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원자재 투자의 장기 호황은 끝나는가?

Interview<br>Is the epic boom in commodities over?

원자재 투자의 역사적 호황을 예상한 선구자 중 한 명인 짐 로저스는 지속적인 붐을 낙관한다.
by Brian O’keefe


기억 속에서 그때는 최고의 순간 중 하나로 남아 있다. 1990년대 말, 세계는 인터넷 열풍을 몰고 온 닷컴 거품에 휩싸여 있었다. 당시 짐 로저스 Jim Rogers는 중국의 성장으로 인해 원자재 투자가 호황을 맞을 것이라 전망했다. 그 후로 10여 년 동안, 석유와 철강, 곡물 가격의 상승을 이용해 수익을 내려는 수천억 달러의 자금이 원자재 투자로 흘러 들어갔다. 당시 UBS, 메릴린치를 비롯한 많은 투자 은행들이 로저스 국제 상품 지수(Rogers International Commodities Index)를 기초로 한 투자 상품들을 앞다퉈 내놓았다. 하지만 최근 금 가격이 고점 대비 20% 하락하면서 광물회사들이 신규 개발 사업 규모를 축소하고 있다. 이에따라, 월가에서는 ‘원자재 투자 호황이 끝난 것 아니냐’는 회의론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하지만 올해 70세를 맞은 로저스의 의견은 다르다. 6년 전 그의 가족은 원활한 중국투자를 위해 거리가 가까운 싱가포르로 이사했다. 조지 소로스 George Soros의 헤지 펀드 파트너로서 그는 포춘과 가진 싱가포르 현지 인터뷰에서 상품 투자가 여전히 상승 여력이 있는 이유를 설명했다. 다음은 인터뷰 내용을 발췌한 것이다.


점점 더 많은 월가 사람들이 원자재 투자 호황이 끝났다고 말한다. 정말 그런가?
좋은 질문이다. 부정적인 시각에 대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긍정적인 신호라고 생각한다. 투자업에 오래 종사하다 보니, 모든 사람들이 보트의 한쪽으로 몰려가면 그곳을 피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지난 1982~2000년 주식 시장이 강세장을 이어갈 때도, 1987년에는 시장이 한 차례 폭락했고, 이어 90년과 94년, 97년 그리고 98년에도 각각 약세를 보였다. 그때마다 사람들은 강세장이 끝났다고 주장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오래 지속된 대부분의 강세장처럼, 시장은 결국 투자 광풍이 불며 거품을 만들어 냈다.


그렇다면 아직 원자재 시장이 광풍 단계에 도달하지 않았다고 보는 건가?
강세장을 끝낼 만큼 충분한 자금이 원자재 시장에 유입되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 곡물 재고는 역사적 저점에 머물러 있다. 지난 10년동안 곡물 소비량이 생산량을 추월했기 때문이다. 많은 광물 회사들이 설비 투자 계획을 취소했다. 그들 역시 호황이 끝났다는 월가의 주장 때문에 그런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아직 광적인 상태라고 볼 만한 요소는 없다.


가장 매력적인 상품은 무엇인가?
보통 가격이 가장 많이 하락한 원자재를 찾아 투자한다. 그래서 설탕 쪽을 유심히 보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상당히 많이 올랐지만 여전히 역사적 고점 대비 75% 폭락한 상태다. 천연 가스도 고점 대비 매우 크게 떨어졌다.


셰일 가스가 신규 공급되면서 천연가스 가격이 하락했다.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

그동안 천연가스 개발은 상당한 호황을 누려왔다. 미국이 에너지 자립을 통해 세계를 구원할 것이라는 등의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하지만 셰일 가스 개발이 지난 2년간 급격하게 줄었다. 많은 사업자들이 셰일 가스저장량을 낮춰 잡았고, 유정에서도 셰일 가스 생산량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셸 같은 석유 회사가 셰일 자산에서 20억 달러를 감가상각 처리하는 것을 봤다.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다.


일반 투자자들은 원자재에 어떻게 접근해야하나?
향후 10년간, 농업과 식량 부문에서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 따라서 농장을 직접 구매하거나, 농업 상품 관련 인덱스에 투자하는게 좋다. 아니면 종자나 비료 회사의 주식을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 농장 관련 주식도 있으니 이런 쪽 주식 매매에 관심을 가져보라. 나는 엠스엠 말레이시아 홀딩스 MSM Malaysia Holdings 라는 설탕 회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의 GDP 성장 속도가 줄어들고 있다. 앞으로 문제가 되지 않을까?
상당 기간 동안 중국 당국은 과열된 경제를 식히는 데 주력해 왔다. 물가 상승과 부동산 거품이 문제다. 하지만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중국 시장이 긍정적이고, 오랫동안 괜찮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중국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 저축률과 투자비율도 높고, 금이나 외환 등의 국제 준비금 (International Reserves)도 엄청나게 많다.


그래서 여전히 중국 주식을 장기 매수하나?
중국에 대한 개인적 접근 방식은 좀 특별하다. 기존에 투자했던 곳과는 차이가 있다. 중국 주식이 폭락할 때는 딸들에게 물려줄 심산으로 매수한다. 나중에 아이들이 “정말 아버지는 현명하셨어요”라고 할 거라는 생각에 주식을 묻어 놓는다. 중국 주식을 대규모매수했던 마지막 시점은 2008년 11월이다. 시장이 다시 한번 공포에 휩싸인다면 추가매수할 생각이다. 중국 주식을 매도할 뜻은 전혀 없다. 과거 어떤 투자 상품에서도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그 밖에 어느 곳을 낙관하나?
러시아에 관심을 갖고 있다. 한바탕 혼란이 일어 주가가 하락하면 아주 좋은 매수 기회가 올 것이다. 통화와 농업 상품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대부분 여기 앉아서 창 밖을 바라보며 미래 투자를 구상한다.


어느 나라 통화를 선호하나?
중국 위안화와 홍콩 달러, 미국 달러를 보유 중이다. 미 달러는 완전히 재앙 수준이다. 하지만 세계가 더 혼란스러울수록 많은 사람들이 미 달러로 돌아올 것으로 본다. 여전히 안전한 피난처로 평가 받기 때문이다. 홍콩 달러는 미 달러와 연동돼 있다. 위안화가 외국 통화와 교환 가능한 경화(Hard Currency)가 되면, 홍콩 달러는 차츰 사라지고 위안화로 교체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손쉽게 위안화를 보유할 수 있게 된다. 물론 당장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그때까지 미 달러를 매수하고, 장기적으로 위안화에 대해 콜옵션을 유지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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