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새로운 배터리 시대가 열릴까?

[NEW ENERGY] Will This Battery Change Everything?

GM의 지원을 받는 미시간 주의 신생기업이 새로운 배터리 기술로 전기차 시장의 판도를 바꾸겠다고 자신하고 있다.
By Brian Dumaine


단 한 번의 충전으로 300마일(약 483km) 이상을 달릴 수 있는 전기차가 있다고 상상해보자. 헛된 망상일까? 아직까지는 그렇다. 하지만 미시간에 위치한 신생기업 사크티3 Sakti3가 이를 곧 현실화할지도 모른다. 이 회사는 지난 8월 ‘충전의 성배(the holy grail of power storage)’를 거의 손에 넣었다고 발표했다. 5분의 1 원가로 기존 리튬이온 전지의 에너지 밀도보다 2배 높은 배터리를 개발했다는 것이 그 내용이었다.

그 결과 이제 2만 5,000달러면 구입할 수 있는, 누구나 만족할 만한 주행거리를 가진 상용 전기차의 시대가 도래 할지도 모른다. 이 같은 소식은 전기차 업계가 매우 중요한 순간에 처해 있을 때 전해졌다. 자동차 전문 매체 에드먼즈 Edmunds에 따르면, 2014년 현재까지의 신차 판매량 중 전기차, 하이브리드 자동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3.6%로 전년의 3.7%에 약간 못 미치고 있다. 이는 활기를 찾고 있는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량이 정체상태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가장 큰 문제는 주행가능거리에 대한 우려다(사람들은 어두운 도로에서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두려워한다). 때문에 테슬라 Tesla의 창업주이자 CEO인 엘런 머스크 Elon Musk는 지난 9월 초 50억 달러를 투자해 리노 Reno 근처에 대규모 배터리 공장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렇게 되면 매년 자동차 50만 대에 장착하기에 충분한 배터리 생산이 가능해진다(테슬라의 올해 판매 목표는 3만 5,000대이다). 적당한 주행가능거리를 갖춘 상용 전기차 시장을 열려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 배터리 가격을 충분히 낮춰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머스크는 기존의 리튬이온 전지 기술에 승부를 걸었다. 그의 선택이 옳을 수도 있지만, 한 가지 리스크는 다른 기술이 그가 대량 생산을 통해 얻고자 하는 목표를 먼저 달성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 예가 바로 전고체 상태(solid-state) 배터리 기술을 앞세워 등장한 사크티3이다. 파나소닉이 생산하는 테슬라의 배터리 가격은 킬로와트시 당 500달러이다. 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 앤드 설리번 Frost & Sullivan의 에너지전기시스템 연구책임자 비샬 사프루 Vishal Sapru는 테슬라가 10년 동안 배터리 가격을 최대 250달러까지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크티3는 킬로와트시 당 100달러인 배터리를 만들겠다고 주장한다. 사크티3는 미시간대 공대교수 출신인 앤 마리 사스트리 Ann Marie Sastry가 2008년 세운 회사다(사크티는 산스크리트어로 ‘힘, 에너지’라는 뜻이며 ‘3’은 리튬의 원자번호를 의미한다). 앤 아버 Ann Arbor에 위치한 이 회사는 지엠, 일본계 대기업 이토추 Itochu, 미시간 주정부, 벤처캐피털 회사인 코슬라 벤처스 Khosla Ventures 등으로부터 3,000만 달러의 자금을 지원받았다. 그렇다면 이 신기술 개발은 모두를 신바람 나게 했을까?

사크티3는 평면 디스플레이와 태양광 전지에 이용되는 생산 기술을 적용, 고체상태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만들었다. 앤 마리 사스트리는 “우리는 다른 산업들을 관찰하며 ‘누가 가장 빨리 상용화할 것인가’라는 자문을 해보았다”고 말했다(그녀는 일주일에 100시간을 일하고 디테일에 집중하는 것으로 유명한 추진력 있는 여성 리더이다). 그 결과 진공 증착(vacuum-deposition) 방식을 이용하면 더 저렴하고 빠르게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는 걸 알아냈다. 지금까지 미시간에 있는 작은 시험용 생산라인에서 배터리를 생산해 온 사크티3는 향후 1~2년 내에 이 기술을 상용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80편이 넘는 과학 논문의 공동 저자이자 70개의 특허 등록 및 출원을 한 사스트리(47)는 20년 동안이나 배터리 기술에 대해 연구해왔다. 몇 년 전, 그녀는 기존 방법을 고수하는 대신 컴퓨터칩과 같은 방식으로 배터리를 만들기로 결심했다고 말한 바 있다. 물론 말은 쉬웠다. 기존의 배터리 생산 방식은 꽤 복잡했다. 그녀는 한 단계 더 나아가기 위해, 5개국에서 모인 전문가 팀을 꾸려 전기차 배터리의 각 요소-에너지, 동력, 질량, 부피, 원가, 안전성-를 분석했다. 이들은 어디서 원가를 절감할 수 있고, 어떤 소재가 가장 효과적일지 연구했다.

