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제3차 버블 시대의 생존전략

WORLD ECONOMY

지금 미국에선 IT와 부동산에 이어 채권이 부풀어 오르고 있다. 이른바 채권버블이다. 매달 850억 달러에 달하는 채권을 매입해 돈을 풀고 금리를 제로로 만들고 있다. 채권구매는 이젠 위험한 상황에 이르렀다. 금융자산보다는 실물의 비중을 높일 때가 왔다. 실물 경제가 강한 아시아 국가 투자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자본주의는 자본, 즉 금융이 중심이다. 금융은 ‘돈이 순환하는 것’이다. 돈은 속성상 빠른 속도로 돌아야 문제가 없다. 만약 속도가 떨어지면 그때가 가장 위험하다. 전 세계적으로 화폐 유통 속도가 뚝 떨어졌다. 이는 빠른 속도로 끝없이 돌아야 하는 금융의 속성에 반하는 현상이다. 금융의 본질에 금이 가기 시작하면서 제조업은 떠났고, 화폐와 서비스만 남은 3차 산업국가 미국과 유럽, 일본이 난리가 났다.

아담 스미스의 분업론은 자본주의의 교과서다. 분업의 원리는 대량생산을 전제로 하고 원가를 절감해 시장을 확보하고 고정비를 낮춰 돈을 버는 것이다. 소위, ‘규모의 경제’를 끝없이 추구하는 것이 자본주의의 속성이고, 이는 바로 자본주의의 핵심인 금융의 속성이기도 하다.

금융산업은 그 자체로는 불임 산업이다. 두 사람이 서로 주식을 사고팔아 만 원짜리 주식을 천만 원짜리로 만들고, 두 사람이 돈 빌려 주고받기를 천 번 반복해서 만 원으로 천만 원의 예금과 대출자산을 만든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돈은 반드시 제조업을 통해야만 새끼를 칠 수 있다. 그 자체로는 아무리 사고팔아도 부가가치를 만들 수 없는 불임 산업이다. 그림자가 아무리 길어도 해가 지면 없어지는 법이다. 금융이 아무리 난리를 쳐도 실물이 쪼그라들면 그림자인 금융은 더 크게 쪼그라들게 되어 있다. 그게 자본주의의 본질이다.

실물 경제의 3배에 달하는 금융자산을 만든 것이 최근 20년간 미국이 주도한 세계 경제 번영의 진실이다. 2007년 실물 경제의 3배나 되는 금융자산을 만들었다가 버블이 터지면서 금융자산이 10% 정도로 줄어들자 돈이 돌지 않았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자본주의는 돈이 만든 권력이다. 돈은 돌아야 돈이다.

돈은 정보를 따라 흐른다. 정보는 자동차와 IT를 통해 움직인다. 정보를 찾으러 가는 수단인 자동차와 찾은 정보를 전달하는 정보통신기기가 ‘자본주의 왕국’ 미국의 경쟁력이다. 결국 자본주의의 혈액인 돈이 흐르지 않고 동맥경화가 생기면 바로 경제에 문제가 발생한다. 막힌 곳은 부풀어 올라 버블이 생긴다. 지금 미국의 혈관이 2000년 이후 세 번째로 부풀어 올라 있다. IT버블, 부동산버블에 이어 채권버블이다.

돈이 될만한 새로운 사업을 만들어야 황금을 찾으러 자동차를 타고 가고, 캐낸 황금을 정보의 바다에 내다 팔아 돈을 번다. 그런데 지금 피가 돌지 않아 문제가 생겼다. 막힌 곳을 뚫는 것이 아니라, 프린터로 만든 돈으로 외부 수혈만 자꾸 하고 있다. 당장은 숨쉬기 쉽지만 막힌 곳은 더 크게 부풀어 오르고 새로운 버블이 생긴다.

지금 미국에선 부동산에 이어 채권이 한껏 부풀어 오르고 있다. 매달 850억 달러에 달하는 채권을 매입해 돈을 풀고 금리를 제로로 만들고 있다. 실업률이 6.5%, 물가가 2.5%될 때까지 프린터로 찍은 돈으로 무한대의 수혈을 한단다. 이는 도덕불감증에 걸린 미국 정치인들이 미래에 태어날 아이들의 주머니를 털어 사상최대의 채권버블을 만들고 있는 것일 뿐이다.

