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INTERVIEW/ 김효준 BMW그룹 코리아 대표

“자동차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

BMW그룹 코리아는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수년째 부동의 판매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여기에는 BMW의 뛰어난 제품력과 14년째 대표직을 수행하고 있는 김효준 대표의 공이 매우 크다. 지난해 김 대표는 BMW그룹 수석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수석부사장은 이사회 바로 아래 직급이다. 한국 시장을 키운 그의 능력을 BMW그룹이 높이 평가한 것이다. 서울 중구 퇴계로에 있는 BMW그룹 코리아 본사에서 김 대표를 만나 1위 기업의 비결을 물었다. 그는 “고객의 요구사항을 미리 알고 해결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사진 한평화 info@studiomuse.kr


한국 시장은 중국과 일본이라는 거대 시장에 끼인 작은 시장이다. BMW그룹에서는 한국 시장을 어떻게 보나?
본사 방문 시 한국 수입차 시장의 성장과 또 그 잠재력을 지속적으로 어필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이미 한국을 중요한 시장으로 인식하고 있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한국에서 성공하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본사에서도 한국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본사에서는 BRIKT라는 신조어도 만들었다. 급성장하고 있는 신흥 5개국 브라질·러시아·인도·한국·터키를 지칭하는 말이다. 주목해야 할 시장 중에 한국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본사에서 전통적으로 큰 6개 시장(독일·미국·중국·일본·영국·이탈리아) 외에도 한국과 러시아 두 나라의 예산을 이사회에서 직접 논의할 정도로 그 역할과 비중이 높다.

본사와 BMW그룹 코리아의 목표는 일치한다.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 BMW의 리더십을 지속적으로 가져가는 것이다. 외환위기로 국내 수입차 시장이 힘들 때 독일 BMW 본사는 당시 CFO로 일하던 나에게 한국 시장에서의 철수나 사업 축소를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사업 축소나 철수보다 딜러에 대한 투자를 늘려 경쟁력을 강화시키자는 역제안을 한 적이 있다. 결국 본사는 딜러에 대한 투자를 늘렸고 이때 키운 직원들은 각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하여 BMW그룹 코리아의 성공을 이끌어 낸 큰 자산이 됐다.


김 대표는 언제나 고객가치를 강조하고 있다. 이를 전달하기 위한 구체적인 사례를 알고 싶다.

BMW그룹 코리아는 고객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모든 활동을 진행한다. 한국 소비자들은 트렌드에 민감하고, 눈높이가 매우 높다. 나는 ‘모든 아이디어와 가치는 고객에게서 나온다’고 믿고 있다. 지난 2000년 BMW그룹 코리아의 사장을 맡고 나서 주말마다 직접 전시장과 서비스센터를 방문했다. 350명의 고객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하면서 당시 고객들이 BMW에 가지고 있는 불만을 발견해 해결점을 찾기도 했다.

실제로 서비스센터에서 차를 고치는 몇 시간 내내 무료하게 잡지를 뒤적이던 고객을 만난 뒤 모든 차량의 수리기간 동안 다른 차를 무료로 빌려주는 ‘대차 서비스’를 시작했다. 수리상황이 궁금하다는 다른 고객 의견은 대기실에서 CCTV로 차량 수리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시스템 구축으로 이어졌다. ‘BMW를 몰고 싶긴 한데 너무 비싸다’는 일부 고객의 불평은 자동차 리스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도입하는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BMW그룹 코리아 미래재단, BMW 드라이빙 센터 설립 등 우리의 비전을 독일 본사에 제시할 때마다 설득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남들이 하지 않은 창조적 발상과 새로운 것을 고안하고 혁신을 추구하는 BMW그룹 코리아의 노력에 본사에서도 지원을 해주었다.


BMW그룹 코리아는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 부동의 1등을 차지하고 있다. 우수한 제품력 외에 어떤 요소가 작용했다고 보는가?

우수한 제품은 기본이다. BMW는 고객들에게 자동차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부분을 고객들이 알아주었기 때문에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BMW는 한국 고객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맞춰 새롭고 다양한 모델들을 출시해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다. 소형부터 대형까지 세단과 SUV 등 풀 라인업의 BMW와 미니MINI를 출시하면서 다양한 고객들의 개성과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 또한 새로운 모델을 소개할 때에도 단순히 차만이 아니라 차를 타는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함께 제시하는 접근을 해왔다.

이와 함께 고객만족을 높이기 위한 서비스 강화,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미래재단의 활동, 이동수단의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 전기차 출시, 자동차 문화를 바꿀 BMW 드라이빙 센터 건립 등은 모두 BMW가 최고의 상품성을 갖춘 차량 판매를 넘어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서, 새로운 자동차 문화를 앞서 제안하고 만들어 나가는 역할을 하기 위한 과정이다.


