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 삭스 Goldman Sachs는 최근 몇 년간 엄청난 비난에 시달렸다. 또 초과 근무가 많고 경쟁이 치열하기로 유명하다. 그러나 무섭도록 똑똑한 동료들, 여러 가지 달콤한 특전, 사회 환원에 대한 강력한 의지 덕분에 골드만 삭스는 여전히 A형 성격(type A) *역주: 야심이 강하고 적극적이다 인재들에게 최고의 직장으로 선택 받고 있다(물론 넉넉한 보너스도 무시 못한다).
By Anne Vandermey
남부 맨해튼 200 피트 상공에 위치한 널찍한 회의실에 20여 명의 직원들이 팔꿈치를 맞대고 앉아 명상을 하고 있다. 숨을 들이쉬고, 내쉬고, 강사의 지시에 주의를 기울인다. 강사는 속으로 다섯까지 세고, 집중이 흐트러질 때마다 반복하라고 알려준다. “자신의 마음이 어디로 향하는지 살펴보세요. 하루의 스트레스를 내려놓으세요.”
이 수업은 회사의 ‘회복의 주(Resilience Week)’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시작된 것이다. 스트레스 관리, 행복 찾기, 그리고 일과 개인생활의 균형에 대한 5일간의 건강 이니셔티브였다. 이 화려한 직장에서 제공되는, 틀에서 벗어난 특별한 혜택들 중 하나다. 이 외에도 태극권, 주 5회의 필라테스 강습, 사내 카페에서 제공되는 버블티, 챔피언 용선 팀, 유명 야구선수 데릭 지터Derek Jeter를 비롯한 명사들의 특강, 자선 모금을 위한 밤샘 보물찾기 행사 등의 특전이 있다.
언뜻 구글 Google의 본사 사옥인 구글플렉스 Googleplex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여기서는 후드 달린 티셔츠보다는 에르메스 Hermes 정장을 걸친 직원들을 더 많이 만나게 된다. 앞서 언급한 명상 수업 학생들은 144년 된 유서 깊은 투자은행 골드만 삭스에서 일한다. 최근 몇 년간 금융위기로 타격을 입고, 동시에 그 주범으로 집중 포화를 받았던, 그리고 주 70~80시간 근무가 일상으로 여겨지는 바로 그 골드만 삭스 말이다. 이번 기사에서 회사의 알려지지 않았던 이면을 만나보기 바란다. 언론 헤드라인 너머에는 독특한 문화와 놀랍도록 만족도가 높은 직원들이 있다. 맹세컨대 사실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곳에 취직하지 못해 안달한다.
물론 필자가 하는 말을 액면 그대로 믿을 필요는 없다. 직원들에게 물어보면 된다. 직원 피드백을 기반으로 기업들의 순위를 매겨 매년 발표하는 포춘의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 100 Best Companies to Work For’ 순위에서 골드만 삭스는 올해 45위에 올랐다. 이번 순위는 노동 조건을 개선하려는 새로운 노력의 결과가 아니다. 골드만 삭스는 1998년 포춘이 처음 이 목록을 작성했을 때부터 매년 순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데, 이 위업을 달성한 회사는 13 곳뿐이다(대형 투자은행 중 순위에 올랐던 기업은 J.P. 모건 J.P. Morgan과 메릴린치Merrill Lynch뿐이었는데 이들 기업도 1999년 이후로는 순위 진입에 실패했다). 올해 골드만 삭스 직원들은 회사 순위를 48계단이나 끌어올렸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일반적 통념은 돈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골드만 삭스는 직원들에게 지난 12개월 동안 평균 약 38만 달러의 금전적 보상을 해줬다. 물론 이 금액은 연봉 수백만 달러를 받는 최상위층 직원들 때문에 어느 정도는 왜곡됐다. 그럼에도 이 회사가 다른 대형 은행들보다 직원 1인당 급여로 더 많은 현금을 확보해 두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4만 단어 이상의 여과되지 않은 62페이지 분량의 직원 인터뷰 자료-‘일하기 좋은 직장 연구소’ (Great Place to Work Institute·직원 대상 설문 조사를 하는 기관)에서 수집하고 본지가 검토했다-에 따르면 단지 보수 때문에 직원들이 회사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으리으리한 본사 사옥이나 4개월의 출산 휴가, 또는 자선활동에 대한 집착에 가까울 정도의 의지 때문만도 아니다.
