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맥주업계의 대가

(BREW) MASTER OF THE UNIVERSE

카를로스 브리토 Carlos Brito는 세계 최대 맥주회사 AB 인베브 AB Inbev가 최정상을 지키게 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펼치고 있을까?
by Daniel Roberts


카를로스 브리토가 상파울루 Sao Paulo의 대형 슈퍼마켓 안을 걷고 있다. 계속해서 종이컵, 플라스틱 포크 같은 쓰레기를 줍고, 맥주 박스가 더 잘 보이도록 진열대 앞쪽으로 끌어다 놓는다. 보통 CEO라면 이런 하찮은 일에 손대지 않겠지만 브리토는 보통 CEO들과 다르다.

25년간 여섯 차례의 인수합병을 통해 성장한 초대형 맥주 회사 앤호이저-부시 인베브 Anheuser-Busch InBev(이하 AB 인베브)를 이끄는 브리토의 리더십은 세심함이 가장 큰 특징이다. 회사 규모가 어마어마하지만 브리토는 일찍 승진을 시킬 젊은 인력들을 직접 고르고, 글로벌 매니지먼트 코스 연수생 모두와 직접 인사를 나눈다. AB 인베브 맥주를 취급하는 전 세계 매장들을 방문할 땐 바 뒤로 걸어가서 직접 빈 병 박스를 확인한다. 직접 모든 것을 확인하는 꼼꼼함 덕분에 브리토는 200개에 달하는 전 세계 맥주 브랜드를 합병하는 일을 무리 없이 해낼 수 있었다. 2008년 235억 달러의 매출을 자랑하던 인베브는 버드와이저 Budweiser로 유명한 앤호이저-부시-본사는 세인트루이스 St. Louis에 위치해 있다-를 인수했다. 그 결과 세계 최대 맥주회사가 탄생했고 업계 상황은 그 전과 완전히 달라졌다. AB 인베브는 작년 400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고, 기업 가치는 1,600억 달러에 달했다.

브리토가 앤호이저-부시를 인수했을 때 애널리스트들은 원가 절감 조치가 뒤따를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그는 계속해서 마진을 늘려오고 있다. 작년 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이하 EBITA)은 112억 달러를 기록하며 2008년 31%보다 증가한 39%의 마진률을 보였다(경쟁사 SAB밀러는 작년 23%의 EBITA 마진을 기록했다). 업계 동향 잡지 비어 비즈니스 데일리 Beer Business Daily의 편집장 해리 슈마허 Harry Schuhmacher 는 “(AB 인베브는) 매출과 마진을 찍어내는 기계 같다. 누구도 범접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AB 인베브의 재정 건전성 덕분에 브리토는 월가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AB 인베브의 주가는 지난 4년간 150%나 급등한 반면, 같은 기간 S&P 평균은 68% 증가에 그쳤다). 뿐만 아니라 브리토는 자신의 경영 스타일 덕분에 ‘포춘 2013 경영자 드림팀’의 멤버로 뽑혔다. 브리토는 진정한 글로벌 리더다. 브라질 태생인 그는 뉴욕에서 벨기에에 본사를 둔 기업을 운영한다. 그는 전 세계 24개국 15만 명의 직원들에게 통일된 문화를 제공하려 노력 중이다. 당연히, AB 인베브의 경영진은 직원들이 비용을 낮게 유지해 주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탁월함, 신속함, 투명성에 대해서도 꾸준히 강조한다. 다수의 공장 시설 내부에는 근로자들의 업무 성과 매트릭스가 누구나 볼 수 있게 게시되어 있다. 브리토를 비롯한 고위 관리자들은 직원들과 소통의 폭을 넓히려 노력하고 있다. 그들은 사무실 대신 오픈 된 책상에 앉아 있다. 최고 성과를 올린 직원들은 승진을 하고, 게으른 직원들은 일찌감치 해고된다.

