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홀 푸드 미국을 점령하다

WHOLE FOODS TAKES OVER AMERICA

대성공을 거둔 이 유기농 소매업체는 보이시 BOISE, 뉴어크 NEWARK, 디트로이트 DETROIT 등 예상치 못한 시장에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아울러 식사대용 케일 스무디 등으로 미국인들의 식생활을 변화시키고 있다.
BY BETH KOWITT
ILLUSTRATION BY SCRIPT & SEAL


언제쯤이면 밀싹이 들어간 스무디를 마실 수 있죠? 건조 파인애플 파나요? 유기농 코코넛 오일은 얼마죠? 맨해튼 Manhattan이든 샌프란시스코 San Francisco든 홀 푸드 마켓 Whole Foods Market 매장이라면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익숙한 질문이다 - 디트로이트 유일의 홀 푸드 매장 통로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디트로이트의 파산신청 6주 전인 2013년 6월에 문을 연 2만 1,000평방 피트(약 590평) 규모의 이 매장은 다양한 식품 및 천연제품을 판매한다.

취약한 재정상태, 생활고에 시달리는 시민들(인구의 42%가 빈곤선 이하의 삶을 산다)을 보면 디트로이트는 고급 식료품점이 들어서기에 적합한 곳은 아니다. 하지만 디트로이트 손길-계산대 위로 비친 조명은 모타운 Motown *역주: 흑인음악을 제작하는 디트로이트의 레코드 레이블의 음반을 재사용해 만들었고, 벽은 디트로이트의 예술가들이 그린 벽화로 장식돼 있다-의 정취가 묻어있는 몇 부분만 제외하면 홀 푸드의 다른 374개 매장과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여느 매장과 마찬가지로 무척 다양한 제품군-일례로 꿀만 19종류, 치킨이나 칠면조 소시지도 13종류나 된다-을 구비하고 있다. 20달러가 있다면 ‘전통적인’(업계 용어로는 무기농으로 불린다) 분재식물을 살 수 있다. 22.99달러에 아사이 파우더를 사는 것도 가능하다. 가격에 더 민감한 고객들은 1달러도 채 안 되는 가격에 카넬리니 콩 한 캔이나 파스타 1파운드를 살 수도 있다.

쉽게 말해 홀 푸드는 디트로이트 지점만을 위해 기존 방식을 바꾸거나 단순화하지 않았다. 그래야 할 이유가 있을까? 오스틴 Austin에 기반을 둔 이 식료품 체인은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소매업체다. 식료품 업계의 침체에도 2007년부터 매출은 2배, 이익은 3배씩 증가해 왔다. 홀 푸드는 유기농 제품, 맛있는 가공식품, (앞으로 더 늘어날) 자체 식료품 브랜드 ‘365시리즈’ 등을 다양하게 제공한다. 이미 부유한 근교지역과 유행에 민감한 도시지역을 점령한 홀 푸드는 기존에 감히 상상하지 못했던 디트로이트나 아이다호 Idaho 주 보이시 같은 지역에도 매장을 열고 있다. 이미 매장이 들어선 크고 작은 도시에도 추가 매장을 열고 있다(샌프란시스코와 맨해튼에는 각각 7개, 오클라호마 Oklahoma 주 털사 Tulsa와 코네티컷 Conneticut 주 웨스트 하트포드 West Hartford에는 각각 2개의 지점이 입점해 있다).

이런 현상은 홀 푸드를 ‘홀 페이첵 Whole Paycheck’이라 부르며 조롱하던 이들에게는 큰 충격이었다(주스만 마시며, 요가를 즐기고, 하이브리드카 프리우스 Prius를 모는 부유층 또는 ‘장인정신이 서린 빵’에 집착하는 힙스터 *역주: 독특한 문화적 코드를 공유하는 젊은층들이나 좋아할 만한 값비싼 식료품업체라는 의미다). 물론 홀 푸드의 가격이 매우 저렴한 편은 아니지만 여느 때 없이 다양한 소비자들이 그 매력에 빠져들고 있다(계산을 기다리는 줄에서 룰루레몬 Lululemon을 입고,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모는 이들도 볼 수 있다). 10개의 매장을 보유한 상태에서 기업 공개를 단행했던 1992년 당시 공동 설립자겸 공동 CEO 존 매키 John Mackey는 지점을 100개까지 늘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는 포춘에 사실 이마저도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매키는 미국 지점 수 목표치를 기존 1,000개에서 1,200개로 상향 조정했다(홀 푸드는 영국과 캐나다에도 진출해 있다).

