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에너지음료 폭풍성장의 비밀

시장규모 1년 새 5배 확대

에너지음료 시장이 한국 시장에 상륙한 지 올해로 3년이 된다. 도입 초기 사업철수 의견까지 분분했던 에너지음료 시장은 2011년 200억 원에서 2012년 1,000억 원 규모로 5배 급성장했다. 에너지음료 시장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
사진 윤관식 기자 newface@naver.com

에너지음료 시장이 폭발적인 성장을 하고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에서는 박카스, 비타500 등 자양강장제나 피로회복제가 강세다.

에너지음료와 자양강장제 및 피로회복제는 식품분류 및 마케팅 측면에서 확연하게 다르다. 식품분류적인 측면에서는 박카스 등의 자양강장제는 제약사에서 무수카페인 등 제약 원료를 사용해 만든 의약외품이며, 에너지음료는 음식료사에서 과라나 천연카페인 등 식품 원료를 사용해 만든 일반음료다. 일반음료와 ‘에너지음료’를 구분할 수 있는 특별한 기준은 없다. 모두 일반음료 기준에 따르며 일반 매장에서 비타민음료 등의 피로회복제와 에너지음료를 구분하는 것은 마케팅 카테고리의 분류일 뿐이다.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음료 시장을 개척하고 키운 것은 ‘레드불’로 평가 받는다. 레드불은 1984년 설립됐다. 오스트리아인 디르리히 마테쉬츠 Dietrich Mateschitz는 1979년 업무 차 태국에 들렀다가 피로회복제 ‘크라팅 다엥 Krating Daeng’을 마시게 됐다. 그는 이때 시차로 인한 피로가 사라지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됐는데 이를 계기로 크라팅 다엥을 유럽 시장에 진출시킬 사업을 구상하게 된다. 이후 크라팅 다엥의 제조회사인 태국의 TC 파마슈티컬 Pharmaceutical 소유주 찰레오 유비디야 Chaleo Yoovidhya와 지분을 공동투자해 레드불 GmbH를 설립, 1987년 조국인 오스트리아에서 레드불을 첫 출시하게 됐다. 레드불은 ‘붉은 황소’란 뜻을 가진 ‘크라팅 타엥’ 태국 브랜드명을 영어 이름으로 바꾼 것이다.

레드불이 크라팅 다엥과 완전히 똑같은건 아니다. 마테쉬츠는 크라팅 다엥에서 설탕을 줄이고 탄산수를 첨가하는 등 제조방법에 변화를 줬다. 그렇다고 해서 기존의 피로회복제와 완전히 구별되는 새로운 종류의 음료가 나온 건 아니었다. 에너지음료들이 제조방법을 비공개로 하고 있음에도 성분 면에서 피로회복제와 큰 차이가 없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곽태환 웅진식품 마케팅본부 과장은 말한다. “뿌리는 같습니다. 에너지음료 자체가 자양강장제나 피로회복제에서 시작했죠. 내용물 속성만 보면 비슷하게 생각될 수도 있죠. 하지만 브랜드 포지셔닝에서 차이가 납니다. 기존의 것들은 피로회복이나 각성제 등의 기능적인 측면에만 치중했죠.

에너지음료는 여기에 브랜드 가치를 더했습니다. 기능적인 부분 외 익사이팅하고 파이팅 넘치는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냈죠.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에너지음료가 음료브랜드를 넘어 문화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에너지음료의 위상이 대단하다. 젊은이들에겐 하나의 문화처럼 인식되고 있다. 이는 이들 에너지음료들이 클럽 마케팅을 많이 펼친 것도 이유지만, 익스트림스포츠나 마이너 문화에 대한 지원을 통해 피 끓는 젊은이들의 감성을 자극했던 게 주효했다.

