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미국의 400대 부자: 특권 계층이 아니라도 될 수 있다(정말로!)

by Geoff Colvin 포춘 칼럼니스트


경제 불평등이 심화되는 시점에서, 이 문제를 자세히 다뤄볼 필요가 있다. 월가 점령시위(Occupy Wall Street)가 부활할 조짐을 보이면서, 상상을 초월하는 상위 1% 부자에 대해 또 다시 많은 얘기를 듣게 될 것이다.

하지만 거의 모든 논쟁이 빈약한 근거에 기반하고 있다. 아무도 말하지는 않지만 추정이 잘못됐다. ‘상위 1% 부자는 매년 엄청난 돈을 긁어 모으는 방법을 찾아낸 금권 정치가들(plutocrats)’이라는 가정하에서 이 논쟁이 시작된다. 예컨대 경제학자 이매뉴얼 사에스 Emmanuel Saez의 연구 내용에 대한 뉴욕 타임스의 기사는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새로운 데이터에 따르면, 경기 회복기에 상위 1% 부자의 소득은 11% 이상 증가했다. 반면 나머지 99%의 소득은 증가하지 않았다.” 이를 보면 맨해튼 고층 건물이나 실리콘밸리 본사에서 매년 엄청나게 불어나는 소득을 즐기는 누군가의 모습이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현실은 이와 다르다. 우리의 상상이나 오래된 고정 관념, 혹은 정치적 수사가 아닌 최근 자료에 근거한 최상위 부유층의 모습은 사뭇 다르게 나타난다. 가장 큰 차이점은 미국 최고 부자가 항상 고정된 특정 집단이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 부자들은 매년 바뀌고 있다. 미국 국세청은 상위 1% 부자와 관련된 자료를 공개하지 않지만, 미국 400대 부자라는 특권 계층에 관한 자료는 공개한다. 가장 최근 자료는 1992년부터 2009년까지의 소득을 자세히 보여주고 있다. 미국 400대 부자에 진입하려면, 2009년 기준으론 7,740만 달러의 소득을 충족해야 했다. 2007년에는 1억 3,880만 달러로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가장 눈에 띄는 자료는 지난 18년 동안 400대 부자 리스트에 포함됐던 사람들의 숫자에 관한 것이다. 당신은 몇 명으로 예상하는가? 500명? 800명? 아니면 1,000명? 정답은 3,869명이다. 가능한 숫자인 총 7,200명(18년x400명) 가운데 여러 번 올랐던 경우를 제외한 수치다. 이들 중 73%가 18년 동안 400대 부자 리스트에 정확히 1번 올랐다. 최상위 부자는 인도의 카스트 제도처럼 배타적인 집단이라는 고정관념과 달리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대부분은 특정한 해에 엄청난 돈을 벌었다.

근로소득이 400대 부자의 부 축적에 크게 기여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별로 놀랍지 않다. 조사 기간 중 최근 5년 동안, 근로소득은 전체 수입에서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고정관념과 달리 이자와 배당금으로도 그렇게 많은 돈을 벌진 못했다. 최근 몇 년간 전체 수입에서 15~20%에 그쳤다. 이제까지 부 축적에 가장 많은 기여를 한 수입원은 자본 소득이다. 몇 년간 자그마치 70% 이상을 차지했다.

여기서 이런 그림이 그려진다. 누군가 자산을 매각한다. 아마 회사나 그 지분을 매각한다. 그는 회사를 키우는 데 평생을 바쳤다. 또 운 좋게도 괜찮은 인터넷 회사에 투자를 했다. 투자 지분을 현금화해 대박을 터트린다. 그래서 400대 부자 리스트에 한 번 이름을 올린다. 하지만 곧 리스트에서 사라진다.

통계 자료와 소득 불균형 논쟁에 각각 등장하는 부자 모습의 차이는 중요하다. 이 두 개의 관점은 경제 구조를 완전히 다르게 바라보기 때문이다. 하나의 시각에서 보면, 최고 부자는 영원히 변치 않고 자기들끼리만 편안하게 놀 수 있는 클럽 같은 곳이다. 이들은 경제 활동에 따른 보상을 독식하기 위해 ‘게임 규칙’을 조작하기도 한다. 반대로 통계 자료에 근거한 시각에서 보면, ‘최상위 부유층’은 배타적이기보다 상당히 개방된 사람들의 모임이다. 연평균으로 따져봐도 다수의 부자들이 400대 리스트에서 탈락하고, 그 자리를 새로운 부자들이 상당수 메운다. 한쪽 시각에서만 보면 미국은 특권과 불평등의 땅이다. 하지만 다른 시각에서 보면 매우 특별한 기회의 땅인 셈이다.

확실한 건 400대 부자 가운데 소수만이 그 자리를 계속 지킨다는 사실이다. 18년 연구 기간 동안 리스트에 진입한 모든 부자 가운데 2%만이 10회 이상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은 분명 예외에 속한다. 거의 어느 누구도 정상에 오래 머물지 못한다. 이것이 평균적인 모습이다.

개인소득신고 양식 1040을 작성할 때, 당신은 최상위 부유층의 유리한 입지를 질투할 수도 있다. 그러나 400대 부자도 매년 바뀐다는 사실을 상기하라. 그들을 부러워 하더라도, 부자나 부자를 만들어내는 지금의 경제 시스템에 분노하지는 마라. 그들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과 전혀 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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