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교황의 탁월한 경영 능력

THIS POPE MEANS BUSINESS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프란치스코 Francis 교황은 ‘민중의 교황’일 뿐만 아니라 골치 아픈 바티칸 재정을 개혁하고 있는 탁월한 경영자다.
BY SHAWN TULLY


‘신임 교황님이 재정에 대해 논의하고자 하십니다.’ 이는 2013년 여름 세계 각지에서 온 7명의 유명 재정가들-모두 가톨릭 신자다-이 받았던 메시지다. 베네딕토 16세 Benedict XVI의 충격적인 사임 후 다섯 달 만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재정 전문가들을 바티칸으로 소집했다. 그때 모두는 자신들의 임무를 예상하고 있었다. 바로 스캔들로 얼룩진 바티칸 재정을 개혁할 방안을 찾는 것이었다. 여느 가톨릭 신자들처럼 이들도 프란치스코 교황이 전임자들과 달리 교리보다는 관용과 인내를 역설하는 ‘민중의 교황’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8월 첫째 주 토요일 교황과의 회의를 위해 바티칸에 갔을 때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감이 잘 오질 않았다. 교황이 재정에 어떤 관심을 두고 있는지, 기존 재정행태를 개혁하고자 하는 의지를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미지수였다.

하지만 그들은 바티칸에 도착한 직후 기존과 달라진 절차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우선 방문단은 교황관저(Apostolic Palace)로 향하지 않았다. 지난 수 세기 동안 전임 교황들은 화려한 르네상스 풍 관저에서 최대한 격식을 갖추고 방문객들을 맞이해왔다. 그러나 이번 재정 전문가들의 경우엔 ‘성 베드로 대성당 주당(Colonnade of St. Peter’s Square)’ 반대편으로 바티칸시국에 입성했고, 150야드(약 137미터)를 걸어 신임 교황의 거처인 ‘성녀 마르타의 집(Casa Santa Marta)’으로 향했다. 이 게스트하우스는 언덕에 위치한 5층 높이 석회암 건물로, 언뜻 보면 새로 지은 호텔 같았다. 방문단은 그림이나 종교적 장식물이 없이 테이블 주위로 의자만 놓여있는 1층의 소박한 회의실로 들어갔다. 거대 자산운용사 인베스코 Invesco의 전직 유럽지사장 장 바티스트 드 프랑쉬 Jean-Baptiste de Franssu, 독일 대형 보험사 에르고 ERGO의 최고 경영자 요흔 메서머 Jochen Messemer, 전직 싱가포르 재무장관 조지 여 George Yeo 등이 포함된 방문단은 그곳에서 초조히 대화를 나누며 교황을 기다리고 있었다.

15분 후 프란치스코 교황이 회의실로 들어왔고 바로 본론에 들어갔다. 소박한 흰색 성복을 입고 금속 십자가를 두른 교황이 탁자의 상석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서두 없이 곧바로 자신의 전략적 비전?방문단 중 한 명은 교황이 상당히 경영자적인 접근법을 취했다고 평가했다-에 대해 설명했다. 교황이 유창한 이탈리아어로 말을 하면 통역사가 이를 영어로 통역하는 방식이었다. 교황은 방문단에게 자신의 영적메시지처럼 바티칸 재정도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수세기 동안 끊임없이 비밀과 음모로 얼룩졌던 재정은 이제 모두에게 공개돼야 하고, 최근 몇 년간 바티칸을 괴롭혀왔던 스캔들의 악순환을 뿌리 뽑기 위해선 엄격한 규정과 규약도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건전한 재정관리는 가난한 사람과 사회적 약자를 돕는 자신의 임무 중 큰 축이라 강조했다. 당시 교황청은 약간의 흑자에서 급격한 적자 사이를 요동치는 변덕스럽고 예측 불가능한 재정 때문에 신성한 임무가 방해받고 있었다. 교황은 바티칸의 서투른 관리 때문에 자선을 실천할 수 없었다고 강조하며 이는 꼭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행정절차가 과도하면 건전성이 침해되기 때문에 간소하고 효율적인, ‘지속 가능한’ 행정이 필요하다”며 “이것이 실현된다면 자선사업에 사용될 예산도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문가 여러분들을 믿는다.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최대한 빨리 찾아 주길 바란다”는 말을 남기고 방문단이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 논의할 수 있도록 자리를 피해 주었다.

할 일은 분명했다. 신설 평의회 사도좌 재정행정구조 조직(COSEA)의 수장 조셉 자흐라 Joseph Zahra는 “교황의 분명한 메시지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돈이 사용되도록 하자’는 것이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몰타 Malta 최대 은행 뱅크 오브 발레타 Bank of Valletta의 회장을 역임했던 자흐라는 “재정에 있어 교황은 세세한 것을 챙기는 관리자라기보단 정신적 지주였다”고 말했다.

