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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 LEISURE] 베트남의 숨겨진 보석 ‘다낭’

천혜의 자연풍광에서 힐링의 여유를 즐긴다

다낭은 흔히 베트남의 숨겨진 보석이라 일컬어진다. 푸켓, 발리 등 동남아 유명관광지에 전혀 뒤지지 않을 만큼 빼어난 풍광을 자랑한다. 무엇보다 사람들의 손때가 덜 묻은 천혜의 자연환경 덕분에 신흥 관광지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베트남, 더 나아가 동남아 휴양지의 숨은 보석으로 영롱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다낭 속으로 들어가 보자.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지난 7월 16일 인천공항에서 다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항공편은 베트남 저가항공(LCC)인 비엣젯 항공. 4시간여 만에 다낭 공항에 도착했다. 현재 LCC 중 다낭 노선에 취항한 항공사는 비엣젯이 유일하다. 기내식은 인천-다낭 노선에 한해 무료로 서비스 됐다. 저가 항공사의 단점인 수하물 중량 제한 역시 20kg으로 넉넉한 편이었다.

아쉬운 건 비엣젯 항공의 인천-다낭 노선이 9월 초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비정기 전세편이었다는 점. 비엣젯 항공 측은 겨울 성수기 시즌, 상황에 따라 다낭 노선을 다시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4시간 만에 도착한 다낭은 전형적인 휴양지였다. 지친 몸과 마음을 힐링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곳이었다. 베트남 하면 떠오르는 하노이의 지독한 교통체증도 다낭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다낭에 정착한 현지 여행가이드는 다낭을 일컬어 ‘무질서 속에 질서가 자리 잡은 도시’라 고 말했다. 오토바이와 차량들이 아슬아슬한 곡예 주행을 했다. 신호등을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그들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도로 위를 내달리고 있었다. 무질서 속에 질서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다낭 공항에서 차로 20여 분을 달리자 다낭의 꽃이라 불리는 미케 해변(차이나비치)이 모습을 드러냈다. 20km가 넘는 미케 해변은 주요 해외 매체가 선정한 ‘세계에서 아름다운 해변’ 순위에서 항상 상위권에 오를 만큼 매력적인 해변이다. 해변가를 따라 자리 잡은 수많은 리조트들도 저마다 특색 있는 모습과 건축양식으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었다.

미케 해변을 뒤로 한 채, 우선 다낭 중심가 관광을 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곳은 다낭 대성당. 역사적으로 베트남 국민의 대다수는 불교 신자다. 때문에 천주교인들에게 다낭 대성당은 성지와 같은 곳이다. 주말에는 수백 명의 천주교 신자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룬다고 한다.

성당 인근에는 다낭의 대표적 전통시장인 ‘한마켓(Han Market)’이 위치해 있다. 한마켓에선 망고스틴, 두리안 같은 국내에서 맛보기 힘든 열대과일을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다. 쥐포와 한치는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가장 인기를 끄는 품목. 국내에도 베트남산 쥐포와 한치가 수입돼 들어오지만, 현지 제품에는 방부제가 없어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다낭의 랜드마크로 불리는 ‘용교(Dragon Bridge)’는 주말에 봐야 제격이다. 용이 한강(汗江, Song Han)을 건너는 모습을 형상화한 용교의 머리 부분에선 주말마다 불이 내뿜어진다. 야경도 아름다워 주말 저녁만 되면 이를 보려는 관광객들과 현지인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다낭의 밤은 아름답다. 광활하게 펼쳐진 미케 해변은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라는 노래를 연상케 한다. 하지만 다낭의 아름다운 밤을 진정 느낄 수 있는 곳은 바로 다낭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호이안’이다.

