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인간이 속한 포유류는 제외다. 오리너구리와 관련해 몇 가지 의견차이가 있기는 해도 현재로선 포유류 가운데 아버지 없이 처녀 생식하는 생물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왜일까. 우선 포유류의 난자 세포는 대부분 정자의 신호 없이는 분열하지 않는다. 또한 대다수 포유류의 난자는 배아가 성체가 될 때까지필요한 염색체의 절반만 갖고 있다. 정자 없이는 배아의 DNA가 생존에 필요한 염색체를 모두 가질 수 없는 것이다.
어쩌면 이 두 가지 문제는 생명공학 기술이나 예기치 않은 돌연변이를 통해 극복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 번째 장애물은 그럴 수 없다.
실제로 정상적인 조건 하에서 정자와 난자의 DNA는 변화를 일으켜 어떤 유전자는 활성화되고, 또 어떤 유전자는 억제된다. 난자와 정자가 만나 배아를 형성할 때는 이런 각인 과정이 동시에 일어나고, 그에 맞춰 모든 필수 단백질의 생성량이 결정된다. 때문에 난자 세포가 정자 세포의 각인 작업 없이 증식할 경우 배아는 오래 살 수 없다.
현재 과학계는 이 같은 각인이 200여종의 유전자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의 분자유전학자인 마리사 바르톨로메이 박사는 처녀 생식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각인에 의해 발현되는 영향들 중 다수가 돌연변이를 통해 충족돼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일어나기에는 너무 복잡한데다가 엄청난 우연을 필요로 합니다. 혹여 모든 각인 과정을 제거하는 돌연변이가 일어난다면 정자나 난자 없이도 정상적인 성장이 가능할까요?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묻습니다만 지금은 누구도 답을 알지 못합니다.”
각인 (imprint) 특정 유전자의 발현이 비활성화 되는 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