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지식재산금융법과 제도의 개선 방향

김승열의 ‘Law & Business’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면서 전체 자산 중에서 지식재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선진국들은 이를 유효하게 활용할 수 있는 지식재산금융의 활성화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개설된 IPXI(Intellectual Property Exchange International·국제지적재산권거래소)시장이 대표적인 예이다. IPXI시장에서는 단위 라이선스권(ULR·Unit License Right)을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국내 지식재산 관련 법과 제도의 문제점과 그 개선방향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해외사례를 통해 알아보자.
글 김승열 법무법인 양헌 대표변호사 겸 카이스트 겸직교수


최근 자금조달 차원에서 지식재산금융에 대한 논의가 뜨거워지고 있다. 특히 G2인 미국과 중국은 지식재산금융의 활성화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먼저 중국의 경우 전통적인 금융에 초점을 맞춰 범국가적인 지원에 주력한다. 손실이 나면 담보액의 50%까지 보상금으로 지급하도록 한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미국은 투자금융기법을 활용한 민간 차원 활동이 중심이 되고 있다. 최근 ULR(Unit License Right·단위 라이선스권)을 주식처럼 거래하는 시장인 IPXI가 개설돼 화제가 됐지만, 아직 ULR 발행에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크라우드 펀딩 입법화의 필요성

지식재산금융에선 신생 창업자에 대한 자금 융통이 절실한 현안이다. 따라서 초기 창업 투자 단계에서 지식재산금융 역할을 할 수 있는 크라우드 펀딩의 비중이 높다. 크라우드 펀딩은 1997년 영국의 록그룹 마릴리온이 미국 투어에 사용할 자금 6만 달러를 인터넷으로 모금한 것이 그 시초라 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JOBS Act(Jumpstart Our Business Start-up Act)라는 법안을 통해 인터넷을 활용한 소액투자자 모집인 크라우드 펀딩을 명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도 관련 법안이 상정되어 논의 중인데, 이유를 불문하고 조속한 입법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물론 투자자 보호나 초기 아이디어 보호 등의 측면에서 신중히 접근할 필요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문제는 사업자에 대한 엄격한 책임 부과와 관련 보험제도 및 지원법제도의 정비 등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지식재산금융 활성화의 방법

지식재산금융 중에서 전통적인 금융기법(Commercial Banking)인 담보대출에 대해 살펴보자. 담보대출은 지식재산에 대한 질권, 저당권 설정 내지 Sales And License Back 등의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여기서는 가치평가 비용과 가치평가의 신뢰도 문제가 시급히 해결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초기 정책금융에서 탈피한 민간금융의 확대가 요구된다.

이와 관련해 기술임치도 하나의 변형된 담보대출로 볼 수 있다. 수치인이 일정한 약정 조건 하에 수치를 하는 경우, 이는 금융기관에 대해 간접적인 담보관리자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이러한 기능을 하고 있다.

또 한 가지 시급한 과제는 특허신탁의 활성화다. 신탁제도는 원래 영미법계 제도로서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제도지만, 지식재산금융 분야에서는 신탁을 통한 활성화 방안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예컨대 대기업 등이 수탁자로 활동한다면 금융기관으로부터의 신뢰도가 보다 높아질 것이다.

자산 유동화 및 기업인수 합병 등을 활용한 투자금융(Investment Banking) 기법에서도 범정부 차원의 정책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자산 유동화의 경우 정책금융차원에서 유동자산을 인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보다 많은 지식재산금융 거래자료의 제공을 위해서다.

자산관리공사와 같이 부실한 지식재산을 회수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성도 크다고 할 수 있다. 인수합병에 있어서는 지식재산에 대한 실사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관련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한다. 현재 논의 중인 이른바 역삼각합병의 근거법령도 조속히 제정되어야 한다.

지식재산 관련 법령 재정비의 필요성

지식재산금융의 활성화를 위해 지식재산 관련 법령을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 비근한 예로, 특허법의 경우 이행관계인이 특허권자의 의사에 반하여 특허료를 납부할 수 있지만, 상표법의 경우에는 질권자 등이 갱신출원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 이러한 미비사항의 정비가 시급하다. 또한 국가 R&D사업에 있어 지식재산의 소유권 및 사용권에 대한 권리 귀속관계도 정비하여, 지식재산 활용을 활성화해야 한다.

현 제도 아래에선 지식재산 분쟁의 침해 입증이 어렵고, 입증된다고 하더라도 법원이 인정하는 손해배상 액수가 너무 적다는 문제점도 해결되어야 한다. 최근 삼성과 애플 간 소송결과가 국내와 국외에서 상당히 다르게 나타났다는 점은 이러한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따라서 향후에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등을 조속히 도입해 지식재산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액을 적정하게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

지식재산권의 침해 및 손해배상액을 주장하고 입증하기 위한 절차법 역시 재정비되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지식재산 침해소송에서 권리 침해 사실의 입증이 제대로 이루어지도록 E-discovery 등의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나아가 사설탐정제도의 도입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지식재산 분쟁 및 소유자 파산 대책

지식재산 분쟁의 효과적인 해결을 도모하기 위한 대체적 분쟁 해결 제도(ADR·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 또한 보다 활성화 되어야 한다. 더 나아가 ADR에서 온라인 분쟁 해결 기법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전통적 분쟁 해결 기관인 법원에서는 오히려 전자소송제도를 적극 도입해 소송 당사자의 편의를 도모하는데, 대체적 분쟁 해결 기관에서 이 부분에 대한 고려가 미약하다는 점은 납득하기가 어렵다. 특히 소액이고 건수가 많으며, 온라인상의 분쟁이 주종을 이루는 ‘저작권 분쟁’에서 온라인 분쟁 해결 절차 제도(ODR·Online Dispute Resolution)의 도입 필요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지식재산 보유 기업이 파산할 경우에도 지식재산 사용자가 로열티를 지급하고 지식재산을 지속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파산법에 지식재산에 관한 특칙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이러한 제도가 정비되어 있으며, 일본도 2004년부터 특허권자가 파산한 때에도 실시권자가 실시권을 등록해 공시적 대항요건을 갖추고 있을 경우 실시계약에 대한 파산관재인의 해제권을 제한하고 있다. 이 경우에는 특허권자의 파산에도 실시권자가 지속적으로 지식재산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향후 지식재산금융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현재 컨트롤타워의 기능을 하고 있는 국가지식재산위원회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여 지식재산금융의 수요·공급에 입각한 관점에서 전반적인 관련 법 제도를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우선 철저하게 제반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 문제점들을 입체적이고 융합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지식재산금융 분야에서 공급자와 소비자 모두가 만족할 만한 법 제도와 사회 인프라가 구축되기를 기대해본다.


김승열 변호사는…
서울법대와 미국 노스웨스턴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뉴욕 소재 폴 와이스 Paul Weiss 로펌을 거쳐 현재 법무법인 양헌의 대표변호사 겸 카이스트 지식재산대학원 겸직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대통령소속 국가지식재산위원회의 민간위원 및 방통위, 환경부, 교과부, 보건복지부 고문변호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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