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수상스포츠 장비 제작업체 코브라 인터내셔널의 엔지니어인 파올로 세체티는 집 근처에서 자전거를 타던 중 우연히 코코넛 껍질로 섬유를 만들어서 가방을 제작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가볍고도 강한 서핑보드 소재를 찾아왔던 그의 눈이 번쩍 뜨였다. 회사에서 기존의 탄소섬유 대신 코코넛 섬유로 코어를 제작해본 그는 깜짝 놀랐다. 탄소섬유보다 강한 보드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친환경성이야 두말할 나위도 없었다.
이렇게 탄생한 ‘코코 매트(Coco Mat)’ 코어는 현재 호주의 서핑보드 제조사 NSP의 제품에 활용되고 있다.
코코 매트의 제작공정은 코코넛 껍질 섬유를 수작업으로 분리해 세척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후 섬유를 무작위로 펼쳐 놓고 유리섬유 사이에 끼워서 폴리스틸렌 코어를 넣는다. 그리고 이를 진공 형틀에 넣어 에폭시 수지를 주입하면 완성이다.
세체티에 따르면 코코넛 섬유는 여타 소재보다 에폭시 수지 흡수량이 적어 보드의 중량을 약 30% 감소할 수 있으며, 제조공정에 사용되는 유독물질도 최대 40%나 줄어든다.
NSP 코코 매트 패들보드
길이 : 3.1m
중량 : 11.6㎏
가격 : 1,325달러부터
구입 : nspsurfboards.com
▲ 클로즈업
코코넛 껍질에는 지구에서 두 번째로 흔한 유기물질인 리그닌(lignin)이 함유되어 있다. 목질계 식물의 세포벽에 들어있는 물질로 강도, 내화성, 항균성을 높이며 자외선을 흡수한다. 코코넛이 최대 25m 높이에서 떨어져도 깨지지 않는 것 역시 리그닌에 힘입은 바 크다.
[IN RELATED NEWS] 코코넛 의류
의류 및 섬유 제조사들은 코코넛의 방취력과 자외선 차단 능력에 매료됐다. 미국 콜로라도주 소재 코코나가 코코넛 껍질에서 추출한 탄소(C)를 함유시킨 원단을 출시했고, 라스포티바와 아디다스를 포함한 유명 아웃도어 의류업체들이 이 원단을 사용해 러닝셔츠, 재킷 등을 생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