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여성의 경제 자립… 이젠 ‘연금’으로 말하라

100세 시대 스마트라이프

여성은 남성에 비해 평균 임금이 적을 뿐 아니라 노후에 받는 연금 액수도 상당히 적다.
글 유정미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책임연구원


‘성별연금격차’는 노후에 남성이 받는 연금액과 여성이 받는 연금액의 차이를 말한다. 노인이 돼서 받는 연금은 젊었을 때 자신의 임금수준, 고용형태(정규직·비정규직), 고용시간 등이 누적·반영된다. 따라서 남성보다 임금이 낮고, 육아로 인해 고용 기간도 짧은 여성들은 노후에 받는 연금이 남성보다 적을 확률이 높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경제적 수준이 향상됐지만 여성 고용조건은 여전히 OECD 국가 중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한국 여성의 평균 임금은 남성 임금의 60%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반면, 여성 근로자의 비정규직 비율은 39.8%에 달하며, 아직도 많은 여성들이 출산과 육아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고 있다.

여성의 연금수령액, 남성의 40% 수준

현재 연금 소득이 있는 65세 이상 남녀 노인 중 남성은 월평균 36만 4,000원, 여성은 15만 원의 연금(제4차 국민노후보장패널 데이터 분석)을 받는다. 이는 기초연금, 공적연금, 사적연금을 모두 합한 금액으로 남녀간 연금 격차는 58.7%이다. 남성이 받는 연금을 100이라고 가정했을 때 여성들은 41.3을 받는 셈이다.

정기적인 연금소득이 하나라도 있는 사람의 비율, 즉 연금 수급률은 남성이 82.1% 여성이 70.3%이다. 연금 수급률이 예상보다 높은 이유는 2008년에 기초노령연금이 도입되면서 수급률이 향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65세 이상 남성의 34.9%, 여성의 53.5%는 어떠한 공적·사적 연금도 없이 기초연금만이 유일한 연금소득원이다.

한편, 현재 연금액이 개인의 생애 평균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 이른바 소득대체 비중이 가장 높은 연금은 국민연금이나 직역연금(공무원, 교직원, 군인 등)과 같은 공적연금이다. 공적연금의 월평균 수급액은 남성이 54만 8,000원, 여성이 33만 7,000원이다. 하지만 수급률을 살펴보면 남성 47.3%, 여성 16.7%로 매우 낮은 상황이다. 여성 공적연금 수급자들은 10명 중 2명 미만에 불과한 셈이다. 그래프에서 보듯이 공적연금을 수급하는 16.7% 여성은 그나마 월평균 33만 7,000원의 연금소득이 있지만 대상을 80% 여성으로 확대하면 월 연금액은 15만 원에 불과하다.

노후 소득 보장에 있어서 공적연금의 역할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의 공적연금 수급률을 고려할 때 추후 공적연금만으로는 충분한 노후소득이 보장되지 않을 수 있으므로 별도의 준비가 필요하다.

연금 수급액은 적고, 연금 성별격차는 크고

EU가 지난해 발간한 27개 회원국의 성별연금격차 현황 보고에 따르면, EU 회원국 남녀의 평균 연금액이 각각 199만원(C1,447), 121만원(C886)이다. 평균 성별연금격차는 39%로, EU 회원국 중 우리나라보다 남녀 간 연금 차이가 더 큰 나라는 없다.

한편, EU에서 성별연금격차가 가장 큰 나라는 룩셈부르크(47%)로 나타났다. 하지만 룩셈부르크는 남성 516만원, 여성 276만 원으로 EU에서 월평균 연금소득이 가장 높은 나라이기도 하다. EU 국가의 연금 소득 현황을 살펴보면 룩셈부르크를 비롯해 독일, 영국 등은 성별연금격차가 크고 연금 소득수준도 높은 국가에 속한다. 반면, 덴마크, 핀란드, 노르웨이 등 사회보장 수준이 높은 국가들은 성별연금격차가 적으면서 연금소득은 높은 경향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에스토니아, 슬로바키아 등 동유럽 국가들은 성별격차가 적고 연금소득도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나라의 연금 수급 현황은 EU와 비교했을 때 매우 독특한 특징을 보인다. 한국은 EU 회원국에 비해 연금소득 수준이 매우 낮은 반면, 성별연금격차는 여느 EU 국가보다도 높다. EU 회원국 중 한국과 연금 수준이 비슷한 국가로는 라트비아, 불가리아, 루마니아가 있다. 라트비아, 불가리아, 루마니아의 1인당 GDP가 한국의 절반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노인이 되면서 이들 국가보다 소득수준 하락폭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우리나라 여성들의 국민연금 가입률은 2010년을 기준으로 30대 35.7%, 40대 38.1%, 50대 36.3%로 각 연령대가 모두 40% 미만이다. 여성들의 연금수급률도 수급액 수준도 기대보다 빠르게 향상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여성은 연금 가입자인 경우에도 경력 단절 등으로 적립기간이 짧으며, 낮은 소득 수준으로 인해 적립액 또한 낮을 가능성이 높다.

왜 노후 여성들은 자신만의 연금이 필요한가

부부가 백년해로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할 가능성 또한 염두에 둬야 한다. 최근 통계를 보면 20년 이상을 함께 살고도 이혼한 부부가 전체 이혼 부부의 31.8%를 차지한다. 기대 수명이 길어진 만큼 배우자와 사별한 후 혼자 생활해야 할 기간 또한 길어질 수 있다. 이혼이나 사별로 혼자가 됐을 때 노후를 위해 준비된 소득이 적다면 리스크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부부가 마지막까지 함께한다고 해도 약 10년은 여성이 혼자 보낼 가능성이 높다. 여성의 기대 수명이 남성보다 5~6년 정도 긴 데다 보통 3~4살 위 남성과 결혼하기 때문이다. 남편이 아플 때는 아내가 간병인 역할을 하지만 여성들은 자신을 돌봐줄 배우자가 없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더군다나 남편이 질병으로 먼저 사망한 많은 가정들은 남편의 병원비로 인해 이미 자산이 큰 폭으로 줄어든 상태다. 실제로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 가구의 빈곤율은 48.7%이며, 65세 이상 여성 세대주 가구의 빈곤율은 무려 75.4%에 이른다.

많은 국가들이 여성의 연금 소득 안정화를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독일이나 스웨덴은 육아나 가족 간호와 같은 보살핌 활동으로 보낸 기간을 연금 납입기간에 포함시킨다. 캐나다는 연금분할에 대해 가장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있는 나라로, 혼인 상태를 유지하더라도 여성이 남편의 연금에 대해 분할 신청을 할 수 있고 부부가 각각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공적 연금 제도는 그동안 많은 발전을 거듭해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여성의 경우 공적연금 외 별도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노후에 닥쳐서 적정액의 연금 소득을 마련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앞으로 더 많은 여성들이 연금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의 개선 필요하겠지만, 개개인도 고령화시대에 맞춰 공적·사적연금 등 보다 다양한 연금을 준비해 스스로 노후를 대비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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