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리코노믹스는 차이나 3.0의 성공 열쇠” 중국 경제 개혁 성공 위해선 시장의 힘 키워야

[INTERVIEW] 중국 최고 MBA CKGSB 리우 징 교수

베이징=유부혁 기자 yoo@hmgp.co.kr

투쟁과 제조에 이어 중국의 어젠다는 지금 ‘소비’다. 마오쩌둥의 정치 혁명, 덩샤오핑의 경제 혁명을 지나 맞이한 시진핑의 시대는 사회와 소비의 혁명 시대라는 점을 압축한 ‘차이나 3.0’이라 불리기도 한다. 중국은 이제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 최대의 내수 시장, 투자국가에서 소비국가로 경제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있다. 이 실행방안을 일컬어 리코노믹스(리커창의 경제정책)라 부른다.

이를 두고 중국 밖 경제학자들은 중국 경제가 그동안 ‘양적 성장’에 초점을 맞춰 왔다면 이제 ‘안정 성장(질적 성장)’으로 초점을 옮긴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중국 경제의 폭풍 성장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출구전략이라는 해석도 그중 하나다. 지역, 소득, 계층 간 소득 불균형과 과잉 생산, 지방 정부 부채, 급성장한 그림자 금융 등에 따른 중국 내부의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한 전략이란 시각도 있다. 둔화된 경제 성장 시기에 숨 고르기를 명분으로 덩샤오핑의 경제 개혁 개방을 계속적으로 추진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 내부에선 리코노믹스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이를 위해선 중국 경제 노선을 형성하는 큰 줄기 중 신우파와 신좌파가 중국 경제 발전의 동력을 어디에서 찾는지 볼 필요가 있다.

우선 신우파는 사회진화주의로 불리며 자본주의에 따른 기업가 정신을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반면 신좌파는 평등주의로 공산당 체제의 전통성과 함께 계획 경제를 지지한다. 또 외교적으론 신우파가 세계 외교 무대에서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는 반면 신좌파는 상당히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리커창 총리의 경제 정책은 신우파의 입장을 많이 반영했다고 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국유기업의 한계를 지적한 점이다. 많은 신우파 학자들은 국유기업의 성장 전략이 이제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따라서 시장에서의 역할이나 점유율 또한 일정 단계까지는 계속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 이유는 경쟁의 결과다. 신우파의 선두에 있는 장웨이잉은 최근 유럽외교관계협의회에서 발간한 ‘차이나 3.0’에서 “중국의 성장동력은 민간에서 나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의 정책이 아닌 민간 기업의 역할이 경제 발전을 가져왔고 오늘날 위기는 오히려 국영 기업의 독점과 정부의 간섭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또 그는 “정부와 국유기업, 국유 은행으로 이어지는 부가 주요 산업을 독식했고 수출을 통한 부 역시 이들 그룹에서 독차지했다”고 말했다. 이는 앞으로 중국 경제가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기 위해선 시장의 힘에 개혁을 맡겨야 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반면 신좌파는 정부의 역할을 여전히 중시한다. 성장과 이후의 갈림길에서 정부는 충분히 정책을 컨트롤하고 추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들은 그 이유로 재정 구조의 건전성을 든다. 중국 재정 적자가 GDP 대비 2% 수준으로 아직 미미하고 정부 부채도 GDP 대비 20% 정도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원한다면 언제든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통해 성장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신좌파가 정부의 역할을 중시하는 이유는 사회주의 체제하의 공공 복지 확대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신좌파로 일컬어지는 인사인 왕샤오광은 “중국이 사적 영역에선 풍요를 누리고 있지만 교육, 의료, 치안 등 공공 부문에선 여전히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공동체의 복지를 진정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먹고 사는 문제 다음으로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 정부의 계획과 역할을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신좌파와 신우파의 공통점은 ‘개혁의 필요성’이다. 다만 누가 어떤 힘으로 어떻게 개혁을 진행해야 하는지가 지식인 층 사이에서 뜨겁게 논의가 전개되고 있다. 시진핑 역시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리코노믹스는 중국의 성장동력 중 지나치게 치우쳐 있다고 지적되는 투자와 지금 강조되고 있는 소비를 적절히 믹스하는 형태로 진행될 것이다. 또 제조업을 통한 수출 중심을 서비스업 성장을 통한 내수시장 성장 중심으로 이행시키면서 중국 경제 구조를 선순환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다.

