었다. 특히 승무원과 지상근무 직원 및 조종사들에게 파산법원에 제출한 것보다 더 유리한 조건으로 자발적인 합의를 하라고 압박하고 있었다. 그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인건비 12억 5,000만 달러 삭감과 직원 1만 3,000명을 정리해고하는 방안이었다. 아울러 ‘노선범위 조항(scope clause)’을 강화해 경영진이 좀 더 재량껏 고임금 조종사들이 독점했던 단거리 노선에 저비용 지역항공을 투입할 수 있도록 했다.
아메리칸항공에서 이처럼 치열한 협상이 벌어지던 4월 20일에 파커가 난데없이 끼어들었다. 아메리칸항공 경영진의 강력한 조건과는 대조적으로 유에스항공이 제시한 비밀조건에는 조종사 정리해고도 없었고, 지상근무 직원 정리해고 규모도 4,000명가량이었으며, 노선범위 조항 수정안도 완화되어 있었다. 아메리칸항공 노조는 파산법원에 대안을 얻었다고 주장했다. 유에스항공과의 합병을 통한 매출신장으로 급여와 근로조건이 개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커가 줄곧 설파하던 내용이었다.
호턴은 파커의 감언이설 때문에 그가 추진하던 노조와의 협상이 중단되고, 채권자들이 합병을 유일한 회생방안이라 믿게 되는 상황을 두려워했다. 이것이 바로 파커의 전략이었다. 아메리칸항공 노조 지도자들은 파커를 동조해 신속한 합병을 촉구하고 호턴을 비난했다. 조종사들의 비행용 가방에는 ‘최초에서 최악으로 전락, 새로운 경영진이 필요한 때’라는 구호가 붙었다.
아메리칸항공 이사회는 파커의 편지를 혐오하면서도 대응하지는 않았다. 심각한 제안이라기보다는 떠들썩한 선전에 불과하다고 여겼다. 호턴은 분노하며 제안을 거절했다. 호턴은 “대체 유에스항공 사람들이 마시는 선인장물에는 무엇이 들어 있는지 모르겠다(유에스항공의 본사는 애리조나 주 템피 Tempe에 위치하고 있다)”고 불평하며 “파커의 합병 시도는 예전에 그가 추진한 세 번의 합병 시도처럼 실패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호턴은 아메리칸항공이 강력한 경쟁력을 갖춰 충분히 파산위기를 이겨낼 수 있다고 굳게 믿었다. 심지어 훗날 유에스항공 등 다른 항공사를 인수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메리칸항공의 채권자들이 사실상 항공사를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호턴의 첫 번째 의무는 그들을 위해 최상의 계약을 성사시키는 것이었다. 그리고 호턴은 합병의 옳고 그름을 떠나 시장에서 합병을 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실제로 AMR 채권가격은 12월 20센트에서 합병 제안 후 55센트까지 급등했다. 호턴은 자신이 최대한 빨리 수익을 원하는 투자자들을 상대하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더군다나 그들은 큰 수익을 내고도 깔고 앉아 있는 상황이었다.
결국 호턴의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유에스항공으로부터 최선의 조건을 받아내고 채권자들에게 최고의 수익을 보상해주기 위해서는 아메리칸항공 스스로 회생계획을 갖고 있다는 점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특히 호턴은 아메리칸항공 독자적으로 파산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하고 싶었다. 채권자들에게 투자금의 대부분 혹은 전부를 돌려줄 수 있도록 대규모 시가총액을 유지한 채 말이다. 이를 위해선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 노사 협약을 이끌어내야만 했다(파커는 어떻게든 방해하려 했다).
호턴은 자신의 계획에 대한 AMR 채권자들의 지지도 필요했다. 두 채권자 단체가 중요했다. 첫 번째는 법원이 지명한 무담보 채권자 위원회(Unsecured Creditors Committee·UCC)-AMR 노조, 채권 거래자, 신탁 관리자의 대표들로 구성되어 있다-였다. 두 번째 단체는 파산신청 때 무담보 채권을 헐값에 매입한 헤지펀드사(마라톤 에셋 매니지먼트 Marathon AsManagement, J.P. 모건 증권 J.P. Morgan Securities이 대표적이다)들로 주로 구성되어 있었다. 몇몇 펀드회사가 훗날 ‘임시위원회(ad hoc committee)’로 알려진 단체를 결성했다. UCC와 달리 임시위원회는 투표권을 행사했다. 이 조직에선 채권자 3분의 2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 아무것도 결정할 수 없었다. 어떤 계획이든 임시위원회가 최종결정권을 가졌다.
임시위원회는 어떤 방안도 공식적으로 지지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상당한 수준의 채권 수익을 더 키우기 위해선 자구 계획이 더 나은 방식임을 확신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호턴의 계획을 지지하기로 결정했다. 중요한 사실은 호턴이 임시위원회를 설득해 유에스 항공 측과 대화를 끊도록 했다는 점이다(물론 파커와 유에스항공 사장 스콧 커비 Scott Kirby는 끊임없이 임시위원회에 로비를 하려 했다. 파커와 커비의 전화를 받은 사람들은 둘이 자구계획을 ‘정신 나간’ 아이디어라고 비난하면서, 합병을 하지 않으면 아메리칸항공이 추락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기억했다).
