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카카오톡 “이제 오프라인으로 간다”

SNS 마케팅 따라잡기

다음과 합병을 결정한 카카오톡이 오프라인 비즈니스의 초석을 다지고 있다. 소액송금시스템인 ‘뱅크 월렛 카카오’와 신용카드 간편 결제 시스템을 9월께 서비스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모바일 금융 분야 진출 외에도 앞으로 카카오톡이 모바일 상거래 시장과 오프라인 유통 시장의 마케팅 채널로 발돋움할 것이라는 의미가 함축돼 있다. 은행과 신용카드사의 이해관계를 조절하면서 ‘생활 정보 플랫폼’으로 한걸음 한걸음 전진하고 있는 카카오톡의 행보를 살펴보자.
글 홍덕기 SNS칼럼니스트 ceo@isocial.co.kr www.facebook.com/deockee


‘뱅크 월렛 카카오’(이하 뱅카)는 소액 송금 시스템을 갖춘 스마트폰 지갑이다. 실제 은행계좌와 연결된 가상 계좌에 최대 50만 원까지 충전해 하루 10만 원까지 송금할 수 있는 방식. 만 14세 이상의 인터넷 뱅킹 이용자는 뱅카 앱 설치 -> 은행계좌 1개 등록 -> 가상 계좌 이체·송금 서비스 같은 간단한 절차를 밟으면 이용할 수 있다. 뱅카에는 현금 카드 기능도 포함되어 ATM을 통해 현금 인출도 할 수 있다. 이때 가상 계좌는 계좌 번호나 휴대 전화번호가 아닌 이름이 된다. 송금할 때도 친구의 이름으로 보내면 된다.

‘뱅크 월렛’은 처음부터 카카오톡을 위해 만들어진 앱이 아니다. 지난해 3월 금융결제원과 국내 16개 은행이 공동으로 만든 스마트폰 지갑이다. 출시한 지 1년이 넘었지만 소비자로부터 큰 호응을 얻지 못한 은행 측이 유통 시장과 결제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던 카카오톡과 전략적인 제휴를 한 것이다. 뱅크 월렛에 국내 3대 통신사 중 LGU+는 참여하지 않았다. KG이니시스에 이은 전자지급결제대행(PG·Payment Gateway) 2위로 직접 경쟁 관계가 될 뱅카에도 참여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그렇게 되면 LGU+ 이용자는 뱅카 서비스를 받을 수 없게 된다.

뱅카의 강력한 무기는 3,700만 명에 달하는 카카오톡 국내 월간활동사용자(MAU·Monthly Active User)다. 국내 인구 4,900만 명 중 75%인 카카오톡 사용자가 곧바로 고객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KB, 신한, 우리 등 국내 주요 15개 은행이 자신들의 고유 영역에 카카오 측을 끌어들인 이유도 이 같은 잠재성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주요 은행 중 하나은행만이 ‘적과의 동침’을 거부했다.

또 하나의 장점은 송금 수수료가 저렴하다는 점이다. 현재 10만 원 이하 은행 송금 수수료는 500원이지만 뱅카의 송금 수수료는 그 5분의 1에 해당하는 100원으로 잠정 결정되었다. 모바일 메신저라는 플랫폼에 송금이라는 기능이 접목되면서 가격 파괴가 일어난 셈이다. 100원의 수익은 구글이나 애플 같은 앱 마켓에 30%, 뱅카에 20%, 은행에 50%로 배분될 예정이다. 뱅카의 보안성이나 안정성에서 문제가 발생되지 않는다면 충전 및 송금 한도는 얼마든지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송금은 사용자 간 단순 자금 이체의 용도로 사용되지만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상품이나 서비스의 결제용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하지만 선불카드처럼 계좌에 잔액이 있어야만 송금과 결제가 이루어지는 한계가 있다. 카카오 측은 이 한계를 넘기 위해 신용카드 간편 결제 서비스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카카오 신용카드 간편 결제’(이하 카카오 결제)는 LG CNS의 엠페이를 사용한다. 공인인증서 대체 수단으로 금감원 심사를 통과한 이 결제 방식은 카카오톡에 신용카드를 한 번 등록(카드 번호, 유효기간, CVC번호 등)해 놓으면 비밀번호 입력만으로 ‘카카오 선물’ 같은 물품을 구매할 수 있게 해준다. 삼성, 신한카드 등 9개 대형 신용카드사가 ‘카카오 결제’에 참여할 예정이다. 초기엔 소액 결제가 주류가 될 이 서비스에 카드사가 대거 참여한 배경에는 폭발적인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도 있지만 날로 성장하는 통신사 주도의 휴대폰 결제 시장을 무시할 수 없다는 이유도 깔려 있다.

휴대폰 결제는 온라인으로 제품을 구매할 때 휴대폰 본인 인증 후 간편하게 요금을 결제하고 통신사 요금을 통해 대금을 지불하는 서비스다. 2013년 시장 규모 3조 6,800억 원으로 매년 10~15% 성장하고 있다. 1인당 월 사용 한도도 30만 원에서 올해 말 50만 원으로 상향된다.

두 결제 방식은 편의성이라는 사용자 측면과 수수료와 정산일이라는 가맹점 측면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과거에는 공인 인증서 등 인증 절차가 까다로웠던 신용 카드보다 휴대폰 결제가 사용하기 간편했다. 하지만 공인 인증서 의무화가 폐지된 지금, 그 장점은 사라지고 단점만 남게 됐다. 휴대폰 결제 방식은 수수료가 비싸고 정산일이 길다. 휴대폰 결제 수수료는 디지털 상품 7~8%, 실물 3.5~4%, 상품권 9~10% 등으로 신용카드 평균 수수료(2~3.5%)보다 훨씬 높다. 정산도 물건 판매 후 최대 2달이 걸리는 등 가맹점 입장에선 불만이 누적되어 왔다.

‘카카오 결제’가 간편한 방식이라는 인식을 소비자들에게 심어주고 경쟁 관계인 휴대폰 결제 수수료보다 낮은 수수료를 책정한다면 게임·음원 등 디지털 상품의 판매자에서부터 대형 유통업체에 이르기까지 가맹점이 되는 건 시간문제라고 여겨진다.

송금과 결제 기능을 바탕으로 카카오톡은 오프라인 유통 시장과의 접목도 시도할 계획이다. 이른바 O2O(Online to Offline) 비즈니스다. 오프라인 상점 마케팅을 온라인으로 지원해주는 활동이다. 예컨대 일본에서 오프라인 상점의 매장 정보와 할인 쿠폰을 고객에게 전송해주는 라인의 ‘라인앳’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중국의 모바일 메신저 위챗은 지도 정보를 바탕으로 고객에게 매장 정보를 제공하고 자사의 결제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카카오톡이 현재 검토 중인 ‘카카오 택시’ 사업도 O2O 비즈니스의 일환이다. 카카오톡으로 콜하면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택시가 고객에게 찾아오는 서비스다. 단순히 택시와 고객을 연결해주는 기능에 택시 요금 결제까지 더해지는 토털 서비스가 이루어진다면 그 위력은 배가될 수 있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이 300조 원에 달하는 국내 유통 시장에서 마케팅 지원과 결제 서비스 등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을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홍덕기 대표는…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일보 일간스포츠 기자를 거쳐 한국아이닷컴 프로젝트 개발부장을 역임했다. 한국대학신문 편집장을 지낸 후 SNS 사업체인 ㈜아이소셜의 대표이사를 맡기도 했다. 동덕여대에서 ‘광고론’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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