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국내 슈퍼카 시장은 지금 성장 중 우린 소장가치·자부심을 판다”

이동훈 람보르기니 서울 사장 인터뷰

성난 황소 엠블럼을 단 ‘람보르기니’. 자동차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은 꿈꿔보는 슈퍼카다. 독특한 디자인과 괴물 같은 성능은 람보르기니를 특징짓는 두 가지 요소다. 2007년 국내에 정식으로 선보이기 시작한 람보르기니는 매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신형 모델 ‘우라칸’을 내놓은 람보르기니 서울의 이동훈 사장을 만나 국내 슈퍼카 시장과 람보르기니의 매력에 대해 들어봤다.
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사진 한평화 info@studiomuse.kr


태양이 본격적으로 달아오르기 시작한 7월, 람보르기니가 새로운 슈퍼스포츠카(이하 슈퍼카) ‘우라칸 LP610-4’를 국내에 선보였다. 슈퍼카를 사랑하는 이들의 가슴도 뜨겁게 달아올랐다. 람보르기니는 누구나 쉽게 소유할 수 있는 차가 아니다. 그래서 더 가슴 뛰는 설렘을 안겨준다.

론칭 행사에서 만난 우라칸LP610-4는 비현실적인 모습이었다. 납작하게 지면에 달라붙어 있는 장난감 자동차처럼 보였다. 강한 직선으로 분할된 날카로움이 돋보이는 디자인, 차체 곳곳에 입을 벌리고 있는 커다란 공기 흡입구와 열 배출구, 과감한 디자인이지만 균형잡힌 한 덩어리가 넘치는 조형미를 보여주고 있었다.

우라칸 LP 610-4는 람보르기니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모델로 평가 받는 ‘가야르도’의 계보를 잇는 모델이다. 우라칸 LP610-4는 엔진이 세로로 배치되어 있다는 뜻의 이탈리아어 ‘론지투디날레 포스테리오르 Longitudinale Posterior’의 앞 글자를 딴 LP에 엔진 마력인 610, 4륜 구동을 뜻하는 4를 결합한 이름이다.

우라칸이 차체 중앙에 품고 있는 자연흡기 방식 신형 5.2리터 V10 엔진은 610마력을 낸다. 여기에 람보르기니 최초로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달고 새로운 전자식 4륜구동 시스템과 짝을 맞췄다. 최고 속도는 시속 325km 이상,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는 3.2초가 걸린다.

우라칸 LP610-4는 현재 전 세계 700대가 사전 계약 완료됐다. 국내 기본 판매 가격은 3억 7,100만 원이다. 하지만 올해 국내에 배정된 물량은 모두 계약이 완료됐다. 12기통 엔진을 단 람보르기니의 플래그십 모델 ‘아벤타도르 LP700-4’는 5억 7,500만 원이 넘는다.

람보르기니는 국내 독점 딜러사인 람보르기니 서울(참존임포트)을 통해 판매한다. 전시장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 곳뿐이다. 우라칸의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을 머릿속에 담고 이동훈 람보르기니 서울 사장을 전시장에서 만났다. 그는 1997년 BMW코리아에 입사해 수입차 업계에 발을 들여 놓은 이후,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대표를 거쳐 지난해 4월부터 람보르기니 서울을 책임지고 있다. 상위 0.1%에 속하는 경제력을 지닌 이들을 위한 슈퍼카 람보르기니에 대해 이동훈 사장과 이야기를 나눴다.

Q. 우라칸도 아벤타도르 론칭 당시처럼 인도 기간이 꽤 길 것으로 예상되는데 어떠한가?
우라칸은 올해 초 전 세계 VIP를 대상으로 한 ‘프라이빗 투어’ 한 달 반 만에 사전계약 700대를 돌파했다. 현재 1,000대를 넘어선 것으로 알고 있다. 이는 지난해 람보르기니 전체 판매대수 2,121대의 약 3분의 1에 해당한다. 람보르기니는 가야르도 생산 속도에 비해 3배 이상 빠른 수준인 하루 13대 생산을 목표로 우라칸 생산 능력을 보강해 인도기간을 단축해나갈 방침이다.


Q. 나라별 물량 배정 기준은 있나?
크게 유럽, 북미, 아시아 세 지역으로 나눠 배정한다. 지역별 수요 및 경제상황 등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절한다. 그동안에는 대체로 3개 대륙에 30%씩을 골고루 분배해 왔는데, 최근 아시아태평양 지역 수요가 계속 늘어 나고 있는 추세다. 이런 추세가 물량 배정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일본 시장에 비해선 아직 작다. 일본은 연간 100여 대를 판매한다. 우리나라는 3분의 1도 채 안된다. 하지만 시장 성장률 측면에선 한국이 높은 편이다. 전년 대비 30% 성장했다.


