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에너지 시스템인 연료전지 업체의 주가가 치솟고 있다. 마침내 이들의 전성기가 도래한 것일까?
By Brian Dumaine
텔사와 페이스북, 그리고 구글은 이제 잊어라. 투자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기술을 알고 싶다면 올해 대기업 주가를 가뿐히 넘어선 3대 친환경 에너지 기업의 주가를 살펴봐라. 이들 주가는 4월 말까지 평균 138%나 올랐다. 이들이 하는 사업은? 바로 연료전지 사업이다. 문제의 이 회사들-플러그 파워 Plug Power와 퓨얼셀 에너지 FuelCell Energy, 밸러드 파워 Ballard Power-은 에너지를 공급하는 상자인 전지를 디자인하고 제조하는 미국 기업이다. 이들의 주가가 갑자기 치솟는다는 건 수년간 침체기를 겪었던 전지 산업이 다시 탄력을 받고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블룸 에너지 Bloom Energy라는 회사가 이 전지 열풍에 열기를 더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신생기업인 블룸 에너지는 거의 10억 달러에 달하는 벤처 자금을 유치했고, 올해는 상장까지 할 것이란 소문이 돌고 있다.
그렇다면 연료전지가 갑작스레 월가의 관심을 끌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에너지 분야에서 연료전지 틈새시장이 곧 빠르게 성장할 것이란 증거가 속속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병원, 슈퍼마켓, 공장 및 공공사업은 전력망을 대체하거나 보충하기 위한 방편으로, 또는 재해-주요 사례로는 허리케인 샌디 Sandy에 의한 정전사고가 있었다-의 영향을 덜 받으면서도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수단으로 연료전지를 설치하고 있다. 도요타나 현대차 같은 주요 자동차 업체들은 내년쯤 수소 연료를 동력으로 하는 연료 전지차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또 월마트와 생활용품업체 프록터 앤드 갬블 Procter & Gamble, 그리고 메르세데스 Mercedes 같은 회사들은 이미 창고에서 연료전지를 동력으로 하는 전기 지게차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지난 2월 플러그 파워가 향후 2년간 월마트를 상대로 1,700개의 연료전지를 판매할 것이라고 발표하자, 이 회사의 주가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 같은 사실이 좋은 소식이라면, 나쁜 소식은 이 중 어떤 회사도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소한 아직은 말이다. 올버니 Albany의 북부, 뉴욕 주 래섬 Latham에 본사를 둔 플러그 파워의 경우 최근 매출의 27배 가치에 주식이 거래되었다. 시장 가치는 10억 달러였다. 플러그 파워는 1999년 공모를 시작했고 2013년 이후 다섯 번의 공모를 통해 자금을 유치했다. 4월 말 있었던 가장 최근 공모에선 거의 1억 2,500만 달러 규모의 주식을 팔았다. 코네티컷 댄버리 Connecticut Danbury에 본사를 둔 퓨얼셀 에너지는 공장과 공공사업용 대용량 발전용 연료전지를 만든다. 이 회사는 1997년부터 이익을 내지 못했고 2013회계연도에는 3,400만 달러나 손실을 입었지만, 현재 시가 총액은 5억 달러에 달한다. 투자 측면에서 보면 이 회사에 투자하는 것은 거의 투기에 가깝다. 그러나 퓨얼셀에 대한 전망은 갑자기 매우 밝아졌다. 시장조사업체 럭스 리서치 Lux Research에 따르면, 2013년 연료전지 시장의 매출은 3억 5,000만 달러에 이르렀다. 매출은 2030년까지 3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발전용 연료전지와 차량용 연료전지의 매출도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성장할 것이라 전망된다.
연료전지 자체는 역사가 아주 길다. 1838년 연료전지가 발명된 이후 나사에서는 이를 아폴로 우주선의 동력원으로 사용했다. 그 원리는? 전기화학적 과정을 통해 천연가스나 바이오 가스에서 추출한 수소를 (입자가 양극판과 음극판 사이를 이동시키면서) 전기와 열로 전환한다. 연료전지 자체는 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다. 심지어 연료전지 주입용 연료를 생산하는 과정까지 모두 포함해도, 연료전지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석탄보다 훨씬 낮고 천연가스보다도 조금 낮다. 연료전지를 자동차 동력원으로 사용할 때 배기관에서 나오는 것은 수증기뿐이다.