일본도 미국을 따라하고 있다. 팔다리에 피가 안 돈다며 동맥경화에 걸린 혈관에 마구 수혈을 하고 있다. 심장과 가까운 가슴과 머리는 부풀어 얼굴에 화색이 돌고 가슴도 벌떡벌떡 뛰는 것처럼 보이지만 말초신경과 미세혈관이 있는 팔다리는 더 썩어 간다. ‘아베노믹스’는 엔저를 만들어 몇 개 대기업을 돕고 있지만, 그 본질은 수입물가 상승으로 노령화 사회에 들어선 일본 노인들의 주머니를 터는 일이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면 가랑이가 찢어질 뿐이지만 정보화시대에 남의 것을 베끼면 바로 죽음이다. 미국을 그대로 베끼고 있는 일본이 지금은 희희낙락하고 있지만 얼마나 오래갈지 의문이다. 최고 제품으로 승부하지 않으면 안 되는, 금메달만 존재하는 세상이 21세기 정보화 시대다. 그나마 국제경쟁력이 있는 일본 자동차 업계에겐 환율하락이 의미가 있다지만, 이미 2, 3류로 전락해 국제경쟁력이 없어진 다른 업종에겐 약발이 먹힐 리가 없다. 결과가 어떨지 예상되는 것을 일본이 답이라고 그대로 베끼면 결국 답을 알고 있는 투기세력, 미국의 금융업자와 전 세계 헤지펀드의 배만 불리고 일본은 국부가 털리는 결과가 나올 것은 뻔하다.

서비스산업으로 이전을 완료한 나라가 닦고 조이고 손에 기름 묻히는 제조업으로 다시 돌아간 예는 역사상 없다. 일하기 싫은 젊은이들이나 노인만 있는 나라에서 새로운 산업이 일어나기는 어렵다. 지금 미국, 유럽, 일본이 그렇고 한국도 이미 그 조짐을 보이고 있다.

황금은 세계 경제 광산의 산소 부족을 알리는 새 ‘카나리아’에 비유할 수 있다. 황금 가격의 역수가 세계 경제의 건강지수다. 조개, 금, 종이화폐, 플라스틱 머니로 금융의 도구가 옷을 바꿔 입었지만 그것이 불안해지면 언제든지 황금으로 돌아간다. 네덜란드의 ABN AMRO가 금을 맡긴 고객들에게 실물 금이 없다고 고백하고 시가에 해당되는 화폐로 지급하겠다고 통보하자 난리가 난 적이 있다. 독일은 미국에 맡긴 실물 금을 인출하고 있다. 인도와 중국은 전 세계에서 매물로 나오는 금을 모조리 사들이고 있다. 한국에서도 종합소득세 기준을 낮추자 황금 바가 동이 났다. 산소 부족을 알리는 황금, 카나리아가 보내는 세계 경제의 조짐은 이상 신호다.

역사는 항상 반복되고 미래는 과거로부터 흐른다. 역사적으로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등 모든 강대국들은 금리가 최저로 갔다가 반등할 때 대국의 패권을 내놓았다. 미국, 유럽, 일본이 제로금리에서 벗어나는 순간 전 세계 채권시장은 폭락을 맞이할 것이다. 과잉유동성의 저주다. 1788~2000년 동안 세계가 겪은 22차례의 경제위기는 신기술, 신시장, 통화발행, 전쟁, 소득분배 5가지 가운데 하나를 통해서 벗어났다. 기축통화국 미국과 유럽, 일본은 돈을 찍고 있다. 세계의 공장으로 떼돈을 번 시진핑의 중국은 번 돈의 재분배를 통해 위기를 벗어나려 하고 있고, 세계 최악인 북한은 전쟁으로 한몫을 잡으려 하고 있다.

지금 세상에 부족한 것은 ‘돈이 아니라 실물’이고 ‘총이 아니라 인류를 더 잘 살게 할 신기술’이다. 디레버리징에 들어가야 할 미국과 유럽 그리고 먼 남미의 브라질까지 가서 채권을 사는 것은 이젠 위험하다. 금융자산보다는 실물의 비중을 높이고, 실물 경제가 강한 아시아국가 투자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일자리 창출과 부동산가격의 회복은 중앙은행의 인쇄기가 아니라 신기술이 만든 신성장산업에서 나온다. 신소재, 전기자동차, 신재료, 첨단장비, 환경보호, 바이오, 첨단IT 등 신기술에 앞선 나라에서 강한 기업을 골라 돈을 묻어두는 혜안이 필요하다.


전병서 소장은…
대우증권 리서치본부장과 IB본부장을 역임했다. 한화증권 리서치본부장을 거쳐 현재 경희대 경영대학원 중국경영학과 객원교수,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중국 칭화대 경제관리학원(석사), 푸단대 관리학원(석사·박사)에서 공부한 그는 현재 중국 자본시장 개방과 위안화 국제화, 중국 성장산업에 대한 연구를 주로 하고 있다. 저서로는 ‘금융대국 중국의 탄생’, ‘5년 후 중국’ 등이 있다.



관련기사



FORTUNE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