중국은 스스 큰 경제 규모만큼 오해도 많다고 주장한다. 또 중국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에도 일반화 오류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리코노믹스는 중국 경제 개혁의 큰 물줄기이기 때문에 주요 사안마다 리코노믹스를 대입해보고 지속적으로 파헤치려는 노력과 연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포춘코리아는 중국 최고 경영대학원인 CKGSB 리우 징 재무학 교수를 베이징 캠퍼스에서 만나 리코노믹스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그는 리코노믹스의 성공을 위해선 국유기업과 금융 시스템의 개혁이 필수이고 도시화를 통한 내수 진작을 위해선 후커우(戶口) 제도(중국의 호적제도) 폐지가 급선무라고 주장했다.


Q 리코노믹스를 중국 개혁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봐도 무방할까? 리코노믹스에 대한 의견을 이야기해 달라

그렇게 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중국의 과거 성장 모델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지난 30년간 정부가 큰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이제 정부의 구조와 금융을 개혁할 때다. 리커창 총리는 금융과 환율 시스템 개선을 강조했다. 지금껏 중국은 국민들에게 저축을 강요했고 그 돈으로 금융 시스템을 구축해 국유기업에 투자했다. 국유기업이 번영할 수 있도록 틀을 제공한 것이다. 이제 정부와 국유기업의 역할을 축소해야 한다. 리커창 총리는 자금 지원을 줄이고 개혁을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나 역시 민간 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제조업에 대한 투자는 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혁의 힘은 정부가 아닌 시장의 힘으로 해야 한다. 특히 금융 기업은 정부가 아닌 시장의 지시를 따르도록 해야 한다.

경기부양책이나 부채를 늘리지 않고 경제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지난 30년간 중국의 실질 성장률은 10%였다. 이것을 포기해야 현실적으로 개혁이 가능하다. 경제성장률을 낮춰야 할 것이고 정부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정부는 지난 3년간 지역 정부에 대한 투자를 계속 증가시켜왔다. 도시화가 중국 경제 성장의 동력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투자의 목적이 바뀌어야 한다. 과거에는 제조능력을 향상시키고자 노력했다면 이제는 도시화가 경제 효율성을 높이는 것에 주력해야 할 때다. 중국은 도시화를 통해 내수 진작 효과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개혁에는 반드시 승자와 패자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리코노믹스를 통한 개혁의 승자는 민간기업과 노동자가 될 것이다. 특히 노동자의 임금은 정부의 의지대로 계속 상승할 것이다. 반면에 국유기업의 수익성은 하락할 것이다. 이것이 경제 구조조정의 결과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국유기업 수익성 하락의 의미와 영향은 무엇인가?

(국유기업이) 중국 경제 개혁의 패자라는 의미다. 경제 시스템의 효율성을 개선하면 국유기업은 독점권을 잃게 된다. 지금까지 은행을 비롯한 국영기업의 수익성이 높았던 이유는 경쟁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 민간기업과 외국 기업이 경쟁해서 효율성을 개선해야 한다. 국유 기업이 독점권을 잃고 그동안 쌓아왔던 부가 이전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민간 기업이 활성화 되고 경쟁이 치열해진다면 시장 경제 규모는 더 커질 것이다.


신흥국들의 위기와 함께 중국 경제도 성장세가 꺾일 것이란 의견이 있다. 여기에 더해 중국 정부는 리코노믹스가 실패할 것이란 부담도 있을 것 같다

나는 정부가 말하고 있는 7% 성장률이 앞으로의 여러 상황에 대한 가정과 시뮬레이션을 종합해 계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나는 7%라는 수치가 실제적으로 개혁을 하기엔 조금 높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당장 중국 경제에 안 좋은 신호가 온다고 해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은 없을 것이다. 과거 금융위기 때 4조 위안를 투입했지만 앞으론 그 정도의 정부 지출은 없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그럼에도 도로를 포함한 도시 인프라 구축을 위한 투자는 계속될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아직 중국이 선진국이 아니라는 점이다. 중국은 1인당 GDP가 6,000달러가 채 안된다(2012년 IMF 자료 기준 5,898달러). 한국, 일본과 비교해도 낮은 수치다. 하지만 베이징이나 상하이의 경우 1인당 GDP가 일본과 비슷하다. 지역 간 불균형이 중국 경제에 부담이 아닌 새로운 힘이 될 수도 있다.