전 세계 12억 로마 가톨릭 신도들의 영적 지도자 프란치스코(77) 교황은 지난 18개월 동안 가톨릭을 부흥시키고 가톨릭에 대한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워왔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John Paul II의 중흥기였던 1980년대 중반 이후로 아무도 이루지 못했던 성과였다. 하지만 그가 달성한 재정적 성과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티칸 재정을 전면 개혁하고, 수십 년간 미뤄져 왔던 현대식 관리체계를 도입하는 등 괄목할만한 성공을 이뤄냈다. 바티칸의 증권거래위원회 격인 금융정보당국(AIF)의 소장 르네 브뤼엘아르 Rene' Bruelhart는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이제 분명한 원칙이 섰기 때문에 우리는 진정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설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가톨릭 교회에 있어 지난 15년은 혼란과 쇠퇴의 시기였다. 10여 년 간 끊이질 않았던 아동 성추행 스캔들부터 최근 발생한 편지유출 사건-교황청 집사가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편지를 언론에 유출했던 사건으로 교황청 내 부정부패, 정실 인사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까지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또 가톨릭 교회는 신자들을 단결시키기보단 오히려 분열하게 만드는 문제들을 부각해왔다. 대부분의 주교와 추기경들은 자신들의 역할을 적대적인 세속문화로부터 교리를 지키는 것으로 인식해 왔기 때문에 가톨릭은 외부에 방어적인 집단으로 비쳐왔다.

프란치스코 교황 전까자는 미사 참석자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었고, 신부와 수녀의 신규 모집도 정체되어 있었다. 헌금 모금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교구에 재정관리 자문을 해 주는 ‘교회운영에 관한 지도자 원탁회의(National Leadership Roundtable on Church Management)’의 총괄 책임자 케리 로빈슨 Kerry Robinson은 “아동 성추행 스캔들이 터진 후 몇 년간 가톨릭 교회의 헌금 모금액은 부진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긍정적이고 본받을만한 방식으로, 교리보다 관용의 중요함을 역설해온 덕분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고 주목받는 인물로 떠오르고 있었다(포춘은 올해 초 그를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리더’ 1위로 선정했다). 동성애 문제에 관해서는 ‘내가 어찌 그들을 단죄하겠는가(Who am I to judge)?’는 말로, 동성애를 신랄히 비판하던 전임 베네딕토 교황과 거리를 두었다. 프란치스코는 최초의 현대적 교황으로 불릴 만하다. 9개 언어로 제공되는 그의 트위터 계정(@Pontifex)은 430만 명의 팔로어를 자랑하고 있다. ‘교회와 신자들의 최고 의무는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돕는 것’이라는 그의 메시지도 보편적 공감을 얻고 있다.

아직 단정적으로 말하긴 이른 감이 있지만 ‘프란치스코 효과’는 가톨릭 교회의 재정에도 매우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미사 참석자 수는 급증하고 있으며, 교황의 종파인 예수회(the Jesuits)로 성직자의 소명에 관한 더 많은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전 세계 교구의 헌금액도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외부인들에게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이 있다면 바로 교황의 탁월한 경영능력이다. 그는 유능한 CEO처럼 훌륭한 비전을 세울 줄 알 뿐만 아니라 비전을 실현시키기 위해 적합한 인물들을 선택하고, 그들에게 분명한 동기부여를 하는 탁월한 능력도 갖추고 있다. 교황이 이끌었던 급진적인 바티칸 재정개혁은 재계에서도 매우 보기 드문 일이자 대단히 교훈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프란치스코는 개혁의 사명을 안고 선출된 교황이다. 2013년 2월 28일 전임교황 베네딕토 16세는 6세기 만에 처음으로 교황직에서 사퇴했다. 이후 115명의 추기경들은 후임자를 뽑기 위해 8일간의 전체 회의를 소집했다. 그 자리에선 주로 차기 교황이 되기 위한 자격이 논의됐다. 베네딕토는 훌륭한 신학자로 인정받았지만 뛰어난 경영자는 아니었다. 추기경들은 하나둘씩 바티칸의 비리와 부패에 대한 분노를 표하기 시작했다. 외부업체와의 계약에서 가격을 부풀린 일, 고위 성직자의 지인에게 수의계약을 제공한 일, 이탈리아 정부가 비난하는 바티칸은행의 정보공개 정책 등이 그 예였다. 때문에 ‘다음 교황은 변화를 거부하는 배타적 관료체제에 전문 경영기법을 도입할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을 갖춘 인물이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바티칸은 마치 편협한 궁정 같다’고 비난을 서슴지 않던 부에노스아이레스 Buenos Aires의 추기경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 Jorge Mario Cardinal Bergoglio *역주: 프란치스코 교황의 본명를 교황으로 선택한 건 파격적인 일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그는 빈민들의 수호 성인 ‘아시시의 성 프란체스코’ Saint Francis of Assisi의 이름을 딴 최초의 교황이다-에겐 계획이 있었다. 또 지금까지 보여준 그의 발자취가 증명하듯, 금전 문제는 성직자들의 주 업무가 아니라는 파격적인 신념을 갖고 있었다. 때문에 그는 보수적인 추기경 및 주교들을 대신해 평신도들이 계획을 수립하고, 규정을 단속하고, 일상적인 업무를 담당하도록 업무를 개혁했다.