520d의 판매가 폭발적이다. 디젤엔진 탑재 차량이 한국 시장에서 성공할 것이라는 걸 어떻게 알 수 있었나?

성공을 미리 예견하기는 어렵다. 디젤차량의 인기는 경제적인 상황과 연계해 변화하는 트렌드이기도 하다. 하지만 BMW는 지속가능이라는 기업 목표를 중심으로 사회, 환경 등을 고려한 선도적인 기술개발을 위해 노력해왔다. 특히 환경이슈에 미리 대비하면서 연비효율이 좋으면서도 성능이 좋은 디젤엔진을 오래전부터 갖추게 됐다.

현재 BMW 1시리즈와 미니 브랜드의 디젤 모델들은 물론이고 소형차 수준의 연비와 탄소를 배출하는 3시리즈, 5시리즈의 디젤 라인업 역시 모두 유럽의 엄격한 배출가스와 연비 기준에 맞추고 있다.

2009년 당시만 하더라도 국내 세단 시장에서 디젤 차량의 존재감은 없었다. 반면 유럽은 디젤이 6대4 내지 7대3일 정도로 가솔린엔진에 비해 우세한 상황이었다. 우수하고 친환경적인 디젤 세단을 한국 고객들에게도 더 많이 보급하고자 뉴520d를 출시하면서 판매가격을 1,900만원이나 내렸다. 파격적인 가격정책이었지만 전략적으로 가격을 포지셔닝했다. 결국 520d는 비즈니스 세단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디젤세단의 탁월한 연비는 물론 주행성능까지 고객들 사이에서 구전효과를 일으키며 지금까지도 굳건히 동급 세그먼트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BMW그룹 코리아는 국내 소비자들의 특성을 매우 잘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소비자 조사는 어떻게 이뤄지나?

상세한 부분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우리는 한국에 진출한 지난 19년간 철저한 한국시장 조사를 통해 데이터베이스를 축적해 왔다. 이것은 우리의 판매·마케팅 전략을 세우는 데 가장 큰 중심축을 이룬다.

BMW그룹 코리아는 한국 고객이 원하는 변화에 기업 경영의 방향성을 맞췄기 때문에 성장할 수 있었다. 업무의 모든 관점을 고객의 눈높이에 맞추려는 시도를 많이 했다. 지금도 세부적인 비즈니스 각 분야에 연관된 팀들이 각기 다양한 형태의 시장 조사, 고객 참여 프로그램, 그리고 유기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고객과의 접점을 늘려가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들이 원하는 바를 미리 알아내서 이를 현장에 적용하는 것이다. 이는 BMW그룹 코리아 고객 서비스 전략의 핵심가치이기도 하다.


한국 소비자들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BMW그룹 코리아의 고객소통 노력 등에 대한 소비자들의 만족도는 어떤지 궁금하다.

인보이스 핫라인, 고객서비스평가단 운영, 서비스 네트워크 확대 등 다양한 활동들을 펼치고 있다. 이런 부분을 고객분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해주시는 것 같다. 지난해 BMW그룹 코리아 서비스의 총점은 100점 만점에 81점을 받았다. 인보이스 핫라인을 통해 접수되는 숫자는 많지 않다. 객관적인 수치로 봐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고객과의 소통을 위한 노력에는 끝이 없다. 1회성 이벤트성의 소통에는 고객들이 반응하지 않는다. 지속적인 노력만이 최선이다. 올해 진행되는 2기 고객 평가단에는 미니 고객을 추가하고 평가단 수를 기존의 두 배인 200명으로 늘렸다. 고객들과 더욱 많은 소통을 이뤄나가는 동시에 평가 프로그램 역시 더욱 충실하게 구성할 예정이다.


수입 브랜드가 사회공헌에 인색하다고 비판을 받은 게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BMW그룹 코리아의 사회공헌에 대한 김 대표의 의견을 듣고싶다.

개인적으로 기업은 지속적으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사회를 이끌어가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제적 부, 새로운 기술, 문화적 코드 등 기업은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세대만이 아닌 우리 이후의 세대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기업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이러한 의미에서도 기업은 반드시 사회공헌을 해야 한다. 이것은 기업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생존을 좌우할 것이다. 사회공헌이라는 의미는 단순한 후원금 개념이 아니다. 고객들은 변화하고 있다. 고객들에게 단순히 제품 이상의 브랜드 가치와 경험을 제공하고 이를 사회에 돌려주어야 하는 것이다. BMW그룹 코리아의 미래재단 설립은 그런 고민의 결과다.


