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혹독한 시장 구조조정 진행 중인 결혼정보업계

듀오·가연 빅2 생애종합컨설팅으로 외연 확장

결혼정보업계는 2000년대 중반부터 최근까지 혹독한 시장 구조조정을 거쳤다. 비교적 후발주자에 속하는 가연이 외형을 크게 키우면서 치열한 출혈 경쟁이 계속됐고, 2010년 이후 듀오와 가연 빅2 체제로 재편됐다. 듀오와 가연은 단순 결혼정보업체에서 생애종합컨설팅 업체로 외연을 확장하며 2라운드를 준비하고 있다.
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
사진 김태환 circus-studio.net


남중 → 남고 → 공대 → 군대 → 공단. 흔히 하는 우스갯소리로 ‘비자발적 남성 모태솔로 양성 과정’이다. 이 과정을 밟았다고 해서 솔로가 취향이 되는 건 아니다. 여자도 만나고 싶고 결혼도 하고 싶다.

하지만 주위에서 소개받기는 껄끄럽다. 아는 사람을 통한 만남이다 보니 부담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결혼할 의지도 능력도 있건만 가장 중요한 상대가 없다. 물론 이런 내용이 남자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여자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여자이기 때문에 주위에 도움을 요청하기가 더 어려울 수 있다.

최근 결혼정보업체를 활용하는 미혼 남녀가 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입시준비와 취업준비에 청춘을 다 보내다 보니 어느덧 결혼적령기가 됐을 땐 어디서 어떻게 만남을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결혼정보업체를 이용하는 미혼남녀의 비율이 10%까지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한다.

결혼정보업계, 이미지 변신 성공

요즘 곳곳에서 결혼정보업체들의 광고를 많이 접할 수 있다. 버스나 지하철 외벽광고는 물론 무심코 튼 TV에서도, 또 자주 들어가는 인터넷 사이트 배너에서도 결혼정보업체들의 광고가 끊임없이 쏟아져 나온다. 이같이 적극적인 마케팅 덕분에 결혼정보업체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많이 변했다.

과거엔 뚜마담, 결혼상담소 등의 이름으로 음성적이고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했지만, 최근엔 이런 이미지가 많이 희석됐다. 게다가 광고에서 결혼에 대한 밝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많이 투영한 덕분에 ‘결혼정보업체들이 사회적기업으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는 좋은 평가를 받는다.

서비스 이용자들에 대한 사회적 시선도 많이 바뀌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오죽이나 못났으면 돈으로 제 짝을 찾을까’ 등 결혼정보업체 서비스 이용자들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좀 더 좋은 기회와 만남을 원하는 조건 좋은 선남선녀’들이 주된 이용자라는 생각이 확산되고 있다. ‘네가 어렸을 적부터 꿈꿔 온 동화 속 왕자님은 결혼정보업체 카탈로그에나 있다’는 뼈 있는 농담도 바꿔 생각하면 결혼정보업체 이용자들의 수준을 높게 평가한다는 방증이다.

경쟁심화로 대부분 경영위기 겪고 있어

이미지 변신 등의 효과로 결혼정보업체는 2011년 1,163개까지 늘어났으나, 경쟁이 심화되면서 2012년에서 2013년 2년 동안 무려 232개 업체가 한꺼번에 문을 닫는 등 홍역을 치렀다. 2014년 현재 933개 업체가 운영 중이지만 상위 몇 개 업체를 제외하면 대부분 경영 위기를 겪고 있다. 장영진 듀오 재무이사는 말한다. “듀오, 가연, 바로연, 행복출발, 노블레스 수현 정도를 빅 5로 보고 있습니다.

이들 메이저 업체가 전체 시장의 50~60%를 가져가고 있죠. 결혼정보업계 전체 시장이 1,100억 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는데 빅5가 600억 원을 가져간다고 치면 나머지 900여 개 업체가 500억 원을 나눠 먹는 거예요. 대강의 수준을 짐작할 수 있죠. 결혼정보업이 신고만 하면 사업을 개시할 수 있다 보니 영세한 곳이 많습니다.”

빅5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곤 하지만 빅 5 안에서도 격차가 크다. 933개 결혼정보업체 중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이하 외감법)’에 따른 외부감사 대상이 되는 곳은 듀오 한 곳 밖에 없다. 듀오는 총자산 규모가 360여 억 원으로 외감법 ‘직전 사업연도 말의 자산총액이 100억 원 이상인 주식회사’ 대상에 포함돼 외부감사를 받는다.

외부감사가 의무가 아니다 보니 수익 정보를 투명하게 밝히고 있는 곳이 거의 없다. 외감법상 공개의무가 있는 듀오를 제외하면 가연이 거의 유일하다. 신용평가사에서도 이들 업체 이외에는 최근 재무 정보를 확인하기가 어렵다. 대부분 업체의 수익 정보가 비공개인 까닭에 매출 규모로 줄을 세우기도 어렵다. 2012년 기준 각각 310억 원, 166억 원 매출을 올린 듀오와 가연 1, 2등을 제외하고는 누가 3, 4, 5등인지 알 수가 없다. 실적 공개를 서로 꺼리다 보니 각 업체에서는 확인할 수도 없는 순위 정보를 만들어 홍보에 활용하기도 한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수차례 시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듀오·가연 빅2가 주도하는 시장으로 전환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결혼정보업체들은 빅5를 중심으로 비교적 순탄한 성장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2006년 가연이 결혼정보업계에 뛰어들면서 시장이 급격히 요동쳤다. 후발주자였던 가연은 시장의 판을 새로짜기 위해 공격적으로 결혼정보업계를 흔들었다. 그 결과 업체들의 출혈 경쟁이 시작되면서 업계 전체의 비용 구조가 상승했다.

