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플랭크 블레이크 Frank Blake가 주거개선 소매업체 홈 데포를 재건하기 위한 전략을 소개한다
부동산 시장 불황은 프랭크 블레이크에겐 물론 나쁜 소식이었다. 세계 최대 주거환경 개선 소매업체 홈 데포의 최고경영자인 그는 1만 1,000명을 해고하고, 일부 사업을 매각하거나 폐쇄해야 했다. 매출이 모두 회복된 것은 아니지만, 주가는 1999년 최고치를 경신했을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블레이크가 고객 서비스, 공급망 개선 및 원칙에 입각한 자본 활용 등 소매업의 핵심 요소에 초점을 맞춘 덕분이다. 사실 그동안 회사 수익이 늘면서, 오히려 자본은 감소했다. 홈 데포를 맡기 전까지 한 번도 경영을 해본 적이 없는 올해 64세의 블레이크는 최근 제프 콜빈 Geoff Colvin과의 인터뷰를 통해 온라인 시장에서의 성공, 미국에서 신규 매장을 열지 않는 이유, 경쟁업체 로우스 Lowe’s와의 차이점 등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줬다. 다음은 인터뷰 발췌 내용이다.
홈 데포는 지난 분기에 애널리스트들의 예측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어떻게 가능했나?
부분적으로는 부동산 시장이 회복 중이란게 이유다. 우리는 회복세를 실감하고 있다. 1999년 이후 처음으로 동일 점포 매출이 두자릿수 성장을 했다. 물론 계절적인 요인도 있다. 1분기에는 춥고 비도 많이 왔지만, 2분기에는 2012년도에 비해 화창했다. 하지만 가장 큰 요인은 부동산 시장이 천천히 회복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하나?
그렇다. 하지만 서서히 진행될 것이다. 주택가격이 오르면, 사람들이 주택 투자를 늘리고 싶어한다. 지출이 아닌 투자로 보는 경향이 커지기 때문이다.
건설 하청업체 분위기는 어떠한가? 그들은 홈데포의 가장 중요한 고객층이다.
그들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 매출의 약 35%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주로 직원 5명 이하에 연 매출 50만 달러 이하의 소규모 하청업체와 거래한다. 2008년 리먼 브러더스 붕괴 후, 확실히 기업고객이 일반 소비자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줄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다시 회복하면 기업고객이 훨씬 더 빨리 늘 것이라고 믿었다. 실제 1분기에 처음으로 그렇게 됐다. 이처럼 경제가 일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그 자체로도 우리 모두에게 매우 중요하지만, 일자리 창출에도 역시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현 상황이 상당히 고무적이다.
소매업은 기술발달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부문이다. 홈 데포는 이에 대비해 사업 모델을 어떻게 조정하고 있나?
인터넷이 소매업계에 여러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를 잠식하면, 일부 소매업계가 큰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책과 CD, 그리고 DVD 같은 것을 생각해보라. 하지만 우리에겐 크게 해당되지 않는다. 건식 벽체를 디지털화할 수는 없다. 한편으론, 소비자들이 우리에게 거는 기대가 더 커졌다. 집에서 제품을 주문하고 받아볼 수 있는 상황에서, 점포까지 직접 차를 운전해 방문한다면 더 큰 기대를 할 것이다. 우리 업체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는 매일, 또 매달 커지고 있다. 따라서 더이상 지저분한 매장과 불친절한 직원, 그리고 재고 부족은 용납되지 않는다. 매장을 직접 방문한 고객을 최대한 만족시키는 것이 우리의 전략이다.
고객 서비스 면에서 개선할 점이 많았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했는데, 특히 어떤 노력을 기울였나?
우선 고객 서비스 개선은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일이다. 항상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먼저 직원들을 돌보는 것이 중요하다. 홈 데포는 부동산 시장 불경기에도 시간제 근로자들의 월급을 인상하고, 퇴직연금을 유지하고, 보너스도 늘렸다고 자부한다. 업계에서 이런 노력을 한 기업은 많지 않다. 직원 교육에 앞서, 그들의 입장에서 ‘회사가 직원들을 배려하는가?’ 또는 ‘회사가 복지 증진에 노력하고 있는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직원 복지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그리고 교육 수단 개선, 컴퓨터 기반 교육 및 직원들이 필요로 하는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차별화는 소매업계의 브랜드 파워와 경쟁력 강화에 매우 중요한 요소다. 로우스는 홈 데 포의 가장 큰 경쟁 상대인데, 그들과의 차별화 전략은 무엇인가?