BMW그룹 코리아가 한국에 투자하는 규모가 크다는 데 놀랐다. 외국계 법인을 한국에서 운영하는 데 있어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BMW그룹 코리아는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67대(60억 원 상당)의 BMW 차량을 대학과 고등학교에 연구용으로 기증했다. 또한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2011년부터 작년까지 3년동안 100억 원 이상(103억 5,000만 원)을 기부했다. 올해 7월 오픈하는 BMW 드라이빙 센터에는 총 770억 원이 투자된다. 드라이빙 센터는 오픈 후 연간 약 20만 명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들이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조급해 하지는 않는다. 곧 자연스럽게 소비자들의 긍정적인 피드백과 자동차 문화산업을 이끄는 한 축을 이루게 될 것으로 확신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는 수많은 외국계 기업이 있다. 외국계 법인이라고 특별히 어려운 점이나 혜택을 받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기업 경영에서 핵심적인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기업을 운영하는 모든 기업이 어려운 부분은 공유하고 있다. 이러한 부분을 어떻게 상황에 맞게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는지가 중요하다.


김 대표가 생각하는 훌륭한 경영자는 어떤 사람인가?

일의 성공과 실패는 ‘사람’에게 달려 있다는 원칙을 가져야 한다. 모든 비즈니스는 ‘휴먼 비즈니스’라는 생각을 가지고 고객을 중심으로 움직여야 한다. 이러한 부분을 실천하기 위해 직원들과의 만남과 대화를 끊임없이 가졌다. 결국 그러한 부분이 성과로 나타났다.

BMW그룹 코리아는 내부인력에 대한 투자와 발전을 최우선 목표로 여기고 있다. 각 개인의 역량 증가와 동기 부여를 끊임없이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2008년 1월부터 이사, 부장, 차장, 과장, 대리 등의 직급을 없애고 ‘매니저’로 호칭을 통일하는 시스템을 시작했다. 이는 모든 직원이 보다 주도적인 자세로 업무를 책임지도록 하고, 빠르고 유연하게 조직을 운영하기 위한 조치였다.

또한 올해부터는 업계 최초로 딜러사와 직원 교류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이는 양사의 직원들이 다양한 부서 간 교차 파견 근무를 통해 서로의 비즈니스를 이해하고 이를 현업에 반영해 업무 시너지를 일으키기 위한 창의적 아이템 중 하나이다. 대외적으로는 고객 서비스의 발전, 내부적으로는 임직원 역량 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BMW는 언제나 도전적으로 새 모델을 만들어내고 있다. 전기차 등 지속가능한 이동수단에 대한 투자도 발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 규모가 크지 않은데도 1등을 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BMW의 화두는 지속가능성이다. 우리의 모든 활동은 이를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의 경험과 현재를 기반으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래를 생각하지 않으면 단기적인 성과에 급급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차원에서 BMW는 이동수단의 미래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특히 환경이슈와 관련해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과거부터 선도적으로 연구를 진행해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등 친환경 자동차 분야에서 축적된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의 예를 들어보자. 4월 24일 순수 전기차 i3를 출시했다. 단지 차만 출시하는 것이 아니다. 전기차에 대한 대중적 관심과 인프라에 대한 준비도 선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BMW는 2009년부터 E-모빌리티 콘퍼런스를 3회 개최해 지금까지 이해관계자들과 지속적으로 전기차 시장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나눈 바 있다. 작년 말에는 제주도에 전기차 충전기 30대를 기증했고, 이번에 이마트, 포스코ICT와 협력해 전국 60개 이마트에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한다.

이와 같은 지속가능한 미래를 향한 고민과 준비된 시나리오 하나하나가 자연스럽게 BMW를 넘버원으로 만드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BMW주식 절반을 콴트 QUANDT 가문이 소유하고 있다. 기업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BMW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궁금하다.

콴트 패밀리에 대한 언급은 적절치 않지만, BMW의 성장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BMW그룹의 기업 목표인 지속가능성은 장기적인 정책 수립과 실행 두 측면이 모두 이루어져야 실현이 가능하다. 독일은 중소기업의 95%가 가족기업이다. 기업 소유자가 직접 경영에 참여하고 다음 세대로 상속되어 장기적인 투자와 성과에 집중하기 때문에 ‘지속가능성’이 기업과 사회 전반에 중요한 화두일 수밖에 없다.

콴트 가문은 BMW를 소유하고 있으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회사의 방향이 흔들리지 않도록 중심을 잡는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 경영에는 일일이 개입하지 않기 때문에 경영진들이 자율성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안정적으로 제품을 개발할 수 있다. 기업문화와 사회공헌 등 다방면에서도 이러한 철학을 지켜가고 있다.


