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직접 물건을 팔아야 할까?

[VENTURE] Should You Go Direct?

고객에게 직접 물건을 판매하는 방식은 수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유용하다. 그러나 SNS 시대가 도래하면서 많은 신생기업과 중소기업들이 매장을 없애는 직접 판매 방식의 장점을 넓게 활용하고 있다.
By Jennifer Alsever


14년 전 피부관리업체 팡기아 오거닉스 Pangea Organics-콜로라도 주 볼더 Boulder에 본사가 있다-를 설립한 조슈아 오니스코 Joshua Onysko는 많은 기업가들이 꿈꿨던 일을 이뤄냈다. 메이시 Macy’s 백화점과 홀 푸드 Whole Foods처럼 국제적인 체인 유통망을 구축한 것이다. 하지만 축복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니스코는 “정말 악몽이었다”고 회상했다.

소매업체들이 팡기아에 일련의 고통스러운 비용을 쏟아부었다. 체인점들은 매장판매 촉진활동, 제품 전시, 그리고 고객 배송 등의 명목으로 다양한 비용을 청구했다. 체인점들이 팡기아 제품을 팔기 위해 가져간 총 가격의 20% 판매수수료와 별도로 이런 비용들이 더해졌다. 게다가 추가 10%는 회사 브로커들에게 들어갔다. 전체적으로 팡기아는 매출의 77%를 2,800개 소매업체와 유통업체에 지불했다(홀 푸드 대변인은 자사 체인점들이 유통 및 제품 전시와 관련해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메이시스는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았다). 오니스코는 “번 돈이 전혀 없었다”고 푸념했다. 그래서 그는 2013년 4월 일대 결심을 했다. 오니스코는 매장 선반에서 팡기아 제품을 철수하고 회사를 다단계 마케팅기업으로 변신시켰다. 오늘날 이 기업은 소위 ‘뷰티 전문가(Beauty Ecologist)’를 통해 물건을 판매한다. 이들은 판매 수수료만 받는 프리랜서로서 팡기아의 제품 키트를 구매한다. 팡기아의 프렌치 로즈마리 French Rosemary 안면 토너를 SNS를 통해 친구들에게 알려 판매를 하는 식이다. 그들은 개인 웹사이트를 통해서도 판로를 개척한다. 오니스코는 “이 방식이 우리 모두에게 가장 중요한 사업의 축이 됐다”며 전체 매출의 77%를 유통비용으로 넘기는 대신, 현재는 50%만 판매수수료와 유통비용으로 지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초 오니스코는 그러한 변신에 회의적이었다. 그가 말한 것처럼, 다단계 마케팅에 대해 “꺼림칙한 기분”이 들었다. 직접 판매나 다단계 판매는 소비자를 이용해 다른 소비자들에게 물건을 판매하는 방식이다. 후자인 다단계 판매는 자신의 소비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소비로도 판매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 에이본 Avon, 터퍼웨어 Tupperware, 펨퍼드 셰프 Pampered Chef 같은 기업들이 오랫동안 두 판매 방식을 성공적으로 활용해 왔다.

하지만 다단계(Multi Level Marketing·MLM) 모델은 피라미드식 판매방식,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약속, 제품과 보상에 대한 사기성 주장 등으로 평판이 그리 좋지 않은 편이다. 연방통상위원회(Federal Trade Commission)는 건강보조제 판매사인 허벌라이프 Herbalife가 피라미드식 판매방식을 취했다는 혐의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이 기업은 판매 행위가 완전히 합법적이고, 적합하게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에이본은 다른 형태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회사의 매출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중국과 다른 국가에서 뇌물을 공여한 혐의를 받아 미 법무성과 1억 3,500만 달러의 벌금에 잠정 합의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다단계마케팅 모델을 활용하는 J.힐번 J.Hilburn-댈러스에 본사를 두고 남성용 맞춤 셔츠만을 7년째 만들고 있다-의 공동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비럴 라서드 Veeral Rathod도 “다단계판매는 다소 위험이 따르지만, 우리가 직면해 온 가장 흥미로운 도전 가운데 하나다”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온라인 매체와 SNS 덕분에 친구들에게 물건 팔기가 더 수월해지고 있다. J.힐번과 팡기아는 다단계판매를 채택하는 많은 신생 기업군에 속해있다. 이 판매방식은 매출을 올리고, 고정 및 재고 비용을 줄이고, 충성심 높은 소비자들의 ‘동호인 네트워크’에 접근하는 데 훨씬 더 효율적으로 작동한다.

