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100만 달러가 걸린 ‘생쥐 사냥’

[INNOVATION] The $1 Million Mouse Hunt

시카고 대학 팀은 어떻게 라이스 사업계획 경진대회 (the Rice Business Plan Competition) 결승까지 오를 수 있었을까.
by Anne VanderMey

10468번 생쥐가 금속 막대기를 타고 우리 꼭대기까지 올라왔다. 그리고 이내 코를 킁킁거리며 필사적으로 탈출구를 찾았다.

이 생쥐는 마치 휴스턴에 위치한 라이스 대학교 Rice University 연습실의 긴장감을 느끼는 것처럼 보였다. 이곳에서 필자는 마우스하우스 MouseHouse라는 신생기업을 창업한 두 학생이 실험실 쥐를 이용한 발표 연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들은 사업계획 경진대회 준결승에 오른 팀이었다. 여러 벤처투자자와 텍사스의 엔젤투자자 앞에서 발표할 내용을 마무리하기까지 24시간도 채 남지 않은 상태였다. 이들은 두 시간 동안 연습했지만 뭔가 매끄럽지가 않았다.

라이스 사업계획 경진대회는 세계 최대 규모와 최고 상금을 자랑한다. 42개의 학생팀들(전 세계에서 출전한 1,600개 팀 중 선발됐다)이 3일간 진행되는 이 행사에 참여해 100만 달러가 넘는 현금과 투자자금을 놓고 대결을 펼친다. 입상 팀들이 얻는 상금과 조언은 학교에서 만든 계획을 실제 사업으로 발전시키는 데 충분할 정도로 넉넉하다.

이 대회는 놀라울 정도로 극적이다. 서로 경쟁하는 여러 팀 사이에 예상치 못한 반전이 가득하다. 어떤 참가자는 심사위원들의 신랄한 비판을 받고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연습 때 자신감 넘쳤던 발표자가 사람들 앞에서 굳어버리기도 한다. 이 대회를 꾸준히 보도했던 포춘-경진대회를 주최하는 라이스 기술 및 사업 연합(Rice Alliance for Technology and Entrepreneurship·이하 라이스 연합)의 미디어 파트너이기도 하다-은 우승 가능성이 보이는 팀을 따라다니며 학생 기업가의 드라마를 심층 보도한다. 필자와 편집자는 임란 아메드 Imran Ahmad와 우마르 코카르 Umar Khokhar를 선택했다. 이들이 설립한 기업은 실험실 동물을 추적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든다. 과연 우리가 우승팀을 제대로 선택한 것일까? 계속 읽으면 답을 알 수 있다.


▶ 4월 12일 오후 7시
텅 빈 강의실에서 발표 연습을 하고 있던 아메드(29)는 준비한 말을 잊은 듯했다. 라이스 대회 준결승까지는 15시간이 남은 상태였다. 아메드와 코카르(28)는 준결승에서 14개 팀과 결승 진출을 겨룬다. 그 후 결승에 올라온 6개 팀이 심사위원과 학생들로 가득 찬 강당에서, 최우수상 상금 35만 달러와 기타 투자금 등의 부상을 놓고 각자의 아이디어를 발표할 예정이다.

시카고 대학에서 공부하는 이 두 학생-아메드는 부스 경영대학원(Booth School of Business)에서 경영학 석사, 코카르는 의학박사 과정을 복수전공 중이다-모두 여기까지 올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들은 좀 더 큰 이슈를 다루는 회사에 밀려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라이스 대회에 진출한 팀은 대부분 생명 과학 기술이나, 자기 대학에서 특허를 받은 공학 제품의 상용화를 추구한다. 예를 들어, 노스웨스턴 대학은 MBA 학생과 창업학 박사 혹은 다른 대학원생들과 팀을 구성해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반면 아메드와 코카르는 대학이 주선하는 프로그램의 도움 없이 사업을 시작했다(또 다른 공동 창업자 지가르 샤 Jeegar Shah는 부인과 휴가를 떠나 대회에 참가하지 못했다). 코카르는 당뇨 연구를 진행하며 스스로 200마리의 실험용 쥐를 관리하다가 마우스하우스 사업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대학 및 연구기관의 실험실에는 약 1억 마리의 쥐가 있다. 연구진은 기본적으로 관찰 내용을 우리에 붙은 카드에 기록한다. 그 후에 컴퓨터로 기록한 내용을 스프레드시트에 입력하는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작업이다. 마우스하우스는 이 과정을 상당 부분 자동화할 수 있는 애플의 운영체제 iOS와 웹 기반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다.

라이스 대회에 출전한 다른 신생기업들과 달리 마우스하우스는 이미 유료 고객(스탠퍼드 대학과 시카고 대학의 실험실)과 계약을 했다. 심사위원단은 초기 예선에서 마우스하우스의 수익 창출능력을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지식재산권 문제와 제한적인 목표시장 규모에 대해선 신랄하게 비판을 가했다. 그래서 발표 내용의 전면적 수정을 권했다.