브리토만큼 독한 인물을 찾기도 힘들 것이다. 그는 브라질의 한 슈퍼 맥주코너에 서서 자사 맥주 브랜드 브라마 Brahma는 한 캔에 1.79레알(R$)인 데 반해 현지 경쟁기업 이타이파바 Itaipava는 1.49레알인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브리토는 “3일 전에 새로 바뀐 가격이다. 우리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힐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진심으로 화가 난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경쟁은 언제나 환영이다. 하지만, 그 방식이 신사적이라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브리토의 다정다감한 성품은 그의 호전적인 면과 대비된다. 그는 심지어 경쟁자들을 박살낼 계획에 대해 말하면서도 중간중간 미소와 웃음을 섞는다.

하지만 AB 인베브의 전략을 살펴보면 웃음기가 싹 사라질 것이다. 이 기업은 오랫동안 거래했던 공급업체를 버리고 더 저렴한 업체를 선택할 것이다. 가격도 올릴 것이다. 그리고 원가를 줄이기 위해 외국 맥주를 미국에서 양조할 것이다. 브리토의 원가절감 능력은 비할 데 없이 훌륭하지만, 기업회생 능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지금까지 버드와이저 브랜드를 회생시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버드와이저는 미국 1위 맥주 자리를 자매 브랜드 버드 라이트 Bud Light에 내주었고,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는 맥시코 기업 그루포 모델로 Grupo Modelo를 200억 달러에 인수하기도 했다. 이때 반독점 감독 기관들에게 많은 부분을 양보해야 했다.

업계 최고라는 입지 때문에, 향후 AB 인베브가 참여할 M&A는 규제당국의 엄격한 감시대상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는 AB 인베브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럼에도 인수합병의 귀재 AB 인베브가 추가적인 인수합병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는 애널리스트는 없다. 해가 지날수록 비용을 줄일만한 부분을 찾는 게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지만, 브리토가 비용절감 노력을 완화할 것이라 전망하는 애널리스트도 없다. 그리고 브리토를 비롯한 경영진이 이에 대해 사과의 뜻을 전할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슈마허는 “(AB 인베브는) 인기를 끌기 위한 의도된 행동이나 허튼소리를 하지 않는다. 다만 그럴 (사과를 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리우데자네이루 태생의 브리토는 1987년 친구의 소개로 조지 파울로 레만 Jorge Paulo Lemann을 만나게 된다. 브리토는 당시 셸 오일 Shell Oil에서 일하고 있었다. 사실 그는 스탠퍼드 경영대학원(Stanford Business School)에 합격했지만 학비가 없어 등록을 하지 못했다. 그란치아 투자은행(Banco Garantia)의 레만과 그의 파트너들은 전도 유망한 젊은 인재들을 지원하는 장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훗날 투자회사 3G 캐피털-최근 미국 식품업체 하인츠 Heinz를 인수했다-의 공동 창업자가 된 레만은 브리토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며 몇 가지 조건을 달았다. ‘지속적으로 근황을 알려줄 것’, ‘가능하다면 나중에 다른 사람을 도울 것’, ‘우리 회사에서 일하는 걸 고려해 볼 것’ 등이었다. 브리토는 학업을 마친 뒤 레만과 그의 파트너들이 막 인수작업을 완료한 (리우데자네이루에 본사를 둔 맥주 양조 회사) 브라마에서 일을 시작했다.

