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경제·금융일반

[30대 그룹은 지금] 롯데쇼핑

규제 강화·소비 침체…<br>위기 뚫고 재도약 노린다

롯데그룹의 핵심 사업인 유통 부문이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다. 롯데그룹 전체에서 유통 부문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2013년 기준 41%로, 그룹 내 영향력이 식품을 비롯한 다른 7개 사업 부문에 비해 압도적으로 큰 상황이다. ‘유통의 문제는 곧 롯데의 문제’라는 표현이 실감 나는 대목. 포춘코리아가 롯데백화점, 롯데아울렛, 롯데마트, 롯데하이마트, 롯데슈퍼, 세븐일레븐 등 롯데그룹 유통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롯데쇼핑의 당면 문제들을 짚어봤다.
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


롯데그룹은 자산 87조5,000억 원에 자본총액 52조 원을 자랑하는 우리나라 재계 5위 그룹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 순조로운 성장을 이어가던 롯데그룹은 국내 내수 지표 부진에 그룹 핵심 사업인 유통 부문의 매출 신장률이 꺾여 잠시 성장 정체 우려를 사기도 했다. 하지만 2004년 신동빈 회장이 그룹 컨트롤타워인 정책본부 본부장에 취임하면서 공격경영으로 전환, 다시 상승세를 탔다. 롯데그룹은 지난 10년 동안 연평균 매출 16%, 영업이익 15%의 성장세를 지속해오고 있다.

준수한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는 롯데그룹이지만 최근 또다시 위기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번 위기 역시 2000년대 중반과 마찬가지로 그룹의 핵심 사업인 유통 부문에서 발화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위기의 질적인 수준이 이전보다 훨씬 더 우려스럽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소비 침체 바탕 위에 여러 다른 문제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롯데그룹 유통 사업을 맡고 있는 롯데쇼핑의 주가는 2011년 최고 54만 원을 호가했지만 최근 20만 원대 후반까지 주저앉아 52주 최저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한계에 다다른 몸집 불리기?

롯데쇼핑은 2000년대 들어 성장 정체 우려가 커지자 적극적인 M&A와 해외 진출로 과감한 성장 드라이브를 걸었다. 국내 내수 부진 우려가 각종 경제지표로 현실화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롯데쇼핑은 2003년 한화마트, 2006년 우리홈쇼핑, 2007년 빅마트&나이스마트 등 굵직굵직한 국내 유통사들을 흡수합병했다. 해외 진출에도 가속 페달을 밟았다. 2007년 마크로Macro 중국 지점 8개, 2008년 마크로 인도네시아 지점 19개를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해외 진출로 2007년 8개뿐이었던 롯데마트 글로벌 점포를 2009년엔 99개까지 늘렸다.

롯데쇼핑은 2009년 유럽발 글로벌 금융위기와 주택시장 침체로 소비 심리가 더욱 위축되자 한층 몸집을 불리기 시작했다. 이는 불황 장기화를 우려해 잔뜩 움츠렸던 다른 기업들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오히려 롯데쇼핑의 식욕은 더욱 왕성해져 2010년에는 바이더웨이와 GS마트·GS백화점, 2012년에는 CS유통과 그랜드백화점 영통점 및 그랜드마트 계양점, 그리고 국내 최대 전자제품 전문점인 하이마트 등을 인수하며 규모 면에서 독보적인 유통업체로 성장해나갔다.

롯데쇼핑의 적극적인 M&A와 해외시장 진출은 그간 성공적인 경영전략으로 평가받아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과도한 몸집 불리기가 그 한계점을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시장관계자는 말한다. “롯데그룹의 M&A가 모두 성공적이었던 건 아닙니다. 이제는 몸집 불리기에 치중하느라 늘어난 차입금 상환과 부실 계열사 정리 문제도 고려할 때가 됐죠. 유통업계 M&A 최대 이슈였던 하이마트 인수도 사실 알고보면 롯데 측의 출혈이 컸습니다. 인수대금 1조2,480억 원 가운데 8,000억 원을 차입금으로 충당했는데, 이를 근거로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롯데쇼핑의 신용등급을 하향하기까지 했습니다.”