▶ 오후 11시
코카르와 아메드는 호텔 방으로 돌아왔지만 잠자리에 들지 못했다. 신발을 벗고 침침한 눈으로 파워포인트 슬라이드 곳곳을 고쳤다. 랩톱은 심사위원들의 피드백 문서와 함께 커피 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다. 그 옆은 감기와 후두염으로 고생하는 코카르가 쌓아둔 기침약 포장지로 어지러웠다.

코카르는 마우스하우스 소프트웨어를 이용, 필요한 실험용 쥐의 수를 줄이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법을 정리했다. 그는 스크립트 내용을 수정하며 “좋아, 생쥐가 며칠간 새끼를 낳지 않는다면 도태시키자”고 말했다.

친구가 사용한 전문용어에 눈이 휘둥그래진 아메드는 “뭐? 이제 잠들 수 있겠네!”라고 호응했다.

둘은 학부생일 때 시카고 대학 무슬림 학생 연합(Muslim Students Association)에서 만났다. 몇 해 전 둘이 병원 복도에서 만났을 때, 마침 코카르가 마우스하우스 사업 제안서를 들고 다니고 있었다. 코카르가 아메드와 팀을 이룬 이유는 간단했다. 안경을 쓴 이 조용한 과학도는 무대 체질이 아니었다. 발표 도중 내용을 잊을까 두려워 단 한 자도 고치길 거부할 정도였다. 코카르는 아메드를 가리키며 “이 친구가 아니라면 지금 우리 팀의 발표는 생각할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 4월 13월 오전 10시 20분
아메드가 준결승에서 마우스하우스의 사업을 발표할 때까지도, 둘은 깔끔하게 리허설을 끝내지 못하고 있었다. 아메드는 청중들을 향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압니다”라고 말했다. “쥐라고요? 정말?”

아메드는 연습 때 막혔던 부분도 실수 없이 처리하며 발표를 이어갔다. 그의 농담에 청중이 웃음을 터뜨렸다.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아메드가 코카르에게 차례를 넘겼다. 코카르는 마우스하우스 소프트웨어의 실험실 내 작동방식을 설명했다. 평소 침착한 코카르가 순간 준비한 원고에서 벗어났다. 극적이었다. 그는 그동안 둘이 수백 번도 넘게 연습했던 내용과 별로 상관없는 말을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별 문제가 안되는 것 같았다. 그에겐 자신감과 유머가 넘쳐흘렀다. 이윽고 청중을 장악했다. 거의 완벽한 발표였다.

몇 시간 후 결과가 발표됐다. 라이스 대회 관계자들이 결승에 진출한 6개 팀을 호명했다. 4번째 진출팀까지 발표되자, 아메드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필자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가로저으며 손가락으로 자신의 목을 긋는 시늉을 했다. 그 순간 진행자가 호명한 진출팀은 “마우스하우스”였다.


▶ 오후 2시 35분
아메드와 코카르는 마지막 발표를 위해 청중 앞에 섰다. 460명 정원의 라이스 경영대학원 강당이 꽉 찼다. 6개 팀 중 5번째로 발표를 진행했다. 나머지 팀은 모두 탈락했다. 아메드는 “여기서 올려다 보는 것과 거기서 내려다 보는 건 많이 다르네요”라며 농담을 던졌다. 청중이 웃었다. 발표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몇 번 심장이 멎을 듯한 침묵이 흘렀다. 발표가 끝났다. 아메드는 약혼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코카르도 화상 채팅을 통해 아내와 21개월 된 아들과 얘기를 나눴다. 그러고는 기다렸다.


▶ 오후 6시 30분
어떤 창업자가 상금을 받아 돌아갈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정장을 차려 입은 42개 팀 참가자와 심사위원, 투자자들이 웨스틴 갤러리아 Westin Galleria 대연회장에 모였다. 우승팀에겐 거대한 수표(라이스 연합은 복권 당첨 시 지급되는 것과 비슷한 커다란 수표를 실제로 수여한다)를 시상하고, 스폰서와 엔젤투자자가 특별 부문에서 소정의 상금을 선사한다. 마우스하우스의 출발이 매우 좋았다. 디지털 마케팅 부문에서 3,000달러, 최고의 1분 ‘엘리베이터 피치(Elevator pitch)’ *역주: 짧은 시간 안에 진행하는 상품 또는 기업에 대한 설명에 선정돼 상금 1,000달러를 수상했다. 하지만 금방 분위기가 달라졌다. 노스웨스턴 대학의 전지 회사 사이노드 시스템 SiNode Systems이 수많은 스폰서 상금을 휩쓸기 시작했다(앞페이지 ‘챔피언’ 기사 참조). 곧 이어 6개 팀의 순위가 발표될 시간이었다. 마우스하우스가 가장 먼저 호명됐다. 결승 진출팀 중 꼴찌란 의미였다.

