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애프터리빙 서비스 제도 도입… 아파트 렌털시대 새롭게 열었다

[렌털 전성시대] 두산건설·GS건설

아파트 분양 시장에 새로운 렌털 서비스가 등장해 눈길을 모으고 있다. 두산건설, GS건설 등 대형 건설사는 최근 준공한 대규모 주상복합단지를 분양하며 애프터리빙이란 렌털 제도를 도입해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차병선 기자 acha@hk.co.kr

한국의 중장년층에게 집의 의미는 각별하다. 그들에게 집은 가능한 한 빨리 사고 넓혀야 하는 대상이었다. 집은 투자 수단이자 자산의 척도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집은 빚을 져서라도 사야 할 대상이었다. 50~60대가 가진 자산 중 70~80%가 부동산이고 이 중 절반 이상이 거주주택이다. 하지만 최근 이 같은 행태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요즘 젊은이들은 전 세대처럼 집에 집착하지 않는다. 우선 투자가치가 줄었기 때문이다. 인구수가 줄고 부동산 경기가 식으며 매매차익도 줄고 투자가치도 적어졌다. 집에 대한 가치관도 달라지고 있다. 집을 사기 위해 빚을 지느니, 임대주택에 사는 걸 선호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집은 사는 곳이지 더 이상 재산증식의 도구가 아니다. 이 같은 변화에 맞춰 건설사도 분양 방식에 변화를 주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 위치한 경의선 탄현역. 이곳에 내리면 바로 옆 역 출구와 이어진 곳에 높다랗게 위용을 드러내고 있는 대형 단지가 있다. 두산건설이 4월 완공을 마친 주상복합아파트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다. 건물 높이나 단지 규모 모두 어마어마하다. 지하 5층~지상 최고 59층으로 구성된 8개 동이 서 있으며, 대지면적은 9만750㎡(2만7,452평), 연면적 65만9,967㎡(19만9,640평)에 이른다. 세대수는 2,700세대(전용면적 59~170㎡)로 단일 단지 기준 국내 최대 규모다.

단지 안에는 주민전용카페, 어린이 도서관, 휘트니스센터, 스크린골프장, 게스트하우스, 연회장 등 편의시설과 커뮤니티시설이 다양하게 갖춰져 있다. 이 면적만도 8,900여㎡에 달한다. 대지면적 중 21.6%에 해당하는 2만3,888㎡(7,230평)에 조경공원과 소공원 등 녹지공간을 확보해 쾌적한 주거환경을 도모하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일산의 타워팰리스라고 부를 정도다. 또 일부 부동산에서는 “여기는 일산이 아닙니다. 위브더제니스입니다”라고 말할 정도로 차별성을 강조하고 있다.

초호화 럭셔리를 지향하는 이 건물에는 커다랗게 광고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30층쯤에 ‘신나는 전세?!’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수㎞ 밖에서도 보일 정도다. 또 방음벽에는 ‘애프터리빙만 하니까 별로지. 연금까지 매달줘야 조건의 완성!!’이라는 글을 걸어, 전철을 타고 오가는 사람들이 잘 볼 수 있게 해놓았다. 경의선 안에도 ‘신(辛)나는 전세?! 3년간 살아보고 (구매를) 결정하라’는 광고판이 여기저기 붙어 있다.

두산건설은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 중 회사 소유분에 대해 ‘신나는 전세?!’ 마케팅을 실시하고 있다. 입주를 희망하는 가구에게 분양대금의 22~25%만 납부하고 3년간 살아본 뒤 계약을 결정할 수 있게 한 것. 이른바, 선입주 후구매 계약으로 전세와 비슷해 전세형 분양이라고도 한다. 120㎡(49평형)의 경우 분양대금의 24%인 1억 원대 중반에서 2억 원대, 145㎡(59평형)은 2억 원 초반에서 후반대, 170㎡(69평형)은 2억 원대 중반에서 3억 원대 초반이면 입주가 가능하다.

이 같은 전세형 분양제는 지난해 말부터 대도시를 중심으로 하나둘 등장하고 있다. 두산건설은 부산 해운대구에 위치한 마린시티 내 ‘두산위브더제니스’에서도 이같은 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고객이 2년을 거주한 뒤 매매를 결정할 수 있는 ‘저스트 리브(Just Live)제’를 실시하고 있다. 계약금 10%를 내면 2년 동안 두수산위브더제니스에 거주할 수 있다. 2년 뒤 거주를 희망하지 않을 때 건설사는 해당 주택을 그대로 매입하고, 고객이 낸 취등록세까지 돌려준다.

두산건설은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를 분양하며 파격적인 혜택을 더했다. 연금처럼 매달 최대 170만 원을 현금으로 계약자에 지급하고 3년간 공용관리비를 대납해주는 서비스도 제시하고 있다. 3년을 살아본 뒤 계약자가 계약을 해지해도 납부한 금액을 전액 환불한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GS건설도 일산에서 전세형 분양으로 입주자를 모으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 식사지구 위시티. 이곳은 도시개발사업으로 조성되는 미니 신도시급 대단지다. 100만 ㎡ 규모에 1만여 가구가 들어서 있다. GS건설도 일산자이를 건설하며 이 단지에 참여하고 있다. 일산자이위시티에는 4개 단지 4,683 가구가 들어서 있다. 조경과 편의시설에도 공들인 표가 난다. 단지마다 ‘물의 정원’ ‘숲의 정원’ ‘들의 정원’을 주제로 다양한 테마 정원이 조성돼 있으며 약 100여 개 정원이 조성되어 있다, 수령 100년 이상의 적송 1,500그루를 포함해 명품 소나무 2,300그루가 단지 곳곳에 심어졌다.

GS건설은 일산자이 위시티 잔여 가구에 대해 3년 동안 살아보는 전세 계약제를 실시하고 있다. 일명 ‘애프터 리빙(After Living) 계약제’다. 계약금 28% 중 최초 1회는 5%만 내고, 3개월 안에 나머지 23%를 지급하면 된다. 중도금 전액을 3년간 GS자이에서 대납해주며, 잔금은 GS자이에서 100% 무이자로 지원을 해준다. 또한 취등록세까지 지원해준다. 전세금도 안되는 돈으로 3년간 살아볼 수 있다. 실수요자들은 부동산 시장을 지켜보며 2년간 살아본 뒤에 계약을 해지하면 이미 납입한 계약금을 원금 손실 없이 100% 환불 받을 수 있다.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 분양 관계자가 말한다. “부동산 시장이 불확실하니 사람들이 분양을 받거나 투자를 하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습니다. 애프터리빙제는 일단 거주한 뒤 구매 결정은 차후에 경기 상황을 살피며 할 수 있어 이 같은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주의할 점도 있다. 한 부동산 관계자의 말이다. “보통 애프터리빙제 계약서에는 2~3년 뒤 아파트를 원상회복한 뒤 원금을 환급한다는 특약사항이 있는데, 원상회복이라는 기준이 애매해서 다툼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계약 전에 꼼꼼히 살펴보셔야 합니다.” 이에 대해 두산건설 측은 “원상회복이란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을 생각하면 됩니다. 붙박이장이 파손됐다거나 하는 등의 훼손이 아니라면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라고 설명했다.

애프터리빙제를 이용하면 일단 살아본 뒤 차후에 구매결정을 할 수 있어경기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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