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전기차 시대 메카로 부상한 제주도 세계적 전기차 메이커 테스트베드

전기차 시대를 열다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 개막

지난 3월, 제주도에서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가 열렸다. 전기차 관련 엑스포로서는 세계 최초였다. BMW는 4월에 국내 판매를 시작할 전기차 i3를 엑스포에서 미리 공개했다. 닛산 역시 리프를 정식으로 선보였다. BMW와 닛산 모두 일반인 대상 판매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 메이커 기아차도 새로운 전기차 쏘울을 내놓았다. 올해가 국내 전기자동차역사의 원년으로 기록될 만하다.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를 통해 전기차 확대를 위한 정책과 이를 가로막는 걸림돌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지난 3월 15일 제주도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세계 최초로 국제전기자동차 엑스포가 열렸다. ‘전기차’ 단일 주제로 글로벌 행사가 열리기는 처음이다. 제주국제컨벤션 센터는 행사기간 내내 각종 전기차 콘셉트카는 물론, 실제 전기차를 보려는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특히 주목을 받은 건 BMW i3와 닛산 리프, 기아차 쏘울EV(전기차)였다. 세 차종은 이날 행사에서 처음 일반인에게 모습을 보였다. 관람객들은 국내외 업체들이 선보인 전기차의 성능과 가격을 따져보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전기차 시승 기회를 잡으려고 길게 줄을 선 사람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전기차 메카로 떠오른 제주도

이번 전기차엑스포는 제주특별자치도를 전기차의 메카로 부각시켰다. 제주도는 해발 1,100미터를 통과하는 도로가 있고, 주생활권인 제주시와 서귀포시가 왕복 80~90km 거리이다. 섬 둘레는 200km가 채 되지 않아 현재 나와 있는 전기차 1충전 주행거리와 비슷하다. 폭우와 강풍, 안개도 잦아 전기차 운행을 위한 실험 조건까지 갖추고 있다. 전기차 운행에 있어 가장 중요한 충전기 역시 이미 497기가 설치돼 있다.

제주도는 운행중인 승용차 37만1,000대 모두를 오는 2030년까지 전기차로 바꾸겠다는 비전을 내놓았다. 2017년까지는 2만9,000대, 2020년까지 9만4,000여 대를 보급한다. 이는 정부 지원을 전제한 것이다. 제주도는 4월 전기차 보급과 관련한 용역을 맡기고 조례 제정도 추진할 계획이다.

제주도는 지난해 10월 전국에서 처음으로 전기차 160대를 민간에 보급했다. 이를 위해 공고를 낸 결과 신청자 487명이 몰렸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전기차 구입비(2,300만 원)와 완속충전기 설치비(700만 원)를 지원하면서 전기차 값이 일반 차량과 비슷해지자 관심이 쏠린 것이다. 이제 제주시내에서는 전기차를 흔히 볼 수 있다.

김홍두 제주도 스마트그리드과장이 말한다. “세계환경수도를 추진하는 제주도는 친환경 전기차를 미래성장산업으로 키우려 합니다. 올해는 도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전기차종이 늘어났어요. 경쟁률이 5 대 1을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제주도는 올해 안에 전기차 451대를 민간에 추가로 보급할 계획을 세웠다. 제주도는 이를 위해 엑스포 개막일인 3월 15일부터 3월 28일까지 올 상반기에 먼저 보급할 전기차 226대의 구입 신청을 받았다. 전기자동차엑스포가 열리는 15~21일엔 행사장인 서귀포시 제주국제 컨벤션센터에서, 24~28일엔 제주도청에서 신청을 접수했다. 차종은 레이EV, 쏘울EV, SM3 Z.E., 한국지엠 스파크EV 등 국산 4종과 닛산 리프·BMW i3 등 수입차 2종이다.

전기차의 최대 강점은 저렴한 운행비용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가 설명한다. “초기 구입비가 커서 그렇지 완속충전할 경우 전기료 100원으로 5~6km를 주행할 수 있습니다. 운전할수록 돈을 버는 셈인 만큼 전기차의 저변 확대는 생각보다 빠를 겁니다.”