직원들은 다른 무엇보다도, 최고의 엘리트 그룹과 함께 일하고 그 일원이 될 기회를 갖게 된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작년 이 회사의 애널리스트나 어소시에이트 associate로 지원한 9만 7,600 명 중 실제로 입사한 비율은 3%가 안 된다. 하버드 대학교 입학보다 두 배나 어려운 것이다. 이에 더해 직원들이 수평적이고 합의 주도형이며 협동적이라고 묘사한 문화(62페이지의 자료에 ‘팀’이 188번이나 언급됐다)는 회사의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골드만 삭스에서 31년 일한 베테랑으로 2006년 회장 겸 CEO 자리에 오른 로이드 블랭크페인Llloyd Blankfein은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일 필요는 없다. 그러나 똑똑하면서 흥미롭고, 세상에 대한 관심을 갖춘 사람들의 최상의 조합일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EC)의 최신 자료에 따르면 블랭크페인은 골드만 삭스가 최고의 직장이라는 데 동의할 이유가 2,100만 가지 넘게 있다고 밝혔다.
물론, 지난 몇 년이 골드만 삭스에 쉽지 않은 시기였던 점은 분명하다. 회사는 금융 위기와 뒤이은 구제금융 때문에 정부로부터 100억 달러의 자금을 받아야 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상품과 관련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조사를 받은 후 5억 5,000 달러에 합의했고, 법무부 조사도 받았다(이 건은 후일 취하됐다). 텔레비전 심야 토크쇼부터 오바마 대통령, 그리고 회사의 윤리 의식을 비판한 여러 권의 책까지, 여기저기서 ‘골드만 삭스 때리기’가 유행했다. 언론 공세도 가세했다. 그중에도 회사를 ‘흡혈 오징어(a vampire squid)’에 빗댄 2009년 롤링스톤 Rolling Stone 기사가 가장 유명하다. 다른 고난도 닥쳤다. 금융당국에서는 골드만 삭스가 항상 가장 뛰어난 역량을 발휘했던 고위험 트레이딩을 퇴출시키기 위해 단속을 벌였다. 하지만 경제계는 이런 독설에 동참하지 않았다. 고객들은 여전히 골드만 삭스를 신뢰했다. 지난 2010년에는 월가에 대한 미국 중산층의 반감이 최고조에 이른 와중에서도, 포춘의 ‘세계에서 가장 존경 받는 기업(World’s Most Admired Companies)’ 순위가 오히려 일곱 계단이나 상승했다. 하지만 회사에 대한 거의 모든 기사가 여전히 오징어를 언급한다면 늘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골드만 삭스가 일하기 좋은 곳이라고는 해도, 일하기 쉬운 곳이라고 할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직원들은 엄청난 압박을 받으며 일한다. 그러나 그럴 만한 가치가 충분한 직장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금융위기 후 어려웠던 몇 년이, 회사에 대한 자부심을 키우는 방향으로 그들을 하나로 뭉치게 한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하는 직원이 많다. 골드만 삭스의 수석 부사장이자 전임 CEO 3명의 비서실장을 지낸 존 로저스 John Rogers는 “위기를 이겨낼 수 있게 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기업문화였다고 항상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재 채용 측면에서 새로운 세력과 경쟁해야 하는 골드만 삭스로서는 호재다. 과거와 같이 많은 수의 대학 졸업생들이 월가로 향하지는 않는다. 하버드 대학교만 해도 학생 대상 설문 조사에 따르면 졸업 후 금융계 진출을 계획하는 비율이 최근 몇 년간 절반이나 줄었다. 금융위기 이후 업계의 명성에 금이 간 것이 한몫하기도 했지만(그 수준은 조금씩 올라가기 시작했다), 한편으로는 기술 기업들과의 새로운 경쟁 때문이다. 이런 IT 기업들 상당수-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사회적 사명을 실천한다-가 오늘날 20대들이 가장 선망하는 직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 대졸자들에게 최고의 직장은 골드만 삭스, 매킨지McKinsey, GE였다. 그러나 이제는 구글, 페이스북 Facebook, 심지어 대학 기숙사에서 막 창업한 업체들까지 이 대열에 합류했다. 골드만 삭스 직원들은 자신들이 전 세계 자본주의의 바퀴가 잘 돌아가도록 기름칠을 하고, 실제로 자신의 개인적 이익보다 더 큰 가치를 위해 일하는 회사가 유지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여전히 골드만 삭스에는 입사 지원서가 밀려든다. 하지만 그런 메시지를 밖으로 전하고, 가장 우수한 대학 졸업생을 유치하는 것이 최우선 순위다.