우리나라에는 2010년에 에너지음료가 처음 등장했다. 2010년 이전에도 비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해외의 유명 에너지음료들이 유통되기는 했으나, 공식적으로는 2010년 3월 롯데칠성음료에서 출시한 ‘핫식스’가 최초다. 당시 에너지음료 자체에 대한 인지도가 워낙 낮았던 탓에 출발이 순탄치는 않았다. 유통업계 복수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2011년까지 핫식스를 비롯한 국내 에너지음료들은 떨이로 팔거나 재고처리하는 경우가 잦았다. 내부적으론 에너지음료에 대한 사업철수 의견도 분분했다.

위기를 맞던 에너지음료 시장이 극적인 반전에 나서게 된 건 국내에 ‘레드불’이 론칭되면서부터다. 2011년 8월, 동서식품에서 레드불을 수입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레드불은 출시 이전부터 국내에 상당한 인지도를 가지고 있었다. 유튜브 등을 통해 각종 익스트림스포츠에서 레드불의 로고를 봐왔던 젊은 층에게 레드불의 국내 출시는 큰 이슈였다. 이는 결과적으로 에너지음료 전체에 대한 인지도 제고 효과를 가져왔다. 2011년 200억 원이었던 국내 에너지음료 시장은 2012년 1,000억 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레드불이 국내 에너지음료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지만 그 혜택은 핫식스에게 더 많이 돌아갔다. 에너지음료의 최대 매출처인 편의점 업계 발표 자료를 보면, 2012년 전체 에너지음료 판매에서 핫식스가 63.3%(CU편의점 조사·핫식스 255ml, 355ml 통합)를, 레드불이 26.3%를 차지했다. 업계 순위로는 각각 1, 2위로 두 업체의 과점현상이 눈에 띈다. GS25 편의점 기준으로는 핫식스가 61.9%, 레드불이 23%이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말한다. “핫식스의 내부적인 노력도 있었습니다만 경쟁 브랜드 다양화 등의 시장 환경 변화에 따른 부가이익도 있었습니다. 단일 브랜드만으로 신규 카테고리를 도입하고 성장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여러 경쟁 브랜드가 이슈를 만들고 활발한 마케팅을 펼치면서 시장이 형성되는 거죠. 이 과정에서 핫식스가 품질이나 마케팅 등의 우위로 인해 상대적으로 이익을 더 많이 본 겁니다.”

좀 더 노골적인 의견도 있다. 제3의 관계자는 말한다. “핫식스의 성공은 상당 부분 레드불 국내 출시에 기인합니다. 레드불이 우리나라에 에너지음료라는 새로운 카테고리의 성장 가능성을 제시해줬지만 너무 비쌌죠. 가격 논란이 있었습니다. 에너지음료의 주 소비자층은 20~30대 젊은이들인데 이들이 당시 2,900원이나 하는 레드불을 사먹기 쉽지 않았죠. 그래서 바로 옆에 놓인 1,000원짜리 핫식스로 손이 간 겁니다.

레드불이 핫식스보다 3배 효과가 있는 것도 아니니 당연한 선택이었는지 모릅니다.” 가격 논란을 의식한 듯 레드불은 올해 2월부터 2,900원에서 2,000원으로 가격을 31% 인하했다. 레드불은 고가전략을 취해 성공한 브랜드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이번 가격 인하에는 상당한 진통이 뒤따랐다.

고가전략을 유지하려는 레드불 본사와 상당한 마찰이 있었을 것이란 업계의 후문과 함께 ‘가격 인하 시기가 너무 늦었다’라거나 ‘여전히 비싸다’라는 소비자 및 유통업계 관계자들의 비판이 있었다.

업계 1, 2위인 핫식스와 레드불은 국내 브랜드와 해외 브랜드라는 구별 외에도 마케팅 측면에서 대조적이다. 레드불은 세계 시장에서 썼던 전략 그대로 국내에서도 익스트림스포츠 지원을 통한 저변 강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역동적인 이미지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다. 레드불은 격렬한 운동과 함께 하는 스포츠음료 이미지로 소비자에게 어필한다.

