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MOST POWERFUL WOMEN] 권선주 IBK기업은행장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기업인 아시아·태평양 지역 15위<br>기민한 추진력과 리더십<br>사업 재창조는 나의 힘!

권선주 IBK기업은행장이 포춘이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아시아·태평약 지역 여성 기업인’ 15위에 올랐다. 올해 초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기업인 50인’ 중 47위에 이름을 올린 데 이어 두 번째다. 권 행장의 능력은 그의 현재 자리가 가장 잘 보여주고 있다. 보수적인 국내 은행 업계에서 사상 첫 여성 은행장으로 이름을 올린 것 자체가 권 행장의 능력을 압축적으로 대변하고 있다. 그는 포춘이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기업인’들의 강력한 특징으로 꼽고 있는 재창조 능력과 기민함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


금융기업들의 경영환경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저금리 기조로 대출 이자율과 유가증권 수익률이 꾸준히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월에는 8월에 이어 또다시 기준금리가 0.25%p 인하되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기업 활동 위축도 문제다. 장기간 이어지는 불황에 기업들은 사업 확장 대신 대출금을 조기 상환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금융기업, 특히 은행사들은 전체 대출 규모가 줄면서 이자 수입도 줄어들어 이자율 하락과 함께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 같은 환경에서 ‘다른 국가의 영향력 있는 여성들이 어떻게 위기를 극복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미국 포춘 기사는 국내 금융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미국 포춘은 이들 여성에게서 재창조라는 공통된 능력을 발견하고, 이 같은 재창조 능력을 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여러 가지 핵심 능력 중 가장 중요한 능력으로 간파하고 있다.

권선주 IBK기업은행장이 ‘가장 영향력 있는 아·태 지역 여성 기업인’ 순위권 신규 진입(포춘은 올해 처음으로 아·태 지역과 EMEA 지역을 나눠 각각 25명씩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기업인을 선정했다)에 성공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권 행장이 그동안 보여준 행보는 재창조의 연속이었다. 그가 한 일들이 아주 새로운 내용은 아니었지만, 권 행장은 재창조 능력을 통해 훨씬 진일보한 성과들을 만들어냈다.

강력한 추진력으로 밀어붙인 창조금융

IBK기업은행은 최근 창조금융사라는 멋진 별칭을 얻었다. 지난해 12월 국내 첫 여성 은행장으로 취임한 권 행장이 창조금융 실현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고 또 괄목할 만한 성과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권 행장은 취임과 동시에 창조금융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사실 권 행장의 창조금융은 아주 독창적인 것은 아니었다. IBK기업은행의 창조금융 주요 내용인 기술평가 역량 강화, 지식재산금융 활성화, 문화콘텐츠 산업 육성, 창조기업 육성 등은 박근혜 정부 초기 ‘창조경제 시대 금융의 역할’이란 이름으로 자주 논의되고 회자되던 내용들이었다.

권 행장의 행보가 돋보이는 건 그가 이런 막연한 내용의 창조금융을 구체화하고 현실화시켰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재창조를 했다고 할 수 있다. 몇 가지 사례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IP(Intellectuall Property·지적재산권) 사업화 자금 대출’ 출시가 가장 눈에 띄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지난 4월 2일 출시한 이 상품은 시중은행 최초의 특허권 담보 대출 상품으로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12월 취임식에서 기술금융에 대한 기업은행의 역할을 강조한 뒤 만 3개월 만에 나온 결과물로, 권 행장의 추진력과 기민함을 엿볼 수 있는 상품이다. 권 행장은 미국 포춘이 재창조 능력과 함께 영향력 있는 여성들이 갖춰야 할 덕목 중 하나로 강조한 기민함까지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문화콘텐츠 사업을 수익 창출의 도구로