골드만 삭스는 그 일을 어떻게 하고 있을까? 또 그렇게 일하고 싶은 회사를 만드는 비법은 무엇인가? 평소와 다르게, 골드만 삭스가 그 화려한 문을 열고 포춘에 직원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그 일을 왜 그렇게 좋아하는지-처음으로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줬다.
3만 2,600명에 이르는 골드만 삭스의 직원들은 놀랍도록 다양한 장소와 분야에 산재해 있다. 총 15개 사업 분야는 수입을 창출하는 네 가지 주요 부문, 즉 투자 및 대출, 투자 은행, 기관 고객 서비스, 그리고 투자 관리를 지원한다. 총 직원의 4분의 1 정도인 약 8,000명이 기술 분야에서 일한다. 여기에는 트레이딩 플랫폼 설계부터 리스크 산정까지 포함된다.
직원 중 약 1만 명이 가장 큰 사무실 건물 두 곳에서 일한다. 한 곳은 남부 맨해튼에 있는 본사 사옥이고, 다른 한 곳은 허드슨 강 Hudson 바로 건너편, 뉴저지 주 저지 시티 Jersey City에 있는 초고층 건물이다. 인도 방가로르 Bangalore에서 일하는 직원도 수천 명 있고, 솔트 레이크 시티 Salt Lake City에서도 상당수가 일한다. 2000년 문을 연 솔트 레이크 시티 건물에는 1,700명의 직원이 상주하고 있으며, 이 지역의 브리검 영 대학교(Brigham Young University)는 이제 골드만 삭스 직원을 가장 많이 배출하는 대학 중 하나가 됐다.
2009년 화려하게 문을 연 43층 높이의 맨해튼 글로벌 본사 사옥(철골과 유리로 만들었다)이야말로 골드만 삭스의 신경 중추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겉에서 언뜻 봐서는 알아볼 수 없다. 이 건물에는 차양이나 간판이 전혀 없다. 혼란스러운 방문객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이라고는 ‘웨스트가(West Street) 200번지’ 입구를 가리키는 화살표 하나뿐이다. 미관을 위해, 그리고 아마도 보안을 위해, 골드만 삭스는 건물 외벽에 로고나 심지어 회사 이름도 표시하지 않았다. “잘 만든 우아한 맞춤 양복의 느낌을 의도했다”는 게 글로벌 기업 서비스 및 부동산 담당 공동 책임자 티무르 게일런 Timur Galen의 설명이다. 그는 디즈니 Disney에서 놀이공원의 설계와 건설을 비롯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담당하다가 11년 전 골드만 삭스에 합류했다.
고급 양복은 직접 걸쳐봐야 제대로 알 수 있듯-실제로 이 건물을 분주히 드나드는 고급 양복을 언제든지 실컷 구경할 수 있다-이 건물도 안에 들어가 봐야 정말 비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심플한 떡갈나무 원목 벽부터 단순하게 ‘벽화(Mural) ’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줄리 메레투 Julie Mehretu의 그림까지, 웨스트가 200번지 본사 사옥 내부는 미니멀리즘 양식으로 꾸며져 있다. 이 건물의 심장은 11층에 있다. 엘리베이터들이 모여 드는, 2층 높이의 유리 천장이 있는 현대적인 요새 같은 ‘스카이 로비 Sky Lobby ’가 이곳에 자리 잡고 있다. 이 건물의 ‘광장’으로, 재활용 티크 나무로 꾸민 널찍한 커피 바가 마련돼 있다. 직원들이 아무 때나 만남을 갖도록 독려하기 위한 공간이다. 새 건물로 이사한 후, 직원들은 몇 년 동안 만나지 못했던 동료들과 마주치게 됐다고 한다(전 세계의 HR 전문가들이 기억해야 할 사항이다. 적절한 위치에 배치된 에스프레스 머신의 힘을 절대 과소평가하지 말라).
