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벤처인 Talk! Talk!] 박수근 NBT파트너스 대표

[VENTURE] “캐시슬라이드는 강력한 앱<br>해외에서 카피 캣까지 나왔죠”

지난해 국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시장을 강타한 하나의 키워드는 바로 ‘리워드 앱’이다. 앱 내 콘텐츠를 통해 돈을 벌 수 있는 ‘리워드 앱’은 이른바 ‘앱테크’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그리고 단연 리워드앱 시장의 선두주자는 바로 스마트폰 첫 화면 앱 ‘캐시슬라이드’다. 2012년 11월 출시 이후 2년여 만에 1,000만 사용자를 확보한 캐시슬라이드는 미국·중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유사 앱이 등장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캐시슬라이드를 개발한 NBT파트너스의 박수근 대표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사진 김태환 marunee0@gmail.com


지난 10월 2일 서울 강남에 위치한 NBT파트너스 본사를 방문했다. 사무실 입구에서 기자를 처음 반긴 것은 캐시슬라이드 대표 캐릭터였다. 카카오, 라인 등 굴지의 스마트폰 앱이 대표 캐릭터를 갖고 있듯이, 캐시슬라이드도 귀엽고 깜찍한 캐릭터를 보유하고 있다. 치미(토끼), 쿵(곰), 핑(돼지), 망망(노란 강아지) 등 캐릭터 4종은 사용자들에게 좀 더 가깝게 다가가려는 캐시슬라이드, 나아가 NBT파트너스의 의지를 보여준다는 것이 박수근 대표의 설명이다.

박수근(29) NBT파트너스 대표는 벤처업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사업성과를 거둔 CEO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 2012년 11월 캐시슬라이드 출시 이후, 2014년 10월 기준 1,000만 사용자를 확보했다. 일일 사용자는 280만 명으로 안드로이드 전체 앱 중 10위 수준. 이는 전체 모바일 포털 중 네이버, 다음 순으로 많은 일일 사용자다. 하루 평균 페이지뷰는 네이버앱 페이지뷰의 2배 수준인 9,000만 건에 육박한다. 지난 2013년 연 매출액은 200억 원을 기록했다. 지금도 매월 꾸준히 2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대규모 투자도 이어졌다. 지난해 7월에는 CJ, 다음커뮤니케이션(현 다음카카오) 등 3개 업체로부터 약 40억 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서비스 출시 6개월여 만에 대규모 투자를 받는 경우는 벤처 업계에서 상당히 이례적인 경우다.

박 대표가 말하는 캐시슬라이드의 급성장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박 대표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아이디어 발굴”이라고 말한다.
“당시만 해도 스마트폰 첫 화면은 그냥 버리는 공간이었어요. 잠금 해제가 전부였죠. 너무 아깝더라고요. 첫 화면을 잘 활용하면 충분히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의 사업스토리의 시작은 대학교 1학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대 경영학과에 입학한 박 대표는 1학년 때부터 창업에 목말랐다. 벤처로 성공을 거둔 선배들의 경험담을 들으며 막연히 창업을 동경했다.

박 대표에게 첫 기회가 찾아온 때는 지난 2008년이다. 당시 박수근 대표는 선배들과 함께 2G 모바일 쿠폰을 제작하는 벤처기업 ‘이토프’를 창업했다. 하지만 이토프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박 대표는 역시 6개월 만에 학교로 복귀, 학업에 전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창업에 대한 열망은 여전했다.

그가 2010년 졸업 후,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입사한 이유도 훗날 창업을 위한 밑그림을 그리기 위해서였다. 박 대표는 “경험 없이 맨몸으로 창업을 하는 것은 위험요소가 따를 것이라 생각했다”며 “컨설팅 회사에서 큰 그림을 그리다 보면 자연스레 창업의 로드맵을 그릴 수 있을 거라 믿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직에 얽매여 있는 직장인 박 대표에게 창업 준비는 결코 쉽지 않았다. 현재 주어진 이슈에 몰입하다 보니 정작 창업에 대한 로드맵을 그릴 시간조차 없었다.

그는 ‘보다 큰 다음 그림(Next Big Thing)’을 그리고 싶었다. 그리고 그는 BCG동료 2명, 그리고 카이스트(KAIST) 출신 개발자 1명과 함께 ‘NBT파트너스’라는 이름의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Next Big Thing에서 따온 NBT파트너스라는 이름에는 박대표가 꿈꾸는 큰 그림을 고스란히 담았다.

“자, 이제 창업은 했다. 그런데 이제 뭘 해야 할까?”
의기투합한 젊은 4인방이 창업 이후 나눈 첫 대화다. 사실 그들에게 뚜렷한 사업아이템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아이디어 창출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몇 날 며칠을 고민했다. 그리고 며칠 후, 그들의 사업 계획서에는 ‘스마트폰 첫 화면’이라는 아이템이 담기게 된다.

“하루 동안 일반인들이 스마트폰의 잠금 화면에서 잠금해제를 하는 횟수가 평균 50번 정도라고 합니다. 잠금해제 후 수많은 앱이 구동되지만 정작 가장 기본인 잠금화면은 그냥 지나치게 되죠. 별 게 없으니까요.”

