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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산불 예방에 무력할까?

왜 이토록 산불이 자주 발생하는 걸까. 단적으로 말하자면 인간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소방관 19명이 산불에 갇혀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1933년 이래 단일 화재로 인한 소방관 순직 사고 중 최대 규모의 참사였다. 또한 지난해 시에라네바다주에서도 큰 산불이 발생해 1,040㎢ 면적이 초토화됐으며, 콜로라도주에서는 500여 가구가 화마(火魔)에 휩쓸렸다.

이렇듯 전 세계에서 대형 산불의 발생빈도가 늘고 있다. 미국의 과학자 단체인 참여과학자연대(UCS)에 따르면 1980년대 미국 서부지역의 산불 발생 건수는 140여건이었지만 2000년부터 2012년까지 12년 동안에는 약 250건이나 발생했다. 이 지역은 산불 위험시기도 길어지고 있다. 1970년대에 5개월이었던 것이 요즘은 7개월에 이른다.


왜 이토록 산불이 자주 발생하는 걸까. 단적으로 말하자면 인간 때문이다.

예컨대 우리는 1980년대까지 산불이 생태계에 좋을 수도 있음을 알지 못했다. 그래서 무조건적인 산불 방지에 주력했다. 이로 인해 잡목들이 무성하게 자라나 단 한 번의 화재가 대형 산불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또 다른 원인은 기후변화로 지구의 온도 상승이 건조한 날씨와 산불 위험시기의 확대를 이끌었다. 마지막으로 도시화도 핵심 요인의 하나다. 도시의 팽창에 의해 교외 및 부도심 지역이 산불 위험지역 내에 진입, 인간들의 실수에 따른 화재 빈도가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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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상황에서 비극적 사태를 막으려면 전문가들이 산불의 모든 것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이에 미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와 연방산림청(USFS) 등이 공동연구팀을 구성, 통제된 환경에서 산불을 일으켜 데이터를 축적하는 방식으로 화재 예측 컴퓨터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NIST는 또 산불에 강한 지붕용 타일과 건물의 골조 같은 새로운 건축 재료들도 개발 중이다.

물론 그렇다고 모든 화재가 원천 봉쇄될 리는 만무하다. 이점에 주목한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버클리 캠퍼스 연구팀이 최근 화재경보의 효율성 제고를 위한 화재 탐지·추적용 인공위성의 개발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다만 이조차 급박한 상황에서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탐지·경보체계가 본격 발동하기 전에 작은 불씨가 큰 불로 변하는 경우가 많은 탓이다.

결국 최고의 경보시스템은 화재 시작 전 경보를 울려줄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가능할까. NIST의 ‘황무지-도시 경계 위험 척도’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 산불 위험도에 따라 지역별 등급을 설정하는 이 척도로 우리는 특정 지역의 화재 위험성과 파괴력을 예측할 수 있다. 건물의 내화(耐火) 기준이나 화재 보험료 설정에도 도움이 된다.

실제로 지진이나 허리케인이 빈발하는 지역의 거주민들은 이미 다른 지역에 비해 더 많은 보험료를 내고 있다. 향후 산불에도 이 같은 기준이 적용될 개연성이 높다. 일반적인 경고만으로 산불 위험 지역 한복판에 건물을 신축하는 바보짓을 막을 수 없다면 이처럼 시장경제의 논리에 의지해보는 것도 묘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황무지-도시 경계 위험 척도 Wildland Urban Interface (WUI) Hazard Scale.

파퓰러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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