치열한 업계상황을 고려했을 때 홀푸드의 목표는 상당히 대담해 보인다. 닐슨 Nielsen 조사에 따르면 대형 식료품 업체들은 2001년부터 20013년 사이 나타난 다양한 ‘비전통’ 식료품 업체들에 10%에 달하는 시장 점유율을 잠식당했다(이러한 현상은 최근 주춤해졌다). 일례로 월마트 Wallmart는 ‘미국내 최대 식료품 업체’라 자칭하고 있다. 월마트의 미국 매출 중 1,565억 달러는 식료품 부문에서 창출되며, 이는 2010회계 년도 기준 1,378억 달러보다 증가한 수치다. 매출 129억 달러의 홀 푸드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다. 그러나 업계 전반의 어려움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식품부문-홀 푸드가 기여한 바가 크다-의 강자로 떠오르며, 식품업계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시장조사기관 펜튼 Penton에 따르면 홀 푸드가 선두를 달리는 건강, 유기농, 천연제품 시장 규모는 1,500억 달러이며 2018년까지 50% 더 증가할 전망이다. BB&T 캐피털 마켓 BB&T Capital Markets의 애널리스트 앤드루 울프 Andrew Wolf는 홀 푸드를 “건강 및 영양 부문에서 국내 최고의 영향력을 가진 건강식품 부문의 최강자”라고 평했다. 홀 푸드의 선도적 입지는 주식 시장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금융위기로 시장이 바닥을 치던 2008년 11월 이후 주가는 12배나 폭등했다(동 기간 S&P 지수는 130%밖에 오르지 않았다). 놀라운 점은 고위 경영진 대부분이 설립 초기부터 지금껏 변함없이 홀 푸드를 이끌어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홀 푸드는 전통적인 대형 할인점의 전략을 취하면서도 단점은 최소화했다. 성공적인 가치추구형 자체브랜드를 구축함과 동시에 취급제품에 사용되는 재료를 엄격히 제한했다. 지역별로 현지화를 추진하고, 쇼핑은 단순히 편리한 경험이 아니라 즐거운 경험이어야 한다는 고귀한 신념을 지키며 매장과 제품의 획일화를 막았다. 샌프란시스코 마켓 스트리트 Market Street 지점에서는 구두를 닦은 후 입체 ‘굴 까기 스테이션 oyster-shucking station’을 둘러 볼 수 있다. 브루클린 Brooklyn 매장에서는 2만 평방피트 넓이의 비닐하우스 옆 옥상 바에서 지역 크래프트 비어를 맛볼 수 있다.

물론 경쟁업체 트레이더 조스 Trader Joe’s는 고객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아 온 반면 홀 푸드는 그러지 못했다. 고객 스펙트럼의 한쪽 끝에는 동물 복지 기준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이들과 다이어트 콜라를 팔지 않는 데 짜증을 내는 이들이 있다. 반면 또 다른 반대편에는 육류와 유제품을 판다는 이유로 매키를 위선자라고 부르는 엄격한 채식주의자들이 있다. 홀 푸드는 최근 초바니 Chobani *역주: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요거트 브랜드 같은 인기 브랜드를 퇴점시키며 고객들을 의아하게 만들었다.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자유의지론자인 매키는 대중들이 ‘유기농 식료품 기업 CEO’에게 기대하는 정치적 태도와는 다른 견해를 보여왔다.