전기차 충전 전용 전력요금은 기존 주택에는 적용되지 않는 특별 요금이다. 가정용 전기와 비교하면 누진제 적용이 없고 단가가 매우 싸다. 전기차 전용요금은 매월 수백㎾h의 전기를 사용해도 단가가 100원/㎾h으로 동일하다.

행사장에서 전기차 레이를 운행하고 있는 김문성 씨를 만났다. “넉 달 동안 6,500km를 운행했어요. 기존에 몰던 중형 LPG 차량은 한 달 연료비로 30만~35만 원을 썼는데, 전기차는 4만 원쯤 드네요. ”제주시에서 서귀포시 중문동을 출퇴근하는 박인문 씨도 옆에서 거들었다. “중형차를 몰 때는 기름값이 한 달에 60만~70만 원쯤 들었는데, 지금은 10만 원 정도 나옵니다.”


세계 최고 충전인프라 구축한 제주

전기차 이용자들의 가장 큰 불만은 짧은 주행거리다. 제주도에서는 전기차를 비교적 수월하게 타고 다닐 수 있지만, 아직 제주도 이외 지역에서는 세컨드 카나 고정된 거리를 운행하는 출퇴근용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1회 충전 주행 거리에 제한을 받기 때문이다. 차종에 따라 다르지만 국내에 나와 있는 전기차는 한 번 충전하면 대략 135km까지 주행할 수 있다. 제주도에서 직접 전기차를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도 대부분 하루 90~100km 안팎을 운행하면서 거의 매일 충전한다. 레이EV를 운전하는 김연일 씨가 말한다. “배터리가 50~60%쯤 남아 있어도 충전해요. 완전 충전되지 않으면 불안하니까요.” 스파크를 운전하는 김상현 씨는 “완전 충전하면 130km 정도 탈 수 있다지만 주행 가능거리가 40km쯤 남으면 충전한다”고 말했다.

전기차 상용화를 위해 충전 인프라의 확충은 필수적이다. 환경부는 전국에 충전기 1,962대를 설치했다. 제주도는 현재 500대 정도 충전기를 갖추고 있는데 연말까지 800대로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이쯤 되면 전기차를 사실상 일반 자동차처럼 이용할 수 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가 설명한다. “그간 지적됐던 충전 인프라 부족문제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습니다. 서울, 부산 등 도심지역에서도 큰 걱정 않고 몰 수 있는 수준이에요. 대형 마트나 건물에 충전기가 설치돼 있으니까요. 제주도의 경우 충전기와 전기차 밀도를 놓고 보면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실질적으로 전기차를 이용하는 데 큰 제약이 없는 곳이에요.”

전국에 설치된 충전기 가운데 20분이면 80%까지 충전되는 급속충전기가 177대이다. 이 중 제주도에만 48대(27%)가 있다. 제주도는 올해 급속충전기 20대를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 환경부 교통환경과 양창주 사무관의 설명이다. “제주도에서 급속충전기를 보급했다고 하니까 다른 지역에서도 문의 전화가 많습니다. 충전 불편을 덜기 위해 2017년까지 급속충전기 600여 기를 전국에 설치할 예정입니다.”

국내외 자동차업체들은 가격만큼 판매를 결정짓는 요인으로 충전인프라 확충을 보고 있다. 이에 따라 BMW는 i3 출시에 맞춰 이마트와 협력해 전국 60곳에 완속충전기를 설치키로 했다. BMW가 쓰는 콤보 방식 충전기가 국내에 표준으로 채택되지 않아 직접 나선 것이다. BMW는 i3 완속충전기를 우선 설 치한 뒤 정부로부터 콤보형이 표준으로 인정되면 급속충전기를 추가 설치할 방침이다. 기아차도 쏘울EV 판매를 위해 올해 말까지 전국 영업점과 수리센터에 급속충전기 29대, 완속충전기 32대 등 61대의 충전시설을 갖출 계획이다.


급속충전방식 표준화 필요

전기차 시장 확대의 걸림돌 중 하나가 충전 방식이다. 모든 자동차 제조사는 완속충전을 할 때 교류를 이용한다. 하지만 급속충전을 할 때는 방식이 다르다. 급속충전에는 3가지 방식이 있다. 직류를 이용하는 차데모(CHAdeMO)와 콤보 방식, 교류를 이용하는 3상 방식이다. 현재 표준이 정해지지 않아 메이커별로 사용하는 방식이 다르다.

