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14년 한국경제의 당면과제

2014년 한국 경제의 갈 길이 험난해 보인다. 한국에 있어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미국의 재정난을 이용한 일본의 경제회복이다. 엔저가 구조적으로 진행되면 한국의 시련이 시작된다. 구조적 저성장기에 직면한 한국 경제에 원화강세와 금리 상승은 큰 걸림돌이다. 한국은 일본과 산업구조가 비슷해 그간 엔고에 힘입어 주력산업에서 어부지리를 취한 바가 컸기 때문이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금융위기 이후 5년간 불황 속에서 헤매던 세계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그 중심에는 미국이 있다. 기축통화 달러를 가진 미국이 세계의 은행 구실을 하면서 지난 5년간 3조7,00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푼 덕분이다. 속락하던 부동산 가격이 다시 고개를 들고 제조업도 미약하지만 회복세로 돌아섰다. 미국의 소비도 살아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금융시장에서 주가는 이미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의 경기 회복은 2008년 이후 세계가 누렸던 값싼 유동성시대의 종말을 의미한다.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이 상승하고 있고 중국의 장기 국채수익률도 사상 최고치다. 금리를 내리기는 쉽지만 올리기는 쉽지 않다. 미국 국채수익률 상승은 미국경제 회복에 따른 것이지만 그럼에도 미국은 양적완화(QE) 중단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회복 내용이다. 경기는 회복이지만 고용 없는 회복이기 때문이다. 이는 건강한 경기 회복이 아니다. 미국은 정치인들이 좋아하는 GDP같은 수치는 개선의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고용지표는 꿈쩍도 않고 있다. 그래서 미 연준이 QE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지만 버냉키도, 후임자 엘렌도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지금 세계 경제는 미국의 고용 없는 성장과 중국의 중속(中速) 성장이 이끌고 가는 형국이다.

유럽도 기지개를 켜고는 있지만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그대로 따라가는, 이름 그대로 돈 풀면 죽은 고양이도 튀어 오른다는 ‘데드 캣 바운스’상황이다. 관광업에 기대어 놀고 먹던 남유럽은 고령화와 과잉부채 속에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따라가지 않으려고 몸부림 치고 있다. 그러나 안 봐도 비디오다. 제조업이 강한 북유럽은 그럭저럭 견딜 만하지만 남유럽에 빌려준 돈에 발목을 잡혀 수렁에서 헤어 나오기 쉽지 않다.

지금까지 전 세계 경제구조의 중심은 미국과 유럽이었다. 중간다리는 일본이고 주변부는 신흥국이었다. 금융위기 전에는 미국과 유럽의 대량 소비, 주변국의 대량제조, 거간꾼의 중간다리가 각각 구실을 했다. 그러나 위기 이후에 상황이 변했다. 전 세계의 성장방식이 바뀌고 있다. 과도한 부채와 재정적자로 대량소비를 할 입장이 못 되는 미국은 값싼 셰일가스를 기반으로 이미 수십 년 전에 해외로 떠나버린 제조업을 어떻게든 부활시켜 보려 하고 있다.

미국을 따라하던 2등 중국은 이제 독립만세를 부를 태세다. 미국과 같은 방향으로 가지 않겠다는 것이다. 경제적으로는 미국의 아시아 블록화에 대응해 아세안국가를 중심으로 지역화하고 위안화를 무역결제통화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군사외교적으론 동중국해와 남사군도 영토문제에 목소리를 키우고 힘을 과시하기 시작했다. 제도개혁과 과잉설비의 축소 등 구조조정을 통해 경제의 체력을 키우고 수출중심에서 내수중심으로 성장방식을 바꾸고 있다. 미국이 제조로 돌아서고 중국이 소비로 돌아서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것이 진정으로 가능할지 아직 시장에는 확신이 없다.

한국에 있어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미국의 재정난을 이용한 일본의 경제회복이다. 재정에 문제가 생긴 미국은 오바마가 ‘아시아로의 회귀’를 선언했지만, 아시아에서의 영향력 약화는 불가피하다. 그래서 미국은 일본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면서 아시아에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전략을 펴고 있다. 일본은 미국의 재정악화를 빌미로 돈을 풀면서 군사력을 키우고 있다. 그래서 엔저와 자위권을 빌미로 한 일본의 군사력 확장을 눈감아 주고 있는 것이다.