레만의 파트너 마르셀 텔레스 Marcel Telles가 이끄는 브라마에서 일하며 브리토는 비용 절감 기술에 대해 배우게 된다. 레만은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비용절감을) 브라질식 경영방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브라질 사업가들에 의해 혼합된 부분도 있지만, 사실 대부분은 미국 방식을 그대로 차용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골드만 삭스 Goldman Sachs(포춘 500대 기업)와 잭 웰치 Jack Welch 시절 GE(포춘 500대 기업)는 그의 사고방식에 큰 영향을 주었다. 레만과 그의 파트너가 운영하는 연수 프로그램은 브리토와 AB 인베브의 미래에 중대한 역할을 했다. 중남미 지역 책임자 주앙 카스트로 네베스 Joao Castro Neves와 멕시코 지역 책임자 리카르도 타데우 Ricardo Tadeu 역시 레만 장학 재단(Fundacao Estudar)의 수혜자다(AB 인베브의 최고 경영자 15명 중 10 명은 브라질 출신이다). 레만은 이 문화에 대해 “항상 한계에 도전한다. 최선을 다해 일하고 끊임없이 평가받는다. 이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고 설명했다.

브리토는 브라마에서 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브라마-맥주 브랜드 브라마와 스콜 Skol로 유명하다-는 1999년 상파울루에 본사를 둔 경쟁사 안타르티카 Antarctica와 합병해 암베브 Ambev로 다시 태어날 것이란 계획을 발표했다. 거의 1년간 규제당국의 감사를 받은 이 계획은 브라마의 경영진에게는 겨우 1단계 계획에 불과했다. 맥주 업계에 인수합병의 적기가 찾아왔다고 생각한 그들은 마진을 높이기 위해 양조업체들을 인수하고, 중복 사업을 없애고, 과잉 공급을 막는 전략을 시행하고 있었다. 그리고 맥주 업계가 오늘날과 같은 모습을 띠게 만든 다른 전략은 바로 하나의 기업이 다양한 맥주 브랜드를 소유하는 것이었다.

브리토는 엄격하고 효율적인 경영을 해왔다. 하지만 동시에 창의적인 문제해결 능력도 보여주었다(재무적 성과에 국한되어 있긴하다). 2001년 브라질이 에너지 위기를 맞았을 때다. 브라질은 수력발전에 크게 의존해 왔는데, 몇 년 연속으로 낮은 강수량을 기록했다. 정부는 기업들에게 에너지 사용을 20~30% 줄이지 않으면 무거운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암베브는 바나 슈퍼에서 맥주 냉각기 전원이 뽑히는 것을 원치 않았다. 때문에 전기를 절약할 다른 방법을 찾기 위해 자문회사의 도움을 구했다. 브리토와 그의 팀은 수십 개의 가게를 직접 찾아가 자문회사의 권장조치를 따르도록 권유했다. 그는 “몇몇 아이스크림 가게는 조치를 따르지 않아 크게 손해를 봤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2004년 브리토는 암베브의 CEO가 됐다. 그리고 신속히 자신의 글로벌 야심을 드러냈다. 취임 3개월 만에 그는 벨기에 대형 맥주업체 인터브루 Interbrew와의 합병 계획을 발표했다. 스텔라 아르투아 Stella Artois, 벡스 Beck’s로 유명한 이 기업과 합병해 인베브로 재탄생 한다는 게 골자였다(세계 3위 규모 인터브루는 5위 규모의 암베브를 115억 달러에 인수했다). 인베브는 그렇게 전 세계 최대의 맥주 제조업체로 등극했다. 하지만 브리토는 곧바로 CEO가 되지는 못했다. 대신 북미 지역 책임자가 되어 토론토로 이동했다. 그는 2005년 말 45세 때 CEO가 되었다. 경영진은 그의 강점을 비용 절감이라고 소개했다.


거의 100년 동안 버드와이저는 미국을 대표하는 맥주 브랜드였다. 빨강과 흰색이 어우러져 있는 나비넥타이 로고는 미국 전역 기숙사 방에 걸려 있었고, 클라이즈데일 Clydesdale *역주: 덩치가 크고 힘이 좋아 짐마차를 끄는 데 사용되던 말 품종은 위엄 있는 버드와이저의 상징이었다. 부시 Busch 일가가 약 130년간 이 회사를 경영해 왔다. 하지만 기업 공개 이후에도 2000년대 버드와이저 주가는 부진을 거듭했다. 당시 미국인들 사이에서 와인과 증류주가 인기를 끌면서 미켈롭 Michelob과 버드와이저의 판매가 급감했기 때문이었다.

