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FORTUNE KOREA 500] ‘포춘코리아 500’으로 본 2013년 국내 기업 성적표

세계 500대 기업보다 부진<br>실적 편중 현상 더욱 심화됐다

몇몇 대기업의 독식 현상이 더욱 두드러졌다. 재계 전반적으로 큰 성장을 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그나마 실속도 일부 기업에 편중됐다.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2013년 한 해 동안 포춘코리아 500대 기업이 올린 매출 총액은 2,555조 9,588억 원으로 2012년에 비해 35조 1,923억 원(1.4%) 늘었다. 총액이 늘긴 했지만 전 년에 비해 증가 속도는 둔화됐다. 전년에 기록한 매출총액 상승분(2011~2012년 증가율)은 155조 319억 원(6.6%)이었다.

당기순이익 총액은 3년째 감소했다. 2013년 83조 8,326억 원을 기록해 2012년에 비해 8조 1,740억 원 줄었다. 2012~2013년 당기순이익 증가율은 -8.9%로 2011~2012년-10.6% 에 비해 조금 개선됐다. 그나마 하락속도가 줄었다는게 긍정적이지만, 속사정을 따져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중앙값을 보자. 중앙값은 순위 정중앙에 위치한 값이다. 일반적으로 통계나 회계에선 평균값보다 중간값을 활용해 전체적인 경향을 판단한다. 한두 개 매우 크거나 작은 값으로 인해 평균값이 편향될 수 있기 때문에 중간값이 선호되는 것이다.

2012~2013년 당기순이익 증가율의 중앙값은 -16.7%로 2011~2012년 -7.1%에 비해 10% 포인트 가까이 후퇴했다. 그렇다면 당기순이익 총액에 비해 증가율 중앙값이 더 큰 폭으로 떨어졌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이는 몇몇 특출한 성과를 낸 기업을 제외하면 기업 전반적으로 실적이 빠르게 악화 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 2012~2013년 삼성전자 당기순이익 증가액은 29조 8,000억 원가량이었는데, 이 증가액이 없었다면 500대 기업 전체 당기순이익 총액은 더욱 큰 폭으로 추락했을 것이다. 매출액 증가율 중앙값 역시 2012~2013년 2.4%로 전년의 7.0%보다 둔화되었다.

그렇다면 주요 순위는 어땠을까. 삼성전자가 2009년 시작한 포춘코리아 500 집계 이래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삼성전자가 2013년에 거둔 매출액은 228조 6,927억 원으로 전년대비 13.7% 성장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전년 대비 28.6% 증가한 29조 8,212억 원을 기록해 단연 톱을 유지했다.

그 뒤를 이어 SK와 현대차가 각 112조 원과 87조 원대 매출로 2, 3위를 3년째 고수했고, SK이노베이션, 포스코, LG전자, 현대중공업, 한국전력공사, 기아차, GS칼텍스 등이 차례로 톱 10 리스트에 올랐다. 이 중 매출이 성장한 기업은 5곳뿐이었다.

삼성전자, 현대차, LG전자, 한전, 기아차만이 지난해 성공적으로 매출을 키웠다. 그 가운데 당기순이익이 증가한 곳은 삼성전자와 LG전자, 한전 단 3곳이었다. LG전자의 당기순이익은 1,768억 원으로, 전년보다 무려 91.3% 성장해 눈길을 끌었다.

그렇지만 이를 사업성과로 보긴 어렵다. 이전까지 세무상 비용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회계상으로만 비용 처리를 했던 금액을 2013년부터 세무상 비용으로도 인정받아 법인세 중 921억 원을 절감했다. 당기순이익 중 약 과반 금액이 이에 기인한 셈이었다.