스카이 로비 아래에는 각각 미식 축구 경기장보다 25% 넓은 객장이 여섯 개 방에 걸쳐 있다. 위로는 칸막이가 없는 층들이 이어져 있고, 42층과 43층에는 고객을 위한 고급 회의실이 마련돼 있다(임원 사무실은 41층에 있다). 450명의 파트너 partner보다 한 직급 아래인 2,000명의 매니징 디렉터 managing director들은 건물 안쪽의 사무실을 배정받는다.
공중에 걸쳐 있는 나선계단을 타고 스카이 로비에서 한 층 내려오면, 아주 넓은 피트니스 센터가 있다(월 회비를 받는다). 이곳은 허드슨 강을 내려다 보는 러닝 머신과 자전거 운동 스튜디오를 갖추고 있다. 또 플렉스 줌바 Flex Zumba *역주: 라틴댄스를 결합한 에어로빅 운동, ‘태양의 서커스’ 식의 묘기를 더 쉽게 만든 주카리 핏 Jukari Fit 등 70 가지 이상의 운동 강습이 이뤄진다. 회사에서는 농구, 당구, 그리고 앞서 언급한 용선 등 여러 가지 스포츠 대회도 후원한다. 골드만 삭스 소속의 두 용선은 자주 우승을 차지한다.
피트니스 센터에서 무리했다면 사내 물리치료 센터나 그 옆에 있는 의료 센터를 찾아가면 된다. 이곳에는 의사, 간호사, 피부과와 정형외과 등의 전문의가 상주해 있다(직원들은 특별 할인가로 이용하는데, 주로 회사 보험으로 부담한다). 가까운 곳에는 카페테리아가 있어서 일상적인 메뉴와 더불어, 모모후쿠 밀크 바Momofuku Milk Bar의 크랙 파이 Crack Pie 등 맨해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식당의 메뉴를 돌아가며 내놓는다(블랭크페인은 “건강을 염려하는 곳이라면 절대 내놓지 않을 음식을 모두 갖추고 있다”고 농담한다). 피트니스 센터와 마찬가지로, 음식도 공짜가 아니다. 게일런은 당연하다는 듯이 “이곳은 시장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시장 주도 경제에 걸맞게 카페테리아는 수요에 맞춰 가격이 정해진다. 손님이 몰리는 시간에 가면 더 비싼 값을 내야 한다(“프랑소와, 지금 미트로프 주문이 몰리니까 얼른 가격을 올려!”). 또 다른 정열적인 거대 기업 구글 Google과는 상반되는데, 다분히 자의식이 강한 선택이다. 포춘의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 1위를 차지한 구글은 카페테리아의 여러 음식이 공짜인 것으로 유명하다. 게일런은 “문화가 서로 다르다”고 설명했다. “월급 봉투에서 미리 돈을 빼서 카페테리아에서 쓸 수도 있고, 아니면 월급 봉투에 그 돈을 넣어두고 원하면 셰이크 색 Shake Shack *역주: 미국의 핫도그·햄버거 체인점에 갈 선택권을 줄 수도 있다. 우리는 후자를 선호한다.”
회사 입장에서는 모든 직원이 카페테리아에서 먹는 것을 기대하지도 않고 원하지도 않는다. 카페테리아는 언제든지 전체 직원의 35% 정도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회사가 직원들에게 선택권을 주고 싶어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게일런은 마오쩌뚱 시대의 중국을 언급하며 “우리는 직원들에게 ‘철밥통(the Iron Rice Bowl )’을 주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런 선택을 독려하기 위해-한편으로는 직원들을 가까운 곳에 두기 위해-골드만 삭스는 본사 사옥을 지을 때 건물 인근 골목 가게들도 위탁했다. 이곳에 대니 메이어(Danny Meyer)가 운영하는 레스토랑 셰이크 색과 블루 스모크(Blue Smoke)와 더불어 꽃집, 안과 등 도시생활에 필요한 여러 편의시설이 들어서 있다.
직원들은 무형의 여러 활동에도 가치를 둔다. 예를 들어, 골드만삭스는 매우 적극적인 성적 소수자 네트워크를 비롯해 여러 소수단체 및 이익집단과 연계된 80여 개의 교류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다(미국 대법원이 동성 결혼을 금지하는 결혼보호법에 위헌 판결을 내렸을 때, 본사 건물 앞에 무지개 깃발이 걸렸다). 전 세계적인 지역사회 봉사(Community Team Works) 프로그램은 직원들을 비영리단체에서 하는 자원봉사 프로젝트들과 연결해 주고, 리더십 포럼(Thought Leadership Forum)은 최고의 연사들을 초청해 강연을 연다(지터 외에도 마이클 블룸버그 Michael Bloomberg, 셰릴 샌드버그 Sheryl Sandberg 등이 다녀갔다).