실제로 교황은 이를 실현하기 위해 재계의 대형 기업들도 끌어들였다. 예컨대 세무전략 자문업체 KPMG는 기존의 엉터리 회계방식 대신 바티칸에 단일화된 국제회계표준을 도입했고, 글로벌 회계법인 EY는 바티칸의 상점, 공익시설, 자치단체 등을 엄격히 감사했다. 세계 4대 회계법인 딜로이트 앤드 투시 Deloitte & Touche는 바티칸은행의 회계감사를 담당하고 있고, 다국적 헤드헌팅 전문업체 스펜서 스튜어트 Spencer Stuart는 세계 전역에서 엘리트 경영인을 모집하고 있다. 전직 BBC 이사장이자 홍콩의 마지막 영국 총독 크리스 패턴 남작 Lord Christopher Patten은 매킨지 McKinsey와 함께 미디어 관련 업무를 개혁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대부분 바티칸 외부의 추기경에게 주요 직책을 맡기고 있다. 그중 직급의 고위를 막론하고 가장 중요한 결정을 내린 건 바로 조지 펠 George Pell 추기경을 중용한 일이다. 그는 시드니 대교구 출신으로 최근 신설된 ‘경제 사무국(Secretariat for the Economy)’을 이끌고 있다. 교황은 그에게 전에 없던 막강한 재정 결정권을 위임했다. 조지 펠 추기경은 모든 예산수립 및 집행, 투자 관리를 책임지고 있다. 부친이 헤비급 권투선수였던 덕분에 체격이 좋은 펠(73)은 대폭적인 비용삭감의 필요성에 대해 거침없이 의견을 내놓고 있다.

돈에 대한 교황의 시각은 복잡하면서도 실용적이다. 교황은 “인류를 위해 돈은 매우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하지만 돈에 집착하는 순간 우리는 파멸에 이르게 된다”고 말한다. 그의 검소한 생활도 이런 계율에 기반한 것이다. 교황은 성녀 마르타의 집 2층 방을 숙소로 사용한다. 침대가 하나인 이 방에서는 (교황청) 입구를 내려다 볼 수 있다(전임 교황 베네딕토는 멀지 않은 ‘마터 에클레시아 Mater Ecclesiae’ 수도원에 거주하면서 이따금씩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조언의 편지를 보내고 있다). 방문자들에 따르면, 교황의 방은 새벽 4시 30분이면 불이 켜진다. 또 화려한 요리가 제공되지 않는 숙소 식당에서 교황이 쟁반을 들고 줄을 서 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점심과 저녁으로 포모도로 파스타, 폴로 아로스터 등 이탈리아 코스 요리가 제공된다). 또 “가난한 이들은 휴가를 가지 않는데 왜 나만 휴가를 가야 하나”라며 휴가도 떠나지 않는다고 한다.

교황은 대차대조표나 현금흐름표과 같은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 직접 이야기하는 대신 전문가들의 힘을 빌리고 있다. 그의 강점은 리더십이다. 훌륭한 최고 경영자들이 그렇듯, 교황도 조직문화는 결국 리더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곧 발간될 프란치스코 교황의 자서전 ‘위대한 개혁가(The Great Reformer)’의 저자 오스틴 이버리 Austen Ivereigh는 “교황은 어떤 주제에 대해서든 5~6개의 정보통을 확보하고 있어 그를 속이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교황은 개혁과정에 바티칸의 성직자와 평신도 자문가들의 의견을 모두 반영하는 동시에, 금융정보당국이 이사진을 교체할 때처럼, 자신의 지시사항이 이행될 수 있을지 혹은 보수파의 반대에 부딪힐지를 빠르게 판단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원칙 중 하나는, 고액 기부자들은 물론 교회와 거래하는 기업들도 특별대우를 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가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주교가 되기 전까지만 해도 부에노스아이레스 대교구는 각종 아르헨티나 은행의 대주주였기 때문에, 교회는 정기적으로 유리한 조건의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추기경 시절 프란치스코는 이러한 관행을 ‘노골적인 이해관계의 충돌(blatant conflict of interest)’이라고 비난하며 대교구의 은행 지분을 모두 매각해 버렸다. 뿐만 아니라 추기경의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로 여겨지던 헌금모금 행사 참석도 거부했다. 부유층에 영합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던 그의 성향은 교황이 된 후에도 전혀 바뀌지 않았다. ‘국무원(Secretariat of State)’이 교황을 대신해 부자들로부터 헌금을 받고, 그에 대한 답례로 교황의 특별미사나 교황과의 만남을 마련해 주는 것은 바티칸의 전통이었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전통을 폐지했다.