그럼에도 매주 700만 명 이상의 소비자들이 홀 푸드를 찾는다. 홀 푸드는 기존의 ‘건강 식료품점’들은 경험하지 못했던 인기와 관심을 누리고 있다. 홀 푸드는 건강한 식사를 예찬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해 비판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건강식품 구매를 즐거운 경험으로 만들어 주지만 금욕적이고, 절제하는 삶을 살라고 강요하지는 않는다. 덕분에 거부감이 훨씬 덜했다. 홀 푸드에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한 슈크 켈리 Shook Kelley의 공동 설립자 케빈 켈리 Kevin Kelly는 “홀 푸드는 ‘건강한 탐닉’이라는 아이디어를 성공적으로 구현했다”고 평한다. 홀 푸드에서는 채소로 만든 치즈뿐만 아니라 보통 치즈케이크도 살 수 있다. 켈리는 “홀 푸드는 먹거리는 물론 먹거리와 우리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고 질문하던 방식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고 말한다. 홀 푸드의 공동 CEO 매키는 “우리는 사람들이 더 큰 가능성을 볼 수 있게 도왔고 슈퍼마켓에 대한 이미지를 바꿔 놓았다”고 말한다.


홀푸드의 원조는 매키와 그의 전 여자친구가 오스틴의 빅토리아식 주택에서 운영했던 세이퍼 웨이 Safer Way다. 당시 매키의 식성을 반영해 육류와 설탕, 카페인이 첨가된 제품은 판매하지 않았다. 매키는 “그때는 너무 급진적이었다. 그래서 장사도 잘 안됐다”고 말한다. 제대로 식료품점을 운영하려면 예민한 식성을 가진 이들뿐만 아니라 더 넓은 고객층을 공략해야 했다. 그는 “성공적인 사업을 위한 흥미로운 요소는 내가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이들의 방식을 따르기만 하면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1980년 매키가 홀 푸드를 설립했을 때만 해도 천연·유기농 식품이 건강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은 반문화적으로 치부됐다. 첫 매장은 건강식품 기준에서는 성공이었지만 대형 할인점으로 분류되지는 않았다. 매키는 한 벤처 캐피털리스트가 투자를 거부하며 “당신네는 다른 히피를 대상으로 식료품을 파는 히피 집단 같다”고 했던 말을 자주 언급한다.

사업확장을 위해 홀 푸드는 노스 캐롤라이나 North Carolina의 웰스프링 그로서리 Wellspring Grocery, 뉴 잉글랜드 New England의 브레드 앤드 서커스 Bread & Circus, 캘리포니아의 미세스 구치스 Mrs. Gooch’s 등 소규모 유기농 전문점들을 인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2007년 콜로라도 Colorado에 기반을 둔 와일드 오츠 Wild Oats 인수 시도는 연방거래위원회(Federal Trade Commission, FTC)에 의해 제지당했다. 이와 관련해 법적 분쟁에서 승리하기는 했으나 *역주: 결국 2009년 와일드 오츠를 매각했다 경영방침을 인수합병이 아닌 신규지점 개장으로 바꿔야 했던 쓰라린 경험이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 소규모 커뮤니티에서 성공한 와일드 오츠의 사례를 보며 홀 푸드 경영진은 리틀 록 Little Rock이나 털사에서도 퀴노아 quinoa *역주: 남아메리카 안데스산맥의 고원에서 자라는 곡물. 무기질이 풍부하여 영양면에서 우유에 버금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와 유기농 근대(Swiss chard) *역주: 명아주과의 이년생 식물로 잎과 줄기는 국을 끓이거나 나물로 먹는다 등을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부동산 담당 팀은 2급 도시들이 생각보다 훨씬 큰 잠재력이 있다는 점을 어렵사리 알아냈다. 홀 푸드는 설립 후 처음으로 시내 중심지에 입지를 정했다. 당시 경영진은 오마하 시내는 5만 평방 피트(약 1,400평) 넓이의 매장 하나가 들어서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지금은 3개 지점이 들어서기에도 충분한 도시라고 생각한다. 이미 시내 중심지에 지점이 하나가 있기 때문에 다른 두 매장의 위치를 정하는 것이 무척 까다롭다. 때문에 홀 푸드는 디 모인 Des Moines에 부지를 확보한 뒤 곧장 웨스트 디 모인 West Des Moines으로 향했다(홀 푸드는 이 도시의 인구는 2개의 매장을 운영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성장과 비즈니스 개발을 책임지는 짐 서드 Jim Sud는 “기존에 가능하다고 여겼던 것보다 훨씬 더 가까운 거리 내에 우리 매장들을 입점시키고 있다. 초반에는 어느 정도 자기잠식 현상이 발생하겠지만 머지 않아 제 자리를 찾을 것이고, 전반적인 시장규모는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지난 1월 홀 푸드의 가장 오랜 시장인 오스틴에 5호점이 문을 열었다. 가장 근접한 지점과의 거리는 2마일도 채 되지 않았지만 개점 매출 신기록을 달성했다.

