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미국 출구전략보다 일본 엔저가 관건

한국 경제체질 강해 지금도 외환보유 충분<br>존 김 뉴욕라이프자산운용 회장

연초 포춘코리아는 2013년을 ‘불확실성의 시대’로 진단했다. 불안한 유럽경제에 신흥국들의 위기까지 감지된 탓이었다.

결정적인 점은 2012년 12월 미국이 내수 진작, 실업률 회복이 불투명한 상황에 재정절벽에까지 이르자 FRB가 제3차 양적 완화를 단행한 것이다. 그리고 2013년 하반기인 지금 세계 경제는 여전히 먹구름이다. 이제 글로벌 최대 이슈는 미 출구 전략이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하는 점이다. 한국계 미국인으로 뉴욕 월가의 최고위직에 오른 존 김 뉴욕라이프자산운용 회장에게 미 출구전략 이후의 글로벌 전망을 들어봤다.
유부혁 기자 yoo@hmgp.co.kr
사진 윤관식 기자 newface1003@naver.com


9월 4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메이플룸. 존 김 뉴욕라이프자산운용 회장의 첫인상은 ‘활기차다’였다. 3,800억 달러(약 427조 원)를 운용하는 세계적인 자산운용사 대표다운 자신감이 묻어났다.

존 김 회장은 “미 출구전략 방침은 경기부양의 목적이자 결과물인 실업률이 기준인데 어느 정도 회복됐다고 판단한 것 같다”라고 양적 완화 축소가 단행된 의미를 해석했다. 글로벌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축소에 대한 방침이 지난 5월 발표됐기 때문에) 이미 증시나 환율에 어느 정도 반영됐다고 생각한다. 유럽을 비롯한 각국들이 타격을 입을 만큼 큰 충격은 없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그렇다면 올 들어 환율, 증시 등 상대적으로 미국과 주요 선진국들의 경기불안의 영향을 많이 받은 신흥국 시장은 어떨지 물었다. 그는 “신흥국도 마찬가지로 일시적인 충격으로 끝날 것”이라 단언하며 “최악의 시나리오로 가정하더라도 미국 증시 10% 조정, 10년 미 국채금리가 50~100bp(1bp= 0.01%) 정도 오르는 수준일 것”이라며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다만 존 김 회장은 “역사상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는 한 번도 3조 6,000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매입한 적이 없다. 처음 하는 일은 늘 실수하게 마련이다. 앞으로 시장이 들쭉날쭉할 것이다. 투자자들은 안전벨트를 매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투자자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신흥국 시장 중 최근 외환위기설까지 대두됐던 인도 경제에 대해선 “인도 루피화의 가치는 역사상 최저치인 것 같다. 하지만 신임 라구람 라잔 인도중앙은행(RBI) 총재의 역량이라면 성공적으로 관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있다. 미국도 통화정책을 통해 환율 조정에 어느 정도 도움을 주며 라잔 총재를 거들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그 이유에 대해선 “리스크는 늘 상존한다. 하지만 인도는 작은 시장이 아니다. 인도경제의 어려움이 결코 미국의 통화정책이나 금융정책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존 김 회장은 특히 “과거 신흥시장은 가능성에 그쳤지만 지금은 상당한 파워를 가지고 있다. 구매력이 글로벌시장에서 50% 이상 차지한다. 반드시 고려해야 하고 고려할 수밖에 없는 시장”이라며 달라진 신흥시장의 위상을 설명했다.

존 김 회장은 출구전략 속도를 묻는 질문에 대해선 “다른 나라의 경제상황을 고려해 조절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결국 모든 것은 미국의 경제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결정할 것”이라며 이른바 ‘돌직구’ 답변을 했다. 이와 함께 존 김 회장은 “단기적으로는 유로존이 여전히 불안하다”고 진단한 뒤 “성장 잠재성은 미국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유럽 경기가 워낙 하락했기 때문에 시장이 반등한다면 오히려 연간 성장률은 미국이나 다른 나라보다 높을 것 같다. 신흥시장은 저점 매수의 기회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글로벌 경기 반등은 언제쯤 시작될까? 그는 “양적 완화 종료 시점에 따라 반등시점이 결정될 것”이라고 전제한 뒤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첫째로는 양적완화 종료가 어느 정도 마무리단계에 접어 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두 번째로는 글로벌 경기회복이다. 누구나 전망하겠지만 이런 기본적인 요건이 충족되어야 할 것이고 신흥시장 회복 역시 이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신흥시장의 반등에 2~3년의 회복기가 필요하다고 전망한다. 글로벌 경기의 열쇠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이 쥐고 있고 그것을 선순환 시키는 것은 신흥시장의 몫이라는 분석과 함께 말이다.

다음으로 뉴욕라이프자산운용에서 최근 주목하고 있는 종목이나 지역은 어딘지 물었다. 좀 김 회장은 “신흥시장 반등 시”라고 전제한 뒤 “원자재 가격이 상당히 떨어져 있다. 이 점에서 호주가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호주 경제의 3분의 1이 천연자원이다. 원자재 수요가 살아날 경우 첫 수혜 국가는 호주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덧붙여 “천연자원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인플레 방어효과 때문이다. 또 천연자원은 고갈된다는 점 때문에 투자처로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역사적으로 달러가 강하면 천연자원의 가격이 하락했다고 지적하자 “천연자원은 장기투자에 적합하다. 중장기적으로 달러가 절하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며 반박했다.