그동안 골드만 삭스는 여성 인력을 유치하고 이직과 퇴직을 막는 데 많은 공을 들여 왔다. 현재 매니징 디렉터 이상 직급의 21%가 여성이다. 미국 직원들에게는 출산을 하거나 입양을 한 경우 모두 4개월의 유급 휴가를 준다. 본사와 저지 시티 건물에는 복귀 후의 보완책으로 40일까지 무료로 직장 내 보육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회사 건물에는 예비 보육 시설이 있다. 웨스트가 200번지에는 어린이용 암벽등반 시설까지 있다. 운동으로도 물론 좋겠지만 아이들이 훗날 회사의 ‘승진 사다리’를 오르는 데도 유용한 훈련이 될 전망이다. 골드만 삭스는 탄력근무제를 시행하고 있어 재택 근무나 (머리사 메이어 Marissa Mayer 듣고 있나요? *역주: 야후 CEO로 기강 확립을 위해 재택근무를 금지했다) 잡셰어링 등이 가능하다. 골드만 삭스 측은 직원의 약 30% 정도는 항상 원격 근무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골드만 삭스는 5년 전 ‘리턴십 Returnship’이라는 새로운 제도를 실시했다. 인턴십과 비슷한 10주짜리 프로그램으로, 유능한 인재들이 2년 또는 그 이상-골드만 삭스든, 다른 어느 회사든 - ‘자발적 경력 단절’ 후 다시 일을 할 수 있게 도움을 주도록 설계됐다. 타깃 집단은 주로 육아 때문에 일은 쉰 여성들이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총 100여 명 중 절반이 넘게 정규직으로 채용됐다. 퇴역 군인들을 위해서도 비슷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대부분을 채용했다. 이 중 공군 IT 지원 책임자로 복무한 경험이 있는 트리어-린 브라이언트Trier-Lynn Bryant는 지난해 6월 골드만 삭스 HR 분야에 어소시에이트로 합류했다. 그녀는 가장 큰 고민이 출근 복장이었다고 털어놓았다. “머리를 그냥 말총머리로 묶고 출근할 수는 없다는 걸 깨달았다.”
직원들은 또한 회사의 기업 시민의식을 매우 자랑스러워한다. 골드만 삭스는 1만 명의 개발도상국 여성 경영인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에 지금까지 1억 달러 넘게 기부했다. 또 미국과 영국 중소기업인 1만 명에게 창업자금과 교육훈련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에도 5억 달러를 기부했다. 기업 결연 프로그램이 활성화돼 있고, 2010년부터 11억 달러가 넘는 금액이 파트너 급여에서 자선 기금으로 기부됐다(골드만 삭스는 포춘과 공동으로 글로벌 여성 리더를 위한 시상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이렇게 예외적인 특전과 프로그램들은 월가 기준에서도 스트레스가 극심하고, 경쟁이 치열하다고 알려진 근무 환경에 대한 보상이기도 하다. 인터넷 블로그들에는 골드만 삭스의 전 직원이라는 사용자들이 남긴 후기가 넘쳐나는데, 이 중 하나는 위경련에 시달리고 “난데없이 비명을 지르며 잠에서 깨는 경험을 할 것”이라고 경고한다(골드만 삭스 측은 주 70~80시간 근무가 금융계에서는 일반적이라고 주장한다). 채용 과정도 치열하다. 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20~30명이 경쟁하는 일도 허다하다.