전통적인 식료품 비즈니스의 원칙은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홀 푸드는 자신만의 원칙을 스스로 만들어야 했다. 서드의 팀은 신규 매장을 검토할 때 업계에서 표준적으로 사용되는 ‘중력모형(gravity model)’을 약간 변형해 매출액을 예측했다. ‘중력모형’은 특정 지역 내 식료품 업체들을 모두 계산에 넣고, 새로운 매장이 각 경쟁업체로부터 얼마만큼의 시장 점유율을 획득할 수 있는지 측정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홀 푸드의 신규 지점 매출은 항상 예상치를 뛰어넘었다. 서드는 “우리가 기존에 없던 새로운 수요를 창출한다는 점을 알게 됐다”고 설명한다. 때문에 현재는 홀 푸드만의 자체 모델을 사용하고 있다.

해당 지역의 대학 졸업자 인구밀도는 홀 푸드가 들어설 만큼 그 지역의 의식이 무르익었는지 알려주는 지표였다. 이 기준은 지금도 유효하지만 매키는 “고등교육을 받은 고객들만 건강 식품에 대한 ‘의식’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제 인구밀도가 충분히 높은 지역이라면 어디든 충분한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성공할 수 있다. 이미 디트로이트와 뉴 올리언스 New Orleans에서 이 점을 확인했다. 뉴어크와 시카고 도심지역을 비롯한 다른 지역에서도 이 점을 재차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는 여전히 홀 푸드를 ‘틈새 소매업체’라 여긴다. 다만 그 틈새시장이 점점 더 커지고 있을 뿐이다.


더욱 정확히 매출액을 예측하는 자체 모델을 사용하더라도 디트로이트 지점은 성공 가능성이 낮아 보였다. 데이터 분석적으로는 실패가 분명해 보였다. 매키는 “나도 가장 회의적인 사람들 중 한 명이었다”고 말한다. 공동 CEO 월터 로브 Walter Robb는 디트로이트 지점을 강력히 지지했다. 홀 푸드는 목적이 이끄는 기업이며, 로브는 전통적으로 홀 푸드의 고객으로 인식되지 않던 소비자들에게 다가갈 방법을 찾고 싶어 했다. 로브는 “유기농 및 천연 식품이 엘리트 혹은 특정 고객만을 위한 것이라는 비판이 대단히 거슬렸다”고 말한다.

2010년 6월 로브와 중서부지역 사장 마이클 바쇼 Michael Bashaw는 디트로이트에서 일고 있는 도시농업 운동에 대해 알아보려 도시로 향했다. 디트로이트 출신 미시간 Michigan 지점 마케팅 책임자 아만다 무실리 Amanda Musilli가 그들의 안내를 맡았다. 시찰이 끝난 뒤 그녀는 디트로이트의 먹거리 문화에 대해 조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무실리는 “조사를 통해 시민들의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대단하다는 점을 알게 됐다”고 말한다. 새로운 먹거리 운동을 펼칠 필요 없이 기존 문화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었다. 무실리의 팀은 교회와 도서관을 찾아 다니며 홀 푸드 디트로이트 매장에 대한 주민들의 의견을 모았다. 그녀는 “디트로이트에서는 새로운 방식이 필요하고, 더 많은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는 점을 알게 됐다”고 말한다. 홀 푸드의 선임 건강·웰빙 교육가 아쿠아 울브라이트 Akua Woolbright는 식제품의 라벨을 해석하는 법, 식욕을 억제하는 법 등에 대해 무료 강좌를 열었다. 때로는 회사에 알리지 않고 무료강좌를 진행하기도 했다(무료강좌는 지금도 계속된다).