2012년 3,000억 원대 손실을 기록한 한전은 요금 인상과 자구노력의 결과로 2013년에 600억 원 소폭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10대 기업 중 사업 외형과 내실이 모두 크게 성장한 곳은 삼성전자 한 곳뿐이었다. 스마트폰 사업이 견인차였다. 하지만 2014년 들어선 상황이 바뀌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삼성전자도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는 곧 삼성전자 실적에 크게 영향받고 있는 재계 주요 지표에도 암울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연결범위 변화에 따른 순위 변화

신규진입과 탈락기업, 순위변동기업 및 급성장기업 등을 보면 기업의 성장과 침체, 경영 상황 등 재계의 지각변동에 대해서도 조망할 수 있다. 올해는 특히 기업회계기준이 개정되면서 순위의 부침이 많았다. 김병도 서울대 경영대학장은 말한다. “새로운 기업회계기준(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 제1110호)에 따르면, 자회사 연결 여부를 결정할 때, 지분율이 50%를 넘는지 여부를 따르지 않고, 2012년까지 과거 의결권 행사 전례를 참고해 과반수 의결권을 행사해 왔다면 연결범위에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그 결과 연결범위 변화가 달라져 (올해 발표한 포춘코리아 500) 순위 변화가 컸습니다.”

신규진입과 순위 탈락 기업은 각 50곳씩이다. 신규진입 기업 중 순위가 가장 높은 곳은 한진해운홀딩스(53위)로, 이 회사는 2013년 연결재무제표를 신규로 공시하기 시작하면서 100위권 내에 진입했다. 현대로템(124위)은 2012년엔 현대자동차의 비상장 종속회사였기 때문에 순위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2014년 5월 주식시장에 상장됨에 따라 올해 신규 진입했다. 인터파크는 아이마켓코리아를 자회사로 편입시키면서 신규로 138위에 올랐다. 이 외에도 대상홀딩스는 대상을, AK홀딩스는 애경유화와 제주항공을, 엑사켐은 이수화학 등을 종속회사로 편입시키면서 각각 142위, 176위, 185위로 새로 리스트에 진입했다.

한편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STX조선해양(2012년 77위)과 STX(2012년 78위)는 감사인이 적정 의견을 표명하지 않아 순위 산정에서 제외됐다. 제일모직(2012년 80위)은 2013년 11월 패션사업부를 매각하고 2014년 7월 삼성SDI로 흡수합병되어 법인이 해산됐다.

순위 상승 폭이 가장 큰 기업은 도시바일렉트로닉스코리아로 전년 454위에서 277위로 177계단 뛰어올랐다. 매출액은 1조2,593억 원으로 전년에 비해 76.9% 성장했다. 순위 하락 폭이 큰 기업 중엔 유독 금융사가 많았다. 동양증권(전년 139위→올해 315위)을 비롯해 한화투자증권(117→420), 우리아비바생명보험(87→344), 대신증권(85→235), NH농협증권(83→372) 등 많은 금융사가 부진한 성적을 올렸다. 이는 회계 결산월을 변경한 데 따른 일시적인 현상으로 해석된다. 김병도 서울대 경영대학장은 설명한다. “지금까지 자본시장법 시행규칙상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금융투자회사의 결산월은 3월 말로 강제되어 있었습니다. 모회사와 결산월이 다른 금융투자회사의 경우 연 2회 감사를 받아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죠. 이러한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금융위원회는 결산월을 3월 말과 12월 말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게 했고, 많은 금융회사들이 주주총회를 거쳐 결산월을 12월 말로 변경했습니다.”

2013년부터 결산월을 12월로 바꾸게 되면 2013년 회계기간은 4월부터 12월까지 9개월간이 되고, 2014년부터 완전한 12개월이 된다. 2013년 포춘코리아 500에 선정된 금융투자회사 중에선 삼성생명보험(15→27) 등 36개 금융회사들이 결산월을 12월로 변경해 9개월치 실적만 반영되었다. 36개 금융사 매출액 합계는 전년에 비해 50조 원 가까이 줄어 평균적으로 약 24% 하락했다. 매출액을 9개월치만 반영했기 때문에 24% 줄어든 건 합리적인 수치라 할 수 있다. 단 미래에셋캐피탈은 9개월치만 반영됐음에도 매출액이 증가했다. 회계기간 변경으로 인한 감소분 50조 원은 500대 기업 매출총액 중 2.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급성장기업을 살펴보자. 지난 1년간 당기순이익이 가장 크게 증가한 기업은 메트라이프생명보험(273위)이었다. 2013년 당기순이익 566억 원으로 전년대비 1,008% 증가했다. 영업비용을 크게 절감해 당기순이익이 크게 늘었다.

