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잔치가 끝난 후에도 신생기업 펀딩은 이어진다

INSIGHTS

by Dan Primack


벤처 투자자들은 2001년 닷컴 붕괴 이후, 지난 1분기에 가장 많은 돈을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게다가 지난 14년간 거래당 투자 금액이 이처럼 많았던 적도 없었다. 에어비앤비 Airbnb와 드롭박스 Dropbox의 사례처럼, 1억 달러 이상의 투자가 성사된 횟수도 9차례나 됐다. 수익을 못 내는 비상장 기업의 가치를 10억 달러 이상으로 평가하는 것도 지금은 다반사가 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대부분 IT 회사의 기업공개(IPO)를 기꺼이 받아들인 주식 시장의 강세장 덕분이다.

이는 과거와 유사한 모습이다. 다시 발목이 잡힐 것을 우려하는 많은 전문가들은 “새로운 IT 거품이 고점에 가까웠거나, 고점을 이미 지났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실제로 나스닥은 3월 3일부터 지난 6주간 6.49%나 하락했다.

잔치가 벌써 끝나진 않았겠지만(if the music hasn’t already stopped) *역주: 전 연준 부총재 앨런 브라인더의 저서 ‘음악이 멈춘 후’(after the music stopped: the financial crisis, the response and the work ahead)에서 이 말이 나왔다, 어느 순간 분명 막을 내릴 것이다. 내일이거나 1년 후일 수도 있다. 그때가 오면, 스타트업의 자본 조달은 어떻게 될까? 현금에 굶주린 수천 개의 기업들이 많은 푸스볼 테이블 foosball tables *역주: 테이블 축구. 푸스볼 테이블 놀이에 많은 시간을 낭비해 망했다는 의미 의 무게에 못 이겨 문을 닫고, 수백 개의 벤처 투자사들이 연기 속으로 사라졌던 2001년의 전철을 밟을 것인가? 아니면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는 상투적 문구가 적중할까? 단지 ‘경기 순환의 존재’라는 관점이 아니라 그 결과의 특성상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후자를 예상한다. 2001년과는 최소한 3가지 주요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첫째는 벤처 투자자들의 학습 효과다. 닷컴 호황기 동안, 유일하게 스타트업 수보다 더 빠르게 성장한 것이 벤처 투자 산업 규모다. 수백 개의 신규 벤처 투자사들이 생겨났고, 기존 업체들은 소신껏 투자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자금을 끌어 모았다. 그러나 닷컴 붕괴라는 ‘심판의 날(Eventual Reckoning)’ 이후, 대부분의 생존한 벤처 투자사들은 한눈을 팔지 않고 본업에 충실했다. 즉, 유치 자금과 횟수를 줄였다. 일례로, 지난해 미국에서 활동 중인 200개 미만의 벤처 투자사들이 조성한 신규 펀드 자금은 170억 달러에도 못 미쳤다. 2000년에 거의 500개사가 800억 달러를 유치한 것과 대조적이다. 다시 말해, 벤처 투자사들이 큰돈이 드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벤처기업 생태계와 관련이 적은 헤지 펀드, 뮤추얼 펀드, 그리고 기타 벤처 투자 산업 사찰단 *역주: 해외 국부펀드, 일반 기업 등 VC 투자에 관심이 있는 기관들 이 그러한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따라서 진짜 벤처 투자사 대부분은 살아남아 투자를 계속할 것이다.

둘째는 생존력을 갖춘 인수자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2001년으로 돌아가 보자. 당시는 아마존 주가가 주당 100달러 미만이었고, 구글은 비상장 기업이었으며, 마크 저커버그는 여전히 고등학생이었던 때였다. 당시 벤처 투자를 받은 많은 스타트업들은 인터넷 사업에 몰려 있었다. 하지만 기업공개의 창문이 굳게 닫힌 당시 상황에서 누가 이들 인터넷 기업을 인수하려 했을까? 그러나 오늘날 IT 신생기업 대부분에는 잠재적 인수자가 존재한다. 대기업들이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트렌드-클라우드와 모바일, 데이터 분석 분야-에서 뒤지지 않고자 노력하면서, 인터넷 소비자 기업뿐만 아니라 모든 종류의 기업용 소프트웨어 개발사들이 인수 대상이 되고 있다. 벤처 투자사가 외면하지 않고 구제할 투자 기업 *역주: Portfolio company는 벤처 투자사가 투자하는 기업을 의미함 이 늘어날수록, 그 투자사가 미래에 투자할 가능성도 더 높아지는 것이다.

셋째 자본 집약적 신생기업의 감소다. 기업의 자금 유치는 꼭 필요에 의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소셜지식검색 사이트 쿼라는 최근 시리즈 C 펀딩 *역주: 투자 단계에 따라 시리즈 A, B, C로 구분한다. 가장 초창기에 이뤄지는 1단계 투자를 시리즈 A라 부른다 을 통해 8,000만 달러를 조달했다. 하지만 2년 전 시리즈 B 펀딩으로 모집한 5,000만 달러도 아직 상당 부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 업체는 신규 자금을 ‘보험’이라고 밝혔다. 초기 닷컴 기업들은 서버 등 주요 인프라 구축에 많은 비용을 썼다. 아울러 당시 대형 벤처 투자사들은 주로 자본 집약적 통신사들 탓에 큰 손실을 봤다. 그에 비하면 오늘날 대규모 투자는 기업의 초기 단계보다는 성장 단계에서 이뤄지고 있다.

자금 시장이 경색되면 스타트업의 자금 조달은 분명 힘들어진다. 일례로, 기업들이 IT 예산 집행을 늦추고 기관 투자자들은 신규 벤처 투자 규모를 줄일 수 있다. 특히 벤처 투자 산업의 평균 수익률이 대부분의 지수에 계속 못 미치면 이런 현상이 심화될 공산이 크다. ‘IT 거품’ 얘기가 나올 때마다 투자자들에게 ‘세상의 종말(Armageddon)’을 준비하라고 하지만, 종말은 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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