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FORTUNE KOREA 500] (19위) NH농협금융지주

출범 20개월 차 신생 금융지주 글로벌 협동조합 금융그룹 꿈꾼다

NH농협금융지주는 지난해 3월 2일 농협중앙회가 ‘새농협 출범 기념식’을 갖고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하면서 출범했다. 출범 첫해인 지난해 26조3,423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포춘코리아 500대 기업순위에서 19위에 이름을 올렸다.
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


지난해 3월 농협중앙회는 50년 역사상 가장 큰 구조개혁을 실시했다. 지난 50년간 농협중앙회라는 통일된 조직 안에서 수행되던 경제사업과 신용사업을 각각 지주회사 체제로 분리·전환한 것이다. 양 사업부문의 경쟁력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었다.

사실 양 사업 부문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은 여러모로 서두른 감이 있다. 지난 20여 년 가까이 논의됐지만 번번이 결실을 맺지 못하던 사업구조개편이 이명박 정부 임기 말에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지원으로 급하게 강행됐다. 경제사업 부문 지주회사가 된 농협경제지주와 신용사업 부문 지주회사가 된 NH농협금융지주 모두 한동안 공황상태를 면치 못했다. 법이 정한 시기에 맞추느라 홀로서기를 준비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던 탓이다.

특히 NH농협금융지주는 회장 선임이 늦어지면서 선장 없이 항해하는 배 신세가 됐다. 이 같은 상태는 출범 3개월여가 지날 동안 계속됐다. 출항 초기 선장의 부재는 조직에 큰 혼란을 가져왔다. 구조조정을 우려하며 출범 직전까지 강력 반발했던 노조와 비체계적인 결재권, 수장 없는 지도부 등의 결합은 조직 와해설이 터져 나올 정도로 혼란스러웠다.

NH농협금융지주에 첫 회장이 선임된 것은 지난해 6월이었다. 출범 3개월 만이다. 한국수출입은행장을 역임한 바 있는 신동규 전 전국은행연합회장이 첫 수장이 됐다. 노조의 거센 반발 속에 회장 자리에 오른 신동규 전 회장은 조직을 빠르게 추슬러 나갔다. 출범 1년이 된 올해 3월까지 짧은 기간 동안 의미 있는 성과들도 몇 있었다.

물론 드러나는 지표는 만족할 만한 수준이 못됐다. 농협중앙회로부터 분리될 당시 240조 원 자산을 들고 나왔던 NH농협금융지주의 2012년 말 총자산은 245조9,000억 원에 그쳤다. 출범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2020년까지 총자산 420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는 너무 멀어 보였다.

덩치가 큰 만큼 매출규모는 컸다. 26조3,423억 원의 매출을 올린 NH농협금융지주는 매출 규모로 순위를 정하는 포춘코리아 500대기업 순위에서 19위에 이름을 올렸다. 당기순이익은 4,514억 원으로 전체 기업 중 40위에 올랐다. 총 자산순위가 5위임을 고려한다면 매출액 및 당기순이익 규모는 만족스럽지 못한 수준이다.

모든 게 다 실망스러웠던 것은 아니다. 뒤숭숭한 출범 초기 상황을 정리하고 조직을 정비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한 해였다. 출범 첫 해였던 만큼 지주사 체제로의 성공적인 전환과 연착륙에 더 큰 의미를 두는 것이 맞다. 안정적인 운영 기반 마련이 더 중요한 한해였기 때문이다.

혼란스러웠던 한 해였지만 자회사의 의미 있는 성과들도 있었다. 지난해 9월 NH농협은행이 5년 만기 5억 달러 규모의 미국 글로벌본드 발행에 성공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번 글로벌본드 발행이 특히 더 고무스러웠던 점은 투자금액이 발행금액의 6배에 달할 정도로 수요가 많았다는 점이다. 첫 해외시장 진출에서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른 셈이다.

이후 해외시장 진출도 탄탄대로다. 올해 상반기에 중국 베이징과 베트남 하노이에 사무실을 개설한 데 이어 8월엔 미국 뉴욕지점을 개점했다. NH농협은행은 미국 LNG 플랜트 사업 등 국외 인프라 투자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어 앞으로 괄목할 만한 수익성 제고가 점쳐지고 있다.