다수의 디트로이트 주민들은 이미 홀 푸드에 대해 알고, 교외의 홀 푸드 매장에서 쇼핑을 해왔다. 그럼에도 걱정거리는 있었다. 주민들은 무실리 팀에 서비스 질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디트로이트 주변 매장들은 청결하지 않고, 다른 지역에 비해 서비스가 부실하다는 것이었다. 그들이 원했던 것은 방탄유리나 가방 검사 *역주: 홀 푸드는 보안강화를 위해 방탄유리를 설치하고 가방 검사를 실시했다가 아니라 ‘제대로 된’ 홀 푸드 마켓이었다.

빈 상가는 끊임없이 나왔지만 적절한 장소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부지와 기존 건물들이 너무 작은 경우가 많았다. 경영진은 끝내 옛 체이스 뱅크 Chase Bank 건물을 허물고, 2만 1,000평방 피트(약 590평) 넓이-홀 푸드의 평균 매장 규모는 3만 8,000평방 피트(약 1,070평)다-의 신규 매장을 짓기로 결정했다. 이 지역은 경기가 되살아난 곳으로 웨인 주립대학교(Wayne State University)와 디트로이트 메디컬 센터 Detroit Medical Center가 위치해 있었다. 주민들의 의견을 더욱 다양하게 수렴하기 위해 건물 디자인을 평소보다 일찍 공개했다. 무실리는 버스를 대절해 디트로이트 주민들이 교외의 홀푸드 매장들을 방문할 수 있게 했다. 홀 푸드의 가격정책에 대해 더 잘 이해하고, 신규 매장에 원하는 점들을 찾아내 반영하기 위해서였다. 스무디 바는 열렬한 지지를 얻었다. 케일로 만든 킥스타트 Kick-Start 스무디는 최고 인기상품이었다.

마이클 폴런 Michael Pollan은 그의 저서 ‘잡식동물 분투기(The Omnivore’s Dilemma)’에서 지역 농산물이 없다며 홀 푸드를 비난했다. 그 이후로 홀 푸드는 소규모 지역 업체들도 공급망에 포함시켰다. 디트로이트 매장에서는 30개 지역 농산물 업체들의 다양한 제품이 판매된다. 제과류의 절반은 파트너십을 체결한 지역 제과점 아발론 Avalon으로부터 공급받으며, 아발론을 지역 융자 프로그램 수혜업체로 선정해 더 큰 성장을 돕고 있다. 활기찬 재래시장으로 유명한 이스턴 마켓 Eastern Market에서 일부 공급업체를 선정하기도 했다. 스파이스 미저 Spice Miser도 그중 하나로 향신료 소(小)자 한 통을 99센트에 판매한다. 건조 과일 및 견과류 조달업체 거맥 Germack도 있다. 공급업체가 되길 원하는 일부 업체들은 홀 푸드의 품질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제품을 약간 수정하기도 했다. 10마일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워터 스테이션 Water Station은 자사 알칼리 생수에서 산호 칼슘을 제거했다. 무글루텐 (Gluten-free) 업체 에설스 에디블스 Ethel’s Edibles는 아황산염 없는 과일, 유기농 달걀 등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에설스의 창업자 겸 사장 질 보마리토 Jill Bommarito는 “홀 푸드에 납품한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신뢰를 얻게 된다”고 설명한다.