핫식스는 일상적인 삶, 일상적인 음료로 마케팅 대상을 레드불보다 넓게 잡고 있다. ‘청춘차렷!’ TV 광고가 그 예다. 광고 속 인물들은 평범한 대학생들로, 핫식스 역시 커피를 대체하는 정신집중 음료 정도로 나온다. 한국의 주 소비자층인 20~30대 젊은이들이 어떤 상황에서 에너지음료를 찾는지 잘 짚었다는 평가다. 밤을 샌다든가 시험공부를 한다든가 하는 상황에서 에너지음료를 찾는 비중이 더 크다는 것이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말한다. “글로벌 에너지음료 브랜드 중 하나를 수입해 판매할 수도 있었지만, 국내 1위 음료 업체로서 에너지음료를 만드는 데 충분한 역량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리딩브랜드로서의 선점효과, 우수한 품질, 합리적인 가격과 함께 대학생과 직장인 등 타깃 마케팅을 통한 브랜드 선호도 증가로 앞으로도 1위 수성이 무난할 것이라 예상합니다.”

중간 그룹에선 해태음료의 ‘볼트 에너지 블루’와 웅진식품의 ‘락스타’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 볼트 에너지 블루와 락스타는 각각 지난해 11월과 10월에 론칭했다. CU 편의점 2012년 4분기 판매에서 11.1%, 2.2%를 차지했고 올해 2월, 3월 판매에서는 13.6%, 3.8%(락스타는 ‘락스타 엑스듀런스’ 통합)를 차지했다.

흔히 세계 3대 에너지음료 브랜드로 레드불, 몬스터, 락스타를 꼽는다. ‘락스타’ 역시 레드불과 같은 글로벌브랜드다. 미국 브랜드로 2001년 론칭했으며 미국 에너지음료 시장의 15% 정도를 점유하고 있다. 독일 등에서는 레드불이나 몬스터와 비등한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웅진식품이 락스타를 수입, 판매하고 있으나 아직 상위권으로 도약하지는 못하고 있다. 곽태환 웅진식품 마케팅 본부 과장은 말한다. “시장 참여가 늦었습니다. 후발주자다 보니 포지셔닝 설정이 약했죠. 커뮤니케이션 툴을 많이 사용했어야 했는데 출시된 기간이 너무 짧다 보니 그러질 못했습니다. 락스타라는 이름처럼 언더그라운드 음악시장 마케팅을 활용한 저변 확대로 시장점유율을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해태음료의 ‘볼트 에너지 블루’는 락스타보다 론칭 시점이 한 달 더 늦지만 시장점유율은 훨씬 앞선다. ‘원 플러스 원’ 행사 등 공격적인 프로모션과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을 사용한 결과다. 타사에서 기능적 측면에 집중했다면 볼트 에너지 블루는 음료수 본연의 ‘맛’에 포인트를 뒀다. 블루베리 과즙이 함유된 ‘맛있는 에너지음료’라는 차별화된 콘셉트가 주효했다는 평가다.

이미 출시된 에너지음료의 수가 상당했던 시점에서 해태음료가 시장진입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아이러니하게도 시장이 과점상태였기 때문이다. 볼트 에너지 블루 홍보를 담당하고 있는 이인익 LG생활건강 홍보팀 차장은 말한다. “2012년에 국내 에너지음료 시장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으나 핫식스와 레드불 외에는 눈에 띄는 신제품들이 없었습니다. 당시 저희가 판단하기에 핫식스가 64%, 레드불이 33% 정도 점유율을 보이고 있었거든요. 그게 오히려 볼트 에너지 블루의 론칭 계기가 됐습니다.”

