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INTERVIEW]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창조경제 위해 경력단절 여성 돌아와야 가족친화경영이 경영에 실질적으로 도움”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은 박근혜 정부의 유일한 여성 장관이지만 세계를 무대로 한 역동적인 대외활동으로 더욱 눈에 띈다. 정부부처 중 유일하게 1조 원에도 한참 못 미치는 여가부 예산으론 사회 구성원의 절반인 여성들의 일·가정 양립을 마음껏 지원할 수 없기 때문에 대신 발로 열심히 뛰는 것이다. 조 장관은 “여성 일자리 창출은 창조경제의 실현과도 맞닿아 있다”고 말하면서 여성의 경력단절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시간 선택제 일자리, 새 일센터, 가족친화인증 등을 소개했다. 그는 또 “기업 경영자의 인식 전환과 함께 인사관리 담당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조윤선 장관과의 일문 일답이다.

대담 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정리 유부혁 기자 yoo@hmgp.co.kr
사진 김태환 www.circus-studio.net


창조경제 시대에 여성의 역할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창조경제와 여가부가 추진하는 여성 인력 활성화는 맥락과 방향이 같습니다. 창조경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수요와 시장을 창출해 내는 것을 말하죠. 마찬가지로 여가부에서는 지금까지 활용되지 않았던 여성 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고 합니다. 직장 문화와 체질을 개선해 여성들의 일과 가정 양립을 돕도록 해서 말입니다. 그것을 통해 사회, 경제적 성과까지도 바꿀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어요. 시장의 수요·공급 간 미스 매치를 바로 잡겠다는 측면에서도 여성의 역할은 중요합니다. 시장에서 주 소비자는 여성이지만 공급자인 기업의 경영자는 남성인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케탈리스트라는 조사기관에서 포춘지 선정 500대 기업에 대한 지난 5년 동안의 연구결과를 발표했더군요. 500대 기업 중 여성 임원 고용비율은 16% 정도였는데 여성 임원이 있는 기업의 매출이 여성 임원이 없는 기업들의 매출보다 무려 84%나 더 높았고, 투자수익률은 16% 더 많았습니다. 여성 인력을 활용했을 때 창의적인 성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은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국사회에서 그동안 여성의 사회진출과 지속적인 직장생활을 가로막아온 요인은 무엇이라고 진단하십니까? 최근 전경련에선 가장 큰 여성 경력단절 이유는 결혼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시차를 좀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전경련에서 발표한 경우는 20대에서 60대까지 물었을 때의 결과입니다. 하지만 50대와 60대의 경력단절은 결혼을 하면 직장을 그만둬야 하는 과거 직장 문화에서 발생한 경우라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하지만 요즘 20~30대 여성들에게 물어보면 결혼보다는 육아를 접했을 때 경력단절이 급격히 늘어난다는 수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가부가 발표한 2013년 경력단절여성 실태조사에 따르면 30대 이상 비취업 경력단절 여성이 원하는 정책은 ‘양질의 시간선택제 확대’가 1순위로 나타났습니다. 방안은 무엇입니까?
여가부에서는 시간 선택제 일자리 수요 방안을 세 가지로 나누어 추진하고 있습니다. 여성의 육아기간을 10년 정도로 감안해 자녀를 맡길 수 있는 제도와 유연한 근무제도 그리고 휴직제도로 구분하고 있죠. 자녀를 맡기는 제도에 대해선 가족친화 TF인 복지부, 고용부, 기재부, 여가부가 무상보육이나 직장 어린이집 등을 확대하기 위해 기업을 독려하고 또 정부가 도울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유연한 근무제도인데 시간선택제와 전일제 간 전환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있어요. 또 육아기 단축근무제의 경우 과거 하루 6시간 이상 근무를 해야 통상임금의 40%를 지급받았지만 작년부터는 일주일에 20시간을 근무하면 고용보험기금에서 통상임금의 60%까지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또 육아휴직 대신 단축 근무제를 선택하는 경우 육아휴직을 쓰지 않는 기간만큼 단축근무가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여성의 유연한 근로를 통해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하도록 하자는 취지예요. 아빠의 육아휴직을 독려하는 것도 필요하고 생각합니다. 엄마에게만 육아 부담을 지우는 풍토를 개선해 보자는 거죠. 그래서 고용노동부에서 육아휴직을 신청하는 부부 중 한 명에게는 한 달치 월급을 지원해 주고 있어요. 작년 육아휴직을 신청한 남성은 2,200명, 여성은 6만7,000명인데 남성은 28% 정도 늘었습니다. 신청 비율이 상당히 높아진 거죠.


