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13 한국경제 변화와 전망] 1. 근혜노믹스

[해외 전문가들에게 길을 묻다] '창조경제'는 새 정부의 신성장 에너지 '혁신' 통한 대·중소기업 동반 성장 노려야

갈수록 흐름이 빨라지고 있는 세계 경제의 물살 속에서 한국 경제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한반도에 인접한 중국과 일본은 최근 새 지도부를 구성해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 짜기에 돌입했으며, 정권이 바뀐 북한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심각한 위험요소가 되고 있다. 미국은 서서히 경제활력을 찾기 시작하며 금융시장이 안정되고 있지만, 정치권의 혼란으로 여전히 불안정하다. 유럽은 올해도 경제 성장이 거의 없을 전망이다. 대규모 구조조정과 긴축재정으로 장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 수출시장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반면 신흥 시장은 새로운 기회로 부상하며 그동안 미국, 유럽, 중국에 편중되었던 한국 수출업계가 다변화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포춘코리아는 창간 4주년 기념 특별기획으로 2013년 한국 경제의 현주소와 나아갈 길에 대해 글로벌 경제 전문가 5명과 대면, 이메일,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번 인터뷰는 '기적에서 성숙으로: 한국경제의 성장 (Miracle to Maturity: The Growth of the Korean Economy)'을 공동 집필 한 드와이트 퍼킨스 Dwight Perkins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와 세계적인 위기관리 컨설팅 그룹 컨트롤리스크 Control Risks의 리처드 페닝 Richard Fenning 대표, '브레이크아웃 네이션즈 Breakout Nations'의 저자이자 모건스탠리 신흥시장 책임자 루치르 샤르마 Ruchir Sharma, 미국의 저명한 경제평론가인 앤디 서워 Andy Serwer 포춘지 편집장, 그리고 중국 내 최고의 한국 경제 전문가로 꼽히는 허시유 (何喜有) 푸단대 경제학 교수에게 한국 경제의 현안으로 떠오른 5가지 주제에 대해 질문하고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들 글로벌 경제 전문가들은 빠른 환경 변화에도 불구하고 한국 경제에 대해 대체적으로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이들은 또 한국 경제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창조경제'를 추진하고 '서비스업'을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의준기자 eugene@hmgp.co.kr


"한국 경제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창조경제'를 추진하고 '서비스업'을 키워야 한다."


Global expert profile
드와이트 퍼킨스
하버드 경제학 교수
전 하버드 대 아시아 센터장.
'기억에서 성숙으로: 한국 경제의 성장 (Miracle to Maturity: The Growth of the Korean Economy)' 공동 집필

앤디 서워
미국 포춘 매거진 편집장.
CNN, CNBC, MSNBC 등에 자주 출연하는 경제 전문가

리처드 페닝
위기관리 컨설팅 그룹 컨트롤리스크 Control Risks 대표.
18년 경력의 기업 리스크 전문가

루치르 샤르마
모건스탠리 신흥시장 책임자.
'브레이크아웃 네이션즈 Breakout Nations' 저자

허시유
중국 푸단대 경제학 교수.
서울대 경영학 석ㆍ박사 과정 수료
대외경제정책연구원과 일본 동아시아발전연구소에서 근무


"한국은 이제 더 이상 강대국 사이에 낀 작은 나라가 아닙니다. 국제 경제를 주도하는 글로벌 브랜드죠."


박근혜 대통령 정부가 출범했다. 하지만 경제 상황이 그리 녹녹하지 않다. 지난해 국내 경제 성장률은 간신히 2.0%를 기록했다.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한국은행은 올해 한국 경제가 2.8%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 전망치 3.0%보다도 0.2%포인트 낮다. 게다가 세계 경제 흐름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 글로벌 경제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영향력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런 악재 속에 박근혜 정부는 신성장 에너지로 '창조경제론'을 지목했다. IT를 활용해 산업 생산성을 늘리고 일자리 창출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또 '성장과 복지'를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반 성장할 수 있는 '균형 생태계' 조성이 목표다. 해외 전문가들은 2013 한국 경제와 '창조경제론'이 몰고 올 변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서비스 경쟁력 강화… 경제 탄력성 회복해야"


루치르 샤르마 모건스탠리 신흥 시장 책임자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은 4% 정도로 예상됩니다. 한국은 이미 15년 전에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를 넘어섰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제조업에 의존하는 경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생산되는 조선, 자동차, 스마트폰, 화장품 등의 제품들은 세계 수출시장에서 높은 경쟁력을 자랑합니다.

하지만 최근 서비스업이 제조업보다 높은 두자릿수 성장률을 보이며 한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특히 건강, 교육, 통신분야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죠. 2010년부터는 문화와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도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K-Pop이 점점 다른 서비스업으로 확대되어 관광업과 의료업 등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주고 있습니다.

앤디 서워 미국 포춘지 편집장 15년 전에 비해 한국이 글로벌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습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세계 경제 성장의 중심축 역할을 할겁니다. 5년 전만 해도 한국 기업의 브랜드 가치는 상대적으로 낮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삼성 스마트폰, 현대·기아차 제품이 멋진 것(It's cool)으로 간주됩니다. 품질에 대한 신뢰도 강하고요. 게다가 K-Pop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인지도도 향상됐습니다. 다만 박근혜 대통령이 어떤 인물인지에 대해 아직 해외에서 잘 알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중국과 미국을 연결해주는 매우 중요한 국가의 리더로서 어떤 리더십을 보일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리처드 페닝 컨트롤리스크 CEO 한국은 이제 더 이상 강대국 사이에 낀 작은 나라가 아닙니다. 국제 경제를 주도하는 글로벌 브랜드죠. 개발도상국이 아닌 선진국이며, 단순 아시아 국가가 아닌 글로벌 국가입니다. 그런 면에서 한국의 글로벌 기업들은 사업 탄력성을 유지해야 합니다. 수많은 악재가 겹칠 수 있고 예상치 못한 사건이 터질 것에 대비하여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해 둬야 하죠.