그 다음으로 당기순이익이 급성장한 기업은 KPIC코포레이션(246위)이었다. 2013년 841억 원으로 전년대비 772.7% 증가했다. 이 회사는 이순규 대한유화공업(198위) 회장 부부가 KPIC코포레이션의 지분 100%를 소유한 개인회사로, 이 회장은 KPIC코포레이션을 통해 대한유화공업의 경영권을 쥐고 있다. KPIC코포레이션은 2013년 말 이 회장의 개인회사이자 대한유화공업의 지주사인 유니펩을 흡수합병하며 대한유화공업의 최대주주가 되었다. 그 결과, 2013년 대한유화공업에서 발생한 이익이 KPIC코포레이션의 영업외수익(지분법이익)으로 반영돼 당기순이익이 크게 증가했다.

매출액이 1년간 가장 크게 증가한 기업은 엑사켐(185위)이었다. 2013년 2조 1,199억 원을 기록해 전년대비 846.8% 늘었다. 엑사켐은 김상법 이수그룹 회장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개인회사로, 김 회장은 엑사켐을 통해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엑사켐은 이수그룹의 지주회사인 ㈜이수의 지분 67.4%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2013년 이수가 이수화학을 종속회사로 편입시키며 포춘코리아 500 리스트에 신규 진입했다. 이수가 이수화학을 종속회사로 포함시킨 것(기업회계기준서 제1110호를 적용) 역시 지분이 50%를 넘지 않아도 실질적인 지배를 하는 경우 종속 회사로 편입시킨 결과다. 기업회계기준서 제1110호 때문에 기업의 지배구조가 좀 더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이익성과가 좋은 기업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당기순이익이 가장 큰 기업은 삼성전자로 29조 8,212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당기순이익 모두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 현대차(3위, 8조 5,418억 원)와 기아차(9위, 3조 8,171억 원), 현대모비스(13위, 3조 4,215억 원) 등 현대차그룹 3개사가 차례로 높은 이익 성과를 거뒀다.

매출액 대비 당기순이익률 부문에선 네이버(171위)가 82.1%로 1위를 차지했다. 2위 현대하이스코(101위, 39.8%)와 큰 차이를 보이며 가장 많은 실속을 챙겼다. 500대 기업 당기순이익률 중앙값이 2.1%라는 점을 고려하면 엄청나게 장사를 잘한 셈이다. 한편 현대하이스코(101위)는 자기자본이익률(230.2%) 부문에서 가장 높은 성적을 올렸다.

자산 1원당 매출액(매출액을 총자산으로 나눈 값)은 프라임 글로벌(480위)이 36.3원으로 가장 높았고, 순자산 1원 대비 매출액(매출액을 순자산으로 나눈 값) 역시 프라임글로벌이 166.1원으로 가장 높았다. 직원 1인당 매출액(매출액을 직원 수로 나눈 값)은 평화크랏치공업(232위)이 1조 5,048억 원으로 가장 두드러졌다.

포춘코리아 500을 포춘 글로벌 500과 비교해보면, 한국 경제가 세계 경제 흐름에 비해 다소 뒤처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포춘이 올해 발표한 포춘 글로벌 500 리스트를 보면 전체 매출이 전년대비 2.5% 증가하고 당기순이익 역시 27% 올랐다. 딱히 중앙값을 발표하진 않았지만 포춘 측은 “글로벌 비즈니스가 돌아왔다...온갖 종류의 기록을 새로 썼다”며 세계 500대 기업의 뚜렷한 실적 향상을 평가한 바 있다. 국내에선 올해 17개 기업이 글로벌 500에 이름을 올리며 사상 최다를 기록했지만, 이 중 11개 기업의 순이익이 감소했다. 숫자 속에 숨어 있는 위험신호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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