코카르는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기쁘다”며 확신에 차서 말했다. 아메드는 친구로부터 ‘너희들은 자랑스러워할 자격이 있다’는 위로의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두 사람 모두 벽에 기대 휴대폰을 보고 있을 때, 공식 목록에 없던 또 다른 상이 발표됐다. 라이스 대학 동문들과 투자자들이 9만 5,000달러의 투자금을 수여하는 것이었다. 수상자는 마우스하우스였다. 코카르는 “뭐?”라면서 말을 잇지 못했다. 결국 마우스하우스는 거대한 수표를 들고 금의환향했다.


▶ 4월 18일
경진 대회가 끝나고 5일이 지났다. 아메드는 카고로 돌아왔고, 코카르는 길에서 영업 관련 통화를 하고 있었다. 둘은 상금 10만 2,000달러를 받은 것이 기쁘다고 했다. 하지만 조언자를 자처한 사람들과 심지어 잠재 고객이 되겠다는 인사들이 건넨 수십 장의 명함이 훨씬 더 소중했다. 그들은 나중에 투자 유치가 필요하게 되면, 라이스 대회에서의 성적(그리고 상금)이 신뢰를 얻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에 얻은 중요한 교훈은 ‘원대한 사고를 하라’는 것이었다. 초창기에 두 사람은 실험용 쥐를 이용하는 실험실만 사업 대상으로 계획했다. 그러나 라이스 대회 심사위원단의 피드백 덕분에 이제 소나 돼지 같은 농사용 동물에까지 사업을 확장하려 하고 있다. 회사 이름을 바꿀지에 대해서는 아직 얘기를 나누지 않았다. 하지만 카우하우스 CowHouse는 마우스하우스 같은 느낌이 나질 않는다고 여기고 있다.


챔피언들

노스웨스턴 대학의 사이노드 시스템이 고위험 고수익 계획으로 큰 상금을 거머쥐었다.

2013년 라이스 사업 계획 경진 대회에서 우승한 사이노드 시스템 SiNode Systems은 야망이 크다. 이 기업은 전 세계 13억 대의 스마트폰에 탑재될 개량형 배터리를 만드는 게 목표다. 이제는 그 목표를 달성할 큰돈도 생겼다. 노스웨스턴 대학교에서 결성된 이 팀은 현금, 사업 서비스와 자금 지원 등을 합쳐 총 91만 1,400달러를 수상하는 신기록을 세웠다. 여기에는 휴스턴 주 머큐리 펀드 Mercury Fund가 수여하는 투자 상금 10만 달러도 포함되어 있다. 머큐리 펀드의 매니징 디렉터 네드 힐 Ned Hill은 리스크가 큰 사업 계획이지만, 성공하기만 한다면 “엄청난 기회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노스웨스트 대학교 실험실에서 개발된 이 기술의 목표는 오늘날 휴대폰 배터리의 표준인 리튬-이온 배터리의 양극(+극)을 새로 만드는 것이다(이 팀은 양극 관련 소비재 시장 규모를 10억 달러로 추정한다). 보통 양극은 흑연으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이 기술은 신물질-실리콘 나노 입자와 다공성 그래핀(porous graphene)-을 이용해 배터리를 만든다. 사이노드의 주장에 따르면, 이 배터리는 몇 분 만에 충전이 가능하며 한 번 충전으로 아이폰을 며칠 동안 사용할 수 있다.

힐은 투자자로서 배터리 기술 회사가 성공하기 어렵다는 점과 실리콘 양극 아이디어가 새로운 것이 아님을 인정한다. 하지만 그는 “처음 봤을 때부터 기술적 접근이 참신했다”고 말한다. 과연 좋은 투자일까? 힐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답한다. 그러나 사이노드 팀은 “아직까진 관심이 크다”고 말한다.

사이노드는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을 뿐만 아니라, 라이스 대회를 위한 발표 및 사전 준비 부문에서도 최고점을 받았다.

팀의 최고기술경영자인 케리 하이너 Cary Hayner는 이 대회를 위해 어깨까지 길렀던 머리를 잘랐다. CEO 사미르 마예카 Samir Mayekar는 팀원 모두가 호텔 방이 아닌 텍사스 주 카티 Katy에 있는 근처 부모님 집에 머물며 대회 기간 동안 (돈을 절약한 것은 물론) 집중력을 유지했다고 말한다. 밤에 식탁에 둘러앉아 팀 발표를 연습하면서 각자 재충전의 시간도 누릴 수 있었다. 마예카는 “집에서 먹는 밥보다 좋은 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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