끝없는 출혈 경쟁은 매우 잔인하게 진행됐다. 2000년대 중반까지 업계 빅5를 구성하던 다섯 업체 중 2개 업체가 완전히 와해됐다. 상위 업체들의 출혈이 이 정도였으니 시장에서 체감하는 충격은 상상 이상이었다. 2000년대 후반부터 비교적 최근까지도 업계는 큰 홍역을 앓았다.

출혈 경쟁을 거치면서 시장은 빅5에서 빅2체제로 전환했다. 이제 실질적으로 결혼시 장업계를 주도하고 있는 건 듀오와 가연이다. 어떤 기준으로 보든 듀오와 가연은 빅플레이어로 순위에 이름을 올린다. 가연은 원하던 바를 이뤘다. 2010년까지만 해도 업계에서 1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던 곳은 듀오가 유일했으나, 2011년 가연이 116억 원 매출로 업계에서 두 번째로 100억 원 매출을 돌파하며 새로운 경영 이정표를 세웠다. 2012년 가연의 순매출액은 166억 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이 같은 출혈경쟁은 가연 자신에게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됐다. 매출 규모는 늘었지만 순이익은 떨어졌다. 2010년 67억 원 매출 때는 3억2,834만 원이었던 순이익이 2011년 116억 원 매출 때는 2억2,756만 원으로 떨어지더니 2012년 166억 원 매출을 올렸을 때는 1억2,213만 원으로 감소했다.

가연은 업계 1위인 듀오를 매출액에서는 절반 수준을 넘어섰으나, 순이익은 2012년 기준으로 1억 2,200만 원으로 듀오(24억5,100만 원)와 비교가 안 된다. 여기에는 듀오의 영업외 이익이 많은 점도 작용했다. 듀오는 영업이익보다 순이익이 더 큰 다소 특이한 재무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2012년 듀오의 영업이익은 17억8,400만 원이었지만 순이익은 24억5,100만 원으로 순이익이 6억6,700만 원 더 많다. 듀오의 순이익이 영업이익보다 더 큰 것은 영업외 수익이 많기 때문이다. 듀오는 상신브레이크 계열사로 상신브레이크 지분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때문에 듀오는 상신브레이크의 자산변동사항이나 수익사항에 따라 지분법에 의해 계상되는 영업외 수익이 상당하다.

홈페이지 접속자 수를 기준으로 하는 트래픽 비교에서는 가연이 타 업체들을 압도한다. 랭키닷컴 기준 가연이 40% 이상의 점유율로 1위를 질주하고 있으며 듀오가 10~20% 안팎의 점유율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가연은 주간 점유율 기준 50% 이상의 점유율(올해 3월 3주 51.4%)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차이는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복수의 마케팅업계 종사자들은 말한다. “너무 압도적이다 보니 오히려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경영실적에서도 타 업체들을 압도한다면 모를까 단순히 트래픽에서만 이렇게 차이를 낸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죠. 불편한 오해를 살 수도 있는 부분입니다.”

생애종합컨설팅으로 외연 확장 나서

두 기업은 더 큰 성장을 위해 새로운 성장동력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이들은 커플 매칭을 넘어 웨딩 분야까지 사업을 확대했다. 매칭시킨 커플들을 웨딩 사업 고객으로 끌어들여 새로운 사업 진출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겠다는 의도다.

사업 확장을 가장 공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곳은 듀오다. 가연이 웨딩사업에만 진출한 데 반해 듀오는 웨딩사업 외에도 생애 종합컨설팅 회사로 비즈니스의 외연을 넓히고 있다. 듀오는 커플을 매칭시키는 결혼정보업에서 2002년 듀오웨드(웨딩 사업), 2006년 듀오아카데미(커리어 교육기관), 가장 최근인 2010년에는 듀오라이프컨설팅(가족 전문 상담 기관)까지 오픈했다. 사업별 매출 비중은 결혼정보사업부가 60~65%, 웨딩사업부가 20~25%, 아카데미와 컨설팅이 나머지 10~20%를 차지한다.

장영진 듀오 재무이사는 말한다. “듀오가 연평균 10% 이상씩 성장해 왔지만 이 성장세가 언제까지나 계속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 시장이 무한히 커질 수 있는 시장도 아니고요. 성장스토리를 계속 써나가려면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으로요. 그래서 생각한 게 ‘가족의 탄생과 완성’이라는 생애종합컨설팅입니다. 현재는 중년의 삶까지 확장한 것이라 볼 수 있는데 앞으로는 실버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할 생각입니다.”



관련기사



FORTUNE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