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바람과 함께 사라진 SNS 서비스들

SNS 마케팅 따라잡기

거의 매일 새로운 모델의 SNS가 등장한다. 또 대중의 관심으로부터 조용히 사라지는 SNS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토종 마이크로 블로그형 SNS들이 주로 명맥을 다하고 사라졌지만 국내에서 체크인 서비스로 주목을 받았던 아임인 같은 SNS도 지난해 문을 닫았다. 화려하게 기대를 모았지만 최근 서비스를 접거나 접기 직전인 국내 SNS들을 추적해보자.
홍덕기 SNS칼럼니스트 ceo@isocial.co.kr www.facebook.com/deockee


네이버의 미투데이는 올해 6월 말 서비스를 종료한다. 2012년 다음의 ‘요즘’, SK커뮤니케이션즈의 ‘C로그’에 이어 토종 마이크로블로그 서비스가 모두 막을 내리는 것이다. 미투데이는 2008년부터 7년 동안 네이버의 회원 영향력과 공격적인 마케팅을 바탕으로 한때 1,000만 가입자를 돌파하기도 했지만, 지난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글로벌 SNS 트위터의 강세 속에 수익모델은커녕 사용자수 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내리게 되었다.

SNS 업계에선 미투데이의 실패 요인으로 우선 애매한 정체성을 들고 있다. SNS 세계 시장의 선두주자인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장점만 추구하다가 성격이 애매해졌다는 점을 실패 원인으로 꼽고 있는 것이다. 형식과 내용은 트위터와 닮았지만 마케팅과 캐치프레이즈는 페이스북을 닮은 ‘미친’(미투데이 친구)을 추구했다.

트위터는 초반 ‘What are you doing?’이라는 슬로건 아래 사용자들의 가벼운 일상을 공유하는 서비스를 펼쳤으나, 사용자들이 세상사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펼치는 공간으로 활용하자 슬로건을 ‘What’s happening?’으로 변경하면서 ‘트위터는 미디어’임을 분명히 밝혔다. 페이스북은 ‘친구의 친구는 친구다’라는 전제 아래 지인 간의 관계 확장을 지향했다.

네이버의 폐쇄성도 여기에 일조(?)했다. 다음을 누르고 포탈의 선두에 올라선 이후 네이버는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폐쇄성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API(Application Program Interface)를 공개하며 응용프로그램 개발자들과 서비스를 확장해 온 것과는 확연하게 다른 점이다. 네이버는 뒤늦게 오픈 API정책으로 선회했지만 개발자들의 호응을 얻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네이버 측은 인터넷 실명제 때문에 역차별을 받은 것도 한 요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실명 인증대신 이메일 계정 하나만으로 국내 영향력을 늘렸지만, 자신들은 이런 장점을 활용하지 못했다는 강변이다. 국내 법이 국내 업체와 글로벌 업체를 차별하는 것은 분명 문제지만 비즈니스 실패의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아이돌을 동원한 마케팅으로 짧은 시간에 가입자를 모으는 데는 성공했지만 10~20대 중심의 ‘어린’ 서비스로 전락시킨 책임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위치기반 SNS 아임인도 지난해 5월 문을 내렸다. 아임인은 KTH가 2010년 ‘한국형 포스퀘어’를 표방하며 출시했던 서비스다. ‘발도장 쿡 찍고 놀자!’며 400만 명의 회원을 모았지만 수익모델을 제대로 발굴하지 못했다. 이보다 앞서 2012년 유사 서비스인 다음의 플레이스와 골드인시티가 먼저 사라졌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 씨온이 승승장구하는 모습과 대비된다. 씨온은 소상공인과 프랜차이즈 매장과 브랜드의 마케팅 플랫폼으로 자리잡고 고객과 매장 점주 간의 ‘역경매 딜 서비스’, 사용자의 방문과 후기로 이루어진 ‘추천 맛집 선정’ 등 참신한 구성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향후 커뮤니티와 결제 기능을 갖춘 커머스 플랫폼으로 진화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라이브 방송 서비스인 짱라이브가 서비스를 종료했다. 2012년 회선 사용료 미납으로 중단됐다가 지난해 서비스를 잠시 재개했지만 끝내 문을 닫았다. 프리챌의 창립자 전제완 씨의 재기작이어서 기대를 모았던 짱라이브는 스마트폰으로 찍은 영상을 가족 및 친구들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동영상 공유와 라이브 방송 위주의 서비스를 시작하다가 2012년 중반 텍스트·사진 등 이미지도 공유하고 페이스북의 뉴스피드처럼 동영상 타임라인 신설 등 소셜 기능을 추가했지만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동영상과 커머스를 접목하는 플랫폼으로 진화시키겠다는 계획이 그저 의욕에 그치고 만 셈이다.