연료전지 산업을 가로막는 거대한 장벽은 언제나 비용이었다. 연방 정부와 지방 정부가 청정에너지 보조금을 두둑하게 주지 않으면, 연료전지는 여전히 경제성이 낮다. 미국에서 전력망을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면 킬로와트시당 평균 10센트 드는 데 비해, 연료전지는 킬로와트시당 최소 약 15센트가 든다. 뉴욕에 위치한 럭스 리서치의 연구원 딘 프랜켈 Dean Frankel은 “보조금을 받지 않고도 연료전지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지니려면 제조업체들이 비용을 약 3분의 1 정도 떨어뜨려야 한다”며 “또 규모의 경제를 통해 생산량을 크게 늘려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는 포춘 500대 기업들이 맞닥뜨리기에도 혹독한 현실이다. 한 가지 예를 들면, 포춘 500대 기업인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스 United Technologies-코네티컷에 기반을 둔 매출 160억 달러 이상의 대기업는 지난해 수익성이 좋지 않았던 연료전지 사업을 오리건에 있는 클리어에지 파워ClearEdge Power에 매각했다. 당시 회사 자산 가치는 2억 2,700만 달러나 평가절하돼 거래되었다.
퓨얼셀 에너지의 CEO 칩 보톤 Chip Bottone은 연간 에너지 생산량을 현재의 70메가와트에서 세 배 정도-7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양-로 늘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해야 보조금을 받지 않고도 전력망과 경쟁을 벌일 수 있을 만큼 규모의 경제를 확보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보톤은 “2016년에는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말한 2016년이 연방 정부의 연료전지 투자세액공제가 만료되는 해라는 점은 단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블룸 에너지는 향후 회사의 성장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블룸 에너지의 최고재무책임자(CFO) 빌 쿠르츠 Bill Kurtz는 2012년 말 포춘의 댄 프리맥 Dan Primack과의 인터뷰에서 “2013년에는 회사가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캘리포니아 서니베일 Sunnyvale에 위치한 블룸 에너지가 그 목표를 달성했는지는 밝히지 않을 것이다. 이 회사의 연료전지는 현재 구글, 월마트, AT&T, 이베이 등 일부 포춘 500대 기업에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일부 회사는 사무실 에너지원으로, 또 다른 회사들은 서버팜 server farm *역주: 한 위치에 집단으로 수용되어 동작되는 서버 그룹 이나 휴대폰 기지국의 에너지원으로 연료전지를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블룸 에너지의 연료전지 사업이 이익을 낼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이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 Bank of America Merrill Lynch가 두 개의 블룸 프로젝트에 수백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것. 그중 하나는 캘리포니아 칼즈배드 Carlsbad에서 골프용품을 제조하는 테일러 메이드 아디다스 공장 Taylor Made-Adidas Golf factory, 또 다른 하나는 애너하임 Anaheim에 있는 혼다 센터 Honda Center-미국의 프로 아이스하키 팀 애너하임 덕스 Anaheim Ducks의 홈구장이다-프로젝트다. 이 은행이 시스템 구축 비용을 모두 대고 블룸은 시설을 임대한다. 공장과 구장은 시설을 소유하는 대신, 금액을 정해놓고 일정 기간 에너지를 구매해 사용하기로 했다. 이렇게 고객들은 설비투자 비용을 선불로 지불하지 않으면서도 블룸의 설비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솔라시티 SolarCity나 선런 Sunrun 같은 태양열 전지판 회사들이 성장을 위해 이용했던 모델이기도 하다.
주가가 오르고 있는 연료전지 회사들이 약속한 목표를 달성하고, 높은 자산 가치에 걸맞은 실적을 내고자 한다면 규모의 경제를 빠르게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아시아와 유럽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 한국만 해도 지난 몇 년간 300메가와트짜리 미국산 연료전지를 구매해왔다. 플러그 파워는 지난 4월 말 현대와 합작 투자를 통해 아시아 시장에 연료전지를 판매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고, 포스코는 자사 공장 설립을 위해 퓨얼셀 에너지와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비영리기구인 국립 연료전지 연구센터(National Fuel Cell Research Center)의 센터장 스콧 새뮤얼슨 Scott Samuelsen은 “미국 회사들이 연료전지를 구매하는 것과 같은 이유로 한국과 동남아시아, 유럽이 연료전지 구매에 나서고 있다”며 “전력망이 작동을 멈춰도 종일 에너지를 공급해줄 수 있는 안정적인 에너지원을 찾는 병원, 호텔, 식료품가게 및 기업도 점차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수요는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 만큼 연료전지의 가격이 빠르게 떨어질 것인지 두고볼 일이다.
신생 에너지에 대한 추가 기사는 포춘 홈페이지를 참조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