소도시나 내륙지방은 여전히 경제 개발 수준이 낮다. 중국의 도시화 전략은 경제활동의 중심을 내륙지방으로 이동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런 시도는 중국 경제 성장의 새로운 활로가 될 것이다.


일부에선 중국 지방 정부의 채무를 우려한다. 도시화 추진이 지방 채무를 부추길 위험은 없다고 보나?

지방 정부의 순 부채는 GDP의 40~50% 정도 수준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 편이다. 중요한 건 세수 분배가 불평등하다는 점이다. 걷힌 세금을 지방정부에 주지 않고 중앙 정부가 가져가 채무가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충분히 관리 가능한 정도의 부채라고 본다. 그리고 지방 정부의 채무는 더 늘어나지 않을 것이다.

도시화에 대해 좀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도시화 이면에 있는 농민들의 어려움에 대해서다. 시골에서 태어난 농민은 대부분 소농이라 생산성이나 효율성이 떨어져 부를 축적하기 어렵다. 또 중국 거주민 시스템인 후커우 제도를 보면 농민은 100% 차별을 받고 있다. 농민으로 분류되면 평생을 그 지역에서 살아야 한다. 자녀들 역시 좋은 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다. 이런 탓에 농민과 도시 거주민들의 소득 불균형이 개선되기 어렵다. 이런 제도는 빨리 없애야 한다. 농민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주할 수 있도록 한다면 내수 진작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도시화는 차별을 없애는 작업과 병행되어야 한다.


2014년 리코노믹스를 전망해 달라

2014년은 가장 예측하기 힘든 한 해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주요 개혁이 단행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주요 정책 실현 방안이 연말에 발표될 것이다. 정부의 개혁 의지에 따라 조금은 변할지 모르지만, 그럼에도 중국이 7~7.5% 정도는 성장한다는 걸 기준으로 생각해야 한다.

중국의 입장에선 2013년에 긍정적인 요소가 부정적인 요소보다 많았다. 미국 경기가 살아나면서 세계 경기의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바뀌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리커창 총리가 주장하는 개혁의 성과를 맛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중국 경제 구조를 개혁하는 데만 2~3년 정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 기간 동안 중국은 서비스 부문이 크게 성장하게 될 것이다. 민간의 경쟁을 통해서 말이다.


중국 경제는 당에 의해 추진되지 않나? 개혁이 정말 가능할까?

당에 의한 경제. 그것 역시 개혁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4,000만 명에 달하는 당원을 가진 공산당은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정부를 주도해 왔다. 지난 30년의 경제 성과를 봐도 알 수 있다. 또 공산당은 중국 엘리트층의 집결지이다. 이들은 이데올로기나 이상이 아닌 실용적인 부분을 따르고 있다. 나는 개혁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리코노믹스는 성공할 것이다. 리코노믹스가 개혁하고자 하는 문제들은 중국만 특별히 겪는 문제가 아니다. 다른 나라들도 이미 경험했고, 해결했거나 해결하고 있는 문제들이다. 앞서 말한 대로 의지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또 중국에는 의지가 있다고 본다. 나는 리코노믹스의 성공보다 지구 온난화 문제 해결이 더 어렵다고 생각한다.


리우 징 교수는...
리우 징 LIU Jing교수는 CKGSB 부학장이자 재무학 교수이다. UCLA 종신교수를 역임한 그는 자본시장과 자산평가, 증권 분석 분야의 권위자로 주로 중국 경제 개혁과 재무회계, 투자 등을 연구하고 있다. 또 여러 중국 기업의 이사직과 금융 기관 고문으로 활약하고 있다. 그의 연구 성과는 Journal of Accounting Research, Accounting Review 등 저명한 학술지에 주로 소개되고 있다. UCLA 앤더슨 경영대학의 최우수 논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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