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ustration by Paul Lachine
전자제품 제조사들은 소비자들을 오해하게 만드는 안 좋은 버릇이 있다. 제품에 터치스크린과 와이파이를 채용한 뒤 '지능형' 혹은 '스마트'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이다. 인터넷 접속 능력은 결코 지능이 아니다. 전자기기가 스스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겉만 번지르르한 첨단 인터페이스가 추가된 것일 뿐이다. 진정한 스마트기기는 주변 환경을 스스로 인식해 적응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 몇 년 만 기다리면 바로 그런 기기들이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지금껏 가전업체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한 제품은 가장 널리 보급된 백색가전, 즉 냉장고다.
실제로 2000년대 초 GE는 냉장고에 들어있는 품목과 구매가 필요한 품목의 명단을 제공하는 제품으로 지능형 냉장고의 표준을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제품은 물건을 넣을 때마다 매번 바코드를 스캔해야 한다는 큰 불편함이 있었다. 지난해에도 LG전자가 이와 유사한 기능의 냉장고를 선보였지만 앞서의 문제점이 여전했다.
냉장고 스스로가 보관 중인 품목을 알 수 있게 하는 것이 자동화의 열쇠라면 저전력 무선인식(RFID) 시스템이 해법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 미국 뉴욕대학 컴퓨터공학과 학생들이 바로 이런 개념에 기반해 RFID 리더기를 부착한 냉장고 시제품을 지난해 개발하기도 했다. 물건에 RFID 태그 부착이 활성화되면 냉장고는 보관 중인 모든 품목의 내역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이미 물류업체들은 RFID 태그로 관리의 효율화를 꾀하고 있으며, 태그의 단가도 단 몇 센트에 불과할 만큼 저렴하다. 문제가 있다면 대형할인매장이나 슈퍼마켓의 경우 태그를 붙어야할 물건이 수만~수십만개에 달해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다만 이 부분은 오래지 않아 개선이 예견된다. 노르웨이 기업 씬필름이 현 RFID 태그의 몇 분의 1 가격으로 라벨에 디지털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기술개발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잉크젯 프린터로 종이에 인쇄하듯 플라스틱 기판에 정보를 인쇄하는 방식이며 내년 중 이 기술을 약품이나 식품 배송 추적에 적용한다는 목표다.
이런 기반 하에 가전제품에 센서, 컴퓨터, 와이파이가 채용되면 우리는 정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장기적으로 이 시스템들을 대형할인매장의 홈페이지와 동기화할 경우 식품 쇼핑이 완전히 자동화된다. 특정 식품이 떨어지면 냉장고가 알아서 주문을 넣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능형 냉장고가 현실화되면 특정 식품이 유통기한을 넘길 경우 사용자에게 관련정보가 전달된다. 불필요한 식품의 구입을 막을 수 있음은 물론이다.
1,350달러 미국인 4인 가족이 매년 버리는 음식물의 금전적 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