존 김 회장은 호주가 경기 반등의 첫 수혜 국가가 될 것이라 분석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호주의 천연자원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의 제조업 경기와 수출이 더 빠른 성장세를 보여야만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국내 주식 시장으로 질문을 좁혀봤다. 올 초만 해도 전문가들은 채권형, 주식형 펀드에서 주식시장으로 투자자들이 돌아올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올 해 내내 주식 시장은 1,900선에서 2,000선을 오르내리는 박스권 장세를 연출하고 있다.

존 김 회장은 “신흥시장에서 자본 유출이 일어나니까 한국 시장에도 심리적 저항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한국은 선방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한국은 신흥시장보다는 선진시장에 가깝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서 그는 “오히려 한국 경제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 미출구전략이나 신흥시장 위기보다는 일본의 양적완화”라고 진단했다. 연 초 엔저의 공습 이후 한국 경제는 계속해서 온갖 지표를 주시하며 수출입 득실에 대비해 온 것이 사실이다. 존 김 회장의 목소리에 상당히 힘이 들어갔다. 그는 “엔저가 달러당 120엔 선까지 떨어지면 수출이나 증시에 상당히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 말했다.

엔저가 얼마나 계속될 것인지 묻자, “이미 일본의 양적 완화는 시장에 반영되어 있다. 소폭의 절하는 있겠지만 큰 폭의 절하는 더 이상 없을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한국의 자산가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하자 존 김 회장은 우선 “문화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한국 투자자들은 너무 서두른다. 또 단기적으로 시장을 보는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그러고는 “장기적 안목의 투자, 안정적 수익에 염두한다는 투자의 대원칙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주식 포트폴리오는 국내만 고집하지 말고 해외로 분산할 필요가 있다. 시장 리스크를 볼 땐 통화 리스크에도 관심을 가지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앞으로 채권보다는 주식이 더 나은 투자방식이라 생각한다. 세계 시장은 앞으로 금리가 오를 것이고 그땐 채권보다 주식수익률이 더 낫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미 자산운용사 실적이 좋지 않다는 언론보도가 최근 있었다고 하자 존 김 회장은 “우리 회사는 예외다. 미국의 경우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뚜렷하다. 그런데 이들이 자산운용사를 찾는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뉴욕라이프자산운용은 금융기관이 얻을 수 있는 최고 신용 등급인 AAA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2009년부터 유치자금 규모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회사의 일감 몰아주기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선 그 자리에서 자료를 보여주며 정확한 숫자를 제시했다. “기타자산은 2009년 680억 달러에서 1,670억 달러로 증가했다. 두 배가 넘는다. 같은 기간 뉴욕생명 자금은 1,410억 달러에서 1,720억 달러로 증가 폭이 훨씬 낮다.”

다음으로 한국 시장에 대한 월가의 평가가 궁금했다. 그래서 존 김 회장의 개인적인 시각 대신 회장 주변 월가 사람들의 한국에 대한 인식을 물었다. 그는 담담하게 “월가에서는 여전히 한국시장의 진가를 모른다. 대부분의 투자자는 일본이냐 중국이냐를 저울질 한다. 한국 시장에 단독으로 집중할 만큼 중요한 시장으로 보지는 않는 것 같다. 나는 그래서 지금 한국 시장이 기회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선 “한국 시장의 가치를 바로 아는 것은 시간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 시장의 가치에 대해선 “다른 나라보다 한국의 경제지표가 우수하다. 경상수지도 흑자를 기록하고 있고 생산성도 높으며 외환보유고도 건실하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최근 국내에선 신흥시장의 위기설 이후 외환 보유액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있다고 말하자 존 김 회장은 “1999년의 경험 때문에 그렇게 보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한국은 무역수지도 건전하고 경제도 제조업이 강하기 때문에 지금의 외환 보유고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당시의 한국이 아니다. 그리고 위기설이 있는 신흥시장과도 한국 경제는 체질이 다르다. 다시 말하지만 지금의 수치를 걱정하는 것은 경험에 의한 심리적 위축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정치에 대해서도 한마디했다. “월가에 있으니 미국 정치를 비판하는 목소리에 충분히 공감하게 된다. 올 연말에도 예산한도에 부딪히겠지만 작년 재정절벽의 위기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본다. 경험했던 일이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는 정치 지도자들 덕분에 잘 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잘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미 최고위직에 오른 그지만 염두에 둔 목표가 있는지 궁금했다. 그는 자신 있게 답하던 종전과 달리 잠시 생각한 후 말했다.“떨어지면 안 된다.(한바탕 크게 웃음) 그 두려움이 삶의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 지금까지의 성공이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새로운 동력인 셈이다.”


존 김 회장은…
한국계 미국인인 존 김 회장(52세, 한국이름 김용우)은 일곱 살 때 부모와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미시간 대학교를 졸업하고 코네티컷 대학교에서 MBA학위를 받았다. 미국의 최대 생명보험 회사인 뉴욕라이프에 근무하기 전에는 푸르덴셜 은퇴사업부문 사장, 시그나 퇴직연금 및 투자서비스 부문사장, ING 계열 앨투스 자산운용 사장을 역임했다. 현재 운용 자산규모 3,800억 달러에 달하는 뉴욕라이프 자산운용 회장 겸 뉴욕라이프 최고 투자책임자(CIO)를 겸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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