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뇌와 좌뇌 중 하나만 사용하면 높은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리고 우뇌와 좌뇌가 협업을 하면 사회성을 요하거나 멀티태스킹 작업에 유리하다. 이 점에서 이번 연구결과는 여성이 지도를 잘 볼 줄 모르고, 남성은 멀티태스킹에 약하다는 통념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이렇게 남녀의 뇌구조가 기본적으로 다르다는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의 스토리가 진실로 굳어지는 것일까. 이 책의 저자는 실망스럽겠지만 진실은 조금 다르다. 휴먼 커넥톰의 연구에는 잘못된 가정과 방법론적 오류가 존재한다. 아니 휴먼 커넥톰을 포함해 남녀의 행동 차이를 뇌의 차이로 해석하려는 모든 연구가 동일한 문제를 안고 있다.
예를 들어 1854년 독일의 해부학자 에밀 후쉬케는 뇌의 전두엽, 그의 표현으로는 ‘지능 뇌’의 크기가 여성보다 남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당시의 과학자들 대부분은 이와 유사한 성적·인종적 편견이 가득한 주장들을 해댔다. 흑인의 전두엽이 백인의 전두엽보다 작다는 식으로 말이다. 문제는 현대 신경과학자들도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최신 기술을 사용해 자신도 모르게 증명되지 않은 고정관념을 고착화시키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에만 성별에 따른 뇌의 차이를 다룬 논문이 수천건 발표됐다. 이 논문에서 지적된 물리적 차이의 상당수는 사실이다. 그러나 사실상 무의미한 차이인 경우도 많았다. 실제로 한 연구에서는 남성의 두뇌 부피를 1,053~1,499㎤, 여성은 975~1,398㎤로 설정했다. 숫자를 잘 보면 겹치는 부분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이 전제조건 하에서는 남녀의 차이를 규명할 수 없다.
또한 많은 연구에서 주장하는 남녀 간의 심리적 차이는 물리적 차이만큼 뜬구름 잡는 얘기일 때가 많다. 2005년 미국 위스콘신대학 매디슨캠퍼스의 자넷 하이드 박사는 공격성, 사회성, 수학능력, 도덕적 추론 같은 특성에서 남녀의 두드러지는 차이를 분석한 바 있다. 하지만 5가지 특성 중 4가지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다.
물론 드물기는 해도 남녀 간에 심리학적 차이가 나타나는 경우는 분명히 있다. 그러나 그것을 선천적인 신경학적 관점에서만 해석해서는 안 되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인간의 뇌는 선천적인 것과 후천적인 것의 조합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남아와 여아를 구별하고 각각의 성별에 맞춰 대우한다. 이런 문화적 환경은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행동은 다시 뇌에 영향을 준다. 원래부터 남녀가 다르다기보다는 후천적 환경에 의해 그렇게 만들어졌을 개연성도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미국 브라운대학의 생물학자인 앤 파우스토 스털링 박사는 자녀가 유아기 때 어머니가 남아보다는 여아에게 더 많이 말을 건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대체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언어기술이 뛰어난 이유를 일부나마 설명해줄 수 있는 부분이다.
“남녀의 차이 중 일부는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이어져 견고하게 새겨집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이 애당초 그렇게 태어났다거나 그런 운명을 타고 났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7.7kg
향유고래의 뇌 무게. 동물의 뇌 가운데 가장 무겁다.
출처: 미 해양수산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