Q. 우라칸의 국내 확보 물량은 어느 정도인가?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긴 어렵지만 우라칸의 올해 물량은 모두 계약 완료됐다. 이미 내년치 계약을 받고 있다. 본사에서 차량 생산과 배정에 최대한 힘을 쏟고 있다. 람보르기니를 포함한 슈퍼카들은 사실 생산 대수가 한정되어 있다. 부품, 인테리어 등 수작업으로 이뤄지는 부분이 많아 갑자기 물량을 늘리기가 힘들다. 지난해 말 계약한 첫 고객 인도 차량은 8월 말에 나왔다. 10개월 이상 기다린 셈이다.


Q. 람보르기니 본사 입장에서 한국은 어떤 시장인가?
이탈리아 본사에서는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아시아태평양 시장과 함께 한국을 특히 주목하고 있다. 최근 4~5년 동안 한국 시장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다. 한국 시장은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최근 3년간 지속적으로 성장해왔다. 특히 2012년에는 전년대비 2배 이상의 판매 성장을 이뤄냈다. 이 같은 성장세는 신형 우라칸을 통해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람보르기니 본사도 한국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Q. 람보르기니 서울의 올해 판매 목표는?
전체 목표 판매 수치를 밝히긴 어렵다. 본사 방침이라 그렇다. 하지만 우라칸의 선전에 기존 아벤타도르 모델의 뒷받침이 더해진다면 람보르기니 서울의 4년 연속 판매 성장은 충분히 가능하리라 본다. 페라리는 전 세계에서 연간 7,000대 정도 판매하고 있다. 슈퍼카는 희소성이 있어야 한다. 너무 많이 팔리면 소비자들이 좋아하지 않는다. 람보르기니는 2,000대 정도 판매하고 있다. 앞으로 볼륨을 조금 더 키우긴 할 것이다.


Q. 슈퍼카 시장 성장세는 어떤가?
전 세계적으로 슈퍼카 시장 성장률은 3% 정도다. 람보르기니는 슈퍼리치 커스토머, 즉 상위 0.1% 고객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슈퍼리치 고객들은 일반적인 시장 경기를 따라가지 않는다. 전 세계적으로 슈퍼리치들은 늘어나고 있다. 슈퍼카 시장은 니치 프리미엄을 원하는 사람들, 혹은 진정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타는 차다. 남자들의 드림카에 대한 관심 때문에 슈퍼카 시장은 성장할 수 있는 시장이다.


Q. 그럼 한국의 슈퍼카 시장 전망은 어떤가?
글로벌 슈퍼카 시장 성장률보다 높다. 한국은 매년 5%씩 성장하고 있다. 이런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나는 2013년 초 람보르기니에 합류했다. 올해는 전반적으로 시장 상황이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를 많이 듣는다. 하지만 람보르기니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늘고 있다.


Q. 한국의 람보르기니 주 고객층의 연령대는 어떠한가?
30대 중후반에서 40대 정도의 젊은 고객들이 절반 이상이다. 주 고객층은 30~40대이지만 20대나 50~60대 고객도 많다. 일본은 이미 슈퍼카 시장이 형성된 지 오래여서 우리보다 고객 연령층이 높다.
본사 조사에 나타난 바에 따르면, 람보르기니 고객들 중에는 디자인·예술계에 종사하는 분들이 많다. 이들은 람보르기니 외형이 주는 독특함에 끌리는 소비자들이다. 람보르기니는 퍼포먼스와 디자인의 조화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최고 성능을 발휘하기 위해 디자인을 만든다. 멋을 부리려고 차를 디자인하지 않는다. 공기저항을 줄이면서 엔진 열을 빠르게 식힐 수 있는 흡배기 디자인을 생각하다 보니 이런 디자인이 나온 거다.


Q. 국내 론칭 초기 어떻게 고객을 발굴했는지 궁금하다.
람보르기니는 2007년부터 참존그룹을 통해 국내에 정식으로 소개하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스스로 알아서 찾아 오는 고객이 많았다. 과거 병행수입을 했을 때 고객들과, 참존그룹에서 가지고 있는 벤틀리와 아우디 고객의 데이터도 일부 활용했다.