권선주 행장은 문화콘텐츠 산업 육성에선 더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특히 돋보이는 건 IBK기업은행의 정체성을 살린 금융 지원 부문이다. 문화콘텐츠 중소기업들은 특정할 담보물이 없고 또 사업 성공 여부가 불확실해 이들 기업에 대한 제1금융권의 금융 지원은 거의 전무한 상태였다. 하지만 최근 IBK기업은행은 대출 등 단순한 금융 지원이 아닌 투자의 개념으로 이 문제에 접근함으로써 문화콘텐츠 산업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권 행장은 문화콘텐츠 산업 육성도 철저히 비즈니스적인 관점에서 접근했다. 문화콘텐츠 사업 육성은 국가적 과제이긴 했지만 무리하게 부실률을 올리면서까지 지원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권 행장이 선택한 방법은 성공 가능성이 큰 문화콘텐츠를 제대로 발굴하는 일이었다. 막무가내식 퍼주기가 아니라 성공할 수 있는 기업과 사업에만 전략적으로 지원과 투자를 진행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결과는 놀라웠다. IBK기업은행은 8월 현재 문화콘텐츠 분야에 1,915억 원을 지원, 6.7%에 이르는 놀라운 투자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올해 ‘명량’, ‘군도’, ‘신의 한 수’ 등 영화와 ‘예쁜 남자’, ‘왔다 장보리’, ‘앙큼한 돌싱녀’ 등 TV 드라마 제작을 지원, 사업 첫해 성공적인 퍼포먼스를 이어나가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올해부터 2016년까지 3년간 문화콘텐츠 산업에 매년 2,500억 원씩 7,500억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업계는 권 행장의 문화콘텐츠 지원 사업 결과에 적잖이 놀라는 눈치다. 금융권에서 문화콘텐츠 산업 육성은 사실상 정부가 던져준 숙제나 마찬가지였다. 수익률이 아닌 부실률을 걱정해야 하는 사업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업에 IBK기업은행이 수천억 원의 예산을 편성한 것도 놀라운 일인데 거기서 수익까지 얻고 있으니 다른 금융사들로선 놀랄 수밖에 없는 일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IBK기업은행이 CJ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떠오를 것이란 우스갯소리도 나오고 있다.

기업은행 입사에서 행장이 되기까지

권 행장이 취임 첫해 진일보한 결과물들을 내놓으면서 시장은 그의 리더십과 추진력, 그리고 그 배경에 많은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평범한 행원이었던 권 행장이 리더로서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기 시작한 건 2005년, 그가 기업은행 CS센터 센터장을 맡으면서부터였다. 부드러워 보이는 인상과 달리 당시 그가 보여준 의외의 조직 장악력과 사업 추진력은 조직 구성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리더로서의 능력을 어필한 권 행장은 이후 승승장구했다. 센터장 2년 만에 PB사업단 부단장까지 올라갔다. 그 후에도 길면 2년, 짧으면 몇 개월 만에 속성 진급을 거듭했다. 그가 비중 있는 직책을 처음 맡았던 센터장 이후 2011년 부행장이 되기까지는 채 6년이 걸리지 않았다. 2012년에는 리스크관리본부 본부장까지 겸하면서 리스크 관리 및 대책 능력도 인정을 받았다.

권 행장은 이듬해인 2013년 12월 국내 최초 여성 은행장이 됐다. 기업은행 입사 35년 만이었으니 전체 경력으로 따지면 아주 빠른 진급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가 실제 중요 직책을 맡은 게 2005년부터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초고속 승진이었다고 해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현재 IBK기업은행장이라는 그의 자리는 권 행장의 리더십 능력을 방증하는 가장 강력한 증거로 작용하고 있다. 포춘의 ‘가장 영향력 있는 아·태 지역 여성 기업인’에서 가장 많은 기업인을 배출한 산업이 은행과 기술 분야였지만 국내 사정은 전혀 다르다. 은행은 국내에서 가장 보수적인 업종으로까지 치부되고 있다. 여성 임원조차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상황에서 유일한 여성 은행장으로 이름을 빛낸 것 자체가 권 행장의 능력을 대변한다고도 볼 수 있다. 앞으로 그가 만들어갈 IBK기업은행의 미래가 사뭇 기대된다.


권선주 행장은…
1956년 전주 출생
1974년~1978년 : 연세대학교 영문학과 학사
1978년 : 기업은행 입사
2005년 : 기업은행 CS센터 센터장
2012년 : 기업은행 리스크관리본부 본부장, 부행장
2013년~ : 제24대 기업은행 은행장

<수상 경력>
2014년 포춘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50인
2014년 포춘 가장 영향력 있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여성 기업인 15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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