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1년 연속 미국 내 특허 등록 1위 기업 IBM

치열한 특허 분쟁 시대 맞아 특허 경영 과시

이제 특허는 기업의 생사를 결정짓는 가장 강력한 무기로 자리 잡았다. 특허 하나에 울고 웃는 글로벌 기업들은 저마다 특허권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특허 경영의 선두주자는 글로벌 IT기업 IBM이다. 지난해만 미국에서 6,800여 건의 특허를 취득하며 21년간 특허 취득 건수 1위를 지키고 있다. 치열한 글로벌 특허 전쟁 속에서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 있는 IBM의 힘은 과연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근 IT업계의 거대 기업 삼성전자와 구글, 시스코가 ‘삼각 특허 동맹’을 맺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의 특허전쟁에 대비하기 위한 포석이다. 특히 애플을 포함해 마이크로소프트, 특허전문업체 등에 대항할 수 있는 연합전선을 구축한 것은 의미가 크다.

이처럼 글로벌 시장의 특허전쟁은 계속 치열해지고 있다. 기업에 있어 특허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자신들의 고유 기술과 디자인을 특허화할 경우, 업체는 막대한 부를 안게 된다. 반면 특허전쟁에서 살아남지 못한 기업들은 도태된다. 경쟁업체에 막대한 대가를 지불하고 기술을 얻어내야 한다. 특허는 이제 기업의 생사를 좌우하는 강력한 무기로서 그 힘을 발휘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IT기업 IBM에 대해 흥미로운 뉴스가 있었다. 무려 21년간 미국 내 특허 등록 1위를 달성했다는 것이다. 개인용 PC로부터 시작해 클라우드, 슈퍼컴퓨터, 데이터분석, 각종 연구소에 이르는 사업 다각화의 힘도 바로 특허에 기반한다.

과연 미국 내 특허 출원 1위를 질주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특허경영의 힘을 과시하고 있는 IBM의 원동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IBM의 특허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매니 W. 쉑터 Manny W. Schecter IBM특허총괄임원과 남정태 한국 IBM 최고기술책임자(CTO)에게 확인해봤다.

미국 특허조사업체 IFI 클레임스페이턴트서비스에 따르면 IBM은 지난해 총 6,809개 특허를 취득했다. 2012년 6,478개보다 5% 증가한 수치다. 핵심 특허와 이를 둘러싸고 있는 개량특허는 IBM의 특허 경영을 든든하게 받치는 지원군이다. IBM의 특허 수치는 다른 경쟁사를 압도한다. 2위를 기록한 삼성전자의 특허 획득 수는 4,675개. 전년 대비 400여 개 감소했다. 삼성전자에 이어 캐논(3,825개), 소니(3,098개), 마이크로소프트(2,660개), 파나소닉(2,601개), 도시바(2,416개), 혼하이그룹(2,279개), 퀄컴(2,103개), LG전자(1,947개)가 뒤를 이었다.

지난해 특허를 60% 늘린 구글은 1,851개를 획득해 21위에서 11위로 순위가 수직 상승했다. 애플 역시 1,775개로 21위에서 13위로 올라섰다.

버니 메니어슨 IBM 혁신담당 부사장은 말한다 “IBM이 미국 특허 최다 등록 기업이라는 사실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 하지만 특허는 혁신을 나타내는 한 가지 잣대일 뿐이다. 획득한 특허로 고객과 사회가 직면한 문제 해결에 얼마나 기여하는지가 중요하다.”

특허를 몇 개 가졌느냐도 중요하지만 특허를 어떻게 활용할지도 놓쳐서는 안 될 요점이라는 설명이다.

남정태 전무는 IBM이 이끄는 이른바 ‘특허 리더십’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과거 미국 대통령이었던 에이브러햄 링컨을 예로 들었다. “에이브러햄 링컨은 미국 역사상 특허를 보유했던 유일한 대통령이다. 링컨은 특허제도에 대해 ‘천재의 열정을 불태워줄 관심의 연료와 같다’고 말한다. IBM 역시 이 말의 중요성을 그 어느 기업보다 절실히 인식하고 있다.”