최고를 향한 열망이 극단적이라면, 과잉성취자들이 한곳에 모여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골드만 삭스인들은 그 사실에 엄청난 자부심을 갖고 있다. 최고 기업 cream of the crop companies에서는 대체로 직원들 간에 상호견제가 심하기로 악명이 높다. 그러나 많은 이들은 합의 정신으로 유명한 골드만 삭스는 전혀 다르다고 말한다. 냉소주의자들은 무자비한 야심을 동료간의 협력이라는 가면으로 은폐한 것이라고 비웃는다. 그러나 직원들은 수평적인 조직구조와 기꺼이 서로 돕는 정신이 어우러져-그리고 사람들의 능력이 더해져-골드만 삭스가 다른 회사들과 차별화된다고 강조한다. 이는 직원 설문 조사에서 반복적으로 나오는 내용이다. “협동하는 문화가 단순한 신화가 아니다” “내가 일해 본 곳 중 가장 수평적인 조직이다” “여기 사람들은 파트너십 정신에 따라 행동한다” “직원들은 팀으로 일하는 척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팀을 받아들인다”. 비싼 명품 대신 스와치 Swatch 시계를 차고 다니는 블랭크페인(59)은 직급을 막론하고 직원들과 어울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투자자 관계 책임자인 데인 홈즈 Dane Holmes(43) 파트너는 2001년 골드만 삭스에 입사했다. 그는 회사의 협동적인 문화-그는 “공동체적”이라고 불렀다-가 일반 월가 회사들과 극명하게 대비된다고 설명했다. “누구든지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 그의 말에 따르면 월가에서는 동료의 손익을 돕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서로 돕는 데 익숙하지 않은, 엄청나게 경쟁적인 사람들에게는 충격일 수 있다는 것이다. 홈즈는 “여기 와서 지내다 보면 그런 행동들에 깜짝 놀란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골드만 삭스에서는 협동적이지 않은 사람들을 채용 과정에서 걸러내는 데 주의를 기울인다. 홈즈에 따르면 다른 면에서는 자격을 모두 갖춘 대학생들 중에, 예를 들어 ‘좋은 팀플레이어란 어떤 사람인가’라는 질문에 잘못된 대답을 하는 경우가 놀라울 정도로 많다고 한다. “저는 아주 훌륭한 스터디 그룹의 일원인데 늘 제 노트 필기를 보여줍니다.” 땡! 오답이다. 그렇다면 정답은?
“저는 팀이 공동으로 노력해 팀원들 모두가 잘되는 것, 그리고 잘 안 되는 사람과 내가 시간을 보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해가 됐는가? 두 대답은 아주 미묘하게 다른 것 같지만, 홈즈는 근본적인 차이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얘기했다. ‘나’에게만 집중하는 A형 성격들은 골드만 삭스에서는 낙제점을 받는다.
블랭크페인은 “회사 문화는 운영체제와 같다고 생각한다”며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 추가되고, 업데이트되는 컴퓨터 체제에 비유했다. “우리 문화야말로 우리가 (대불황 이후) 재프로그래밍할 수 있게 해줬다. 운영체제가 그대로 살아 있었던 것이다.”
최근 골드만 삭스는 몇 가지 변화를 시도했다. 2010년에는 ‘진보는 모두의 일이다(Progress is everyone’s business)’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대대적으로 브랜드 이미지 제고 작업에 착수했다. 작년에는 트위터Twitter, 유튜브Youtube, 링크트인LinkedIn 계정을 만들었다. 물론 회사의 뒷이야기를 풍자한 @GSElevator처럼 재미있지는 않다. 그러나 존 로저스는 “골드만 삭스에 대한 말이 오갈 때, 우리는 그 담론에 참여하거나 참여하지 않는 선택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참여하지 않았을 때의 후폭풍을 겪어 봤다”고 밝혔다.
또 골드만 삭스는 전 업계에 걸쳐 젊은 애널리스트들이 일과 개인생활의 균형을 찾게 하려는 노력을 선도해 왔다. 작년에 회사는 직급이 낮은 직원을 대상으로 태스크 포스를 꾸려 몇 가지 새로운 지침을 만들었다. 이 중에는 투자은행 애널리스트들이 더 이상 토요일에 일하지 않게 하는 지침도 포함돼 있었다.
물론, 과잉성취자들이 모인 곳의 문화를 더 밝게 하려는 노력에는 한계가 있다. 필자가 본사 사옥을 둘러보던 중, 부동산 책임자 게일런은 의도치 않게 교훈적인 이야기를 한 가지 했다. 골드만 삭스가 직원들을 태우고 7분마다 웨스트가 200번지 본사와 저지 시티 건물 사이를 왕복할 연락선을 두 척 샀을 때, 배의 이름 짓기 위해 내부 공모를 진행했다. 결국 이 배들이 정박하는 곳에 처음으로 왕복했던 정기선 이름인 요크York와 저지Jersey가 선택됐다.