Q. 고객관리는 어떻게 하나?
본사 차원에서 한 분 한 분 직접 관리하고 있다. 계약하기 전부터 고객 프로파일을 확인한다. 우리는 행사나 시승을 할 때 1대 1, 많으면 5명 정도 소그룹으로 직접 대면해서 진행한다. 대부분 기존 고객들의 지인들로, 소개를 받는 경우가 많다. 그 외에는 정말 람보르기니에 관심이 많은 고객이 매장을 직접 찾는 경우다. 우리가 고객을 찾아 나서서 발굴하지는 않는다. 워낙 타깃 고객이 제한적인 데다 쉽게 접근할 수 없는 분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객들이 스스로 알아서 찾아 오게 만드는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우리는 시장을 갑작스럽게 넓히기보단 고객들의 브랜드 충성도가 높아질 수 있도록 천천히 다가가려고 한다. 람보르기니 고객들은 매우 까다로운 성향을 가지고 있다. 자신이 원하는 것에 대한 기대치도 매우 높다. 이런 고객들에게 감동을 준다는 건 쉽지 않다. 우린 람보르기니 고객들끼리 커뮤니티 활동을 하는 것도 지원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성능을 느끼려면 슈퍼카는 트랙에서 달려야 한다. 그래서 트랙에서 달리는 행사도 준비하고 있다. 고객들이 원한다면 아마추어 레이싱 대회에 참가하기도 한다. 람보르기니에서 주최하는 슈퍼트로페오라는 원메이커 레이스가 있다. 아시안컵, 미국컵, 유럽컵으로 나눠 진행한다. 람보르기니 서울을 통해 국내 고객들도 이 레이스에 참가할 수 있다. 우린 이런 이벤트를 통해 아시아지역 람보르기니 오너들끼리 만날 수 있는 모임의 장도 마련하고 있다. 그리고 더 다양한 행사도 준비하고자 한다.


Q. 이 사장은 오랫동안 볼륨카 업계에서 일해왔다. 람보르기니와 볼륨카 업체의 영업상 차이점은?
0.1%에 해당하는 고객들이다 보니 일단은 우리가 쉽게 만날 수가 없다. (매출로 따지면) 람보르기니 고객 3명은 일반 볼륨카 고객 100명에 해당한다고 보면 된다. 앞서도 말했지만 람보르기니가 좋아 스스로 찾아 오게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구매 계약을 해도 짧게는 6~7개월에서 1년 이상 걸리는 인도기간을 기다려야 한다. 이 기간 동안 계약 해지 없이 기다릴 수 있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두세 달에 한 번씩 연락을 취하고 있다. 시승도 예약제로 운영한다. 가격이나 성능 등에서 람보르기니는 아무나 탈 수 있는 차가 아니라서 그렇다. 전시장에 찾아와 람보르기니를 시승하고 싶다고 해도 차를 내주지 않는다. 시승 때도 실례가 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기본적인 고객 프로파일을 받는다. 이런 프로세스는 전 세계 람보르기니 전시장이 동일하게 거친다.


Q. 람보르기니만의 차별성은 무엇인가?
람보르기니는 궁극의 슈퍼카다. 퍼포먼스뿐만 아니라 람보르기니가 지닌 디자인적 매력도 대단하다. 람보르기니가 도로에 나타나면 주위의 모든 시선을 끌게 마련이다. 400마력 이상 되는 차를 제대로 몰려면 상당 기간 훈련이 필요한데, 람보르기니는 최소 600마력이 넘는다. 하지만 생각보다 편하게 운전할 수 있는 차다. 4륜구동, 프론트 리프트 같은 기능이 있어서 그렇다. 냉간 시동(아침 첫 시동) 때도 30초 정도 예열시간이 지나면 엔진이 매우 조용해진다. 아이들링 시 진동도 거의 없다. 오토모드에 놓고 주행하면 일반 차량과 차이를 거의 못 느낄 정도로 편하게 탈 수 있는 차다. 반면 주행모드를 스포츠나 코르사로 설정해 놓으면 완전히 성격이 달라진다. 황소처럼 돌변해버린다. 엔진음은 거칠어지고 반응은 즉각적으로 나타난다. 한번 타보면 매력에서 빠져나올 수 없을 것이다.


Q. 한국 시장에서 다른 슈퍼카 브랜드와 경쟁하는 전략은 무엇인가?
람보르기니는 경쟁자를 의식하면서 전략을 수립하지 않는다. 우리는 단순히 빠르고 비싼 차를 만들지 않는다. 소장 가치가 있고, 소유하는 것만으로 특별한 만족을 느낄 수 있는 나만의 명품을 제공한다. 자동차 팬이라면 누구나 선망하고, 오너라면 무한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특별한 소장품으로 만들어 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전략이라면 전략일 수 있다.


Q. 향후 마케팅 계획은?
람보르기니 서울은 현재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VVIP 고객들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우라칸의 대대적인 고객 시승행사도 예정되어 있다. 또한 해외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행사들에 한국 고객들이 참여할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고 있다. 부산 전시장 오픈도 계획하고 있다. 국내 슈퍼카 시장은 계속 성장하고 있고, 그중에서도 부산·경남지역은 그 성장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부산 지역에 딜러와 서비스 등 인프라를 확대하기 위해 현재 본사와 계속 협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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