IBM은 지난해에만 6,800건 이상의 특허를 취득하며 21년 연속으로 최다 특허 취득 업체의 위치를 수성했다. 이러한 IBM 특허 경영의 중심에는 슈퍼컴퓨터 ‘왓슨’을 개발한 ‘왓슨 연구소’가 있다.

IBM왓슨연구소는 IBM이 운영 중인 12개의 리서치센터 중 하나다. 왓슨연구소는 기초과학부터 응용과학, 운영체제와 데이터관리 등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로 생활 패턴을 바꾸는 연구과제를 수행 중이다. 특히 ‘생각하는 컴퓨터’를 꿈꾸는 왓슨의 인지 컴퓨팅 기술의 진화 역시 이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IBM이 취득한 특허 중, 250건이 최첨단 인지 컴퓨팅에 관한 내용이다. 이를 통해 IBM은 인지 컴퓨팅과 관련한 특허만 무려 1,400개를 보유한 이 분야의 절대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남 전무는 말한다. “새롭게 취득한 특허의 범위는 기계 학습에서부터 자연어 처리, 신경망 컴퓨터 (neuromorphic computing) 그리고 컴퓨터 비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특히 이 중 몇몇 핵심 특허는 앞으로의 컴퓨팅 기술을 좌우할 기초 기술이 될 것이다.”

이 중 확신도 평가 기술 (Confidence assessor)과 시냅틱 컴퓨팅은 특허를 넘어 기술적 측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확신도 평가 기술은 왓슨의 자연어 질의응답 기능을 구현하는 핵심 요소를 한층 더 강화해 주는 신기술이다. 이 기술은 인간의 질문에 컴퓨터가 내놓은 답안에 대해 자동으로 확신도(confidence)를 평가해준다. 전문가들은 이 기술이 전문가들의 의사 결정 과정에서 컴퓨터의 도움을 받는 데 기여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시냅틱 컴퓨팅은 쉽게 말해 포유류의 두뇌를 본뜬 기술이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설계를 결합해 인간의 뇌와 유사한 사고 구조를 만드는 기초가 된다. 이를 통해 컴퓨터에 시각과 청각 등 감각 기능을 부여할 수 있다. 특히 센서 네트워크나 로봇 분야에서 유용하게 사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편 IBM은 특허 경영의 중심이 되는 왓슨 연구소에서 한 발 더 나아간 새로운 조직을 조만간 설립할 계획이다. 바로 특허 개발과 더불어 이를 활용한 연계 사업을 담당하는 IBM 왓슨 그룹 Watson Group이 바로 그것이다. 뉴욕 실리콘앨리에 자리 잡게 될 왓슨 그룹은 연구 활동과 제품 개발, 사용자 경험 디자인 및 비즈니스파트너, 고객과의 협업을 총괄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기존과 차별화된 방식으로 특허 경영에 접근하겠다는 의도다.

매니 W. 쉑터 IBM 특허총괄임원은 말한다. “왓슨 그룹이 펼쳐나갈 새로운 특허 접근법은 글로벌 사회가 직면한 여러 난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솔루션 개발의 가속화를 목표로 한다. 컴퓨팅의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특허 혁신에도 새로운 접근법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왓슨 그룹의 특허 전략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이 있다. 왓슨 그룹에는 IBM 리서치 소속의 과학자와 소프트웨어 개발자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왓슨 그룹에는 사용자 상호 작용 분야에서 트렌디한 감각을 지닌 체험 디자이너, 웹사이트 디자이너, 앱 디자이너, 마케터 등이 포함된다. 이들은 개발연구진과 상호 협력을 통해 왓슨 계열 기술을 응용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고, 컴퓨팅 시스템이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방법을 새로이 모색하게 된다. 이러한 선행연구 프로젝트에는 독립 애플리케이션 개발자 및 IBM 고객도 함께 참여한다. 원래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기술을 갖춘 인재를 한데 모아 자유로이 생각할 수 있는 재량을 부여하면, 새로운 특허 기술의 출원도 가능하다.