로던 앤드 필즈 Rodan Fields의 최고경영자 로리 부시 Lori bush는 “다단계는 대중을 활용하는 크라우드소싱 방식의 마케팅 및 유통기법이다. 당신만큼이나 당신의 제품을 아끼는 사람들 손에 바로 그 제품을 쥐어 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샌프란시스코에 본사가 있는 피부미용 업체로 2007년 말 매장에서 제품을 철수하면서부터 연간 판매액이 400만 달러에서 2억 달러로 폭발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부시는 “백화점은 신제품이 성공하는 데 다단계만큼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미국 내 직접판매 규모는 지난해 3.3% 상승해 3,270억 달러까지 증가했다. 이런 방식으로 물건을 파는 사람들의 수는 5.7% 늘어 1,680만 명에 이르렀다. 아이다호의 그라임즈 앤드 리즈 Grimes & Reese 로펌 소속의 케빈 그라임스 Kevin Grimes 변호사는 “직접판매는 분명히 증가세”라고 평가했다. 이 로펌은 2,000개의 직접판매 기업들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올 첫 4개월 동안에만 작년 대비 고객이 두 배정도 늘었다.

직접판매의 효율성과 비용감소를 주창하는 사람들은 오니스코 이외에도 많다. J.힐버는 판매수수료만 받고 주문을 받아 제품을 판매하는 3,000명의 ‘스타일리스트’에 의존한 덕분에, 소매업체를 거치지 않고 공장에서 직접 구매한 원단으로 자체 생산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맞춤 셔츠를 일반 고급 매장의 판매가인 300달러의 절반 가격에 제공할 수 있다. 힐번의 매출은 지난해 30% 증가했다. CEO 라서드는 올해 매출이 40% 상승해 6,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리가미 아울 Origami Owl이라는 주얼리 업체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업체는 4년 전 14세였던 벨라 윔즈 Bella Weems와 그녀의 엄마 크리시 Chrissy가 피닉스에 설립한 회사다. 벨라는 16세가 되던 해 자동차를 살 정도의 돈을 벌기를 바랬다. 그래서 10대 소녀와 그녀의 엄마는 투명한 ‘살아있는 로켓 (living lockets)’(작은 상자 안에 원하는 장식물을 넣어 맞춤제작이 가능하다)을 방학 동안 쇼핑 매장에서 판매했다. 그리고 곧바로 전국에서 주문요청이 쇄도했다. 윔즈 부녀는 많은 매장을 열 생각도 했지만 직원과 월급, 재고 정리의 부담을 지고 싶지 않았다. 대신 홈파티 판매를 통해 사업을 키우기로 했다. 윔즈 부녀에 따르면, 6만 명의 ‘컨설턴트’를 활용하는 이 회사의 매출은 작년 대비 두 배 증가한 2억 5,000만 달러로 급성장했다.

이즈 베버리지 Izze Beverage의 공동 창업자 그렉 스트로 Greg Stroh는 직접판매가 수익성의 지름길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10년 전 회사 매출을 2,500만 달러로 키웠지만, 이익을 내는 데는 애를 먹고 있었다. 펩시코 Pepsi co.가 2006년 이즈를 인수했을 때에도 여전히 적자상태였다. 스트로는 당시 소매업체와 유통업체가 매출의 70%를 가져갔다고 말했다. 그는 “가격을 확 올리거나, 아니면 손해를 보면서 파는 수밖에 없었다. 소매업체와 유통업체가 당신의 등골을 빼먹을 수 있다”고 토로했다.

스트로와 그의 사업 파트너 알렉스 보거스키 Alex Bogusky는 최근 스쿱 Skoop이라는 신생기업을 창업하면서 직접 판매 방식을 채택했다. 이 기업은 분말형태의 건강음료수를 생산하고 있다. 그들은 운동 애호가, 트레이너, 필라테스 강사, 그리고 요가 스튜디오뿐만 아니라 일부 신개념 헬스클럽 등을 통해서도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충성도가 높은 고객들은 55달러짜리 제품 *역주: 스쿱은 분말가루를 비닐백에 포장해 판매하고 있다을 팔면 25%의 판매수수료를 추가로 챙길 수 있다. 그 결과 스쿱은 재고를 충분히 소량으로 줄일 수 있게 됐다. 현재 창고와 트럭은 각각 한 개씩, 그리고 아홉 명의 근로자만 두고 있다. 회사는 첫 해 1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으며, 연말에는 이익을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직접판매에도 약점은 있다. 원할 때만 일하는 판매원들에게 기업들이 의존해야 하는 것이다. 게다가 그런 자유로운 업무 방식 때문에 브랜드가 지닌 메시지를 일관되게 통제하기 어렵게 된다. 그라임스는 기업들이 판매사원 훈련과 교육에 상당한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허용 가능한 행위에 대한 뚜렷한 규칙을 제시하고, 그 규칙들을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부지런히 감독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제품판매보다 판매원 모집에 집중하는 것을 막기 위해, J.힐번은 한 명의 판매 컨설턴트가 구축할 수 있는 팀의 규모를 제한하고 있다. 또 하나의 우편번호(지역)에서 제품을 파는 판매원의 수도 한정하고 있다. 판매를 열심히 하는 사업자와 성적이 우수한 판매자에게 회의, 리더십 프로그램, 월간 비디오, 제품, 판매, 마케팅, 기술에 관한 최신 정보를 제공하는 등 동기 부여에도 힘쓰고 있다. 라서드는 “사업 전략에 스타일리스트를 잘 결합하면, 그들은 독립적인 컨설턴트라기보단 기업에 소속된 현장 인력 같은 느낌을 더 많이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팡기아는 다단계판매 모델로 전환하면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전환 1년 후, 연간 매출은 전년과 같은 1,000만 달러를 유지했고 이익마진율은 15%에서 20%로 향상됐다. ‘뷰티 전문가’ 한 명이 월 1만 5,000달러 정도의 제품을 판매했다. 팡기아 제품을 팔았던 과거 여느 소매업체보다 더 많은 매출을 올린 셈이다.