드와이트 퍼킨스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 한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은 3.5% 정도로 예상됩니다. 일반적으로 1인당 국민소득이 1만5,000달러를 넘어서면 경제 성장률이 둔해지기 마련이죠. 한국은 이미 오래전에 그 수준을 넘어 이제 5%대 성장률 달성은 매우 어려울 전망입니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서비스업 경쟁력 강화입니다. 구조개선을 통해 낡은 규제를 완화하고 외국 기업이나 해외투자자가 사업을 하기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여전히 한국 기업에 대한 보호정책들이 많아 활발한 시장경쟁이 어려운 상황이죠. 추가로 한국 교육 시스템의 개선과 대학 교육의 선진화가 이뤄져야 하겠고, 인구노령화에 대비한 효과적인 복지시스템 구축도 시급해 보입니다.

허시유 푸단대 경제학 교수 2013년 한국 경제는 전년과 비슷한 수준의 2~3% 경제성장률을 유지할 것입니다. 외부 경제 환경이 수출시장 확대로 이어지지 못할 전망이고 박근혜 정부의 실용주의는 부정적인 해외 시장과 맞물려 성장을 유발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 한국은 경제규모가 커짐에 따라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고 봐야 하겠죠. 수출업 부진은 심각한 경제 타격을 불러 올 수 있습니다. 현재는 원화강세로 인한 수출둔화가 가장 큰 위협으로 예상됩니다.


"재벌 성장은 한계 … '창조경제' 형성해야"


퍼킨스 최근까지 한국 경제는 다른 국가에서 먼저 개발한 제품을 더 싸고 좋게 생산하는 데 주력해왔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혁신'이 가미된 제품을 만들어야 성장할 수 있습니다. 70~80년대 처럼 정부 주도하에 성장을 이끌어 내기는 어렵습니다. 교육을 강화해서 사회적으로 자연스러운 '혁신'이 일어날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겠죠. 한국은 최고 수준의 수학, 과학 교육을 자랑하지만 교육구조의 문제 때문에 창의성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과도한 재벌 개혁은 반대합니다. 단순히 기업규모가 크기 때문에 또는 점유율이 압도적이라서 개혁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럴 경우 오히려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죠. 재벌 독점 문제가 시장경쟁 문화를 해친다면 어느 정도의 규제나 개혁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재벌이 '창조경제' 또는 '혁신'을 주도할 수는 없습니다. 삼성은 훌륭한 업적을 이루고 있습니다만, 그들에게서 빌 게이츠 Bill Gates 같은 혁신적인 기업가가 나오긴 어렵죠.

서워 한국 경제는 재벌뿐 아니라 벤처 스타트업 기업들이 함께 경제를 주도하는 형태로 변해야 합니다. 정부가 나서서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에 세금감면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전체적인 시장 이미지 개선에 나선다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대기업을 선호하는 한국의 젊은이들과 달리 미국의 젊은이들은 실리콘밸리 같은 스타트업 시장을 더 선호합니다. 더 흥미진진하고 장래성이 높기 때문이죠.

정부가 초기 시장 형성에 도움을 주면 그 후에는 민간기업들이 주도적으로 성장시켜야 합니다. 대표적인 예로 LS가문의 브라이언 구 Brian Koo(한국명 구본웅)가 실리콘밸리에 세운 벤처캐피털 포메이션 8 Formation 8이 있습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이 실리콘밸리로 진출하고 한국 대기업과 신생기업을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한국에 실리콘밸리 같은 스타트업 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 중 입니다.

페닝 경제가 발전하기 위해선 글로벌 기업도 필요하지만 강력한 중소기업 시장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독일의 경우 글로벌기업도 많지만 중소기업 시장도 대단히 활성화 돼 있습니다. 탄탄한 중간 시장은 독일 경제 성공의 숨은 공로자죠. BMW나 폴크스바겐 같은 대기업만 있는 게 아니라 견고한 '창의산업' 시장이 있다는 사실은 한국 경제가 배우고 닮아야 할 부분이죠.

샤르마 어떤 경제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균형 있는 생태계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한국 경제는 높은 대기업 의존도에도 불구하고 지속성장을 이루며 삼성이나 현대 같은 '독재적인' 기업구조가 효과적일 수도 있다는 걸 입증했습니다. 가장 강력한 기업구조는 전문경영인이 운영하는 가족 소유의 상장기업이라는 말을 증명한 셈이죠. 물론 한국 경제는 가계부채가 GDP의 70%로 역대 최고 수치를 보이고 있고, 소비자 경제성장 기여도 또한 2010년부터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는 등 많은 불안요소가 있습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균형 경제에 대한 기대감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은 고무적입니다. 이런 균형경제 움직임을 미리 감지한 대기업들은 제과점이나 편의점 사업 등을 포기하기도 했죠. 이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경제성장을 위한 견고한 토대를 형성할 겁니다.

허 한국 경제는 제조업 기반으로 성장해 왔습니다. 하지만 비용증가 문제는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전향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창조경제'와 '혁신기반' 전략이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이유죠. 반면 몇몇 대기업은 '혁신'을 위해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할 것입니다. 대기업 입장에서는 특정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사업을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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