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세계시장 지배를 겨냥하는 우버

[Transportation] Uber banks on world domination

우버는 외부 자금으로 운전사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성장 전략으로 앞세우고 있다.
by Adam Lashinsky


우버에 대한 최근 기사는 대부분 분쟁과 관련되어 있다. 독일 규제당국이 우버의 서비스 중 하나를 금지하면서 분쟁이 발생했다는 소식, 훨씬 규모가 작은 경쟁업체 리프트 Lyft 소속 운전사들을 우버가 가로채고 있다는 소식, 모바일 앱을 활용한 개인 운송업 중개 서비스 활동을 위해 우버가 택시위원회 *역주: 택시업 규제 담당 기관와 각종 정부 기관을 피해 다니고 있다는 소식 등이다. 가는 곳마다 갈등이 빚어지는 건 모든 유망한 기술 벤처기업의 운명인지 모른다. 그럼에도 우버처럼 가는 곳마다 싸울 준비를 하는 기술 벤처업체는 흔하지 않다.

하지만 우버의 활동 중에는 투쟁이 아닌 박애를 목적으로 하는 것도 있다. 10개월 전 우버는 소속 운전사들의 자동차 구매 자금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목표는 GM과 도요타, 그리고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몇몇 금융기관과의 협력관계 구축을 통해 이자 부담을 줄이고, 구매한 차량이 빠르게 인도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우버의 CEO 트래비스 캘러니크 Travis Kalanick는 이 프로그램을 발표하면서 쓴 글에서 우버 운전사의 현금흐름은 예측가능성이 높아 대출 기관이 감당해야 할 리스크가 낮다고 설명했다. 즉, 예측가능성이 높으니 일반 대출자보다 우대 금리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우버의 운전자 지원 프로그램을 반기는 이는 경쟁에 시달리는 운전사들뿐만이 아니다. 자동차 금융업체들은 우버 덕분에 생겨난 새로운 사업 기회를 환영한다. 자동차 판매 대리점도 새롭게 검증된 고객층을 통해 재고를 줄일 기회가 생겼으니 반기지 않을 수 없다.

우버의 프로그램이 독특한 이유 중 하나는 회사가 자금을 직접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버는 신용 등급이 낮거나 회사 기준에 미달하는 차를 보유한 운전사들을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자동차 판매상 및 금융업체와 연결시켜 줄 뿐이다. 현재로선 이 프로그램을 통해 우버가 얻는 금전적 이득은 없다. 세계 각지의 우버 네트워크를 빠르게 성장시킨다는 대의를 위해, 경쟁력 확보의 일환으로 진행 중일 뿐이다. 우버의 CFO 브랜트 캘리니코스 Brent Callinicos-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에서 장기간 재무 담당 임원직을 역임했다-는 회사가 운전자들이 수익을 창출하는 수단을 마련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고 있으니 “결국 수익을 창출하는 셈”이라 말했다.

거침없는 성장세와 실제 활동중인 운전사 수가 수십만 명에 달한다는 점(우버 측의 주장이다)을 고려할 때, 우버는 자동차부터 보험까지 모든 상품의 구매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을 잠재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미국의 5개 도시(샌프란시스코, 보스턴, 필라델피아, 시카고, 댈러스)에서 소규모로 시작했다. 이들 도시는 우버의 최대 시장으로 분류되긴 하지만 회사가 전 세계 총 200개 이상의 도시에 진출한 것과 비교하면 아주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 우버의 꿈은 원대하다. 본사-샌프란시스코의 낙후 지역인 미드마켓 Mid-Market에 위치해 있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캘리니코스는 “우리의 계획은 엄청나게 크다”고 말했다. “나의 비전은 새로운 도시에 진출할 때마다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동시에 선보이는 것이다.”

