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MOST POWERFUL WOMEN]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기업인 아시아·태평양 지역 14위<br>뚝심과 감성 리더십으로<br>그룹 안정화 초석 쌓는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좌우명은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자’다.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던 시아버지 정주영 고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경영 철학을 고스란히 자신의 것으로 이어받았다. 현 회장은 항상 “누구나 사람은 실수를 한다. 그리고 실수를 통해 배워나갈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매 순간 얼마나 최선을 다하느냐다”라고 강조해왔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현 회장의 ‘뚝심 리더십’과 여성 특유의 섬세한 ‘감성 리더십’은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에 놓였던 현대그룹을 다시 뛰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미국 포춘이 선정한 ‘2014 가장 영향력 있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여성 기업인(The Most Powerful Women of Asia-Pacific)’ 25명 중 14위에 올랐다. 이는 국내 여성 기업인 가운데 가장 높은 순위다. 현 회장이 이번 순위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던 데에는 국내 대표 여성 경영자로서 경협사업을 기반으로 남북관계 개선에 기여하고 적극적인 자구노력을 통해 현대그룹의 재도약 발판을 마련한 점이 크게 작용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지난 11년간 ‘고난의 행군’을 계속했다. 지난 2003년 남편 정몽헌 회장의 갑작스런 사망을 계기로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현 회장은 그룹 총수라는 막강한 책임을 떠맡았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그룹 총수에 오른 현 회장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숱한 악재들뿐이었다. 당시 현대가는 이른바 ‘왕자의 난’으로 일컬어지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고(故)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의 갈등이 막 봉합된 시점이었다. 그리고 2003년 정몽헌 회장 사망 직후에는 정주영 명예회장의 동생이자 현정은 회장의 시숙부인 정상영 KCC 명예회장과 현대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시숙의 난’을 겪어야 했다. 뒤숭숭한 현대가의 갈등은 2006년 정몽준 회장이 이끄는 현대중공업그룹의 현대상선 지분 매입으로 불거진 ‘시동생의 난’으로까지 이어졌다.

그때마다 현 회장은 특유의 ‘뚝심’을 발휘했다. 현 회장은 ‘시숙의 난’ 당시 현대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해온 현대엘리베이터 ‘국민주’ 발행이라는 파격적인 카드를 내밀었다. 현대엘리베이터 소유권을 잃는 상황을 감수하고서라도 현대그룹을 지켜내겠다는 단호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결국 주주들이 현 회장의 손을 들어줘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현대중공업그룹과의 경영권 분쟁에서도 현 회장은 현대엘리베이터를 통해 파생상품 회사와 계약하고 우호지분을 확보해 경영권을 사수했다.

대북사업 고착화도 현 회장에게 다가온 악재 중 하나였다. 남북관계 경색으로 시아버지인 정주영 명예회장과 남편 정몽헌 회장이 닦아놓은 대북 사업이 멈출 위기에 처한 것이었다. 결국 현 회장은 지난 2009년 8월 벼랑 끝에 놓인 대북사업의 정상화를 위해 방북길에 올랐다. 당시 2박 3일 일정으로 계획된 방북일정은 다섯 차례 연장 끝에 7박 8일로 늘어났고, 김정일 위원장과의 전격 면담을 이뤄내기에 이르렀다. 현 회장의 ‘뚝심’과 ‘강단’이 이뤄낸 결과물이었다.

이 같은 현 회장의 ‘뚝심 리더십’은 숱한 악재를 극복하고 그룹 성장의 초석을 닦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 업계 내 정설이다. 실제로 지난 2003년 5조 4,000억 원대였던 그룹 매출액은 지난 2012년 기준 11조 7,000억 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취임 초기부터 현 회장이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던 현대그룹의 안정화는 지금까지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오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

현 회장의 도전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현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올해를 새로운 10년, 제2기 신경영을 구축하는 원년으로 만들자”며 새로운 경영 의지를 다진 바 있다. 특히 그녀는 글로벌 스탠다드를 지향하는 모습을 통해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경기와 트렌드에 대응하자고 강조했다.

이미 현대상선과 현대엘리베이터 등 현대그룹의 주요 계열사는 글로벌 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상선은 방대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세계 최대 해운동맹 ‘G6’와의 협력을 기존 유럽에서 미주 지역까지 확대하며 글로벌 영업망 확대에 나서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 역시 중국, 브라질에 현지 공장을 운영 중이며, 해외법인 및 대리점 확충에 집중하고 있다.

현 회장은 ‘뚝심 리더십’ 외에도 ‘감성 리더십’으로 그룹을 이끌고 있다. 사실 과거 현대그룹의 이미지는 정주영 명예회장 당시부터 ‘투박하고 남성적’인 느낌으로 비쳤다. 이는 건설·조선·자동차 등 장치산업을 주로 하는 옛 현대그룹 주력의 사업적 속성과도 무관치 않았다.

하지만 현 회장은 이 같은 투박하면서도 남성적인 현대그룹의 기업문화를 세련되고 부드러운 이미지로 변신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성 특유의 섬세함으로 수능을 치른 임직원 자녀에게 목도리를 선물하고, 복날에는 그룹 임원 및 가족들에게 삼계탕용 닭 900여 마리를 선물로 보내기도 했다. ‘세 자녀의 엄마’ 현 회장이 섬세한 손길로 임직원의 정서를 자극하고 동시에 사기를 끌어올려 그룹 전체에 활력을 주고 있는 셈이다.

현 회장의 향후 목표는 명확하다. 급변하는 글로벌 경기에 맞춰 생존역량을 확보하고 경영 효율성을 극대화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혁신의 근본을 다지기 위해선 과감한 결단으로 숱한 역경을 이겨낸 선대(先代) 회장들의 혼이 살아 숨 쉬는 조직문화를 다시 세워야 한다고 믿고 있다.


현정은 회장은…
1955년 서울 출생
1972년~1979년 : 이화여자대학교 사회학 학사·석사
1983년~1998년 : 걸스카웃 연맹 국제분과위원, 중앙육성위원
1998년~2007년 : 걸스카웃연맹 중앙본부 이사
2005년~2007년 :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위원
2003년~ : 현대그룹 회장

<수상 경력>
2010년 한국여성단체협의회 김활란 여성 지도자상
2013년 브라질 정부 리오 브랑코 훈장
2013년 이화여자대학교 자랑스러운 이화인상
2014년 포춘 가장 영향력 있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여성 기업인 14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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