차데모는 충전(Charge)과 주행(Move)을 합친 용어다. 일본 도쿄전력이 개발해 닛산, 도요타 등 일본 업체가 주로 이용한다. 차데모 차량은 교류 충전구(일반충전)와 직류 충전구(급속충전)가 따로 분리돼 있다. 한국닛산 관계자의 설명이다. “교류 충전구와 직류 충전구를 통합하는 것은 차량 디자인 측면에서 이점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차데모는 교류 충전과 직류 충전을 일부러 분리해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중점을 둔 방식입니다.”

콤보 방식은 충전구가 하나로 돼 있어 사용에 편리한 게 장점이다. 충전구 하나에 완속부와 급속부가 위아래로 배치된 구조다. GM, BMW, 폭스바겐 등이 채용하고 있다. 교류 3상은 프랑스 자동차 회사 르노가 개발했다.

이처럼 업체별로 급속충전방식이 다른 것은 국제표준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김필수 교수가 설명한다. “완속충전은 국제표준이 마련된 데 반해 급속충전은 아직 국제표준이 없습니다. 현재로서는 어떤 방식도 표준이 될 구속력을 가지고 있지 않아요. 업계에서는 국제 표준이 여러 종류가 될 수도 있다고 예상할 정도입니다. 물론 다른 충전 방식을 병행해서 쓸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표준경쟁이 완화될 가능성이 있기는 해요.” 콤보 방식 충전기라 해도 새롭게 개발된 어댑터를 사용하면 차데모 방식이 적용된 전기차도 충전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미 선진국에선 차데모와 콤보 방식이 적용된 차량을 동시에 충전할 수 있는 충전기도 개발된 상태다. 미국은 콤보 방식을 충전 표준으로 채택했다. 유럽도 2019년부터 콤보 방식을 단일 표준으로 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전기차 보급 민간부분으로 확대

지난 2012년부터 2013년까지 공공부문에 전기차를 보급해오던 정부는 올해부터 민간부문으로 확대 전환하기로 했다. 그동안 환경부는 전기차 이용 활성화를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에 전기차 의무 구입을 독려해왔다. 행정·공공기관에 대한 저공해자동차 의무구매율도 현재 30%에서 50%까지 확대하는 등 2020년까지 전기차 20만 대, 수소연료 전지차 500대의 친환경차 보급을 목표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친환경차 보급을 확대하기 위한 지원을 민간 부분으로 강화할 계획이다. 민간에 대한 예산지원이 대폭 확대되고 공공 충전인프라 확대 등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한 다양한 지원책도 추진된다. 가장 큰 혜택은 정부 보조금이다.

제주도에서 전기차를 구입할 경우 지자체로부터 800만 원과 정부로부터 1,500만 원 등 총 2,300만 원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200만 원 한도로 개별소비세, 개별소비세의 30%인 교육세가 감면된다. 140만 원 한도의 취득세도 면제되며 200만 원 한도의 도시철도채권 매입의무도 면제된다. 때문에 실구매가는 SM3 ZE와 쏘울EV가 2,000만 원 선, 스파크EV 1,700만 원 수준이다.

환경부는 지난해 10개 도시(대전, 춘천, 안산, 포항, 당진, 광주, 창원, 영광, 제주, 서울)에만 적용했던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올해부터는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전기차를 구매할 때는 누구나 보조금 1,500만 원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된다. 여기에 최대 420만 원까지 세제혜택도 주어진다. 다만 보조금은 재원이 한정되어 있어 모든 구매자에게 돌아가지는 않는다. 환경부 관계자는 “저탄소협력금제*가 내년 시행되면 누구나 보조금을 받아 살 수 있게 되는데 보조금 액수는 현재 최고 2,400만 원에서 1,000만 원대 중후반으로 낮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탄소협력금제도:저탄소배출차에 보조금을 주고 고탄소배출차 구입자에 부담금을 매기는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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