SNS의 원조 격인 싸이월드는 SK컴즈에서 분사의 길을 걷게 됐다. 싸이월드는 ‘황금 도토리를 낳는 거위’에서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사용자가 점점 감소하고 수익이 줄어들면서 적자로 돌아선 지 이미 오래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 해외 SNS에 밀려 인기가 시들어진 데다 모바일 중심으로 서비스를 전환하지 못한 것에서 실패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싸이월드는 종업원지주회사 형태로 분사할 예정이다. SK컴즈라는 큰 울타리안에서도 간신히 명맥을 유지했던 회사가 벤처 형태로 얼마나 살아남을 수 있을지 업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그래서 SK컴즈의 분사 결정은 ‘사실상 포기 선언’이라고 보는 시각도 일리 있게 들린다.

이동통신 3사의 통합 모바일 메신저 조인은 첫 모습을 드러낸 지 1년이 넘은 현재에도 존재감이 미미하다. 조인은 GSMA(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가 채택한 차세대 통합 커뮤니케이션으로, 국내 출시 당시부터 태생적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실패 원인으로는 유료화와 플랫폼 모델 부재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우선 유료화 부분이다. 조인은 통화·문자 전송이 주요 수익 모델인 이동통신사의 입장에서 문자 수익 감소를 유발하는 이 서비스를 당분간 무료로 제공하다가 유료로 전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무료 서비스로 시장을 선점한 카카오톡과의 경쟁에서 유료화라는 부담을 안고 승리할 수 있을지가 미지수였다. 결국 가입자가 350만 명 미만으로 존폐를 걱정할 단계에 이르러 유료화는 고민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유료화보다 더 중요한 한계는 모바일 메신저의 플랫폼 모델이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카카오톡이 카카오 스토리, 모바일 게임, 모바일 마케팅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자리잡으면서 국내외 가입자를 1억명(2013년 12월 초)으로 늘리며 확장해 나가고 있는 것과 대조되는 모습을 보였다.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패 원인을 학습하는 것도 의미 있는 작업이다. 제대로 된 모델이 아직 10년도 채 유지되지 않은 SNS 세계에선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살아남아 성장하는 서비스가 있고 조용히 사라지는 서비스가 있을 수밖에 없다.

성공 사례로 손꼽히는 SNS도 서비스 기획 초반 설계했던 모습 그대로 성장해 온 것이 아니다. 사용자와 시장의 변화, 니즈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면 도태되고 만다는 적자생존의 원리가 SNS세계에서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는 얘기다. 마치 ‘살아 있는’ 유기체처럼.

“SNS 세계에선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패 원인을 학습하는 것도 의미 있는 작업이다.”


홍덕기 대표는…
이 글의 필자인 홍덕기 씨는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일보 일간스포츠 기자를 거쳐 한국아이닷컴 프로젝트 개발부장을 역임했다. 한국대학신문 편집장을
지낸 후 SNS 사업체인 ㈜아이소셜의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동덕여대에서 ‘광고론’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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