특히 이 같은 조직구성원의 다양화를 통해 특허 기술의 상업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조직 간의 마찰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안 되면 되게 하라’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정신을 과학자들 사이에도 정착시키겠다는 것은 왓슨 그룹의 설립 목적 중 하나다. 과학자들이 지니고 있는 실험 문화가 소프트웨어 개발자 사이에도 전파된다면 보다 혁신적이고 실용적인 특허 출원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이처럼 IBM은 왓슨연구소와 왓슨 그룹을 중심으로 특허경영을 하고 있다. 본사에서도 특허에 대한 강점을 유지하기 위해 매년 60억 달러(약 6조 3,000억 원)를 특허 관련 연구개발에 쏟아 붓고 있다.

이와 같은 투자 노력으로 탄생한 수많은 특허는 국가 경제 활성화 및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쉑터 총괄은 말한다. “실제로 빅데이터, 애널리틱스, 클라우드 그리고 가장 중요한 소프트웨어 분야의 근본적인 발전은 국가 차원의 특허 지원과 혁신 장려 없이는 불가능하다. 특히 최근 미국 정부가 특허 소송으로 먹고사는 ‘특허괴물’ 업체를 통제하기 위해 유연한 특허정책을 펼치는 것도 주목해 볼 만하다.”

특허 상업화를 평가하는 지표인 ‘국가별 특허 기술이전료’는 국가의 특허에 대한 관심을 나타내는 기준이다. 현재 미국의 기술이전료는 평균 4억 1,700만 원이다. 이는 특허를 보유한 중소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다. 반면 국내 대학 및 공공연구소의 특허 기술이전료는 건당 4,480만 원으로 미국의 10분의 1 수준이다. 특허 상업화에 대한 국가적 관심과 대책이 시급한 시점이다.

기업들의 특허 사수 노력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이와 맞물려 업체들간 특허 분쟁 건수도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지난 2007년부터 2008년까지 불과 700건에 불과했던 미국의 특허소송 건수는 2010년 4분기에 1,000건으로 급증했다.

국내 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특허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외국 기업이 한국 기업에 소송을 제기한 건수는 총 214건이다. 지난 2008년 125건이던 것에 비해 2배 가까이 급증했다. 또 지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된 국내 기업 연계 특허 소송 건수는 총 1,235건이다.

현재 정부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지식재산보호협회 산하에 미국, 중국, 베트남, 태국 등에 9개 IP-데스크를 설치, 특허분쟁 소송을 지원하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위 소속 민주통합당 추미애 의원은 “국내 기업의 특허분쟁 소송 지원을 위해 특허청에서 분쟁 다발국가 중심으로 IP-데스크를 추가 확장, 국제분쟁에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특허경영의 대표기업 IBM이 바라보는 글로벌 특허전쟁의 의미는 무엇일까? 쉑터 총괄은 최근 진행 중인 일련의 글로벌 특허 전쟁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허제도가 생겨난 이상,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전체 산업으로 봤을 때는 긍정적인 측면이 크다고 강조했다.

쉑터 총괄은 말한다. “최근 스마트폰 업계에서 진행되는 특허 논란은 ‘특허 전쟁’으로 말해도 무관할 만큼 치열하다. 하지만 특허 논쟁은 제도가 생겨난 이후 꾸준히 발생했다. 특히 특허 전쟁은 그 당시에 가장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산업분야에서 발생한다. 궁극적으로 특허 전쟁은 관련 산업의 혁신을 촉진하는 효과를 가져다줄 것이다.”

실제로 특허 전쟁은 과거에도 있었다. 1850년대에는 미싱 기술과 관련된 특허 전쟁이, 1950년대 초에는 비행 날개 기술 분야에서 특허전쟁이 있었다. 당시 두 분야의 특허 전쟁은 짧은 기간 동안 시장 성장에 지장을 줬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당시 특허 전쟁은 각 분야의 빠른 변화와 더불어 기술의 진보를 이끌어냈다는 것이 쉑터 총괄의 설명이다. IBM의 향후 특허전략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까? 분명한 것은 IBM의 특허경영이 멈추지 않고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쉑터 총괄은 말한다. “우리는 IBM 고유의 특허 경영 전략을 지속할 방침이다. IBM이 보유하고 있는 방대한 특허 포트폴리오는 향후 사업 확장의 핵심이다. 특허를 보다 유연한 방식으로 새로운 비즈니스에 접목시킬 수 있도록 다양한 전략을 마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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