교황은 노동자 권리의 강력한 옹호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말은 상당한 뉘앙스의 차이를 느끼게 해준다. 그는 과도한 자본주의를 신랄히 비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부자들은 시장 경제에서 너무 많은 부를 얻고 있는 반면, 노동자들은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개혁을 방해하는 고위 성직자들은 언제든 해고할 준비가 되어 있지만, 하급 직원들을 해고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믿고 있다. 그러면서도 비효율과 낭비는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교황은 바티칸이 더 적은 직원들로도 더 잘 운영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가톨릭 교회의 재정은 고도로 분산돼 있으며, 바티칸은 재정적으로 자립된 조직이다. 이것이 호화로울 것 같은 이미지와 달리 자금부족과 재정불안에 시달리는 이유 중 하나다. 가톨릭 교회는 크게 바티칸, 수도회, 교구 세 부분으로 나뉜다. 각 조직은 개별적으로 재정을 운영한다. 바티칸은 자신의 감독하에 있는 두 조직의 자금에 대한 공식적 접근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 성직자, 수녀, 그리고 교육(예수회), 선교(보혈선교 수녀회), 빈민구제(프란체스코회) 등에 전문화된 수도사들로 구성되어 있는 296개 수도회 내 지역 수도원들이 자신들의 재정을 직접 관리하고 있다.

교구는 가톨릭 교회가 중산층과 만나는 공간이다. 주교 또는 대주교가 이끄는 2,800개 이상의 교구는 라고스 Lagos에서 마닐라 Manila, 디트로이트 Detroit까지 각지의 본당 네트워크를 감독한다. 본당에서 신자들은 미사에 참석하고, 결혼식을 올리고, 아이들을 (9만 5,000개에 달하는) 초등학교에 보낸다. 각 교구는 자체적으로 투자 및 재정관리를 하는 독립조직이기도 하다. 대도시 대교구도 마찬가지다. 매년 교구에서 바티칸으로 보내오는 금액은 상당하지만 대부분 선교활동이나 교황의 자선활동 비용으로 책정된다. 바티칸 운영지원을 위해 교구가 납부하는 헌금은 상당하지만, 바티칸 전체 재정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5%에 지나지 않는다.

교구 기부금이 재정에 기여하는 부분이 크지 않기 때문에 바티칸은 막대한 수입을 자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부족분은 신자들이 꾸준히 내는 헌금으로 보충한다. 바티칸의 기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 바티칸은 자체 법률, 법정, 상점, 치안경찰, 110명의 스위스 근위대로 구성된 군대까지 거느린 완전한 자주독립 국가다. 때문에 로마의 중심에 40피트 두께의 돌벽으로 둘러싸인 바티칸은 세계에서 가장 작은 국가라 할 수 있다. 국토는 110에이커에 지나지 않고(맨해튼 센트럴 파크 8분의 1 규모다), 총 국민 수도 837명에 불과하다. 바티칸에는 입법부가 없다. 지구상 마지막 절대 군주인 교황은 단독적으로 새로운 법을 공포하고, 정부부처를 신설 및 폐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임의로 직원을 고용하고 해고할 수도 있다. 국가 운영경비를 쓰고 남은 잉여 재정은 모두 교황의 재량에 따라 사용할 수 있다.

또 바티칸은 가톨릭 교회 행정의 최고중앙기관이다. 교황은 교황청(Curia)이라 불리는 대형 관료조직의 수장으로, 다양한 분야에 대한 영향력 행사는 물론, 교회 전반에 관한 각종 조언 및 지원을 할 수 있다. 교황청 내 가장 강력한 기구는 추기경들이 이끄는 9개의 성(省, Congregation)으로, 미국 정부의 내각 부서와 유사하다. 예를 들어 주교성은 전 세계적으로 3,000여 명에 달하는 주교 임명 관련 업무를, 시성성은 시복·시성 관련 업무를 관장한다.