LG생활건강은 2011년 1월 해태음료의 지분 100%를 인수했다. 최근 국내 에너지음료 업계 중 일부는 카페인 함량을 줄이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핫식스는 이미 지난해 11월 카페인 양을 절반으로 줄인 ‘핫식스 라이트’를 출시했다. 250ml 핫식스에는 60mg의 카페인이 들어있지만 핫식스 라이트에는 30mg의 카페인만 들어 있다. 볼트 에너지 블루 역시 카페인 함량을 줄인 리뉴얼 제품 출시를 준비 중이다. 250ml 볼트 에너지 블루는 60mg의 카페인을 함유하고 있다.

이런 추세는 건강 이슈와 관련돼 있다. 최근 고카페인이 든 에너지음료를 먹고 건강에 이상이 생기거나 심지어 사망한 사례가 보도된 것이 소비자들의 경각심을 불러 일으켰다. 에너지음료가 건강을 위협할 정도의 고카페인을 함유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지난해 10월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발표한 ‘국내 유통중인 에너지음료 등 카페인 함량 조사결과 발표’에 따르면 조사 항목에 들어간 에너지음료, 액상커피, 커피전문점 커피, 조제커피, 캡슐커피 등 대부분의 제품이 고카페인 함유 제품에 해당되지만 에너지음료가 월등히 많은 카페인을 함유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일반 커피 제품이 훨씬 많은 양의 카페인을 함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핫식스, 레드불의 경우 카페인 양이 60mg(250ml 기준) 초반이었다. 조사 이후 출시된 볼트 에너지 블루 역시 60mg이고, 락스타는 58mg이다. 액상커피는 조사된 47개 제품 중 14개 제품이 (1회 제공량 카페인 양이) 100mg을 넘는다. 액상커피 중 가장 많은 카페인을 함유한 제품은 ‘조지아 에 메랄드 마운틴 블랜드 미당’으로 156.25mg이나 된다. 커피전문점 커피들은 커피 종류별 카페인 평균이 모두 100mg이 넘는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에너지음료 업체들의 고카페인 논란과 관련한 반박이 있을 법도 하지만 그런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한 군데도 없다. 국내 에너지음료 브랜드의 경우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 일 없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맞다면 맞는거고 틀리다면 틀린 겁니다. 굳이 반박할 생각이 없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해외 에너지음료 브랜드 관계자들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이들은 오히려 이런 논란이 에너지음료 판매에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말한다. “과장된 에너지음료에 대한 이슈들은 오히려 익스트림한 브랜드 이미지에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도대체 얼마나 세기에 그런 말들이 나돌까?’ 하는 식이죠. 우리가 타깃으로 하는 주 소비자층에게는 그런 부분이 오히려 제품구매를 설득하기도 할 겁니다.”

최근에도 새로운 에너지음료 출시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식품의약품 안전청은 에너지음료 11개 업체 15개 제품을 조사했다. 이마저도 에너지음료 전체를 전수 조사한 것이 아니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한 관계자는 “(에너지음료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신고·관리할 뿐더러 음료수업으로 인·허가가 나기 때문에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도 에너지음료란 이름으로 유통되고 있는 전체 음료의 종류가 얼마나 되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에너지음료 업계는 2012년과 같은 급격한 성장은 아니지만 당분간 꾸준히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략 20~30% 수준의 성장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CU편의점 조사자료에서는 음료군 내 에너지음료 점유율이 2012년 1.5%에서 2013년 들어 2월 현재 2.2%로 늘었다. 올해 시장 성장성을 예측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시장의 성장과 동시에 업계의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에너지음료 최대 매출처가 편의점인데, 이들 편의점에 입점할 수 있는 에너지음료 수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말한다. “해외 음료시장의 경우 에너지음료 시장이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데 반해 국내시장은 아직 성장단계에 있습니다. 성장단계라고 해서 모든 업체들이 이익을 본다는 뜻은 아닙니다. 경쟁이 치열해질 테니까요.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브랜드는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브랜드들은 도태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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