그러면 선택 받지 못한 이름들로는 뭐가 있었을까? 재미있거나 기억에 남는 이름이 있었나? 이 질문에 게일런은 그런 잡다한 이름들은 기억하지 못한다고 했다. 그의 답은 간단했다. “우리는 승자만 기억한다.”
어느 독특한 CIO의 이야기
신임 정보책임자가 신선한 시각과 함께 자기 혁신에 대한 교훈을 소개하다.
마티 차베스 Marty Chavez 는 일주일 동안 화장실 청소를 한 끝에, 골드만 삭스 복귀 결정을 내렸다. 차베스(49)는 현재 골드만 삭스의 최고정보책임자(CIO)다. 그러나 이직함만으로 그를 모두 설명할 순 없다. 그는 기술 분야의 대가(poohbah)이면서 정신적 지도자기도 하고, 최근에는 29명으로 구성된 골드만 삭스 집행위원회의 일원이 된 인물이다. 그리고 어떻게 골드만 삭스에서-아울러 인생에서-새롭게 거듭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귀감이기도 하다.
스탠퍼드 Stanford 대학교에서 의료 정보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1993년 골드만 삭스에 입사한 차베스는 에너지 부문 금융 시장 애널리스트로 일했다. 그러다가 4년 후,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며 회사를 떠났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차베스는 “내가 인생에서 큰 변화를 결심했기 때문이었다”라고 말했다. 바로 금주를 결심한 것이다. 그는 환경을 바꾸기 위해 (알코올 중독 치료 중인 사람들은 이를 “지리적 변화를 시도한다”라고 표현한다) 크레디트 스위스Credit Suisse로 이직했지만, 곧 엄청난 실수를 했음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그는 몇년 후 업계를 떠났다. 이후 창업을 했다가 회사를 팔고, 해변에 별장을 매입해 뉴욕 주 파이어 아일랜드 Fire Island에 칩거했다.
그로부터 얼마 후, 그는 당시 글로벌증권 부문 공동 책임자였던 개리 콘Gary Cohn 현 사장의 전화를 받았다. 차베스는 “그가 ‘회사를 팔았다는 소식을 들었네. 축하하네’라고 말했다”고 회고한다. “그런데 은퇴했다는 소식도 들었어. 말도 안 되지. 이제 회사로 돌아오라는 이야기를 하러 걸었네.” 차베스가 원자재 부문에는 질렸다고 하자, 콘은 투자은행 쪽을 제안했다. 차베스는 은행 업무에 대해서는 완전히 문외한이었지만, 콘은 그를 끈질기게 설득했다. 차베스는 내키지 않았다.
그러나 뉴멕시코 주에 있는 한 수도원에서 자아 탐구의 시간을 보낸 후 어느 날 통찰을 얻었다고 밝혔다. 그는 “내 인생에서 우주로부터 명확한 메시지를 받은 유일한 때였다”라고 회상했다. 화장실 청소에서 벗어나고 싶어 댄 핑계일 수도 있지만, 차베스는 전 세계적으로 변화를 일으키는 일을 하고 싶었고, 골드만 삭스로 돌아가는 것이 그럴 수 있는 방법임을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회사로 복귀한 그는 이듬해 파트너가 됐고, 곧 주식 담당 공동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선임됐다. 그는 “그 후로는 거리낄 게 없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지난해 회사가 CIO 자리를 제안하자, 그는 기꺼이 받아들였다. 당시 골드만 삭스는 코딩 오류로 인한 잘못된 트레이딩으로 수천만 달러의 손해를 입은 직후였다. 기술 분야 배경과 회사 내 위치에서 차베스가 가장 이상적인 후보였다. 차베스는 지금까지는 모든 것이 만족스럽다고 말한다. 그에게 성공비법을 묻는 젊은이들이 많다고 한다. 그러면 그는 지난 세월 동안 익힌 답을 내놓는다: 만약 골드만 삭스가 인생의 최우선순위라면 아마 성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멋지긴 한데, 당신과는 별로 친해지고 싶지 않아”). 하지만 우선순위 중 네 번째라면 그것 역시 어려울 것이다. 그는 젊은이들에게 우선순위에 대해 ‘간결하고 신성한 목록’을 만들라고 조언한다. 그에게 골드만 삭스는 부동의 3위다. “1위도 아니고, 2위도 아니다. 그리고 4위는 더더욱 절대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