미국 시장 최대 라이벌 밀러 Miller와 쿠어스 Coors는 각각 남아프리카 공화국 기업 SAB와 캐나다 기업 몰슨 Molson에 인수되었다. 그리고 2007년 이 두 업체가 합작 회사 밀러쿠어스 MillerCoors를 만들었을 때, 맥주 업계는 독립 기업으로서 존재할 앤호이저-부시의(이하 AB)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직감하고 있었다. 30년간 음료회사 CEO들에게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해 온 베브마크 BevMark의 톰 피코 Tom Pirko는 “우리는 AB가 브리토의 손에 달려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처음 이사회는 브리토의 일방적인 요구를 거절했다. 하지만 결국 주당 70달러라는 괜찮은 가격에 회사를 매각하는 것에 동의했다. 지역 신문들은 벨기에 맥주회사가 미국 문화 일부나 다름없는 기업을 인수한다는 소식에 격한 반응을 쏟아냈다. 거래 체결 이틀 후 브리토는 세인트루이스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새로 합병한 기업의 원칙에 대한 강의를 했다. 그 원칙이란 그와 다른 경영진이 지겹게 언급한 세 단어로 요약된다. 바로 ‘꿈’, ‘사람’, ‘문화’다.

그의 연설을 들었던 직원들 중 1,400명은 머지 않아 정리해고를 당했다. 동시에 브리토는 낮은 직급의 전도유망한 인재들을 승진시켰다. 하지만 그 작업은 22억5,000만 달러를 절감하기 위해 그가 취한 조치 중 하나에 불과했다. 그는 인베브의 규칙들을 실행에 옮겼다. 예를 들면 6시간 이하 비행에는 누구도 비즈니스 석을 이용할 수 없었다. 브리토의 보좌관들에겐 승진은 실적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당시부터 향후 3년 동안 AB의 회장직을 수행했던 데이브 피콕 Dave Peacock은 “브리토를 존경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자신이 하겠다고 한 일은 반드시 실천한다는 점이다. 그는 키가 작고, 대머리고, 브라질인 점만 빼면 링컨 대통령을 쏙 빼닮았다”고 평가했다.

전형적인 버드와이저맨인 피트 크래머 Pete Kraemer-형은 글로벌 버드와이저 양조기술자이고, 아버지는 22년간 양조기술책임자였다. 피트는 현재 세인트루이스 본사 최고 양조 기술자다-는 변화를 받아들였다. 그는 “(과거에) 나는 사무실에 있었고, 누구와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새로운 시스템 하에서 우리는 벽을 허물었고, 그 결과 놀라울 정도로 사람들과 가까워 질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버드와이저는 글로벌 스탠다드 통합 품질관리 시스템(Voyager Plant Optimization)을 도입했다(인베브는 이 시스템을 이용해 4년간 양조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절반으로 줄였다). 관제실 밖의 벽에는 모든 직원들의 업무 실적을 체크하는 게시판이 붙어있다. 피트가 향상시켜야 한다고 판단한 지표에 대한 모든 직원들의 구체적인 수치가 적혀 있다. AB의 최고 책임자 루이스 에드먼드 Luiz Edmond는 “이런 방식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다. 일은 하지 않으면서 과거 경력 덕분에 버티고 있는 이들이 특히 그렇다. 우리 시스템은 그런 이들을 허용하지 않는다. 좋은 방에서 하루 종일 숨어만 있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안타깝게도 소비자들이 버드와이저 맥주를 다시 찾게 하는 시스템은 존재하지 않는다. 2001년 버드 라이트에 1위 자리를 넘겨 준 이후 버드와이저는 2011년 쿠어스 라이트에 2위 자리마저 내주었다. 2010~2011년 매출은 미미하게 증가했다. 그것마저 판매량 증가가 아닌 가격 상승에 기인한 것이다. 브리토는 매출이 더 이상 하락하지 않기 때문에 최소한 적자는 면하게 되었다고 말하고 있지만 여전히 매출은 답보 상태다. 물론 미국 맥주 시장 자체가 2008년 이후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12년에 미약하게나마 회복세를 보였다. 출하량이 1% 정도 증가했는데, 그것도 대부분 크래프트 맥주(craft beer)에 대한 주문 증가에 기인한 것이었다.