오늘날의 전기차 배터리는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가벼운 금속인 리튬으로 구성돼 있다. 리튬이온이 액체음극에서 양극으로 이동하며 전기를 생산하고, 중간의 전해질이 리튬이온의 이동을 돕는다. 이 과정에서 전자들이 리튬원자에서 떨어져 나와 전류를 흐르게 한다.

사스트리는 액체 전해질 대신 고체 전해질을 사용하면 많은 문제들이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배터리 안의 리튬이온이 액체 전해질을 매개로 이동할 경우, 전도도는 상당히 높아지지만 화학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에 시간이 흐를수록 배터리 수명이 감소한다. 최악의 경우에는 배터리가 녹거나, 보잉 787 비행기 안에서 화재를 일으켰던 소니와 델 노트북처럼 불이 날 수도 있다.

사스트리는 “고체 전해질 개발을 통해 배터리 폭발 문제를 해결했다”고 밝혔다. 또 고체 전해질 덕분에 배터리를 더 신속하게 생산하고, TV 제조사들이 평면 디스플레이를 만드는 것처럼 더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 가지 되짚어 볼 사항이 있다. 사크티3 이전에 등장했던 여러 회사들도 이론적으론 완벽한 기술을 개발했지만 상용화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예를 들어, A123과 에너1 Ener1이란 회사도 미국 정부의 자금 지원을 받아 유망한 배터리 신기술을 선보였지만, 결국 파산한 뒤 중국과 러시아에 각각 매각됐다. 럭스리서치 Lux Research의 선임연구원 케빈 시 Kevin See는 “사크티3의 가장 큰 당면과제는 제조 원가를 낮추고 수익을 확보하는 것이다. 연구실에서 작은 배터리로 실험에 성공하는 것은 물론 훌륭한 일이다. 하지만 배터리 크기를 확대해 양산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자동차 주행에 없어서는 안 될 급가속에 필요한 힘을 전고체 배터리가 출력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전고체 배터리 기술이 과거부터 안고 있는 문제이다).

사크티3의 전고체 배터리는 충분한 내구성을 갖고 있을까? 프로스트 앤드 설리번의 비샬 사프루는 말한다. “시제품 배터리는 통제된 환경에서 실험한 것이다. 실제 생산된 배터리가 100도 이상의 사막과 영하 30도의 알래스카와 같은 극한 환경에서도 견딜 수 있을까? 또 울퉁불퉁한 길에서는 과연 어떻게 반응할지도 미지수다.”

사스트리는 이러한 난제들을 이미 알고 있다. 그녀는 “배터리 제조는 가장 복잡한 공학기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러한 제조과정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그녀는 자금력이 풍부한 투자자 유치를 계획했다. 사크티3는 올해 안에 대기업과 투자 계약을 발표할 예정이다(기업명은 밝히지 않았다).

사스트리는 작은 것에서부터 기술을 증명할 생각이다. 스마트폰과 같은 작은 전자기기의 배터리 수명을 2배 늘리는 것부터 시작해 전기차 배터리 생산으로 확대해 나갈 작정이다. 그녀는 또 회사의 전고체 배터리가 대형 에너지 저장장치-풍력과 태양열로 에너지를 생산해 저장했다가, 날씨 여건이 안 좋을 때 사용한다-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다.

상용화에 성공한다면 새로운 배터리에 대한 수요는 엄청날 것이다. 프로스트 앤드 설리번은 리튬전지의 시장규모가 매년 20~25%씩 증가해 2013년 175억 달러에서 2020년 764억 달러로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요타도 전고체 배터리 기술개발에 투자하며 이 꿈을 놓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도요타는 전기 스쿠터에만 장착할 수 있는 고체 리튬이온 배터리만 선보여왔다. 그러나 2020년까지 300마일을 달릴 수 있는 전기차 배터리를 만들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도요타 같은 대기업과 경쟁할 생각에 사스트리는 잠을 못 이루고 있을까? 그녀는 “원래 잠이 별로 없다. 나는 걱정만 일삼는 사람(worrier)이 아니라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는 용감하고 행복한 전사(warrior)”라고 익살스럽게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녀의 유일한 원동력은 이 배터리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관련기사



FORTUNE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