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급등 장 속의 비관론자

[INTER VIEW] Talking to a bear at a market peak

스티븐 로믹 Steven Romick은 현 주가가 결코 싸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는 다우 지수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와중에서 투자자들의 주의를 촉구했다.
by Shawn Tully


퍼스트 퍼시픽 어드바이저 First Pacific Advisors(FPA)는 때때로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하늘 같은 상승 장 속에서 어두운 먹구름처럼 보이기도 한다. 스티븐 로믹과 현 CEO인 밥 로드리게스 Bob Rodriguez 같은 FPA의 뮤추얼 펀드 매니저들은 2000년 닷컴 붕괴와 2008년 경기 침체를 예견해 한때 멸시를 받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FPA 펀드는 원금 보호를 철저히 하면서도 상당한 수익을 보장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로믹이 운용하는 110억 달러 규모의 크레센트 펀드 Crescent Fund는 지난 10년간 평균 10.4%의 연 수익률(같은 기간 S&P 500은 8.7%를 기록했다)을 달성했다. 그는 펀드 자산의 25%를 현금으로 보유해 리스크를 줄이면서도 이런 놀라운 성과를 올렸다. 1993년부터 자신의 펀드를 운용해온 로믹(49)은 재앙을 비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로믹은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기대 심리가 높아지는 시기엔 평정심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상승장은 투자자들이 신뢰할 만한 것인가?
사람들은 올해 다우 지수가 10% 이상 상승했다고 믿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단지 숫자에 불과하다. 과연 지금이 최적의 매수 타이밍이라고 믿을 만한가? 주가가 충분히 떨어지지 않은 현 시점에서 말이다. FPA는 주가수익비율(PER)을 경제학자 로버트 실러 RobertSchiller의 계산법대로 측정한다. 현 주가를 기업의 10년 평균 이익으로 나누는 것이다. 이런 기준으로 볼때 현재 주식 시장의 거래가는 1970년 평균치를 훨씬 상회하고 있다.

기업 이익 마진은 줄어들 공산이 크다. 전세계적인 세율 하락 덕분에 이익 마진은 이미 사상 최고치에 도달했다. 미국 기업들은 내수보다 해외 시장에서 더 많은 매출을 올리는 그동안의 추세 덕분에 상당한 수혜를 누려왔다. 하지만 정부가 고용률을 끌어올릴 경우 임금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임금 상승분을 제품 가격 상승으로 대체하기가 매우 어렵다. 마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얘기다.

현재 경제 성장은 기껏해야 중간 수준에 불과하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지표는 바로 고용 통계다. 2012년에는 240만 개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괄목할만한 성과가 있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에 190만 명 이상이 추가로 식량 지원 대상이 된 현실을 감안하면, 미국 경제의 근본이 과연 얼마나 견실하다고 볼 수 있을까?


그렇다면 투자자들이 어떻게 해야 하나?
사실 가장 이상적인 투자 시기는 시장 불안감이 매우 고조되고, 우량 자산의 가격이 ‘안전 한계 (a margin of safety)’에 이를 만큼 떨어져있을 때이다. 내가 투자를 하던 2008~2009년에는 시장에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게 흐르고 있었다. 불행하게도 지금은 그와 같은 공포가 사라졌다. 주가 변동성을 측정하는 변동성 지수(VIX)는 현재 11.5로 1990년 평균치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사실 2006년 12월 29일 이래 변동성 지수가 이토록 낮았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2007년 말 즈음에는 22.5까지 치솟았다.


현재 경기는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가?

2008년 경제 위기와 같은 불황이 도래할 것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현재 경기가 사람들이 믿는 것만큼 좋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예상 외로 중국이 무너질 수도 있다. 중앙은행의 과도한 통화팽창 정책에 질색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소비자 불매운동(a buyers strike)’을 벌일 수도 있다. 또 어떤 급변사태가 일어날지 그 누가 알겠나? 나도 예측이 어렵다. 하지만 소매 투자자의 경우 저금리 기조에서 수익을 내야 한다. 게다가 장밋빛 낙관론을 쉽게 믿지 않는 많은 전문가들까지 여전히 투자를 유지하며 시장 흐름에 뒤처지지 않으려 하고 있다. 당분간 이런 흐름은 시장을 더욱 상승세로 이끌 것이다.

하지만 상황이 언제 바뀔지는 아무도 모른다. 대략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자면 장기 국채나 회사채는 피하는 게 좋다. 또 수익률만을 좇지도 마라. 매스터 합자회사(MLP) *역주: 한 명의 주 파트너가 유한책임을 지는 다른 파트너들을 대신해 회사를 관리하는 합자회사와 부동산 투자신탁회사(REIT)는 피하라. 향후 몇 년간 써야 할 돈이거나, 단기 포트폴리오 손실을 감당하지 못한다면 주식에 투자하지 않는 것이 좋다.


향후 전망이 좋은 분야는?

경기를 덜 타는 글로벌 프랜차이즈를 추천한다. 경기 변동으로부터 그나마 자유로운 기업 주식은 현재 그리 싼 편이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 불안정한 시기의 수익 창출 능력면에선 조금이나마 ‘안전 한계’를 보장한다.


지금 당장 매수해야 할 종목은?

전반적으로 주식이 고평가되어 있기 때문에 딱 꼬집어 추천할 만한 종목은 없다. 그러나 세계 최대 보험회사 에이온 AON은 추천할만하다. 에이온은 최근 경기 침체기에 나름대로 선방을 한 기업이다. 다른 기업들만큼 불황에 타격을 입지 않을 글로벌 광고회사 WPP도 마찬가지다. WPP 주가가 20% 하락한다면 기꺼이 매입할 생각이다. 우리는 지난해 중반 오슬로에 소재한 오클라 Orkla의 주식을 사들였다. 북유럽 지역을 대표하는 식품업체인 오클라는 비핵심 자산을 정리하고, 식품 사업에 자본을 집중하고 있다. 오클라는 마트 사업으로 억만장자가 된 한 노르웨이 소유주가 운영하고 있다. 또 앤호이저-부시 인베브 AB InBev 역시 추천할 만하다.


현재 경기에 대한 가장 큰 우려는?
연준위가 이렇게 낮은 수준의 금리를 계속 유지할 수는 없다. 대단히 위험한 전략이다. 우리가 누렸던 경제 번영은 현 수준의 정부개입 덕분이 아니었다. 다른 시각에서 살펴보자. 연준위의 대차대조표를 확장한 차트 위에 주식 차트를 덧대보자. 분명 연준위가 새 조치를 취하자마자 위험자산이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금리는 오를 수밖에 없고 이는 회복세를 가로막을 공산이 크다. 금리가 인상될 경우, 초저금리 정책이 그동안 수익을 필요로 하거나 원하는 투자자들의 비정상적인 투기 심리를 파고들어 얼마나 자본 배분을 왜곡했는지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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