홀 푸드의 디트로이트 입성은 긍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했지만 사업 운영차원에서는 여전히 쉽지 않은 일이었다. 경영진은 디트로이트 매장의 마진 폭을 줄이고, 가격을 낮추는 결단을 내렸다. 하지만 1년이 지났을 때쯤 예상을 뒤엎고 수익을 창출해냈다. 홀 푸드의 다른 지점도 이 모델-매출의 30%는 유기농 제품에서, 12%는 독점 브랜드에서 창출된다-을 따르게 됐다. 가공식품 판매도 예상을 뛰어넘었다. 홀 푸드는 ‘5달러 파니니 서스데이 $5 Panini Thursday’ *역주: 매주 목요일 5달러에 파니니를 살 수 있는 행사나 원하는 것만 구매할 수 있는 벌크 푸드 bulk food *역주: 포장되지 않은 상태로 고객들이 진열대에서 무게를 달아 사가는 제품 섹션 등 소비자 가치증진에 역점을 두었다.

로브는 디트로이트 매장이 홀 푸드 지점 중 가장 의미가 깊은 곳이라고 말한다. 동시에 가격을 저렴하게 하는 방법, 품질과 가치의 균형을 맞추는 법 등 광범위한 부문에서 많은 것을 배운 기회였다. 로브에 따르면 디트로이트 매장이 문을 연 후 시카고 시장 람 이매뉴얼 Rahm Emanuel이 개인적으로 그에게 전화를 걸어 시카고 사우스 사이드 South Side에 신규 매장을 개설해 줄 것을 요청했다. 뉴저지 New Jersey 상원의원 코리 부커 Cory Booker의 로비활동 덕분에 2016년에는 뉴어크 지점이 문을 열 예정이다. 뉴어크 시장을 겸임하고 있는 코리 부커는 직원들에게 “홀 푸드는 성배와 같다”고 말했다. 바쇼는 “(디트로이트에서 홀 푸드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비즈니스였기 때문에 이곳에서의 성공은 홀 푸드의 향후 성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라고 밝혔다. 또 “디트로이트 매장을 통해 우리는 ‘성공 가능성과’ 경제성 분석에 관한 기존 관념을 “되돌아 보게 됐다”고 덧붙였다.


단순화해 말하면 홀 푸드의 핵심 경쟁력은 ‘푸드’다. 식료품 업체에는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로 들리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케빈 켈리는 “대형마트들은 고객이나 먹거리에 대한 비전이 아니라 유통과 창고, 물류 등에 역점을 두고 있다”고 지적한다. 대형마트는 대부분 행여라도 찾는 사람이 있을 법한 물건은 모두 취급한다. 하지만 홀 푸드는 취급품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 있다. 켈리는 “훌륭한 브랜드는 고객이 자사의 철학을 따르도록 만든다. 홀 푸드도 예외가 아니다. 전통적인 식료품 업체들의 잘못 중 하나는 고객이 언제나 옳다고 믿는 것이다”고 설명한다.

홀 푸드는 최고의 전문성을 갖췄음을 당당히 고객들에 어필한다. 그리고 막대한 규모를 이용해 변화를 유도하는 능력도 갖췄다. 1980년 설립 당시 무인공색소, 무감미료, 무방부제라는 원칙을 세웠다. 글로벌 품질 기준 부사장 매거릿 위튼버그 Margaret Wittenberg는 “이런 기준을 세운 매장을 방문하는 것 자체가 고개들에게 엄청난 변화였다”고 말한다. 오늘날 홀 푸드의 금지 목록에는 아스파탐, 푸아그라, 액상과당 등을 포함한 78개의 재료가 올라 있다.

홀 푸드는 자사 영향력을 활용해 공급업체를 변화시키기도 한다. 홀 푸드는 연방법이 의무화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청소용품 공급업체들이 제품포장에 사용된 모든 재료들을 표시하도록 했다. 비슷한 사례로 작년에는 2018년까지 GMO(유전자변형 농산물)가 사용된 전 제품에 라벨표시를 의무화하겠다고 공약했다. 위튼버그는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 중 하나는 미 농림부가 라벨관련 규정 발표를 미뤄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매키는 “종종 이런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하지 않으면 누가 하겠는가?’ 많은 문제에 있어 우리가 주도적 역할을 하는 이유는 아무도 나서지 않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그는 웃으며 “우리가 맷집 구실을 잘 해준다면 다른 이들도 우리를 따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유기농 운동이 인기를 얻으면서 홀 푸드의 경쟁업체들도 시류에 편승하고 있다. 대형 할인매장 크로거 Kroger는 스스로를 (홀 푸드 다음으로) 두 번째로 큰 유기농 식료품업체라 홍보했다. 월마트와 타깃 Target은 한때 건강식품 매장에서만 찾을 수 있던 일부 제품들을 취급하고 있다. 사실 홀 푸드는 지난 분기 실적 예상치를 밑돌았다. 치열해진 경쟁도 그 원인 중 한 가지로 보인다.