롯데쇼핑의 해외 사업 확장 평가도 유보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지영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말한다. “롯데쇼핑이 해외 쪽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는데, 현재는 손실이 계속 확대되고 있는 구간입니다.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좀 이른 시기라고 생각해요. 롯데쇼핑의 전략은 해외 쪽에서도 국내만큼 수익을 창출시키겠다는 건데, 그건 (시간을 두고) 좀 더 확인을 해봐야 알 것 같습니다.”

롯데쇼핑은 올해 1분기 해외 사업 적자 확대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하는 최악의 분기실적을 기록했다. 올 1분기 해외 사업 적자 규모는 550억 원으로, 전년 동기 270억 원에 비해 손실 폭이 두 배가량 늘었다.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롯데마트 중국 점포 구조조정이 지난 1분기에도 이어져 2분기 손실 규모가 1분기를 상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M&A 차입금 증가에 따른 이자 비용 상승과 해외 사업 손실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 문제는 이미 시장에 선반영 돼 롯데쇼핑의 주가는 지난 6월 5일 52주 최저가인 28만7,000원을 찍기도 했다.

52주 최저가 경신은 시장의 과장된 해석이란 의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말한다. “시장에서는 연례행사처럼 때마다 한 번씩 롯데그룹 전체의 재무구조가 관심을 받습니다. 근 10년간 워낙 많은 기업을 흡수했으니 당연한 일이죠. 하지만 매번 나오는 결론은 롯데의 재무구조는 여전히 매우 탄탄하다는 겁니다. 2000년대 중반 60%대였던 부채비율이 2010년대 들어 85%까지 치솟기도 했지만 현재는 다시 60%대 초반까지 떨어졌습니다. 그룹차원에서 관리에 들어갔다고 보는 게 옳을 겁니다.”

올해 1분기 롯데쇼핑의 부채비율은 별도재무제표 기준 68.5%였다. 이는 지난해 70.3%와 2012년 74.8%에 비해 낮아진 수치다. 이는 매우 안정적인 수치로 경쟁사인 신세계나 이마트의 올해 1분기 부채비율인 136.9%나 85.3%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연결기준으로 보더라도 롯데쇼핑의 올 1분기 부채비율은 127.8%로, 안정적 재무구조로 평가 받는 한계 비율 150%보다 낮은 상황이다. 어떤 기준으로 보든 롯데쇼핑의 부채비율은 매우 안정적이란 얘기다. 2012년과 2013년 롯데쇼핑 부채비율은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134.5%, 130.3%였다. 유통업은 현금회전율이 빠르기 때문에 안정적인 부채비율 마지노선이 타 업종에 비해 훨씬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롯데쇼핑의 재무적 안정성은 매우 돋보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갈수록 거세지는 정부 및 지자체 규제

이번 6.4지방선거에선 여는 때와 마찬가지로 매우 다양한 공약들이 등장했다. 그중에서도 후보자들이 가장 많이 차용한 공약 중 하나는 ‘재래시장 살리기’였다. 하지만 대부분의 공약이 재래시장을 살리는 묘책이 아니라, 대형 유통업체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소비자들의 발길을 재래시장으로 유도하겠다는 것이었다.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대형마트 규제는 선거철만 다가오면 더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6월 지방선거와 7월 재보선선거를 앞두고 국회는 이미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과 ‘대규모 유통업 거래 공정화 법률 개정안’ 등을 발의해 놓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대형마트가 영업시간 규제와 강제 의무 휴업 등으로 매년 3% 이상의 매출감소 현상을 겪고 있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올해 2월에는 서울시 25개 자치구가 일제히 ‘유통업 상생협력 및 소상공인 지원과 유통분쟁에 관한 조례’ 개정에 합의하고, 서울시가 3월 조례규칙심의회에서 이를 공포하면서 상황이 더욱 나빠지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4월부터 복합쇼핑몰로 등록된 대형마트 포함 서울 소재 모든 대형마트는 시장 권고로 월 2회 같은 날 휴업할 수 있다. 1분기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롯데쇼핑이 2분기에는 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롯데쇼핑은 이 같은 정부 및 지자체 규제에 가장 타격을 많이 받는 기업이다. 덩치가 가장 크기 때문이다. 서울시 조례 개정안에 ‘시장이 권고할 시’라는 조건이 붙어있지만, 6.4지방선거에서 야권 후보인 박원순 시장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사실상 개정안 내용이 그대로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에서 제일 큰 시장인 서울에서의 이 같은 규제 강화는 향후 롯데쇼핑의 실적 개선에 큰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박원순 시장의 재선은 여러모로 롯데쇼핑에 부담이다. 제2 롯데월드 쇼핑몰 임시개장 시기를 놓고도 롯데쇼핑이 박원순 시장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제2 롯데월드는 비행기 이착륙 안전 문제로 문민정부 때부터 사업이 반려돼오다가 지난 이명박 정부 때 겨우 통과돼 시작부터 논란이 많았다. 건축 과정에서 불거진 연이은 인명사고로 올 초로 예정됐던 임시개장이 물거품이 되면서 사업 차질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5월까지만 해도 빠르면 3분기 중이라도 개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박원순 시장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올해 내 제2 롯데월드 임시개장이 사실상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롯데가 올해 상반기 임시개장을 염두에 두고 입점 절차를 진행했던 까닭에 개장 지연에 따른 손실도 상당할 것이라 추정하고 있다.