우버에 이 프로그램을 최초로 제안한 이는 골드만삭스 상품 트레이더 출신인 앤드루 채핀 Andrew Chapin이었다. 2012년 당시 우버 뉴욕 운전사 운영팀에서 근무했던 채핀은 리무진 서비스 업체와 임대 계약을 한 리무진 및 택시 운전사들의 상황에 대해 잘 알게 되었다. 이들이 얻는 소득은 우버와 계약했을 때와 비교해 훨씬 적었다. 또 상당수 운전사가 이민자 출신인 탓에 신용 기록이 없거나 미흡해 대출로 상업용 차싶량을 구매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 점은 그가 발견한 핵심이었다. 채핀은 캘러니크와 뉴욕 택시 위원회를 정기 방문한 날, 자신의 아이디어를 설명했다. 우버 활동을 통해 현금 흐름이 안정적이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신용 등급이 낮은 운전사들도 금융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 주는 프로그램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캘러니크는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채핀은 샌프란시스코 본사로 가 프로그램 기획 팀을 꾸렸다. 현재 4명이 이 팀에서 활동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도 프로그램 참여 의사를 밝혔다. 우버의 비(非)리무진 차량 서비스인 우버엑스 UberX 기사들이 선호하는 브랜드 중에선 특히 도요타와 GM이 관심을 보였다. 이후 포드도 참여했다.

우버 앱은 승객이 화면을 한 번 두드리면 운행이 시작되고, 끝날 때도 요금을 시스템이 자동 지불한다. 금융지원 프로그램의 기반이 된 기술도 우버 앱 못지않게 사용이 쉽다. 우버는 10년 이상 된 차량의 운행을 금지하고 있다. 우버의 기준에 미달하는 자동차를 모는 운전사가 우버 등록 신청을 할 경우, 시스템이 자동으로 인근 자동차 판매상에서 새 차 구매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알려 준다.

말리 출신 이민자인 아다마 트라오레 Adama Traore (36)는 바로 이런 과정을 통해 2014년형 도요타 캠리 Camry를 구매했다. 택시 운전사 출신인 그는 전에 구글 버스를 운전하기도 했다. 그는 “마운틴 뷰 Mountain View (구글 본사가 있었던 지역)에서 너무 오래 머물렀다”며 자신의 신용 상태가 “최고는 아니지만 나쁘지도 않다”고 말했다. 트라오레의 차는 2001년산이었다. 우버는 그에게 샌프란시스코 시 동쪽에 위치한 월너트 크리크 Walnut Creek 소재 도요타 판매 대리점을 소개해 주었다. 또 구매 대금을 갚으려면 한 달 운행 거리가 어느 정도 돼야 하는지도 계산해 주었다(승객이 지불한 요금에서 우버의 수수료는 자동 차감된다. 마찬가지로 대출금도 대출업체에 자동 이체된다). 트라오레는 “이제 우버 기사 일이 내 직업”이라며 “자고 싶을 때까지 잘 수 있고, 나 스스로 이번 주에 얼마나 벌지도 결정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은 판매상에게도 혜택을 준다. 월너트 크리크 판매 대리점의 소비자 금융 담당자 돈 데이비스 Don Davis는 작년 11월부터 우버 프로그램을 통해 약 300대의 차를 판매했다고 밝혔다. 그는 자동차금융 부문 파트너인 엑세터 파이낸스 Exeter Finance-자산운용사 블랙스톤의 자회사로 본사는 텍사스에 있다-를 통해 우버의 프로그램에 대해 알게 됐다. 데이비스는 우버를 통해 대출을 신청한 약 300명의 고객 가운데 거절된 사례는 2~3건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우버 측에선 아직은 금융 지원 프로그램에 대해 최종 판단을 내릴 때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우버를 통해 새 차를 구매한 운전사는 주당 근무시간과 고객 평점에서 모두 평균보다 높은 성적을 기록했는데, 이는 새 차를 몰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우버가 프로그램 중개자로서 수수료를 받는 건 어렵지 않겠지만, 캘리니코스는 현재로선 그럴 계획이 없다고 말한다. 그는 “이 프로그램은 지금도 지속적으로 바뀌고 있다”며 “지금으로선 (수수료를 통한 이윤 창출이) 소탐대실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싸움꾼 이미지의 우버지만, 자신들이 원하면 이처럼 선량한 모습을 보일 때도 있다.


“수익창출의 수단을 마련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은 수익을 창출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우버 CFO 브렌트 캘리니코스


IT토론 시리즈 ‘우버 대 리프트 - 피해는 운전사들의 몫인가?’ 영상은 포춘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관련기사



FORTUNE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