미국 소비자들이 점점 더 변덕스러워지면서(요즘 누가 한 브랜드의 맥주만 고집하나?) 양조업체들은 마케팅과 신제품 출시에 대한 노력을 두 배로 늘리고 있다. AB 인베브는 버드와이저 마케팅에 대한 투자를 점점 더 늘려왔다. 비록 애널리스트들의 조롱을 받긴 했지만, 버드와이저의 나비넥타이 로고를 연상시키는 모래시계 모양 캔(11온스) 8개를 한 묶음으로 재포장한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었다. AB 인베브는 제품군을 늘리면서 큰 성공을 거둬왔다. 지난 2년간 버드와이저 블랙 크라운 Budweiser Black Crown, 벡스 사파이어 Beck’s Sapphire, 그리고 버드 라이트의 자매품 라임-a-리타 Lime-a-Rita, 스트로-베-리타 Straw-Ber-Rita 등을 출시했다.

모두 세인트루이스 양조공장에서 생산된 것이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과일 맛 맥주 리타(Rita) 시리즈는 출시 후 1년 동안 하이네켄 Heineken 라거 판매량의 절반을 상회하는 놀라운 판매고를 올리기도 했다. 버드와이저는 미국 밖 해외시장에서도 괜찮은 성적을 내고 있다. 중국에서 버드와이저는 기념행사에 쓰이는 ‘최고급’ 음료로 광고되고 있다. 스텔라 아르투아가 벨기에 밖에서 광고되는 방식과 비슷하다. 중국 시장에서 버드와이저의 시장 점유율은 2%에도 못미치지만, 고급맥주 부문에서는 판매량 기준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맥주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중국에서 AB인베브가 결실을 맺기까진 10년 이상이 걸릴 것이다. 브라마 시절부터 AB 인베브에서 일하고 있는 미겔 퍼트리시오 Miguel Patricio는 4년간 중국지역 책임자를 거친 후 지난해 글로벌 최고마케팅경영자(이하 CMO)에 임명됐다.