호턴 또한 유에스항공 측의 제안 외에도 가능한 한 모든 합병 방안을 검토해보기로 채권자들과 합의했다. 그는 제트블루항공 JetBlue Airways을 선택했다. 하지만 호턴의 절친인 제트블루의 CEO 데이브 바거 Dave Barger는 독립 항공사로 남기를 원했다. 결국 유에스항공만이 합병 대상으로 남게 되었다. 호턴은 “정말 큰 도움이 되는 결론이었다”며 “유에스항공과의 협상에만 집중할 수 있었고, 최상의 가치를 추구하는 방법만 찾으면 됐다”고 말했다.
호턴과 임시위원회는 노조를 압박했다. 임시위원회는 새로운 합의안 없이 파산보호 신청을 거둘 수도 있다고 노조에 경고했다. 또한 노조가 호턴의 합의안에 서명하지 않으면, 채권자들이 계속해서 파산법원의 엄격한 계약조건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압박은 성공적이었다. 8월 지상근무 직원 노조와 승무원, 두 거대 조직이 모두 새로운 협상안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조종사들은 협상안을 우선 부결시켰다. 그들은 임시위원회에게 파산 극복 후 아메리칸항공의 이사와 경영진을 교체하겠다는 각서 작성을 요구했다. 임시위원회는 이사들을 교체하겠다는 각서는 작성했지만 경영진을 경질하겠다는 약속은 거부했다.
이 각서는 새 협상안의 비준에 필요한 지지를 얻는 데 일조했다. 결국 2012년 12월 7일 조종사들까지 동의했다. 호턴이 추진한 ‘구조조정 퍼즐’의 마지막 조각을 맞춘 셈이었다. 앞서 한 달 전, 유에스 항공은 아메리칸항공의 지분을 70%까지 늘리는 새로운 협상안을 내놓았다. 두 채권자 단체 모두 새 안을 지지했지만, 호턴이 협상 조건을 아메리칸항공에 더욱 유리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호턴은 “당시 나는 전투 모드였다”고 회상했다.
그 후 3개월 동안 호턴은 아메리칸항공의 지분을 72%까지 확대했고, 놀랍게도 주주들에게 합병된 새로운 항공사 시가총액의 3.5%(약 4억 달러)를 보장했다. 1월 7일 호턴은 마이애미에서 열린 미국 대학 풋볼 챔피언십 축하 콘서트에서 파커를 발견했다. 그는 파커의 뒤로 몰래 다가가 그의 어깨를 잡고는 “이봐 더그, 지금 해야 할 일이 있지 않나?”라고 농담을 던졌다.
1월 말 호턴은 임시위원회의 헤지펀드 매니저 여러 명과 맨해튼 소재 레스토랑 파트룬 Patroon에서 열린 저녁식사에 참석했다. 호턴은 CEO나 회장 직을 희망했지만, 그가 새로운 항공사의 CEO에 임명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펀드매니저들은 가장 쉽고 빠른 방법으로 합병을 진행하고 수익을 올리길 원했다. 노조 측에서 호턴을 강력하게 반대했기 때문에 애초부터 기회가 없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결국 합병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과 치솟는 채권가격 때문에 호턴은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어찌 보면 그 자신이 추진하던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스스로 희생된 꼴이었다. 퍼셀은 “모든 가치는 구조조정에 의해 창출되는데, 근로계약부분은 특히 그렇다”고 말했다. 파커는 대부분의 가치가 합병을 통해 창출된다고 주장하는 반면, 퍼셀은 오랜 친구 호턴이 구조조정 부분에서 “엄청난 일을 해냈다”고 높이 평가했다. 그는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호턴이 ‘탈출구를 찾기 위해’ 협상을 결렬시킬까봐 막판까지 노심초사했다고 털어놓았다.
대규모 합병을 통해 항공업계가 마침내 안정적이고 탄탄한 수익성의 새로운 시대를 맞았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새 항공사의 사정은 결코 녹록하지 않다. 일단 새 근로계약에 따라 노조원들의 급여가 크게 오를 것이다. 합병 전망을 들여다보면 ‘노사 조화’라는 불편한 조항이 눈에 띄는데, 이로 인해 4억 달러의 수익 감소가 예상되고 있다. 더그 파커는 훌륭한 전술가다. 자신의 계획대로 합병을 마무리한 유능한 경영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 합병 효과를 실제 금전적 수익으로 거둬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 거대 항공사가 연착륙하기 위해선 그의 능숙한 전술이 여전히 필요할 것이다.
"다른 항공사가 자기 항공사의 노조와 협상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정말 실감이 나지 않았다."
"호턴은 파커의 뒤로 몰래 다가가 ‘이봐 자네, 지금 해야 할 일이 있지 않나?’라고 농담을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