이런 변화로 오니스코도 큰 힘을 얻게 됐다. 자신의 방문 사실도 까먹을 정도로 무심한 소매업체 주인을 만나기 위해 전국을 날아다니는 대신, 그는 40명의 열정적인 소비자 및 판매자와 활기찬 미팅을 갖고 있다. 그는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면 훨씬 더 많은 보람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THE POWER OF SOCIAL SELLING
‘SNS 판매’의 힘

안나 세르지에바 Anna Sergeeva는 온라인 광고를 무시하지만 친구가 제품을 추천할 때는 주의 깊게 듣곤 한다. 그녀만이 그런 건 아니다. 포레스터 리서치 Forrester Research의 새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의 66%는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들의 제안을 신뢰하지만 SNS에 올라온 기업 정보는 18%만이 믿는다고 한다. 신생기업 노마드 Nomad-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열쇠고리용 충전기를 판매한다-의 마케팅 총괄책임자 세르지에바가 소비자들이 회사제품을 친구들에게 홍보하도록 만드는 데 투자하는 건 일리가 있는 방식이다. 그녀는 “특히 중소기업에 있어 공유(sharing)는 마케팅의 새로운 수단”이라고 말했다.

판매 과정에서 ‘구전(word of mouth)’은 항상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SNS가 확산되면서 소비자들이 접근성과 구매력을 더욱 키우고 있다. 그런 방식은 믿을만하고 비용도 별로 들지 않는다. 구매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제품 메시지가 전달될 가능성도 높다. 포레스터의 SNS 애널리스트 킨 셀레스트 Kin Celestre는 “(SNS를 통하면) 당신에게 딱 맞는 소비자를 만나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많은 소프트웨어 제공업체들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충성도 높은 소비자들이 브랜드 홍보맨으로 변신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친구 추천하기’(Refer-a-Buddy)와 같은 서비스업체는 웹사이트용 단순 소프트웨어 장치를 약 20달러에 판매하고 있다. 프렌드바이 Friendbuy는 한 달에 99달러의 비용으로 주문제작 가능한 홍보툴을 제공하고 있다. 즉, 기업이 ‘친구 추천하기’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A/B테스트 *역주: 두 가지 안을 주고 더 좋은 안을 선택하도록 하는 테스트로 알려진 방법을 활용해 다양한 마케팅 방법들의 성과를 비교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다른 한쪽에서는 큐어빗 Curebit으로 불리는 서비스가 월 1만 달러 이상의 비용을 받고 창의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게 돕고 있다. 이 업체는 또 마케팅 캠페인을 분석하고 추적하는 일도 대행해 준다. 세르지에바는 “엄청나게 많은 방법들이 있다”고 말한다. 그녀는 올 초 추천 소프트웨어를 찾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이 회사의 예쁘고 작은 충전기 코드 사진을 트위터 Twitter와 인스타그램 Instagram에 올리는 것을 본 직후였다. 그녀는 더 많은 사람들이 제품을 공유하기를 원했다. 세르지에바는 조사 끝에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엑스톨 Extole이라는 기업을 찾았다.

이 기업은 월 3,000달러에 추천 마케팅 캠페인과 그 결과를 측정해 준다. 엑스톨은 “지난 3개월간 30개의 신규 고객을 유치했고, 웹사이트 방문객을 실제 구매자로 전환시키는 데 온라인 광고보다 6배는 더 효과적이다”라고 주장한다. 최고경영자 매트 로슈 Matt Roche는 “추천을 통해 신규 구매의 40%가 발생한다. 이건 새로운 마케팅 방법이고 효과가 크다”라고 말한다. 노마드는 현재 엑스톨을 활용해 고객들에게 주문당 10달러를 보상해주고 있다. 주문은 보통 29달러짜리 제품 한 개 이상이고, 추천을 통해 이뤄진다. 엑스톨 직원들은 이런 마케팅 캠페인을 조정하고 관리한다. 세르지에바는 월 1만 개의 회사 배송건 가운데 10%가 그러한 추천 캠페인 덕이라고 본다. 그녀는 캠페인 참가 소비자들이 추가 구매이상의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그들은 당신의 브랜드 스토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

“직접 판매는 당신만큼이나 제품을 아끼는 사람들 손에 바로 그 제품을 쥐어 주는 것이다.”
-로리 부시, 로던 앤드 필즈 최고경영자

“가격을 확 올리거나, 아니면 손해를 보면서 파는 수밖에 없었다. 소매업체와 유통업체가 당신의 등골을 빼먹을 수도 있다.”
-그렉 스트로, 이즈 베버리지 & 스쿱 공동 창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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