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모디노믹스’ 성공방정식

올해 5월 취임한 나젠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제조업에 승부수를 던졌다. 최근 몇 년간 지속돼 온 인도경제 침체를 타파하기 위해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해외 기업 유치도 활발하다. 한국 기업 유치를 위한 설명회도 자주 열리고 있다. 포춘코리아가 이제 갓 100일이 지난 ‘모디노믹스’의 성공 가능성을 진단해봤다.
유부혁 기자 yoo@hmgp.co.kr


‘세계의 공장’. 이는 인구 12억 명의 나라 인도를 이끄는 나젠드라 모디 총리가 내세운 인도의 청사진이다. 중국을 상징했던 이 말이 지금 인도의 성장 동력을 상징하는 또 다른 핵심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 세계는 지금 모디 총리가 얼마나 인도를 변화시킬 수 있을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중이다.

모디 총리가 이끄는 인도의 신정부는 올해 5월 출범했다. 2001년부터 13년간 인도 서부에 위치한 구자라트 주를 인도 최고의 경제성장지역으로 발전시킨 그는 현재 ‘경제 살리기’에 몰입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인도 경제는 침체의 늪에 빠져 있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부터 차츰 하락해 작년에는 경제성장률 5%를 밑돌 정도로 경제 성장의 힘을 잃었다. 이는 2008년과 비교했을 때 반토막이 난 수준이었다. 같은 기간 구자라트 주가 올린 경제성장률 10%에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성장을 기록한 것이었다. 당연히 모디 총리에게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었다. 구자라트 주는 지난 10년간 GDP 기준으로 농업은 2배, 서비스업은 2.6배 성장을 해왔다. 또 전자정부시스템 도입으로 레드테이프(관료적 형식주의)와 부정부패를 크게 줄였다. 성공적인 싱글윈도 시스템(기업의 수입관련 제반사항을 단일창구로 통합해 일괄 처리하는 시스템) 도입으로 해외 기업들의 현지 경영활동에도 큰 도움을 주었다. 지속적인 투자설명회와 진출 기업에 대한 토지제공 및 세제 감면 혜택 등 다양한 친기업 정책도 계속 선보였다. 인프라 수준도 인도 최고 수준으로 끌어 올려 구자라트 주를 인도 유일의 24시간 전력 공급이 가능한 도시로 만들기도 했다.

그 결과 해외 기업은 물론, 인도 재계가 열광했다. 인도 최대 기업 타타모터스를 이끄는 라탄 타타 회장은 지난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나모를 기다린다”며 공개적으로 나젠드라 총리를 지지하기도 했다. 나모는 나젠드라 모디의 줄임말로 그를 친근하게 부를 때 사용하는 말이다. 타타자동차는 공장부지 이전 문제로 어려움을 겪다가 모디 총리의 적극적인 유치 공세를 받아들여 공장을 구자라트 주로 이전한 바 있다.

모디에 대한 기대감은 재계에서만 나온 것이 아니었다. 올 5월 총선에서 그에 대한 확실한 지지가 드러났다. 창당 30년이 채 안된 인도국민당(모디 총리 소속 정당)이 1885년 영국 식민지 시대에 창립돼 인도의 독립을 이끌며 인도의 대표적인 정당으로 군림해 온 국민회의당에 압승을 거둔 것이었다. 인도국민당은 총 의석 543석 가운데 282석을 차지해 과반을 확보했다. 그리고 이런 국민의 기대감은 ‘모디노믹스’라 불리는 신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관심과 지지로 이어졌다.