지속가능성에 도전하는 BMW

BMW그룹 코리아가 4월 24일 순수전기차 i3를 공식 출시했다. 발 빠른 행보다. BMW그룹 코리아는 i3에 이어 올해 안에 또 다른 전기차를 선보인다. 두 번째 i시리즈인 i8이다. BMW는 전기차 개발을 위해서 수억 유로를 이미 투입했다. 하지만 당장 수익에 큰 도움이 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GM의 쉐보레 브랜드보다도 규모가 작은 BMW에겐 엄청난 리스크가 아닐 수 없다.

BMW는 왜 이런 모험을 하는 걸까? 전기차는 판매량이 많지도 않고 수익성을 보장받기 어려운데 말이다. 이유는 BMW가 지속해온 성공의 핵심에서 찾을 수 있다. BMW는 고급차 시장이 계속 활기를 띨 것이라 믿고 있다. 하지만 지금껏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상당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바로 지속가능성 (sustainability)이다. BMW는 ‘개인 이동성을 위해 프리미엄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최고의 자동차업체가 되겠다’는 목표를 천명한 바 있다.

BMW 최고 경영진의 태도는 확고해 보인다. BMW CEO 겸 회장 노르베르트 라이트호퍼 Norbert Reithofer는 지난해 미국 포춘에 “지속가능한 사고와 행동이 장기 성장과 높은 수익성, 신규 소비자 부문 개발, 신기술 개척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는 내 생각은 확고부동하다”고 말했다.

2007년 BMW는 독립 기업으로서의 생존을 위협받는 큰 어려움에 직면했다. 치솟는 원자재 가격과 높은 유로화가 생산비를 증가시켰다. 게다가 당시 자동차 기업들은 탄소배출 관련 EU규제를 준수하기 위해 엄청난 금액을 투자하고 있을 때였다. 교통 체증과 고령화되는 고객층은 고성능 차량에 대한 수요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당시 BMW CEO 겸 회장이었던 헬무트 판케 Helmut Panke는 로버그룹 매각(1994년 영국 자동차 회사 로버를 인수한 뒤 정상화를 위해 막대한 투자를 했지만 지속된 적자로 단돈 10파운드에 피닉스 컨소시엄에게 매각했다)을 추진하고, 북미와 중국 시장에서 사업확장을 주도했다. 하지만 그는 곧 은퇴할 수밖에 없었다. 감사위원회가 그의 임기 연장을 반대했기 때문이었다.

헬무트 판케의 뒤를 이어 제조부문 전문가 노르베르트 라이트호퍼 Norbert Reithofer가 CEO에 올랐다. 경력 대부분을 제조 부문에서 보낸 그는 3시리즈의 생산시간을 절반으로 줄인 것으로 명성이 높았다. 라이트호퍼는 BMW를 위협하고 생산성에 방해가 되는 요소들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그는 BMW의 미래를 결정지을 200여 개의 경제적·기술적·사회적 트렌드를 파악했다. 당시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우리의 경쟁력이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과거 방식을 고수할 수 없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2008년 봄, 그는 BMW에서 가장 혁신적인 인재들을 뮌헨의 비밀장소로 소집했다. 그리고 21세기형 개인 교통수단을 새롭게 정의하도록 지시를 내렸다. 한 팀은 전 세계를 돌아다녔다. 대도시들을 방문하고, 도시 설계 전문가와 건축가들을 인터뷰하고,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9개월 후에 이들은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두 가지 다른 ‘길’을 동시에 걷는다는 것이었다. 하나는 효율적 연소기관과 주변 기술들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쉽게 말해 전통적 자동차 산업이다. 다른 한 가지는 전기 구동장치, 재활용 소재, 소프트웨어가 주도하는 혁신적인 길이었다.

혁신적인 길은 ‘프로젝트i(영리한(intelligent), 혁신적인(innovative), 국제적인(international)의 ‘ i ’를 땄다)를 탄생시켰다. 2009년 프로젝트i는 미니E 라는 첫 번째 시험용차량을 공개했다. 이후 2011년 프랑크푸르트 오토쇼에서 전기차 콘셉트 카 i3를 공개했다. BMW가 전기차를 비싼 가격에 파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라이트호퍼는 자신에 차 있다. 그는 “우리는 수익성 없는 자동차는 만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BMW의 장기전략은 궁극적으로 지속 가능한 21세기 도심형 이동수단 개발에 도전하는 것이다. 규모가 크지 않은 BMW에게 쉽지 않은 도전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바로 이런 도전정신 덕분에 오늘날의 BMW가 존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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