가족친화 인증을 받은 기업을 보면 놀랄 정도로 사내 제도가 완비되어 있습니다. 출산·육아휴직,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등 제도의 완비와 함께 실질적으로 이를 매우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도가 갖추어져 있는데도 회사 분위기상 이를 활용하지 못하는 곳도 많습니다. 이런 회사들을 계도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입니까?
정부에서 인센티브를 줘도 일반 기업에서 모르거나 ROI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참여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여가부에서는 민간기업들 스스로가 가족친화경영이 회사의 손익에 상당히 도움이 된다는 점을 인지하도록 도우려고 합니다. 좋은 사례를 홍보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기업이 실질적으로 투자한 금액과 정부의 인센티브 등 기업이 받는 혜택들을 수치로 보여주려고 해요. 기업 CEO가 숫자를 보게 되면 인식에 전환이 올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이번에 세계경제포럼과 여성인재활용을 위한 TF를 만들었어요. TF에는 기재부, 산자부, 고용부 등 정부부처와 가족친화인증기업 또는 참여 의사가 있는 민간기업을 비롯해 공공기업이 모두 참여토록 할 겁니다. 이들이 노하우를 나누고 당면 과제가 무엇인지 점검해서 제도가 활성화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죠. 이 제도를 경제개혁 3개년 계획에 연동해 문화로 확산시키려고 합니다. 발족은 6월로 계획하고 있죠. 이렇게 구성되면 홍보를 굳이 따로 하지 않아도 정부의 정책을 쉽게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어요.

독일의 여성가족청소년부와 상공회의소는 가족친화경영의 구체적 사례를 기업들에 잘 전파하고 있더라고요. 대한상의와 지난 3월 5일 체결한 ‘가족친화경영 활성화 업무협약’도 같은 맥락이에요. 대한상의에 가입된 14만 회원사를 통해 기업들에게 가족친화경영 우수사례를 알리고 참여하도록 하기 위해서죠. 또 지난 1월 다보스포럼에 참석해 가족친화경영이나 양성평등을 위해 기업을 설득할 수 있는 구체적인 지표를 만들자고 제안하고 왔습니다.


여성가족부가 추진하는 경력단절문제 해소를 위한 방안 중 ‘새 일센터’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알고 있습니다.
기존의 새 일센터는 경력이 단절되거나 직업을 가져보지 않은 여성들이 일자리를 찾을 때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시간선택제가 생기면서 일정한 직무능력과 직업 소양교육을 거치지 않으면 현업으로 복귀할 때 업무에 대한 시행착오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습니다. 이 점을 반영해 새 일센터의 역할을 확대했습니다. 여성들이 어떤 형태로든 일을 시작할 때 도움을 주자는 취지로요. 또 새 일센터가 지역별로 있으니 기업들에 시간제 선택 일자리를 홍보하는 효과도 주고 있습니다.

특화형 새 일센터도 만들고 있는데요. 예를 들면 세무관련 직종에서 일할 여성들에 대한 직업교육을 세무사협회와 함께 수행하는 것이죠. 도농형 새 일 센터도 있습니다. 도시 주변의 농가가 농번기엔 인력이 상당히 필요하거든요. 농작물과 수확기가 다양하니 농가에서 필요한 일손과 일정을 취합한 후 여성 인력과 연계해주는 시스템입니다.

가정폭력피해자나 신분 노출을 꺼리는 여성들은 봉제나 가내수공업과 같은 작은 규모의 기업과 연계해 일할 수 있도록 새 일센터에서 연결해 주고 있어요. 결국 새 일 센터는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그림의 떡이 되지 않도록 현장에서 맞춤형으로 조율해주는 역할을 하는 셈이죠. 현재 새 일센터가 120개 있는데 올해 센터를 10개 더 만들고 2017년에 200개를 만들어 시, 군에 1개소 이상 설치되도록 할 예정입니다.

작년 새 일 센터를 통해 11만 명이 취업을 했습니다. 고무적인 건 새 일센터를 통한 취업률이 여느 취업기관보다 높다는 점이죠. 또 여가부에선 6개월, 1년 주기로 고용유지를 체크 해 환경을 계속 개선하려고 해요. 이런 노력을 통해 여성 고용률이 견고하게 유지되도록 할 것입니다.


얼마 전 여성친화기업으로 이름 높은 한 외국계 대기업을 취재했습니다. 하지만 이 기업은 가족친화 인증을 스스로 받지 않았더군요. 외국계 기업이어서 여가부의 가족친화 인증 기준에 적합하지 않은 부분들이 있어서였다고 밝혔습니다. 외국 기업에 대한 다른 기준이나 혜택 마련에 대한 생각을 밝혀 주십시오.
기존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구분 없이 가족들에 대한 복리를 얼마나 우선하느냐에 인증 기준을 맞췄습니다. 하지만 작년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특성을 나누어 정책을 수정했고 가족친화의 기준도 여성의 일·가정 양립으로 수정했습니다. 다국적 기업도 이미 인증 받은 기업이 많긴 하지만 면담이나 사례조사를 통해 활발히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습니다.