‘모디노믹스’는 나젠드라 모디 총리가 구자라트 주에서 펼쳤던 정책들과 큰 틀에서 맥락을 같이한다. 이미 성공 경험이 있는 구자라트 주의 경제정책을 인도 전역으로 확산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모디노믹스의 핵심은 무엇일까? 큰 축은 ‘제조업 육성’이라 정의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인도는 지난 정권부터 추진해 온 산업회랑 관련 별도의 TF를 꾸리고 해외 기업들의 진출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주한인도대사관과 스탠다드차타드은행, 인도상공회의소가 공동으로 주최한 제조업 육성 계획 및 투자 설명회가 개최됐다. 지난 8월 29일 열린 인도 비즈니스 심포지엄에서 알제이 칸왈 한국스탠다드차타드 행장은 “인도 현지에 법인이 없는 국내 기업이 루피화로 무역대금을 결제할 수 있도록 하고 환헤지 서비스도 제공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끈 바 있다. 코트라는 인도 서남부에 위치한 라자스탄 주에 한국산업전용공단 조성 계획을 발표해 관심을 모았고, 전경련은 “신정부 출범 후 인도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 가운데 인도 내 기업 경영환경이 개선될 것이라 전망한 비율이 62.7%에 이를 만큼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고 있다”는 말도 일부 흘러나오고 있다. 모디 총리가 공약으로 내세웠던 공기업 민영화나 노동법 개정이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고, 기업들에 약속했던 세제 혜택도 그 시기나 방법이 아직 모호하다는 것이 그런 주장들의 근거가 되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모디 총리 한 사람에게 집중된 권한과 역할은 절대적이지만 이를 뒷받침 할 집권세력의 인적 기반이 약해 엄청난 변혁을 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과반의석을 확보해 추진력은 가졌지만 정작 일하는 사람들의 정책 이해도는 낮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이 밖에도 인도 정보가 만성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도 모디 총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인프라 개선을 위해선 대규모 투자가 동시에 진행되어야 하는데 인도 정부에겐 그럴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인도는 경제활동 인구의 약 6%인 3,000만 명 정도만이 납세자로 등록되어 있다. 등록 기업 역시 132만 개로 비등록 기업 수인 3,462만 개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무엇보다 부를 독점하고 있는 극소수 부유층에 대한 세금이 적다. 부의 편차가 큰 인도에 상속세와 증여세가 없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결국 모디 총리 입장에선 당장 ‘할 일은 많은데 쓸 돈이 없다’는 하소연이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다. 모디 총리가 기업뿐 아니라 주변국, 특히 중국의 대규모 투자 유치에 기대를 거는 데에는 이 같은 배경이 작용하고 있다.

얼마 전 모디 총리에게 반가운 소식이 하나 날아들었다. 자신의 생일인 9월 17일, 인도를 방문한 시진핑 중국 주석이 인도에 200억 달러(한화 약 20조 원) 투자를 약속한 것이다. 하지만 모디 총리의 고민은 그것만으론 해결되지 않는다. 인도의 중앙정부가 지방정부를 강력하게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인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모디 총리가 구자라트 주의 성공을 이끌 수 있었던 배경에는 중앙정부보다 강한 지방정부의 힘이 있었다”면서 “모디 총리에게 29개 주와 긴밀히 협력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모디노믹스가 추진력을 갖기 위해선 개혁 정책에 반발하는 주 정부를 설득해 협력을 이끌어내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모디 총리는 독신이다. 친인척 비리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는 점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강경한 힌두민족주의자라는 점에서 다양한 민족, 언어, 종교를 가진 주정부와 소통하기 힘들지 않겠느냐는 부정적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이유 때문에 모디노믹스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이는 주식시장과 화폐가치 등락을 보면 알 수 있다. 인도 센섹스 지수는 작년 말 저점 대비 30% 정도 올랐고, 루피화 가치는 모디 총리 취임 당시 반짝 상승세를 보이다가 하락세로 반전했다.

지금 당장 모디노믹스의 성공을 장담하긴 어렵다. 현재 15% 수준에 머물러 있는 제조업 비중을 2022년까지 25%로 늘리겠다는 모디 총리의 청사진이 구자라트 주 성공방정식처럼 현실로 나타나게 될지, 출구를 알 수 없는 미로에서 헤매게 될지 더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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