홀 푸드는 유기농 전문 업체로서의 신뢰를 수익과 직결시켜 왔다. 특히 유기농 제품뿐 아니라 일반 제품을 다양하게 제공하는 365 브랜드를 확대하고 있다. 365는 거의 2,000개에 달하는 품목을 아우른다. 품목별로 가장 저렴하고 잘 팔리는 제품은 365인 경우가 많다. 고객들은 전통적으로 과일, 채소, 육류가 위치한 매장 주변부에서 유기농 제품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홀푸드의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 A.C 갤로 A.C Gallo는 “365의 저렴한 가격과 풍성함 덕분에 고객들은 포장식품을 고를 때도 유기농 제품을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신뢰할 수 있는 ‘대중적인’ 유기농 브랜드를 갖췄다는 점에서 홀 푸드의 또 다른 성장전략을 엿볼 수 있다. 소수의 특정 상품 때문에 방문한 고객들이 식료품 대부분을 홀 푸드에서 구매하도록 열성 단골로 만드는 것이다.

홀 푸드가 미국 시장을 점령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365브랜드는 저렴한 편이지만-적어도 기존 제품들보다는 싸다-홀 푸드의 가격정책에 거품이 있다는 시선은 여전히 존재한다. 최근 컨슈머 리포트 Consumer Reports 대형마트 순위에서 홀 푸드는 ‘가격 만족’ 측면에서 많은 점수를 잃었다. 하지만 홀 푸드가 저가정책을 펼칠 일은 없다. 최근 다양한 고객에 다가가고 새로운 영역으로 진입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홀 푸드의 가장 큰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고급스러운 브랜드 이미지다(“이번 주에는 홈메이드 커리 파스타를 만들어 봅시다!”). 어쩌면 가장 큰 리스크는 스스로 성공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홀 푸드에서 처음 케일 칩, 히카마, 콤부차 등을 접한 고객들이 아마존 Amazon이나 프레시 다이렉트 Fresh Direct-뉴욕에 본사를 둔 식료품 배달업체로 5개 주에서 이용 가능하다-에서 온라인 주문을 할지도 모른다.

온라인 경쟁업체들은 고객들을 홀 푸드로 이끄는 오프라인 매장만의 장점을 모방할 수 없다. 바로 그 점이 홀 푸드가 소규모 도시와 서비스가 불충분했던 지역으로 진출하는 현 시점에서 가장 주요한 경쟁력이다. 기술 발전에도(어쩌면 그 때문에), 사람들은 함께 모여 먹거리에 대한 열정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찾고 있다. 매키는 “오랫동안 장보기는 빨래하기와 쓰레기 버리기처럼 귀찮고 재미없는 일로 여겨졌다. 하지만 홀 푸드의 철학은 이와 정반대다. 생각해 보라. 평생에 걸쳐 먹거리는 우리에게 가장 큰, 심지어 섹스보다 더 큰 즐거움을 준다. 그런데 사람들은 장보기를 싫어한다. 참으로 역설적이지 않나?”라고 말한다.

디트로이트 매장에서는 도시 전역에서 온 고객들이 브렉퍼스트 바 Breakfast bar *역주: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게 만든 바에서 식사를 하고, 농산물을 살펴보고, 유기농 코코넛 오일 가격에 대해 불평하기도 한다. 여느 홀 푸드 매장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한 광경이다. 디트로이트 매장의 성공은 놀라운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혀 역설적인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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