고용률 70% 달성이라는 수치적 목표 때문에 경력 단절 여성의 재취업 기회를 확대하려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단순히 일자리 수를 늘리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누누이 강조해 왔습니다. 숫자보단 내실을 강조하시죠. 질문과 같은 오해가 발생하는 이유는 중앙부처 입장에서 숫자를 강조하다 보니 민간기업에서 부담을 느끼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여성가족부 역할은 정부와 기업 간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도록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예로 기업에 보내는 문서도 정부의 입장에서 일방적인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입장에서 ‘왜 이 정책에 참여해야 하고 무엇이 좋은지,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인지’ 선명하게 알 수 있도록 보고서 양식을 수정하고 있습니다.


일을 하는 엄마를 둔 자녀들은 엄마의 부재를 크게 느낄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장관의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개인의 행복은 가족의 행복이 전제가 돼야 합니다. 또 정부가 주창하는 국민행복은 가족 행복을 전제로 하고 있죠. 그런데 아버지는 회사에, 엄마는 자녀 교육에, 아이는 입시에 올인하다 보니 서로 교류하고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든 것이 현실이에요. 그래서 가족 교류의 기회와 시간이 줄어들었고 가족이 해체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생각합니다. 여성고용정책, 일·가정 양립과 같은 정책은 결국 가족정책입니다. 이 정책들이 저출산 대비와 함께 여성 고용률을 높이기도 하지만 결과적으로 여성들의 자아실현 기회 확대와 남성들에 부과된 역할 부담을 줄이는 효과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가정에서 엄마가 해 주는 일들을 아빠와 대체, 공유하는 부분도 생길 테고요. 또 아이들이 느끼는 엄마에 대한 박탈감은 아이들의 연령대에 따라 달라질 것 같아요. 또 아이들의 자립심이란 측면에서 보면 굳이 엄마가 해 주지 않아도 되는 일인데 지나치게 관여하는 부분도 분명 있거든요. 결국 이런 여가부의 가족정책은 보육, 육아복지, 여성 일자리 확대 등을 통해 남성과 여성의 가치를 조화롭게 발휘될 수 있도록 하고 가족 구성원이 건실하게 살아가는 데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는 역할로 수렴됩니다.


한국 사회에서 양성 평등이 얼마나 이뤄졌다고 생각하십니까? 여가부의 정책이 오히려 남성들에게는 역차별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리나라는 상당히 독특한 젠더 환경을 가지고 있어요. 산업화가 빨랐듯 젠더 이슈도 압축되어 있습니다. 20~30대와 50~60대 여성이 겪는 사회적 환경이 다른 것처럼 말이죠. 20대는 대학 진학률, 고용률이 남성보다 조금 높지만 30대가 되면 급격히 떨어집니다. 그래서 연령대별로 이슈가 달라요. 30~40대는 육아에 대한 부분에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고 20대는 여성과 남성이 공정하게 취업에 기회가 부여되느냐는 점이 중요하죠. 이 부분에서 무조건 여성을 배려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여성정책의 핵심이겠죠. 우리나라 양성 평등에 대해 저는 ‘산기슭에는 봄이 왔는지 모르겠지만 정상은 여전히 만년설이다’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민간기업의 여성 임원은 1.7%, 정부의 여성 고위 공직자는 4.3%, 공기업 상임이사는 2.6% 정도로 굉장히 낮은 것이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만년설을 녹이기 위해선 여성들의 체온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여성이 고위직으로 진출해 중간관리자를 양성하고 중간 관리자가 다시 하급관리자를 키워 조화롭게 조직을 이끌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 합니다.

능력이 안 되는데 무조건 발탁하는 기계적 평등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성과를 낼 수 있는 요직에 여성이 도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는 거죠. 이를 위해 인사관리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양성평등 TF는 가족친화인증기업들을 위해 숫자로 보이는 ROI 뿐 아니라 여성 대체인력과 여성 인사관리 노하우를 제공하는 역할도 할 것입니다.

또 셜리 위-추이 IBM 한국대표를 만나보니 출산휴가, 육아 휴직과 관련해 분기별로 상담해 인사관리에 반영하더군요. 또 제가 시티은행에 근무했던 경험을 되짚어보거나 다국적 기업에 있는 친구들과 이야기 하면서 느낀 것이 다국적 기업의 여성인력 관리업무 디테일이 상당히 강하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이런 선진 사례들을 취합해 우리 기업 특히 인사관리자들에 알리고 활용할 수 있는 노력도 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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