재정적으로 바티칸은 ‘국가적 기능을 담당하는 바티칸 시국’과 ‘교황을 보필하는 교황청’이라는 2개의 사실상 독립된 조직으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바티칸 시국은 바티칸의 상업 서비스를 관리한다. 중간 규모의 시 정부와 닮았다. 시국은 탄탄한 수입원을 자랑한다. 시스티나 예배당 Sistine Chapel *역주: 미켈란젤로가 그린 천장화 ‘천지창조’로 유명하다을 끼고 있는 바티칸 박물관에서만 매년 1억 3,000만 달러의 수입을 거두고 있다(수입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또 바티칸을 찾는 관광객들은 매년 유로화로 표기된 기념주화를 220만 개나 구입하고 있다.

지난해 바티칸 시국은 3억 3,200만 달러를 지출하고 3억 7,700만 달러의 수입을 올려 4,500만 달러의 흑자를 냈다. 거의 매년 상당한 폭의 흑자를 기록하지만, 잉여금은 바티칸의 열악한 부분에 쓰이지 못한다. 잉여금은 자금부족을 겪고 있는 연금제도에 사용될 때가 많다. 또 박물관 확장과 구 건물 정비를 위한 예비 보유고로 귀속되기도 한다.

문제는 로마 교황청-공식 명칭은 홀리 시 Holy See다-에 있다. 교황청은 막대한 예산을 소비하면서 수익을 거의 내지 못하는 수 많은 조직들로 구성되어 있다. 바티칸 소식뿐만 아니라 교황의 연설 및 미사를 방송해 주는 바티칸 라디오 Vatican Radio는 33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연 3,700만 달러를 지출하지만, 광고 매출은 100만 달러에도 못 미친다. 바티칸 라디오의 적자가 워낙 커 바티칸 시국이 적자의 절반을 메워주고 있다. 113개국에 주재하는 교황청 대사관 운영 비용도 매년 3,000만 달러가 넘고 있다.

교황청 예산의 3분의 2는 2,886명의 직원들의 급여 및 수당, 연금 등에 지출된다(시국 직원을 모두 합치면 바티칸의 총 직원 수는 4,822명에 달한다). 바티칸의 급여 수준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의료보험 및 퇴직수당은 후한 편이다. 각 성과 위원회의 추기경 및 주교들은 상당한 주거비를 지원받긴 하지만, 연 4만 6,000달러라는 비교적 낮은 급여를 받고 일을 하고 있다. 사제와 수녀를 포함한 평신도 직원들도 낮은 급여를 받는 대신, 복지수당으로 부족분을 보상받고 있다. 중간 이하 직급의 근로자들의 평균 임금은 연 2만 8,000달러 정도다. 이탈리아 민간부문 근로자들의 평균임금 3만 7,800달러보다 25%나 낮은 금액이다. 하지만 바티칸 직원들은 소득세를 내지 않는다. 바티칸 직원들의 4분의 3은 평신도 근로자들이다. 25년 전 50% 미만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많아진 것이라 할 수 있다. 바티칸의 평신도 근로자들은 은퇴연령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사실상 일을 그만두지 않는다.


교황청은 2013년 3억 1,5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고 3억 4,800만 달러를 지출해 3,3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2007년 이후 총 누적 적자는 5,600만 달러다. 하지만 이런 수치들은 교황청의 재정 문제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다. 올해 지출액도 연금지급이라는 시급한 사안 때문에 큰 폭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연금지급은 거의 모든 서방 국가들이 겪고 있는 문제다. 바티칸은 1960년대 초 후한 확정급여형 퇴직연금을 도입했지만 30년이 지나서야 실제 연금펀드를 운용하기 시작했다.

교황은 지출 및 연금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직원 수를 줄이면서, 복지혜택 유지를 위한 재원조달을 늘리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교황은 지난 2월 고용동결 조치를 취하고 후한 초과근무수당제도 폐지를 명령했다. 이는 떠난 직원들의 대체 인력을 뽑지 않고, 성의 잉여 직원들을 재정관리처럼 인력수요가 증가하는 분야로 옮기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바티칸의 연금제도는 퇴직자들에게 은퇴 당시 급여의 80%를 향후 40년간 지급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했다시피 퇴직 전에 일을 그만두는 직원들은 거의 없다. 80%는 이탈리아의 평균 대체율(replacement rate) *역주: 일정 기간의 개인소득과 연금급여 간의 비율 72%보다 상당히 높은 비율이다. 하지만 교황은 이탈리아의 평균 연금보다 더 나은 연금혜택을 제공하는 것 자체는 문제 삼지 않고 있다. 그가 고민하고 있는 문제는 어떻게 연금펀드의 큰 적자를 메우는 것이다. 바티칸은 향후 수십 년 동안 1,750명의 은퇴직원들-그 외에도 수년간 확정급여형 퇴직연금에 돈을 넣어온 현 직원들-에게 막대한 금액의 연금을 지급해야 한다. 현 시점에서 앞으로 지급해야 할 액수는 현재 펀드가 올릴 수 있는 최대 수익을 크게 초과하고 있다.