그룹 대표 사업에서 ‘정도경영’ 삐끗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4월 포춘코리아가 다음소프트와 함께 진행한 ‘빅데이터를 활용한 차세대 경영인 분석’에서 매우 후한 평가를 받았다. 눈에 띄는 경영성과와 세련되고 깔끔한 외모와 이미지가 중요하게 작용했다. 그가 정책본부 본부장으로 사업 전면에 나선 2004년부터 롯데그룹은 유통 사업 부문을 중심으로 승승장구해왔다. 신동빈 회장은 정도경영 철학이 확고하다는 평가와 함께 ‘군자형 CEO’로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유통 부문에서의 잇단 사건으로 신동빈 회장의 정도경영 이미지에도 큰 흠집이 났다. 지난해 초 롯데백화점 파견 여직원과 세븐일레븐 편의점주 자살 사건에 이어 연말에는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대규모 유통업법 위반 혐의로 50억 원대의 과징금을 부과받아 세간의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올해는 연초부터 롯데쇼핑이 탈세 및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로 국세청으로부터 600억 원대의 추징금을 부과받아 큰 상처를 입었다. 600억 원대 추징금은 롯데그룹 전체를 통틀어도 사상 최대 규모의 추징금이다.

지난 4월에는 롯데그룹 사상 최악의 비리 스캔들이 터졌다. 신헌 전 롯데쇼핑 대표가 롯데홈쇼핑 대표로 재직할 당시 납품업체로부터 뒷돈을 상납받아 편의를 봐주고, 인테리어 업체에 공사비용을 과다 지급한 뒤 되돌려 받는 수법으로 횡령 및 배임을 저질렀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신헌 전 롯데쇼핑 대표는 검찰 수사가 시작된 지난 4월 롯데쇼핑 대표직을 사직했으며 현재 관련 임직원들과 함께 검찰조사를 받고 있다.

최고경영자까지 휘말린 이번 비리 스캔들에 롯데그룹은 물론 관련 유통업계까지 바짝 긴장한 모습이다. 유통업계 전체로 수사가 확대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결과를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을 아끼면서도 롯데그룹의 대처 능력에는 혀를 내둘렀다. 그들은 또 롯데그룹이 정도경영의 이미지를 회복하기까지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말한다. “이번 사건 직후 롯데그룹 측에선 ‘비리 문제를 보고받은 신동빈 회장이 크게 화를 냈다’는 말을 흘림과 동시에 그룹 차원에서 대대적인 감사에 착수했습니다. 최고 경영자까지 비리에 연루된 롯데그룹 초유의 사태라 여차하면 그룹 전체가 흔들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절묘하게 흘려 보냈죠. 6개월간 끈 국세청 조사에서도 검찰 고발은 끝내 피했습니다. 정말 탁월하다고 할 수밖에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아주 데미지가 없었던 건 아닙니다. 단기 실적 부진보다 더 큰 상처로 남을 수도 있는 게 기업 이미지거든요. 기업 이미지 회복을 위해 롯데쇼핑 측에서도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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