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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TO DO ABOUT WATER?/해양 연구] 이동식 해양탐사기지

우리는 달이나 화성의 표면보다 지구의 해저에 대해 더 모른다. 지금껏 인류가 탐사한 바다는 전체의 5%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무지를 타파하고자 프랑스 건축가 자크 루즈리는 바다 위를 이동할 수 있는 최첨단 해상 탐사기지를 설계했다.

‘시 오비터(SeaOrbiter)’로 명명된 이 기지는 영화 스타트렉에 등장하는 엔터프라이즈 우주선에 비견될만한 외관을 갖고 있다. 전체 높이는 58m로 4개층 27m가 수면 위, 6개층 31m가 수면 아래에 잠겨 있다. 최대 22명의 연구원이 상주하며 자체 잠수정과 위성안테나, 분석장비를 이용해 최대 수심 6,000m의 심해를 탐사·연구할 수 있다.


루즈리는 바다를 더 많이 알고 싶다면 연구의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북대서양 사르가소해의 해초 숲처럼 독특하고 알려진 바가 거의 없는 곳에 직접 가서 연구를 할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얘기다.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 청장을 역임한 세계적 해양학자 실비아 얼 박사도 이렇게 토로했다.

“북미와 유럽의 민물에서 수십년간 생활하던 장어들이 사르가소해를 찾아와 산란을 합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특이한 생명의 역사가 시작되는 곳인데도 우리는 이곳에 대해 별로 아는 것이 없어요.”

이를 가능케 해줄 시 오비터의 건설비용은 4,800만 달러에 달한다. 일단 루즈리는 프랑스의 크라우드펀딩 사이트를 통해 올해 중 시 오비터의 최상층부 관측소인 ‘더 아이(The Eye)’를 건조할 47만5,000달러를 모금할 계획이다.

그리고 어떻게든 돈 많은 투자자를 감동시켜 2016년까지 시 오비터를 완성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1 더 아이 (The Eye)
조류와 해양생물의 이동을 추적하고, 장기 기상연구를 수행하는 관측소. 뒤쪽에는 풍력터빈이 설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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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상층부 조종실
원격조종 잠수정(ROV) 조종실이 위치한다. 야외 데크는 잠수부들의 준비공간 역할을 하는데 감압실이 마련돼 있어 원활한 포화잠수를 돕는다. 조종실의 지붕 350㎡ 면적에는 태양전지 패널이 부착돼 있다.

3 웨트 랩 (Wet Lab)
매년 약 2,000종의 신종 해양생물이 발견된다. 시 오비터는 이 숫자를 대폭 늘릴 수 있다. 웨트 랩에 마련된 다수의 아쿠아리움 덕분에 연구자들은 바다에서 채집한 해양생물을 직접 연구할 수도, 정밀 연구장비를 보유한 육상연구소로 이송할 때까지 살려 놓을 수도 있다.

4 격납고
최대 잠항심도 6,000m의 유인 심해잠수정 2대, ROV 2대, 자율 무인잠수정 1대가 격납된다. 이 잠수정들에 의해 신종 해양생물은 물론 특정 질병에 약리효과를 지닌 신종 플랑크톤과 박테리아, 바이러스가 발견될 수도 있다.

5 네모 (Nemo)
통신센터 겸 데이터 허브. 멀티미디어 스튜디오가 설치돼 있어 시 오비터의 연구상황과 발견 내용을 전 세계에 실시간 전파하는 방송국 역할을 한다. 쥘 베른의 소설 ‘해저 2만리’의 주인공인 네모 선장의 이름을 차용했는데 그가 좋아했던 파이프 오르간도 1대 비치돼 있다. 소설 속 네모 선장은 심해의 신비를 쫓기 위해 지상에서의 삶을 포기한 인물로서 시 오비터의 콘셉트와 절묘하게 매칭된다.

6 수중 가압 숙소
승무원 6명이 압력이 가압된 숙소에 거주한다. 이들은 대기압 환경에서 거주하는 연구자들과 달리 추가 조치 없이 언제든 수심 100m까지의 포화잠수가 가능하며 시 오비터 복귀 후 감압실에서 시간을 낭비(?)할 필요도 없다. 특히 수중 가압 숙소는 장기간의 우주여행 시 나타날 수 있는 인체의 변화와 심리적 영향, 그리고 그에 따른 대응 매뉴얼을 연구하는 우주 시뮬레이터 역할도 수행할 수 있다.

THREE 지구에서 가장 깊은 심해인 수심 1만916m의 마리아나 해구 해저면에 도달했던 사람 수.

크라우드 펀딩 (crowd funding) 신생업체나 개인발명가가 소셜미디어, 인터넷 등의 매체를 활용해 다수 대중들로부터 십시일반으로 투자금을 모으는 행위.
포화 잠수 (saturated diving) 헬륨 같은 특수기체가 함유된 공기를 흡입, 잠수병의 위험을 줄이면서 안전하게 장시간 심해 잠수를 하는 것

파퓰러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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