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콱기 렁 UPS 북아시아 사장 인터뷰 “아마존·알리바바와의 경쟁 자신있다”

세계 최대 물류기업 UPS가 한국 인천공항 허브 터미널을 확장했다. 콱기 렁 UPS 북아시아 사장은 “인천이 아시아 통합 물류 네트워크의 요충지인 데다 최근 전자상거래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어 터미널을 확장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아마존과 알리바바 등 전자상거래 기업의 물류 비즈니스 진출에 대해서도 “우리에겐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유부혁 기자 yoo@hmgp.co.kr
사진 김태환 marunee0@gmail.com


“글로벌 무역 중 아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고 있습니다. 역내 무역량도 증가하고 있고요. 그중에서도 특히 한국과 홍콩, 상하이가 중요한 허브입니다.” UPS가 인천공항 허브 터미널 확장공사 완료를 알린 지난 9월 23일, 기자와 만난 콱기 렁 UPS 북아시아 사장이 처음 꺼낸 말이다. 그는 이어 “한국은 세계 8위 교역량을 자랑하는 수출 전진기지”라며 “허브 터미널 확장에는 다섯 가지를 고려했다”고 말했다.

부드러운 인상의 콱기 렁 사장은 거침없이 다섯 가지 요소를 설명해 나갔다. “첫째는 주요 경제권과의 거리입니다. UPS는 이를 경제적 중력이라 표현하죠. 두 번째로는 연결성이에요. 항공과 육상, 그리고 물류 데이터가 얼마나 유기적으로 결합할 수 있느냐는 매우 중요한 점입니다. 세 번째는 인프라죠. 도로, 항만, 공항 등이 어떻게 갖추어져 있느냐는 물류기업에게 효율성 측면에서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네 번째는 정책입니다. 해당 국가의 무역 정책에 따라 물류 비즈니스의 속도와 규모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마지막 다섯 번째가 노동력입니다. 물류 비즈니스의 핵심요소가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내가 지적한 다섯 가지를 이상적으로 갖춘 나라입니다.” 그는 “한국은 적극적인 오픈 스카이 정책(항공 자유화 정책·정부가 아닌 항공운송 기업이 시장 수요에 따라 항공편 수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어 다섯 가지 요소들이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콱기 렁 사장은 터미널 확장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통합 네트워크 구축”이라고 간단히 답했다. 그는 이어 “아시아 지역, 특히 중국의 전자상거래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어 통합 네트워크 구축은 더욱 중요한 과제가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 전자상거래 1위 기업인 알리바바의 물동량은 1년에 50억 개로 UPS의 전체 물동량인 43억 개보다 많다. 콱기 렁 사장은 최근 물류 트렌드와 그에 따른 UPS의 대응책도 이야기했다. “단순히 물동량이 많아진 게 아니라 물동량의 성격이 복잡하고 다양해졌죠. 이에 따라 고객의 니즈 역시 세분화 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가진 현재의 인프라 환경이나 비즈니스 강점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거죠.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UPS는 IT 전략 수립 등에 10억 달러를 투자해 솔루션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UPS가 세계 최대 물류기업이긴 하지만 한국에서 UPS의 홍보물이나 광고 문구를 접하긴 어렵다. B2C보다 B2B에 집중하기 때문일까? 콱기 렁 사장은 이에 대해 “UPS는 107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만큼 한정된 예산을 브랜드 강화 활동에 소모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세한 설명을 이어갔다. “우리가 강조하고 싶은 메시지를 홍보하기보단 시장 환경을 살피는 다양한 활동을 하는데 우선순위를 두고 있습니다. 앞서 말한 대로 요즘 물류는 과거의 단순한 픽업이나 배송 개념이 아니죠. 상품 카테고리에 따라 특정 시간에 배송하는 것 외에도 특별한 통관 절차를 거치고 보안 이슈를 해결하는 등 다양한 전문성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산업군별로 서베이를 실시해 공급망과 관련한 다양한 솔루션을 세일즈 팀에 제공하기도 합니다. 간단히 말하면 광고 이미지보단 개발이나 리서치에 집중하고 있는 셈이죠.”

최근 UPS의 흥미로운 리포트를 소개해 달라고 하자 콱기 렁 사장은 ‘CHANGE IN THE CHAIN’이란 리포트를 제시했다. 그는 설명을 이어갔다. “최근 주목하고 있는 업계가 하이테크 업계입니다. 이들 기업이 물류 부문에서 어려워하는 점이 무엇인지 궁금했죠. 이들은 하이테크 산업에 걸맞은 공급망을 설계하고 구축하는 데 어려움을 갖고 있었어요. 아웃소싱이 주는 어려움도 있었죠. 복잡하고 특수한 제품들이기에 자체 공급망으로 감당하기엔 한계가 있다고들 했어요. 지역에서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사를 원한다는 것이 그들이 필요로 하는 핵심이었죠. 최근 니어쇼어링(Nearshoring·가까운 국가에서 이뤄지는 아웃소싱방식. 거리가 멀더라도 인건비를 기준으로 아웃소싱하던 과거의 흐름이 거리와 노동 품질을 우선하는 경향으로 바뀌고 있다)에 대한 하이테크 업계의 관심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무인자동화, 드론 배송 등 최근 물류 업계의 현안에 대해선 “아직 기술적, 법적으로 해결해야 할 점들이 많다”고 전제한 뒤 “자동화를 통하면 생산성 측면에선 효율성이 높아지겠지만, 물류는 기본적으로 면대면 접촉을 없애기 어려운 서비스 산업이란 점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아마존, 중국의 알리바바가 물류 서비스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데 대해서도 그는 자신감을 나타냈다. 콱기 렁 사장은 말한다. “경쟁은 언제든 환영입니다. UPS는 늘 경쟁을 통해 효율성을 높여왔습니다. 앞서 밝힌 대로 물류 시장이 점점 복잡해지고 산업군별로 이슈가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에 단기간에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UPS는 최적화된 고객 솔루션을 갖추고 있어 충분히 경쟁력이 있습니다.” 업계도 지금 아마존이나 알리바바, 구글과 같은 IT기업들이 전통적인 물류기업들보다 더 효율적인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을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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