바티칸 내부인사에 따르면, 현재 연금펀드의 부족액은 “수억 달러”에 달하고 있다. 오랫동안 바티칸의 연금펀드 부담금은 매우 낮은 수준이었으며, 직원이 납부하는 부담금도 임금의 6%에 지나지 않았다. 펠 추기경에 따르면, 바티칸의 퇴직연금은 아직 양호하다. 하지만 몇 년 내로 기금의 상당 부분을 다시 채워 넣어야 할 형편이다. 연금펀드 수익으로 향후 연금지급을 감당하기 위해선 10년 이상 연 3,000만~4,000만 달러씩 금액을 추가로 적립해야 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교황청의 또 다른 어려움은 (전체수익의 절반에 가까운) 투자 수익을 예측하기 어렵고, 수익률도 기대에 못 미친다는 점이다. 교황청의 안정적인 수입원 중 하나는 바티칸 은행(Istituto per le Opere di Religione, IOR)으로, 정기적으로 7,000만 달러의 운영 수익을 올리고 있다. 바티칸 재정에서 발견되는 가장 놀라운 특징은 주식, 채권, 부동산 등 포트폴리오 규모가 매우 작다는 것이다. 이탈리아 정부는 1929년 중앙 이탈리아 지역에 걸쳐있던 교황령 *역주: 가톨릭 교회의 영유지로 교황의 세속적 지배권이 미치는 지역을 60년 전 강제 몰수한 것에 대한 보상금 명목으로 바티칸에 9,200만 달러를 지급한 바 있다. 그리고 이 돈이 바티칸 초기 투자자본의 시드머니가 되었다.

오늘날 바티칸은 9억 2,000만 달러를 주식, 채권, 금 등에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미 연방준비은행에 보관된 바티칸의 금 보유량은 5,000만 달러어치에 불과하다. 바티칸이 보유 자산을 통해 올리는 수익은 1,500만 달러에서 2,500만 달러 정도로, 자산의 대부분을 MMA(Money Market Account)나 단기 국채에 투자하고 있다. 또 장부가 13억 5,000만 달러에 이르는 대규모 부동산 자산에서도 높은 수익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주요 부동산 자산으로는 대부분 로마 중심지에 위치한 아파트 2,000여 채, 역사적으로 가치가 높은 바티칸 주변 지구, 보헤미안풍의 세련된 트라스테베레 Trastevere 지역 등이 있다.

하지만 아파트의 대부분은 최소 임대료만 지불하는 주교, 신부, 평신도 직원들에게 임대되고 있다. 예컨대 저명한 추기경이나 성직자들은 멋진 비아 카르두치 Via Carducci 지역에 있는 아파트 20채 달린 건물을 거의 공짜로 사용하고 있다. 이 건물은 일반인들에게 임대하면 매년 100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일 수 있다. 지난 몇 년간 바티칸의 부동산 포트폴리오 수익은 연평균 3,300만 달러에 지나지 않았다.

현재는 바티칸 운영예산 중 세계 각지의 가톨릭 재단에서 보내오는 후원금 비중이 자체적인 부동산 및 증권 수입보다 큰 상황이다. 이 후원금이야말로 대단히 중요면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바티칸 재정의 큰 기둥이다. 포춘의 추산에 따르면, 지난해 바티칸이 각종 재단으로부터 기부 받은 금액은 8,500만 달러 이상이었다. 하지만 이런 자선 재단들은 대부분 비교적 적은 금액을 기부하고 있다. 예컨대 유명 가톨릭 경영자들로 구성된 레가투스 Legatus라는 단체는 매년 전체 연회비 수입의 10%에 해당하는 50만 달러를 교황에게 바치고 있다.

바티칸의 지속적인 수익 창출 방법으로 신규 지도부는 수익성이 큰 두 기관에 기대를 걸고 있다. 바로 박물관과 바티칸은행이다. 몰타 출신 자문가 자흐라는 “이 둘이 미래의 주요 수입원”이라고 강조했다.