강한 일본 경제는 대아시아 문제에서 미국의 부담을 덜어주는 데 유리하다. 1980년대 중반 플라자합의로 엔고를 만들어 일본을 죽인 것은 미국과 유럽의 합작이었지만, 28년 후 다시 시작된 엔저는 미일의 합작품이다. 일본의 본원통화 2배 방출전략의 희생양은 한국이다. 한국은 일본과 산업구조가 비슷했기 때문에 그간 엔고에 힘입어 반도체, 전자, 자동차, 조선 등 주력산업에서 어부지리를 취한 바가 크다. 엔저가 구조적으로 진행되면 한국의 시련이 시작된다. 미국의 고용 없는 성장 탓에 제조업이 강한 한국 금융시장으로 핫머니마저 몰려오고 있다. 원화강세는 피할 수 없다. 수출이 GDP의 절반을 차지하는 한국 경제의 속성상 원화강세는 악재가 아닐 수 없다.

위기 후의 위기가 더 무섭다. 경기 회복 후의 후유증은 과도하게 풀린 돈의 단속이다. 인위적으로 오래 누른 스프링은 더 높이 튀어 오른다. 구조적 저성장기에 직면한 한국 경제에 원화강세와 금리 상승은 큰 걸림돌이다.

이제 시장은 중국이고 기술은 미국이다. 한국 대기업의 중국 공장 이전은 두려워할 일이 아니다.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을 겨냥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생산방식을 통해 원가를 떨어뜨리는 방법 외에는 한국 제조업에게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사람과 동물이 다니는 길, 도로, 돈이 다니는 길, 금융, 정보가 다니는 길, 통신이 완성되면 다음은 ‘유통혁명’이다. 정보, 사람, 돈이 무한 속도로 돌기 시작하면 혁명이 일어난다. 그게 바로 유통혁명이다.

세계 최대 유통기업은 월마트다. 월마트는 단 한 개의 재고도 갖지 않고 물건이 계산대의 바코드를 통과하는 시점에만 잠깐 납품회사의 재고에서 월마트의 재고로 온라인상에서만 올라 왔다가 소비자의 장바구니로 들어간다. 그리고 월마트는 순식간에 떼돈을 번다.

자동차가 만든 물류혁명이 미국을 대국으로 만들었고 금융빅뱅이 영국을 강하게 만들었다. 벤처와 파생상품을 통한 금융혁명이 미국을 강대국으로 만들었고 인터넷을 통한 정보혁명이 미국을 절대 강국으로 부상시켰다. 지금은 휴대폰으로 전 세계 70억 핸드폰 가입자와 소통할 수 있다. 1초에 지구를 7바퀴 반 도는 속도로 정보를 검색하고 모바일에서 전세계 최대 상거래 업체와 만나 구매와 결제까지 끝내는 시대다. 이젠 모바일에서 물류와 금융 정보혁명을 모두 합한 ‘유통혁명’이 동시에 일어난다. 이게 지금 세상을 바꾸는 인터넷과 모바일로 대표되는 ‘IT서비스혁명’이다. 미국의 IT서비스 기술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는 얘기다.

변화에 적응하는 자는 살고 적응하지 못한 자는 죽는다. 강한 것이 아니라 적응력이 빠른 놈이 살아남는다. 원고와 금리부담을 이기는 방법은 규모의 경제와 신기술이다. 2014년 세계 경제는 회복되겠지만 한국 경제가 갈 길은 험난해 보인다. 중국의 시장과 미국의 기술을 얼마나 잘 활용하는가에 한국 경제의 미래가 달려 있다.

2014년 세계 경제는 회복되겠지만 한국 경제가 갈 길은 험난해 보인다. 중국의 시장과 미국의 기술을 얼마나 잘 활용하는가에 한국 경제의 미래가 달려 있다.


전병서 소장은…
대우증권 리서치본부장과 IB본부장을 역임했다. 한화증권 리서치본부장을 거쳐 현재 경희대 경영대학원 중국경영학과 객원교수,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중국 칭화대 경제관리학원(석사), 푸단대 관리학원(석사·박사)에서 공부한 그는 현재 중국 자본시장 개방과 위안화 국제화, 중국 성장산업에 대한 연구를 주로 하고 있다. 저서로는 ‘금융대국 중국의 탄생’, ‘5년 후 중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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