매일 고민하는 부분이다. 우리는 주거공간 개선 소매업체로서 제품 관리에 초점을 맞춰 혁신 제품을 가장 먼저 출시하고, 고객들이 프로젝트를 더 간편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집중하고 있다. 아울러 고객 서비스에 초점을 맞춰 어떻게 투자할 것인지, 또 어떻게 직원들의 역량을 강화할 것인지를 고민한다. 식료품 가게에 가서 ‘이 브로콜리 줄기는 어떻게 쓰나요’라고 질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리 매장의 특징은 매일 고객들이 직접 찾아와 ‘이 제품은 무엇인가요’, ‘어떻게 쓰나요’ 같은 여러 가지 질문을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직원 교육에 힘쓰고, 직원들이 고객 문의에 잘 응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홈 데포는 점포를 방문한 고객들에게 제품 위치를 알려주는 앱도 선보였다. 고객들이 스마트폰으로 제품 위치를 문의하면, 앱이 안내를 해주는 건가.
맞다. 고객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찾는 제품이 어디에 있느냐다. 홈 데포 앱을 다운 받으면 도움이 된다. 우리는 가게마다 제품 위치 지도를 만들어, 각 제품 구역을 모두 파악해 놓았다. 우체통이 어디에 있는지 문의하면, 앱이 17번 통로 C 구역에 있다고 바로 알려준다. 이 앱은 우리 직원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홈 데포에선 연간 10억 건 이상의 거래가 이뤄진다. 그만큼 데이터도 상당할 것이다. 이런 데이터를 이용해 최상의 가치를 이끌어 내는 방법은 무엇이라 보는가?
아직은 데이터 활용이 초기 단계에 있다. 겨우 최근에야 데이터 웨어하우스 data warehouse *역주: 어떤 업무와 관련해 기업 활동을 지원하는 대규모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마무리했다. 다른 소매업체에 비해선 뒤처진다. 우리는 사실 과거에 재고 확보와 대규모 제품구비에 더욱 초점을 맞췄다.
최근 몇 년간 사람들은 미국 내 홈 데포 점포가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도 홈 데포는 계속 점포를 늘렸다. 하지만 이젠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결국 사람들의 통념이 사실이 된 건가?
필요한 만큼 점포를 거의 세웠다. 신규 매장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 미국 경제가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올해 우리는 노스다코타 주 마이넛 Minot에 새로운 점포를 낼 예정이다. 개인적으로 마이넛에 매장을 오픈할 것이라곤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셰일 가스 상황을 보라. 현재 붐이 일고 있다. 이처럼 상황에 따라 점포를 늘릴 수는 있다. 하지만 앞으론 연간 200개는 고사하고 50개까지 점포를 늘리는 일도 없을 것이다.
홈 데포는 GDP 성장률 더하기 2% 포인트 성장을 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신규 매장을 열지 않고 어떻게 가능한가?
아까 얘기한 것처럼 많은 부분이 온라인 사업으로 가능하다. 온라인 부문을 확장하면서, 모든 것을 매장과 연결하고 있다. 고객들은 온라인에서 구매한 후 점포에서 교환하거나, 직접 찾아가거나, 배송받을 수 있다. 온라인 고객 3명 중 1명은 거래를 처리하기 위해 매장에 온다. 그들 중 상당수는 매장에서 추가구매를 한다.
홈 데포는 2006년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하지만 이제 거의 철수한 상태다. 이 실패를 통해 어떤 교훈을 얻었나?
정말 많은 것을 깨달았다. 리더십을 올바로 정립하지 않았기 때문에, 리더십에 많은 변화를 줬다. 우리는 중국 소비자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파악했다고 생각했지만 착각이었다.홈 데포가 미국에서 성공한 원인은 유통망을 건너뛰고, 소비자들에게 도매가로 물건을 공급했다는 데 있다. 하지만 중국에선 한 번도 유통망을 건너뛴 적이 없고, 그럴 가능성도 없었다. 우리는 “전 세계에서 미국인들이 주거환경 개선 제품을 가장 많이 구매하고 있다. 여세를 몰아 중국시장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았다.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홈 데포의 핵심 경쟁력은?
몇 가지 중요한 일에만 선택·집중하는 능력이다. 2,000개 이상의 점포와 34만 명의 직원을 거느린 한 조직으로서 우리가 원하는 것을 먼저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런 다음 그 목표를 중심으로 모든 것을 조직화한다. 매해 정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부분을 파악해 그 몇 가지 부분에만 집중한다.
그렇다면 현재 우선순위는 무엇인가?
지금 당장은 소위 ‘소매의 상호 연결(interconnected retail)’이다. 즉, 고객들이 온라인이든 점포든 불편함 없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리더십 시리즈: 본 기사는 포춘의 선임 대기자 제프 콜빈의 최신 CEO인터뷰 시리즈이다. 인터뷰의 발췌 영상은 포춘 홈페이지(fortune.com/leadership)를 참고하라. 또 찰스 슈왑 Charles Schwab, GE의 제프 이멜트 Jeff Immelt 및 P&G의 A.G. 래플리 A.G. Lafley, 핌코 Pimco의 모하메드 엘 에리언Mohamed El-Erian, 노바티스 Novartis CEO 조 히메네스 Jeo Jimenez, 홀 푸드 Whole Foods의 공동 CEO 월터 롭 Walter Robb등과의 다른 인터뷰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