박물관은 바티칸이 제대로 된 비즈니스를 하는 유일한 사업부문이다. 올해 박물관 관람객 수는 30년 전보다 3배나 증가한 550만 명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바티칸 박물관은 세계에서 5번째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박물관으로, 루브르 Louvre, 대영박물관 (British Museum) 같은 유명 박물관들과 어깨를 나란히하고 있다. 올해 방문객 수는 ‘프란치스코 교황 효과’ 덕분에 작년보다 100만 명이 더 늘어났다. 바티칸 박물관은 라파엘 Raphael의 프레스코화부터 레오나르도 다빈치 Leonardo da Vinci의 유채화 ‘광야의 성 히에로니무스(Saint Jerome in the Wilderness)’, 미켈란젤로의 시스티나 예배당 천장화까지 세계 최고의 걸작들을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펠 추기경과 개혁주의자들은 알려지지 않은 소장품들을 적극 활용해 더 많은 수익을 올리기를 희망하고 있다. 홍보 캠페인과 신규 전시를 통해 연 1억 3,000만 달러인 현 박물관 수입을 훨씬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려 하고 있다.

바티칸은행도 성장 가능성이 큰 사업으로 신성한 예금 및 대출업무를 맡고 있다. 바티칸은행의 기본 업무는 단순하면서도 필수적이다. 부유한 교구, 수도회, 자선단체들이 매년 개도국을 돕기 위해 헌금을 모아 이를 바티칸 은행에 (주로 현금을) 예치하고 있다. 바티칸은행은 이 돈을 개도국 곳곳으로 송금해 교회 및 학교 설립, 병원 운영, 성직자 월급 지급 등에 사용한다. 이곳은 바티칸 직원들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은행이기도 하다. 창구가 8개인 바티칸은행의 유일한 지점은 교황 니콜라스 5세 Nicholas V.가 건립한 중세 고딕풍 감옥 건물 내에 있다. 현금인출기는 모두 바티칸 시국 내에 설치되어 있고, 라틴어로 서비스가 제공된다. 바티칸은행의 기본 사업은 수익성이 매우 뛰어나다. 지난해 바티칸은행은 31억 달러 예치금에 대해 약 1%의 이자를 지급한 반면, 그 돈을 이자율 3.3%짜리 국채에 투자했다. 이에 따른 스프레드 수익(Spread income)만 7,000만 달러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단순한 업무에도 불구하고 바티칸은행은 각종 스캔들에 휘말려 왔다. 프란치스코 교황 아래 이 은행에 메스가 가해지고 있다. 최대 개혁은 만신창이가 된 은행이 본연의 역할을 하는 유용한 금융기관으로 변신할 수 있도록 재정비하는 것이다. 이는 현재 바티칸 재정 건전화 계획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바티칸은행이 가장 최근 겪은 문제는 2009년에 시작됐다. 유럽연합 외부 역외 은행인 바티칸은행은 돈세탁 방지를 위한 아무런 규정이나 규약도 갖고 있지 않았다. 바티칸은 이미 유로를 사용하고 있지만, 유로화 기념주화를 대량으로 판매하지 못했다. 하지만 기념주화는 새로운 수입원으로서의 가능성이 컸다. 때문에 바티칸은 2009년 ‘기념품점에서 기념주화를 팔 수 있는 대신 돈세탁 및 테러 자금 단속을 위한 엄격한 EU 정책을 따른다’는 내용의 특별 통화협약을 EU와 체결했다.

하지만 당시 바티칸은행 경영진에겐 EU와의 약속을 이행할 의지도 준비도 부족했다. 이탈리아 법에 따르면, 바티칸은행은 이탈리아 계좌로 송금한 고객의 신분을 금융당국에 알릴 의무가 없었다. 때문에 이 시스템을 악용하는 사례가 셀 수 없이 많았다. 금융당국이 바티칸은행에 송금고객의 신분을 요구할 때면 늘 ‘법적으로 그럴 의무가 없다’는 답변만 거듭했다. 바티칸은행의 보수주의자들은 은행 투명화에 완강하게 반대했다. 이에 이탈리아 중앙은행(Bank of Italy)은 거래은행들이 바티칸은행과 거래하지 못하도록 압박을 가했다. 그 결과 2012년 3월 JP모건체이스의 이탈리아 지점들이 바티칸은행과 거래를 중단했고, 이는 곧바로 세계 전 지점으로 확대되었다. 9개월 후 이탈리아 중앙은행은 ‘바티칸은행이 국제 돈세탁 금지법을 따르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며, 바티칸은행과 거래를 중단하라고 이탈리아 모든 은행에 다시 실력행사를 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바티칸은행은 2013년 초 부도 직전까지 가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되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두 명의 담당자를 임명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첫 번째 인물은 금융정보당국 소장 브뤼엘아르 Bruelhart(42)다. 그는 리히텐슈타인 Liechtenstein에서 반 돈세탁 운동(anti-money-laundering initiative)을 이끌었던 스위스 출신 변호사로, 바티칸 고위 성직자 중 보기 드물게 화려함을 드러내는 인물이었다. ‘바티칸의 제임스 본드’라는 별명이 무색하지 않게 깔끔히 손질한 검은 턱수염을 뽐내며, 맞춤 제작한 스리피스 정장(three-piece suit)을 즐겨 입었다. 금융정보당국의 임무는 바티칸 은행 내 의심스러운 거래를 감독하고, 바티칸은행이 EU를 비롯한 국제 규정을 준수하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브뤼엘아르는 초창기 국무원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혔다. 국무원은 외국 정부와의 정보교환에 관한 어떠한 조약도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조약은 브뤼엘아르의 임무 수행에 필수적인 것이었다. 결국 지난해 12월 프란치스코 교황은 국무원의 거부권을 폐기하고, 브뤼엘아르에게 전권을 보장했다. 한발 더 나아가 올해 6월에는 금융정보당국의 이사진 전체를 새 인물들로 교체하기도 했다.