다낭 시내에서 남쪽으로 30k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호이안은 17세기부터 조성된, 동서양의 문화가 어우러진 무역항이 있던 도시다. 상대적으로 외진 곳에 위치한 지리적 환경 덕분에 베트남 전쟁 당시에도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 하지만 전쟁의 영향을 완전히 비켜갈 순 없었다. 전쟁에 필요한 대형 선박을 접안하기에는 호이안의 지형이 녹록지 않았다. 결국 미군들은 호이안에 있던 항구를 다낭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베트남 중부 지역 중심도 호이안에서 다낭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그러나 호이안의 고즈넉한 매력은 여전히 남아 있다.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낮은 기와지붕 집은 베트남의 전통문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목조다리 내원교를 사이에 두고 일본인과 중국인 마을이 공존하는 호이안의 묘한 매력은 베트남의 또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택시를 타고 30여 분 달려 호이안 입구에 도착했다. 호이안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6시 남짓. 호이안의 진정한 매력은 야경이라는 가이드의 말이 떠올랐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한낮의 더위를 피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더위는 밤에도 식을 줄 몰랐다. 체감온도 40도를 넘나드는 무더위가 여행객들의 혼을 쏙 빼놓았다. 심지어 마른하늘에 날벼락도 쳤다. 열대 몬순 기후의 특징이었다. 매일 있는 일이라며 현지인들은 아무렇지 않게 하던 일을 계속했다. 하지만 관광객들은 달랐다. 번개를 보는 순간 지붕 밑으로 숨기에 급급했다. 기자도 여느 관광객과 다르다는 듯 호기를 부리며 가던 길을 재촉해봤지만 천둥 소리에 기겁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호이안에 들어갈 땐 입장료를 내야 한다. 주요 관광 포인트 5곳을 선택해 관람하려면 입장권 구입은 필수다. 물론 호이안의 분위기만 느끼고 싶다면 굳이 입장권을 구매하지 않아도 된다. 티켓은 호이안 입구와 내원교 주변에서 구매할 수 있는데 가격은 1인당 12만 동(한화 약 6,000원)이다. 일본인 마을과 중국인 마을을 잇는 목조다리 내원교, 중국 무역상이 섬유제품을 만들며 8대째 살고 있는 풍흥고, 중국인들의 마을회관인 광조회관, 바다로 나가는 어부들의 무사귀환과 만선을 기원하는 관우사당 등이 바로 호이안의 핵심 관광 포인트다.

호이안의 야경은 호이안을 가로지르는 투본 강(Song Thu Bon)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해가 지고 어둠이 찾아오면 투본 강과 상점, 음식점에선 은은한 빛을 내뿜는 홍등 행렬이 시작된다. 야경의 절정이다.

투본 강가에는 저마다 소원을 담아 촛불을 강물에 흘려보내려는 관광객들이 북적거린다. 양초를 판매하는 현지 상인들도 꽤 많다. 다만 현지 아이들이 판매하는 양초는 조심해야 한다. 귀여운 아이들을 믿고 초를 구매했다간 바가지를 쓸 가능성이 높다. 평균적으로 연등과 양초 2개짜리 패키지는 2만 동(한화 약 5,000원) 정도다. 하지만 아이들이 부른 가격은 이보다 무려 10배 높은 5만 원이었다. 기분이 상할 수밖에 없던 순간이었다. 하지만 떠나는 우리에게 자신의 새끼손가락을 걸며 “내일도 또 오세요”라고 말하는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눈망울을 보면서 절로 미소가 머금어졌다.

호이안 외에도 다낭의 관광 명소 중에는 다낭 마블마운틴, 일명 ‘오행산’이 있다. 대리석 재질로 생성된 오행산에선 거대한 석회암 동굴 ‘음부굴’과 사원을 구경할 수 있다. 공중과 지하로 나뉜 천국굴과 지옥굴은 음부굴의 또 다른 관광 포인트다. 특히 혀를 뽑거나 매질을 가하는 지옥의 악마 모습을 해학적으로 묘사한 지옥굴에는 베트남인들의 사후 세계관이 고스란히 묻어 있었다.


다낭의 별미 요리

뭐니 뭐니 해도 여행의 또 다른 백미는 바로 ‘먹는 즐거움’이다. 다낭에선 베트남 전통 음식뿐 아니라 신선한 해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다. 호이안에서만 맛볼 수 있는 전통 국수 ‘까오 러우(Cao Lau)’는 국물 없는 쌀국수다. 두꺼운 면에 국물을 자작하게 넣은 뒤 상추, 숙주, 돼지고기와 껍데기 튀김을 올려 비벼 먹는다. 다낭의 로컬 푸드 닥산(Dac San) 역시 빼놓아선 안 될 먹을거리. 라이스 페이퍼에 각종 야채, 돼지고기 수육을 싸먹는 닥산은 다낭에서 맛 봐야 하는 별미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해산물을 파는 음식점은 미케 해변을 따라 고루 퍼져 있다. 국내에서 맛보기 힘든 타이거새우, 다금바리 등을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다. 이 밖에 베트남 전통 커피, 바게트 빵에 각종 고기와 야채를 넣어 먹는 간식 ‘반미’(Bahn Mi), 베트남 전통 쌀국수도 관광객들의 침샘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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