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올해의 CEO/전문경영인 부문 1위]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

탁월한 ‘기술 리더십’ 무기<br>반도체 고속성장 이끌다

전문경영인 톱10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
하성민 SK텔레콤 사장
김상헌 네이버 사장
이채욱 CJ그룹 부회장
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
고재호 대우조선해양 사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사장
지창훈 대한항공 사장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지난 2012년 2,270억 원 적자에서 지난해 3조 3,800억 원 흑자로 돌아섰고, 순이익도 2조 8,730억 원을 달성했다. 말 그대로 극적인 반전에 성공했다. 이 같은 SK하이닉스의 부활을 이끌어 낸 주인공은 바로 지난해 2월 SK하이닉스 사장에 취임한 박성욱 대표이사 사장이다. 반도체 기술 전문가로 잔뼈가 굵은 박 사장의 전문성과 경영인으로서의 자질이 융합되어 그만의 ‘기술 리더십’이 빛을 발했다. 박성욱 사장은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포춘코리아가 선정한 ‘올해의 CEO’ 전문경영인 부문에서 당당히 1위에 올랐다.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지난해 초 SK하이닉스의 신임 대표에 박성욱 당시 최고기술책임자(CTO) 부사장이 선임되자 시장 관계자들은 SK그룹의 선택에 호기심을 드러냈다. 당시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시장 장기불황에 직격탄을 맞은 상태였다. 박 대표가 선임되기 불과 며칠 전 발표된 SK하이닉스의 2012년 실적은 너무나 초라했다. 영업이익은 적자로 전환했고, 순이익은 무려 180% 이상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다수 업계 전문가들은 SK하이닉스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실적 개선을 이끌 소위 ‘재무통’ 전문경영인이 등장할 것이라 예상했다. 매출 구조를 안정시켜 ‘적자해소’라는 SK하이닉스의 당면 과제를 우선 이뤄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SK하이닉스의 선택은 ‘재무통’이 아닌 ‘기술통’ 박성욱 CTO였다. 박 사장은 울산대 재료공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재료공학 석·박사 학위를 받은 반도체 엔지니어 출신이다. 반도체 제조 기술과 관련해 10건이 넘는 특허를 갖고 있는 박 사장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반도체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 1984년 SK하이닉스의 전신인 현대전자산업 반도체연구소에 입사한 이후 하이닉스반도체 연구소장, 연구개발총괄 등을 역임하며 그만의 전문성을 쌓아왔다. 2009년부터는 사내이사로 활동하며 경영능력도 보여왔다.

우려와 기대라는 엇갈린 시선 속에 출발한 박성욱 호는 거침없이 질주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SK하이닉스의 성공에는 반도체 전문가 출신인 박 사장의 ‘기술 리더십’이 큰 역할을 했다. 취임 후 첫 공식 석상에서 박성욱 사장이 언급한 것 역시 ‘기술 혁신’이었다.

“반도체 시장은 선점하는 자만이 모든 걸 차지하는 승자독식 구조입니다. 시장 선도를 넘어 시장을 압도하기 위해선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SK하이닉스 구성원으로서 나와 임직원 모두가 기술 혁신과 미래 역량 강화에 전력투구합시다.”

SK하이닉스는 그동안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언제나 ‘추격자’였다. 삼성이나 마이크론 같은 굴지의 반도체 업체와의 격차를 따라잡는 ‘패스트팔로어(FastFollower)’ 전략을 고수했다. 하지만 박 사장은 시장을 압도하고 스스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선도자의 위치에 오르겠다는 큰 꿈을 품었다. 업계에선 조금씩 우려보단 기대감으로 SK하이닉스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반도체 전문가’ 박성욱 사장이라면 충분히 실현 가능한 전략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실제로 ‘올해의 CEO’ 선정을 위해 포춘코리아와 다음소프트가 실시한 빅데이터 정량 평가 분석에서도 박 사장은 전문성 부문에서 74.5%를 얻어 두 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 ‘혁신성’ 부문 13.3%보다 무려 5배 이상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전문성, 혁신성, 추진력을 백분위로 환산).