사실 스마트폰 잠금 화면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은 그전부터 많았다. 스마트폰 화면 꾸미기(론처)앱이나 배경화면 앱 등 다양한 시도 역시 이미 진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박 대표는 기존에 없던, 그리고 보다 심플하면서도 확고한 사업모델을 만들고 싶었다. 잠금 화면에 가치 있는 콘텐츠를 싣게 된다면 스마트폰 첫 화면을 모바일 포털화 시킬 수 있다는 아이디어에 확신이 생겼다. 그래서 나온 플랫폼이 바로 ‘캐시슬라이드’다.

캐시슬라이드는 스마트폰 잠금 화면을 활용한 모바일 앱이다. 잠금 화면에서 광고 및 콘텐츠를 전면으로 노출하고, 사용자가 잠금 해제 시 지정한 페이지로 이동하게 된다. 사용자는 잠금 화면 해제를 통해 적립금과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적립금은 자체 쇼핑몰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또 광고주는 디바이스 정밀 타깃팅을 통해 효과적인 광고 노출이 가능하다.

아이디어는 좋았다. 하지만 캐시슬라이드 역시 출시 초기에는 광고주들의 외면을 받았다. 스마트폰 잠금화면에 광고를 싣는 것이 어떤 효과를 가져다줄지 확신이 없는 시기였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일일이 광고주들을 찾아다니며 캐시슬라이드의 장점과 예상 광고효과를 프리젠테이션 하기 시작했다.

“잠금화면을 광고 플랫폼으로 활용한다는 인식이 전혀 없던 시기였습니다. 데이터 자료를 들고 다니며 광고주 한 명 한 명을 찾아가 설득해야만 했죠. 모바일 광고에 대한 예산 자체가 편성돼 있지 않은 회사들을 하나하나 설득해 나가는 것이 처음에는 정말 어려웠습니다.”

“한번 광고 집행을 해 본 광고주들이 잠금화면이 얼마나 효율적인 매체인지 깨닫게 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효과를 본 광고주들의 입소문을 타고 문의가 쇄도했죠. 그 과정 속에서 캐시슬라이드도 같이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캐시슬라이드는 비단 국내에서만 주목받은 것은 아니다. “캐시슬라이드의 아이디어와 성장세를 눈여겨본 미국·중국·일본 시장에서 이를 따라한 ‘카피캣(Copycat)’이 등장하기 시작했어요.” 박 대표에 따르면,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스마트폰 첫 화면을 활용한 플랫폼은 캐시슬라이드가 최초다.

박 대표는 글로벌 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이미 일본에는 지난해 6월 ‘캐시슬라이드’ 일본 버전을 출시했다. 일본시장을 글로벌 시장 첫 타깃으로 삼은 이유는 무궁무진한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일본 내 스마트폰 보급률은 53.3%에 불과합니다. 이는 한국(89%), 싱가포르(93%), 미국(70%)을 비롯한 주요 IT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치죠. 성장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일본시장을 공략했습니다. 현재 캐시슬라이드 일본 버전은 야후재팬, NTT도코모, 세븐은행 등 일본 내 주요 기업의 모바일 광고를 운영하며 초기 시장 선점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 밖에 지난 상반기에는 미국 시장과 중국 시장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시장 진출에 나선 상태다. 미국에는 ‘프론토(Fronto)’, 중국에는 ‘쿠하(Kuhua)’라는 서비스명으로 운영 중이다. 각 시장에 맞추어 서비스부터 사용자 환경(UI)까지 철저히 현지화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캐시슬라이드는 또 다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단순 광고노출을 넘어서 뉴스, 인기 동영상, 쇼핑 서비스를 이미 시작했거나 준비 중이다. 잠금화면을 통해 노출되는 광고와 미디어 콘텐츠는 50:50 수준이다. 이 같은 서비스의 중심에는 각 유저의 콘텐츠 선호도에 따라 맞춤형 컨텐츠를 제공하는 ‘큐레이션 엔진’ 기능이 존재한다.

“사용자들이 잠금 해제를 하는 빈도와 카테고리를 분석하고 성별, 나이, 지역 등에 맞춰 선호하는 콘텐츠를 우선적으로 노출하고 있습니다. 캐시슬라이드가 진정한 첫 화면 플랫폼으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사용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콘텐츠를 플랫폼이 자체적으로 선별해 보여줘야 합니다. 큐레이션 기능은 이를 위한 필수 기술이죠.”

캐시슬라이드는 조만간 잠금화면에서 현재 날씨, 실시간 뉴스, 자주 사용하는 연락처, 앱을 한 번에 접속할 수 있는 ‘퀵론처’ 기능을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사용자들이 다른 앱을 구동할 필요 없이 스마트폰 잠금 화면에서 캐시슬라이드를 통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다.

“캐시슬라이드는 스마트폰 첫 화면 시장을 선점했습니다. 하지만 선점보다 중요한 것이 이를 유지하는 것이죠. 후발주자들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도록 시스템 고도화에 집중한다면 캐시슬라이드는 구글, 야후도 넘보지 못할 글로벌 1등 첫 화면 플랫폼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캐시슬라이드의 꿈은 구글이나 야후도 넘보지 못하는 스마트폰 첫 화면 글로벌 1등 플랫폼이 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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