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가짜 의약품 수사대

목숨을 위협하는 가짜 의약품에 맞설 신기술

1980년대 파키스탄에서 자란 무함마드 자만과 그의 가족은 아플 때면 항상 약사를 믿으면 된다고 여겼다. 그러나 요즘은 약사들조차 누굴 믿어야 할지 모른다. 실제로 지난해 파키스탄 라호르 지역에 유독한 수준의 항말라리아 제제를 함유한 심장약이 시판된 뒤 이 약을 복용한 200명 이상이 숨지고, 1,000여명이 부작용에 시달렸다.

이런 가짜 의약품 문제는 개발도상국에서 가장 심각하게 일어나는데 개도국 의약품 시장에 나도는 제품의 10~30%가 효능이 형편없고, 자칫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는 엉터리 의약품이라는 게 세계보건기구(WHO)의 추산이다. 개중에는 뱀 기름, 톱밥, 분필 등으로 만든 100% 가짜도 있다. 미국 보스턴대학의 생물의공학자가 된 자만은 이것이 정부 당국의 감시가 소홀하고, 환자들이 값싼 약품을 선호하기 때문이라 설명한다.


게다가 가짜 의약품은 비단 개도국만의 이슈가 아니다. 미국을 포함한 산업선진국에서 유통되는 약품 중에도 1%가 가짜다. 매주 가짜 비아그라와 시알리스, 타미플루, 보톡스 등의 약품이 적발된다. 이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최근 미 식품의약국(FDA)은 가짜 ‘애더럴(Adderall)’에 대한 소비자의 주의를 발령하기도 했다. 원래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약이지만 주의력 상승효과 때문에 학생들 사이에 공부 잘하는 약으로 소문나면서 가짜 약이 판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위험하거나 수준 미달인 의약품의 발견은 쉽지 않다. 개도국 의료인 중에는 중소업체가 만든 출처와 성분이 불분명한 의약품밖에 구입할 여력이 없는 경우도 많다. 특히 가짜 의약품의 판별과 화학적 특성 분석에는 막대한 시간과 복잡한 장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세계제약보건기금(GPHF)이 ‘미니랩(Minilab)’이라는 분석장치를 개발했지만 꽤나 다루기 힘들다. 화학약품들을 비커에 넣고 혼합한 뒤 두 개의 커다란 가방에 든 자외선램프와 전열기를 이용해 분석해야 한다.

이 난제를 해결코자 자만 박사는 ‘파마 체크(PharmaCheck)’라는 식별장치를 개발했다. 며칠간의 교육만 받으면 병·의원이나 보건소에서 손쉽게 가짜 의약품 판별이 가능하다. 사용자가 해야 할 것은 의약품 샘플을 장치 내의 비커에 넣고 용해하는 것뿐이다. 그러면 용액이 미세유체소자로 흘러 들어가는데, 이 소자에는 각기 다른 성분과 반응해 형광 빛을 발산하는 마커들이 들어있다.

“전용 앱을 설치한 휴대폰 카메라로 형광 빛을 분석, 해당 의약품의 성분을 알아낼 수 있죠. 15분 이내에 모든 결과가 나옵니다.”


특히 이 장치는 성분 자체를 넘어 유효성분의 함량 미달이나 함량은 적당하지만 작용기전이 잘못된 약품도 파악할 수 있다. 신호의 강도가 너무 약하면 함량 미달, 너무 세면 작용기전 오류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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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경우 모두 환자를 치명적 위험에 빠뜨릴 수 있어요. 예컨대 함량 미달 항생제를 장기간 복용하면 그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바이러스의 출현을 이끌 수 있습니다.”

현재 파마체크는 출산한 임산부의 출혈을 막아주는 약물인 옥시토신을 이용한 실험실 실험을 성공리에 마쳤다. 자만 박사팀은 올 하반기에 그간의 실험결과를 발표하고, 시제품을 통한 현장실험에 나설 수 있기를 고대하고 있다.

가까 의약품 식별을 위한 노력은 FDA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이미 ‘CD-3’로 명명된 PDA 크기의 휴대형 스캐너를 개발, 국제우편 관련시설 30대 등 미국 내 주요 가짜 의약품 유입 경로에 실전 배치를 완료했다.

CD-3는 의약품의 활성성분을 감지한다. 자외선과 적외선을 비춰서 사진을 촬영하는데 진품의 사진과 비교해 가짜 여부를 식별하는 메커니즘이다. 모양이나 포장 상태를 통해 출처를 밝힐 수도 있다. 파마체크처럼 성분과 작용기전의 파악은 불가하지만 휴대성 및 효용성이 뛰어나 지금껏 많은 가짜 의약품을 적발해냈다고 한다. FDA는 올초 CD-3를 대량생산에 적합하게 개량하는 계약을 코닝과 체결하기도 했다.

이외에 미국 세인트메리대학과 노트르담대학 공동연구팀 역시 가짜 의약품 적발 게임에 뛰어들었다. 아직 공식명칭은 없지만 이들의 탐지기는 명함 크기의 시험지 한 장으로 의약품 샘플의 성분을 밝혀낸다. 샘플의 분말을 시험지에 문지른 뒤 물에 담그면 색이 변하는데 이를 촬영한 사진을 전용 웹사이트에 업로드하면 즉각 진위를 알려준다. 가짜 의약품 판별시험에 드는 비용을 1달러 이하로 낮추는 것이 연구팀의 목표다.

가짜 의약품 중에는 유효성분 함량미달이나 작용기전이 잘못된 것도 있지만 뱀 기름, 톱밥, 분필 등으로 만든 100% 가짜도 있다.

중요한 것은 질문을 멈추지 않는 것이다 - 알버트 아인슈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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