SK하이닉스가 박 사장 취임 후 1년간 개발한 반도체를 보면 ‘선도기업’이라는 꿈이 결코 헛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차세대 고사양 모바일 기기에 사용 가능한 6기가비트(Gb) LPDDR3(Low Power DDR3), 12월에는 20나노급 기술을 기반으로 안정성·효율성을 높인 8Gb LPDDE4 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업계 최초로 실리콘관통전극(TSV) 기술을 적용한 초고속 메모리(HBM) 개발도 이뤄냈다.

특히 박성욱 사장은 취임 이후 차세대 먹거리 창출을 위한 연구개발 조직 개편의 전면에 나섰다. 직접 조직을 총괄하며 반도체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선보이겠다는 의도였다. 우선 연구개발총괄 연구소의 명칭을 미래기술연구원으로 바꾸고 CEO 직속으로 편입시켰다. 특히 박 사장은 직접 미래기술연구원의 원장까지 맡았다. 사장 스스로가 미래기술 선점에 나선다는 강한 의지를 표현한 것이었다. 이 밖에도 미래 성장동력으로 각광 받고 있는 비메모리반도체 담당 M8사업부를 박 사장 산하로 가져왔다.

기술 경쟁력 확보가 곧 SK하이닉스의 성장과 직결된다고 확신한 박 사장은 기술력 향상을 통한 새로운 먹거리 창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낸드플래시 솔루션’이다. 전원 없이 데이터의 자유로운 저장과 삭제가 가능한 낸드플래시는 박 사장이 꺼내 든 SK하이닉스의 핵심 차세대 먹거리다. 특히 낸드플래시는 D램에 편중된 SK하이닉스의 매출 구조를 개선시킬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재 SK하이닉스 전체 매출의 80%가량은 D램에 편중되어 있다. SK하이닉스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매출 4조 3,120억 원 중 76%가 D램으로부터 나왔다. 그 뒤를 이어 낸드플래시가 21%, CIS(CMOS 이미지센서)칩 및 반도체 위탁주문생산(파운드리) 사업이 3%를 차지했다.

박 사장은 이 같은 매출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선 낸드플래시 솔루션 확보를 위해 플래시개발본부에 속해 있던 솔루션개발기능을 별도의 본부로 편성해 기술력 향상에 나섰다. 또 지난 2012년 이후 ‘아이디어플래시(Ideaflash S.r.l.)’, 이노스터테크놀로지 ‘임베디드 멀티미디어카드(eMMC) 컨트롤러 사업부문’, 미국 바이올린메모리의 ‘PCIe 카드 사업부문’ 등 낸드플래시와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개발업체 5곳을 인수하고 연구개발 인력을 확충하는 등 기술 경쟁력 강화에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제2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콜로라도에 낸드플래시 솔루션 제품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R&D) 사무소를 개소하기도 했다. 콜로라도는 지난 2005년 인텔을 시작으로 마이크론, 마벨 등 글로벌 대표 반도체 기업들이 대거 진출해 솔루션 개발의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지역이다. SK하이닉스 측은 “올해 3분기 낸드플래시 실적이 손익분기점(BEP) 수준을 넘어섰다”며 “낸드플래시 기술력 강화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술 경쟁력뿐 아니라 시장 흐름을 꿰뚫는 박성욱 사장의 경영 전략도 SK하이닉스 성장의 주요 포인트로 작동하고 있다. 지난 3분기에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모바일 D램보다 PC용 D램을 좀 더 출시하는 과감한 전략을 펼치기도 했다. 신형 스마트폰 출시가 주춤한 시기임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그 결과 SK하이닉스는 지난 3분기 매출액 4조 3,120억 원과 영업이익 1조 3,011억 원을 달성하며 분기 실적 최고 기록을 다시 한 번 경신할 수 있었다. 도현우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4분기의 경우 애플 아이폰6 등 신형 스마트폰의 잇단 출시로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출하량이 증가할 것”이라며 “4분기에도 3분기에 이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끊임없는 기술 혁신으로 SK하이닉스의 성장을 이끌고 있는 박성욱 사장은 여전히 배가 고프다. 그는 “숫자로 보이는 지표는 제법 성공적이지만 우리는 아직 더 스마트하고 독하게 가야 할 길이 있다”고 말한다. 기술 전문가로서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박 사장과 끊임없이 성장하는 SK하이닉스의 2015년 성과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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