두 번째 핵심인물은 에른스트 폰 프라이베르크 Ernst von Freyberg다. 그는 바티칸은행이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던 지난해 교황 베네딕토 16세에 의해 신임 바티칸은행장으로 임명된 인물로, 교황이 공식 사임한 날부터 업무를 시작했다. 그는 워싱턴 D.C.에 기반을 둔 규제감시 및 감사 전문기업 프로몬토리 파이낸셜 그룹 Promontory Financial Group에 바티칸은행 계좌 1만 9,000개의 감사를 의뢰했다. 그 결과 외부인이 소유한 755개 계좌(예치금 2억 5,000만 달러 이상)가 폐기됐다. 또 엄격한 기준에 입각한 연차 보고서를 두 차례 발표했다. 재무상태가 공개된 것은 바티칸은행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폰 프라이베르크는 지난 6월 사퇴해 가족이 운영하는 해운 사업에 복귀했다. 하지만 그의 업적은 전 세계 은행가들로부터 높은 인정을 받고 있다.

펠 추기경은 바티칸은행의 수익창출을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 바로 자산운용 사업에 뛰어드는 것이다. 교황의 허락을 얻어 펠 추기경은 바티칸의 모든 투자업무를 신설된 ‘바티칸 자산관리처(Vatican AsManagement, VAM)’로 집중시켰다. 자산관리처는 뮤추얼펀드 중역 출신이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차기 바티칸은행장으로 임명한 드 프랑쉬가 이끌고 있다.

펠 추기경과 프랑쉬는 가난한 국가를 비롯한 모든 교구와 수도회가 더욱 전문적인 자산관리를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고 있기 때문에 돈을 맡길 수 있는 자신관리처가 생기는 것을 환영할 것이라 판단했다. 자산관리처는 고객과 교회의 가치에 부합하는 소위 ‘윤리적 투자’라 불리는 영역의 전문기관으로 육성될 예정이다. 자산관리처에서 수십억 달러를 운용하게 되면 바티칸은 매년 수백만 달러의 수수료 수익을 올릴 수 있다. 펠 추기경은 “바티칸은행의 미래는 자산관리”라고 천명하기도 했다.

펠 추기경은 일주일에 두 차례 성녀 마르타의 집을 방문해 교황에게 자신들이 직접 선정한 금융 전문가 팀의 성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추기경은 교황을 ‘빈틈 없는 전형적 예수회 사람’의 모범이라고 말한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민중의 교황‘이라는 고귀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선 지속적으로 재정 문제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바티칸의 자산
많은 사람들은 바티칸이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기업으로 치면, 바티칸의 매출은 포춘 500대 기업 근처에도 못 미친다. 바티칸의 총 운영 예산은 약 7억 달러이며, 지난해 1,150만 달러의 재정 흑자를 기록했다. 바티칸의 가장 가치 있는 자산-그중 일부는 세계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이다-은 사실상 가격을 매기기 어렵고 판매도 불가능하다. 보유자산을 자세히 살펴보자.

투자: 주식, 채권, 금으로 구성된 포트폴리오 가치는 9억 2,000만 달러다.
부동산: 로마에 있는 아파트 2,000여 채를 포함한 보유 부동산 가치는 13억 5,000만 달러로 추산된다.
바티칸은행: 장부가액으로 9억 7,200만 달러를 보유하고 있다.
예술품: 가치를 매길 수 없는 보물들이 많다. 바티칸박물관은 연 1억 3,0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린다. 대표 소장품들로는 미켈란젤로가 시스티나 예배당에 그린 프레스코화(위 사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 ‘광야의 성 히에로니무스’, 카라바조 Caravaggio의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예수(Deposition from the Cross)’, 단두대로 끌려가기 전 마리 앙투아네트 Marie Antoinette가 썼던 편지, 그리고 마틴 루터 Martin Luther를 파문한 교황 교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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