보험사 중 유일하게 유배당 연금보험 판매에 나섰던 NH농협생명의 놀라운 실적도 주목할 만하다. 올해 1월 30만 건을 돌파한 NH농협생명 유배당 연금보험은 4월까지 유배당보험 초회보험료가 3조4,978억 원을 넘어섰다. 이는 지난해 타 보험사들의 변액보험 초회보험료 총합인 1조8,505억 원보다 더 많은 금액이다. NH농협생명은 분기 보험료 수익 기준으로 지난해 2분기(7~9월)부터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에 이어 이미 생명보험 ‘빅4’로 올라선 상태다. 보험업계 최초로 대출금리 상한제를 도입하고 약관대출금리를 내리는 등 소비자를 배려한 정책이 시장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NH농협금융지주가 시간이 갈수록 더 좋아질 것이라는 시장의 낙관적인 전망은 이 같은 자회사들의 선전에 기인한다. 지주사가 붕 뜬 상황에서도 자회사들은 자신의 영역에서 성공적으로 입지를 다져왔다. 따라서 NH농협금융지주는 이번 포춘코리아 500대 기업순위보다 내년, 내후년 순위가 더 기대되는 기업이다. 올해 순위는 지난해 실적을 가지고 평가한 것이기 때문에 NH농협금융지주로서는 꽤 아쉬운 결과일 수밖에 없다. 출범 초기 상당 기간을 통째로 날린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올해 6월 임종룡 회장으로 수장이 바뀌며 경영 불확실성이 제거된 것도 호재다. 새 정부가 들어선 데 따른 정권 교체 여파로 이전 정권에서 임명된 NH농협금융지주 회장도 교체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안팎에서 공공연히 흘러나왔다. 사실이야 어떻든 어수선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신동규 전 회장은 올해 5월 자진 사퇴를 결정해 조직 운신의 폭에 여유를 줬다.

신임 수장으로 선임된 임종룡 회장은 취임사에서 경영 체제의 조속한 안정과 농협금융지주의 건전성 강화에 주력하겠노라고 밝혔다. 출범 첫해 조직 정비에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된 것과 금융업의 경영환경 악화를 염두에 둔 말이다. 임종룡 회장은 금융 부문의 건전성 강화로 내실을 다지고 사업다각화를 통해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하겠다는 비전을 내세웠다.

새로운 수장은 취임과 동시에 발 빠르게 조직을 정비해 나갔다.

영업 현장을 찾아 직원들을 다독이며 조직 안정화에 총력을 기울였다. 건설·조선·해운 등 3대 경기 민감업종 특별관리 태스크포스(TF)를 직접 주재하는 것도 조직 내 영향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다. 건전성 강화를 꾀하면서 그 과정에서는 조직원들의 신임을 얻겠다는 복안이다.

NH농협금융지주가 구축 중인 통합 마케팅 시스템도 앞으로의 성장에 초석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농·축협 조합 네트워크와 각종 금융 자회사를 함께 보유한 NH농협금융지주는 각 사업 간 시너지 효과가 타 금융지주사보다 클 수밖에 없다. 각 사업 간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면 NH농협금융지주의 ‘2020년 총자산 420조 원’ 목표도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는 평가다.

NH농협금융지주는 이를 위해 모든 네트워크 및 자회사의 고객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개발 및 통합하고 있다. 시스템 개발이 완료되면 2,500만 명에 달하는 NH농협금융지주 고객들은 통합된 은행, 보험, 증권 등의 금융서비스를 제공받게 된다. NH농협금융지주 상품으로만 구성된 패키지 제작 및 판매가 쉬워진다는 얘기다.

나아가 NH농협금융지주는 자회사 고객으로만 머물 수도 있었던 특정 고객을 지주회사 전체의 충성고객으로 편입시킬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11월로 NH농협금융지주 출범 20개월을 맞았다. 위에서 언급한 NH농협금융지주의 야심 찬 계획을 굳이 강조하지 않더라도, NH농협금융지주의 내일은 오늘보다 낫다고 단언할 수 있다. 이 거대 조직은 갈수록 안정화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임종룡 회장이 내세운 건전성 강화도 결국은 안정적 운영에 방점을 두겠다는 의미다.

지난 20개월은 힘든 기간이었지만 성과도 있었다. 가파른 상향곡선을 그리진 못했지만 NH농협금융지주는 조금씩이나마 앞으로 전진했다. 현재도 마찬가지다. NH농협금융지주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조직을 정비하며 ‘아시아를 대표하는 글로벌 협동조합 금융그룹’ 목표에 한 발 더 다가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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