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적수가 없는 미국

지금쯤이면 ‘미국의 세기’는 끝났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종말에 대한 주장들은 과장인 것 같습니다.

by Stanley Bing (포춘 칼럼니스트)


모든 미국인들이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는 사실에 동의할 겁니다. 경기침체, 주택시장 붕괴, 우리가 맡긴 돈을 멍청하게 운용한 금융권, 속이 답답해 보이는 정치 지도자들. 그러나 아마도 이런 난국 속에서 가장 견디기 힘든 일은 미국 종말에 관해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억측들을 참고 들어야 한다는 것일 겁니다. 다른 나라들이 세계 중심이 돼서 완전히 다른 장단에 따라 세계를 이끌어 갈 것이라는 웃기는 주장들입니다.

대부분의 이런 주장들이 터무니없다는 걸 알게 되면 재미있지 않을까요? ‘아메리칸 드림의 종말’을 다룬 이야기의 전말을 살펴봅시다. 이번호에서 다룬 역사적 경쟁 관계를 고려하다 보니, 새삼 한 가지 사실이 명확해졌습니다. 특별한 ‘거대 기업’ 미국의 적수는 아직 없다는 점입니다. 오래전에는 더 레즈 The Reds가 미래의 희망인 줄 알았습니다. 공산주의자들 말입니다. 그들은 침대 밑에 숨어 미국을 공격하려 했던 적일 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의 마음과 정신을 빼앗았던 라이벌이었습니다. 결국 맥도날드 햄버거, 청바지, 그리고 미국산 담배로 대표되는 자본주의가 그들을 굴복시켰습니다.

공산주의 붕괴 이후, 우리 모두는 시선을 돌려 일본을 바라보게 됐습니다. 크고 두꺼운 책들은 어떻게 일본식 경영기법을 연구하고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우리에게 주입시켰습니다. 당시 미국식 기업지배구조는 끝났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소위 ‘일본 주식회사’가 대세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느 누구도 일본을 거론하지 않습니다. 일본은 더 이상 연구대상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일본도 불황에 허덕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럽은 어떨까요? 경쟁 상대로는 어림도 없지만, 하이 코미디를 원한다면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이탈리아가 그렇습니다. 몇 가지 측면에서 이탈리아는 아주 재미있는 곳입니다. 우선 ‘한 코미디언’이 국정을 좌지우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는 전문 코미디언이 아닙니다. 그 사람은 부패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기 때문에 어쩌면 감옥에서 시간을 보낼지도 모릅니다 *역주: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를 의미한다. 그는 탈세혐의로 유죄판결을 받고 최종심 결과에 따라 징역형을 살 수도 있다 반면, 스탠딩 코미디를 전문으로 하는 진짜 코미디언 *역주: 베페 그릴로는 전직 코미디언으로 오‘ 성운동’이라는 정당을 이끌고 있다이 정치적 희망을 약속하고 있습니다.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받는 기존 정당 중에서 어느 당과 연합할지에 관한 질문을 받자, 그는 “독자노선을 걷겠다(Nessuno dei due)”고 말했습니다. 잘하고 있습니다,

베페! 그렇지만 이탈리아가 가까운 시일 내에 세계 리더십에 참여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스페인, 그리스, 아니면 칙칙한 영국(Soggy old Blighty)이 가능할까요?

이제는 중국의 기적에 눈을 돌려보죠. 중국의 성장은 눈부십니다. 분명 대국입니다. 중국은 정말 미국의 라이벌처럼 행동하고 있습니다. 지적 재산권을 도용하고 미국의 핵심 전산시스템을 해킹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성장 동력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을 이미 목격하고 있지 않나요? 성장 엔진은 식어가고 현실적인 문제들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미래는 미국의 것’이라는 주장을 망설이거나 포기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제 누가 남았죠? 개인적으로 알고 지낸 커플이 멕시코시티 공항에 내리자마자 납치당했습니다. 몸값을 지불하고 나서야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죽지 않은 것만 해도 천만다행입니다. 또 어떤 곳이 있을까요? 브라질, 베네수엘라, 인도네시아, 한국, 남아공, 그리고 말리 등이 미국의 라이벌이 될까요? 물론 미국을 날려버리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성공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은 전에도 항상 있지 않았나요? 아마 더 많은 맥도날드 햄버거와 청바지, 그리고 말보로를 보내주면 해결할 수도 있습니다.

지난 주 알바니아 출신의 택시 기사를 만났습니다. 그녀는 일화 하나를 들려줬습니다. 자신이 살던 알바니아에선 벽을 통해 이웃집에서 무슨 방송 프로그램을 보는지 들을 수 있답니다. 그런데 알바니아 현지 프로그램이 아니라 예를 들어, 크로아티아 방송을 보면 주민이 신고하고 경찰이 연행해 갔다고 합니다. 실제로 자신의 사촌에게 일어났던 일이랍니다. 사촌은 수개월 동안 고문과 감금을 겪고 나서야 풀려났답니다.

그 뒤로 그는 오로지 알바니아 방송만 봤고, 자신은 미국으로 건너왔다고 합니다. 그녀는 도심의 끔찍한 교통혼잡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손을 흔들며 “미국은 세상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이라고 말했습니다. 경제가 회복되고 봄 기운도 감돌고 있습니다. 미국인들이여, 힘을 내세요! 우리가 원하면 미국의 시대가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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