지난 3월 퍼트리시오는 벨기에에 모인 마케팅 담당자들에게 어떤 브랜드든 중국에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최소 5년은 걸린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버드와이저와 하빈 Harbin-AB 인베브의 또다른 맥주 브랜드로 중국 시장에서 판매량 4위를 차지하는 핵심 제품이다-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퍼트리시오가 상하이로 재발령이 나기 1년 전인 2007년, 브리토는 상하이로 7차례나 날아가기도 했다. 그중 한 번은 15일이나 머물렀다. 퍼트리시오는 “내 생에 브리토처럼 집중력이 뛰어난 사람은 본 적이 없다. 브리토는 언제나 문제에 대해 가감 없이 있는 그대로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브리토는 1년 중 절반 이상을 코네티컷 Connecticut 자택 밖에서 보낸다. 그는 자신이 나고 자란, 그리고 대학까지 다녔던 리우데자네이루에도 집을 한 채 소유하고 있다. 최근 브라질로 여행을 갔을 땐 부인과 네 명의 자녀 중 한 명만이 브리토와 함께했다. 브리토에겐 회사도 가족과 다름없다. 그는 매일 청바지와 (종종 버드와이저나 AB 인베브의 다른 브랜드 로고가 박혀 있는) 파란색 셔츠를 입는다. 2008년 한국 프로모션 행사 때 사용됐던 ‘나는 믿는다(I believe)’라는 문구가 적힌 손목 보호대도 자랑스럽게 착용하고 있다. 아침 8시 상파울루에서 회의가 시작되면 브리토는 펩시를 한 캔 딴다. 그리고 모든 판매 사원들과 악수를 나눈다. 그는 주간판매 목표를 나타내는 복잡한 인쇄물을 살펴 보고는 “이것이야말로 우리 회사의 모습이다. 우리는 수치가 가득한 매트릭스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올해 AB 인베브의 규모는 조금 더 성장했다. 하지만 그에 따른 성장통도 뒤따랐다. 201억 달러에 그루포 모델로를 인수한 것에 대한 미 법무부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브리토는 모델로 미국 생산량의 60%를 차지하던 피에드라 네그라스 Piedras Negras *약주: 멕시코 북부 코아우일라주에 위치한 도시 양조공장을 미국의 세계 최대 주류 유통업체 콘스털레이션 브랜즈 Constellation Brands에 매각했다. 동시에 코로나와 모델로 맥주 브랜드에 대한 미국 판권도 함께 넘겼다. 콘스텔레이션 브랜즈의 맥주 업체 크라운 임포츠 Crown Imports가 이 판권을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결국 브리토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었다. 모델로는 멕시코 맥주 시장의 58%를 차지하고 있다. AB 인베브가 브라질(시장 점유율 69%)과 벨기에(56%) 맥주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일정한 패턴을 읽을 수 있다. AB인베브는 한 번에 한 나라씩 세계 맥주 시장을 장악하려 하고 있다.

브리토가 그루포 모델로처럼 대형 인수 계약에만 관심을 두고 있는 건 아니다. 2011년 AB 인베브는 시카고에 본사를 둔 크래프트 맥주 브랜드 구스 아일랜드 Goose Island를 인수했다. 2012년에는 12억 달러를 투자해 도미니크 공화국의 도미니크 국립 맥주 (Cerveceria Nacional Dominica)-대통령이 마시는 맥주를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의 주식을 다량 매입했다. 이 밖에도 공개적으로 보도되지 않은 많은 소규모 지분 인수를 해왔다. 브리토는 또 다른 기업을 인수할 수 있을까?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맥주 브랜드는 얼마 남지 않았다. 디아지오 Diageo가 소유하고 있긴 하지만, 기네스 Guinness도 가능한 후보다. 미국 시장의 46%를 점유한 AB 인베브는 기본적으로 한계치에 다다른 상태다. 점유율 50%를 넘기게 되면 법무부가 가만두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제대로 실행했을 때의 이야기지만, 고려해 볼 만한 두 가지 수가 있긴 하다. 최대 라이벌 SAB밀러를 인수하는 것이다. 물론 미국 규제당국을 크게 자극하는 일이겠지만, 미국 사업 대부분을 (인수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이는) 몰슨쿠어스 MolsonCoors에 매각해 버린다면 가능할 법한 시나리오다. 그렇게 되면 포스터 Foster나 필스너 우르켈 Pilsner Urquell 같은 대형 브랜드를 해외 포트폴리오에 포함시킬 수 있게 된다. 또 다른 시나리오는 맥주가 아닌 펩시의 음료 부문을 인수하는 것이다(이미 AB 인베브는 다른 나라에서 펩시와 유통계약을 체결했다). 두 가지 시나리오 중 무엇을 선택하든 AB나 모델로를 인수할 때보다 훨씬 더 복잡한 법적·재정적 문제가 뒤따를 것이다.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브리토라면 이런 수를 쓸 수도 있다. 피코는 “명석하고 공격적인 브리토는 현 시기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다”라고 말한다. 이미 복잡하고 덩치가 커진 대기업의 규모를 더욱 키우는 건 위험한 일이지만, 브리토는 두려움을 모르는 사나이다. 현재는 보유 브랜드에 집중하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순 없다. 머지 않아 브리토는 다시 갈증을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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